‘날씨가’, 박민영과 문정희의 흐린 삶 좋아지기를 바란 건

 

“넌 따뜻한 게 뭔 줄 아니? 그녀가 물었고 난 대답했다. 내 차가운 손이 너의 차가운 손에 닿아 우리 둘 다 뜨거워지는 것이라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 아늑함이 되고 슬픔이 슬픔을 만나 기쁨이 되고 서늘한 바람이 서늘한 바람과 부딪쳐 포근한 눈이 되는 것이 바로 따뜻한 것이라고.”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심명여(문정희)는 차윤택(황건)의 책에 써진 글귀를 읽는다. 그 글귀는 이 드라마가 그리려한 슬픔과 따뜻함의 정체를 잘 드러낸다.

 

아버지는 상습적인 폭력을 엄마에게 휘둘렀고, 그걸 목격한 이모 심명여는 두려움 끝에 엑셀을 밟아 그 아버지를 죽게 했다. 엄마는 대신 감옥에 갔고 이모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벌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든 사실을 심명여가 쓴 소설을 통해 알게 된 목해원(박민영)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했던 심명여가 아빠를 죽였다는 사실이 그렇고, 그토록 증오했던 엄마가 사실을 숨긴 채 살아왔다는 사실이 그러했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무채색의 시절을 버텨내며 살아야 했던 목해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다.

 

하지만 굳이 자수해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겠다는 심명여의 말에 목해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에 빠져든다. 아빠를 죽였고 그걸 속여 왔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이모가 얼마나 괴롭게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신을 보듬으려 했는지를 목해원은 잘 알기 때문이다. 방황하다 술에 취해 쓰러진 목해원을 데려다 재운 김보영(임세미)은 그에게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무엇이든 오래 되다보면 흠도 생기고 상처도 생겨. 완전무결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해 금이 가면 좀 어때. 상처 좀 주고받으면 그건 또 어때? 우린 다 완벽하지 않아. 그래서 서로한테 미안해야 될 일들을 만들고 또 사과하고 다시 고치고 그러면서 사는 거야. 내가 너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는 했지만 난 정말 다시 기회를 얻고 싶었어.”

 

그건 과거 ‘살인자의 딸’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게 해서 목해원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김보영의 진심어린 마음을 담은 말이지만, 그 이야기는 심명여와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완벽하지 않은 삶. 그래서 사과하고 고치면서 사는 삶.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어도 다시금 기회를 갖고 싶은 그런 삶.

 

그 이야기가 준 울림 때문이었을까. 목해원은 심명여에게 자수하지 말라 말한다. “이모. 난 이모가 좀 미워. 내가 아플까봐 그런 거였다니. 난 사실 그 말을 들으면 이모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난 아직도 이모를 이해할 수 없어. 가족이라면 같이 아파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 난. 같이 아프자 이모. 자수하지 마.” 같이 아프자고 했지만 목해원은 심명여를 더 이상 예전처럼 보기 어렵다며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사랑하게 된 은섭(서강준)을 찾아가 이별을 이야기한다. 은섭은 자신이 시크릿 다이어리에 써 놓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해원의 이별을 받아들이지만, 곧바로 굿나잇 책방 문을 닫고 산 속 오두막으로 간다. 그리고 차디찬 아궁이에 불을 붙이고 늘 그래왔다는 듯이 아픔을 홀로 견뎌내려 한다. 참다못해 책방에 갔다가 문이 닫힌 걸 알고는 한 달음에 오두막으로 달려온 해원은 은섭의 품속으로 뛰어든다.

 

어쩌면 이토록 슬플 수가 있을까. 오랜 만에 보는 진짜 멜로의 감성이 아닐 수 없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차윤택의 문장에 담겨진 차가운 손이 차가운 손을 만나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고 슬픔이 슬픔을 만나며 서늘한 바람이 서늘한 바람을 만나 만들어내는 따뜻함을 그려내고 있다. 목해원과 심명여의 만남이 그렇고, 심명여와 차윤택이 만남이 그러하며 목해원과 보영의 만남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감성을 이 드라마는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빗대 풀어냄으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이 건드린다. 진실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폭풍처럼 몰려 닥치는 빗줄기들이 추적추적 쏟아진다면, 한참을 울고 난 후 화면은 촉촉이 젖어있는 거리의 물빛을 담아낸다. 비가 개인 후 돌아오는 목해원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프지만 단단해진 마음이 느껴지고, 임은섭이 고통을 홀로 삼키려 간 오두막을 향해 달려가 한 달음에 포옹하는 그 장면에서는 마치 서늘한 바람이 서늘한 바람을 만나 포근한 눈이 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렇게 계절이 흘러간다. 추운 겨울에 이 마을에 들어왔던 목해원은 이제 봄이 왔다고 말한다. 그건 자신이 떠날 때가 됐다는 의미다. 그 겨울에서 봄 사이에 목해원은 차가웠고 외로웠고 슬펐고 서늘했지만, 다른 이들 역시 자신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따뜻했다. 거기에는 자신이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엄청난 진실의 시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절은 흐르고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목해원과 임은섭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그럼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그 위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그 비극은 그들이 만든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거부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벌어진 것이다. 그런 비극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드라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그런 비극 또한 계절이나 날씨 같은 거라고. 때론 궂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차차 좋아질 거라고. 그래서 헤어졌던 연인들과 가족은 다시 찾아가기 마련이라고. 날씨가 좋아지면.(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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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유(YOO)니버스 통해 슬쩍 드러낸 김태호 PD의 욕망

 

사회적 거리두기로 예능가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역발상은 갈수록 신박해지는 것 같다. ‘부캐의 세계’는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부캐들이 총출동해 ‘랜선 페스티벌’을 벌인다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그가 뽑은 세 개의 부캐는 유DJ뽕티스파뤼, 라섹 그리고 유산슬. 대형 스튜디오에 마련된 세 개의 세트에서 부캐들이 펼치는 저마다의 방송이 교차 편집되어 보여졌다.

 

그 구성은 누구나 쉽게 눈치 챘겠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따온 것이다. 각각의 방에 들어가 개인 방송 하는 것을 모아서 보여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부캐의 세계’는 ‘오늘 또 하는 라디오’로 돌아와 라디오 DJ를 하는 유DJ뽕티스파뤼와 ‘집밥 유선생’을 하는 라섹 그리고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겠다는 콘셉트로 트로트 선배 가수들과 마련한 유산슬의 방송을 순차적으로 구성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던 댓글은 이 ‘부캐의 세계’에서도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늘 또 하는 라디오’는 장범준과 박준면에 이어 이동진 평론가와 이욱정 PD를 더하면서 절묘한 정보와 웃음의 조합을 만들었다. 이동진 평론가와 이욱정 PD가 뉴욕을 소재로 한 영화와 음식 관련 고급진 정보들을 풀어놓으면, 그 정보들이 낯설고 놀라워하는 장범준과 박준면의 리액션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우스운 리액션에 ‘장범준면’이라 댓글을 붙이고, ‘발음이 너무 성실한’ 장범준의 팝송 노래에 ‘나랏말싸미 뉴욕에 달아’ 같은 재치 있는 댓글을 더해줬다.

 

라섹은 겉으로는 소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 답은 정해져 있는 ‘답정유’의 모습으로 엉망진창 요리의 웃음을 선사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하겠다며 라면 스프는 넣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라면 사리를 넣고 나서 갈등하다 결국 스프를 탈탈 털어 넣는 라섹을 보고 네티즌들은 그것이 김치찌개가 아니라 라면에 김치를 넣은 것이라는 날카로운 댓글을 달았다.

 

유산슬의 지역 특산물 홍보는 어딘지 홈쇼핑을 연상케 하는 B급 느낌으로 웃음을 줬다. 홍자, 숙행, 김소유, 정다경이 등장해 코로나19로 지역 행사가 취소된 데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다 갑자기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는 시간으로 바뀌었고 박상철에 이어 김도일 작곡가까지 합류하면서 흥 넘치고 웃음 넘치는 축제 홍보의 장이 마련됐다. 특히 고로쇠나 곰취 같은 특산물을 즉석에서 홍보하는 노래를 만들어낸 김도일 작곡가는 이 코너의 백미가 됐다. “고로쇠-”라는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노래가 머릿속에 뱅뱅 돌게 될 정도로.

 

코로나19로 힘겨워 하는 지역 사회와 집밥을 해먹는 대중들 그리고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마련된 기획이지만, ‘부캐의 세계’가 보여준 ‘유(YOO)니버스’는 사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절부터 꿈꾸던 것이었다. 그 시절 시도했던 여러 아이템들이 저마다의 세계를 유지하면서도 또 겹치면서 새로운 세계를 여는 마치 마블 같은 그런 유니버스를 김태호 PD는 꿈꿨던 것. 그 숙원이 이제 유재석이 확장시켜 나가는 캐릭터 도전을 통해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부캐의 세계’가 슬쩍 드러낸 ‘유(YOO)니버스’에 대한 김태호 PD의 욕망은 그가 향후에 꿈꾸고 있는 큰 그림을 예감케 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무한 확장시켜 다양한 세계들을 꾸려놓고 그 세계들이 때론 중첩되고 때론 서로 보완되면서 또 다른 세계로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그런 그림. 그러고 보면 <놀면 뭐하니?>가 현재 그리고 있는 부캐들의 그림들은 이 큰 그림의 밑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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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상황 더 까칠해진 김희애, 통쾌한 반격 안길까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2막으로 돌아왔다. 외도하면서도 뻔뻔하기까지 한 이태오(박해준)와 결국 이혼하고 아들의 양육권까지 쟁취한 지선우(김희애)의 6회까지의 이야기가 1막이었다면, 2년 후 여다경(한소희)과 가정을 꾸려 성공한 영화 제작자로 금의환향한 이태오와 그로부터 위협받기 시작하는 지선우의 7회부터의 이야기가 2막을 열었다.

 

하지만 1막이 워낙 파괴력이 컸던지라 2막부터는 힘이 빠질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혼 후 무슨 이야기가 더 이어질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 2막은 어떤 면에서는 1막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상황을 들고 왔다고 보인다. 그것은 1막에서 지선우가 싸워서 쟁취하려 한 것이 최소한 이혼 후 아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었다면, 2막은 그가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삶의 터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태오와 여다경이 이 동네로 돌아와 자축하는 파티를 열고 그 지역의 유력자들을 초대하는 건 단지 뻔뻔하게도 영화제작자로 성공해 돌아왔다는 걸 알리려는 의도만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들이 가진 돈과 권력을 이용해 그 곳 지역의 커뮤니티에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지선우를 그 터전으로부터 밀어내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태오는 병원 이사장에게 투자를 얘기하며 그 조건으로 지선우를 부원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라 말하고, 절친인 척 하는 설명숙(채국희)은 그 빈틈을 파고 들어와 자신이 그 부원장 자리에 대신 앉으려 한다. 또 이태오는 민현서(심은우)를 상습폭행했다는 진단서로 감방에까지 갖다온 박인규(이학주)를 시켜 지선우의 터전을 위협한다. 돌을 던져 창을 깨고 그것도 모자라 집안으로 난입해 지선우와 난투극을 벌인다.

 

지선우는 결국 일터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고, 집에서도 안전을 위협받으며 나아가 아들 준영(전진서)이 부모의 이혼이 자신 때문이라 자책하며 흔들리면서 돌아온 아빠 이태오를 자꾸만 찾아가는 것에 엄마로서의 위치 또한 위협받는다. 하지만 지선우가 어디 그냥 당하기만 할 인물인가. 그는 대놓고 여다경이 들어간 ‘여우회’에 들어간다. 자신이 위협받는 커뮤니티부터 반격에 나설 거라는 행보다.

 

<부부의 세계>는 이로서 2막의 전선도 확실하게 만들어 놓았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이태오와 여다경이 저 편이라면, 지선우와 그를 옆에서 지켜봐주는 김윤기(이무생)와 여우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듣고는 지선우가 걱정되어 다시 연락한 민현서(심은우)가 이 편이다. 저편이 뻔뻔한 가해자들이면서도 돈과 권력을 통해 화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이편은 피해자이면서도 여전히 그 가해자들의 위협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다.

 

과연 2막에서도 지선우는 이런 위협들을 보기 좋게 이겨내고 저 뻔뻔한 가해자들을 처절하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부부의 세계>는 이제 부부라는 관계를 연장시켜 지역 커뮤니티 사이에서의 권력 구도와 대결로 확장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혼을 한다고 해도 그저 끝나지 않는 관계가 바로 부부의 세계라는 걸 말하고 있다. 그것은 자식으로 연결되고, 지역 사회의 권력 구도까지 들어간 사회적 관계로도 얽혀있다. 그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서 지선우는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2막의 이야기가 더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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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감동을 넘어 충격적인 출연자들이라니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의 첫 회가 감동이었다면 2회는 충격이다. 어디서 이런 놀라운 기량의 출연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놨을까 싶을 정도다. 최고의 무대를 보고 다음 참가자가 걱정될 때, 그 다음 참가자는 이전 무대를 싹 잊게 만드는 또 다른 놀라운 무대를 보여준다. 심사평을 해야 할 프로듀서들은 본연의 역할을 잊고 무대에 빠져버렸다. 놀라고 감탄하다 눈물 흘린다. 이러니 시청자들은 오죽할까. 한번 본 무대 영상을 다시보기로 보고 또 보게 된다. 요즘처럼 퍽퍽한 시국에 귀 호강을 넘어 마음까지 정화시켜주는 듯한 무대를 보다보면 웬만한 콘서트를 보는 듯한 감흥에 빠져드니 말이다.

 

‘피아노 치는 소리꾼’이라는 소개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고영열이 부르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는 재즈와 판소리의 크로스오버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그 위에 얹어 넣는 판소리 가락은 우리네 소리의 창법이 그러하듯이 때론 잔잔했다가 때론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또 애잔하기도 한 그 밀고 당기는 힘이 자유자재로 느껴졌다.

 

지용 프로듀서가 말한 것처럼, 그는 혼자 서양과 우리의 음악을 섞어낸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었다. 남성사중창단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목표를 두고 보면 이런 판소리 창법과 이를 재즈로 엮어내는 프로듀싱 능력은 향후 그가 들어갈 팀이 어떤 크로스오버를 선보일지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죽음의 조를 넘어 가희 신(神)계 조”라고 표현된 해외파들로 구성된 4조 참가자들은 탄탄한 성악 실력을 바탕으로 하는 노래로 프로듀서들과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뉴욕 예일대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는 테너 존 노는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리 디온이 듀엣으로 부른 ‘The Prayer’를 팝적인 목소리와 성악적인 발성을 오가며 불러 그가 얼마나 크로스오버에 준비된 참가자인가를 보여줬다. 전혀 힘을 주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불러내는 그의 노래에 김문정 프로듀서는 “천재성”이 느껴진다고 했고, 노래 내내 따라 불렀던 옥주현은 “함께 불러보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서로 색깔이 다르게 느껴진 두 명의 카운터테너도 주목할 만한 출연자들이었다. 정통 카운터테너인 윤진태는 가요를 선택해서 부르며 그 절절한 가사로 프로듀서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듣는 이들을 순식간에 유럽의 궁정으로 옮겨 놓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 카운터테너 최성훈은 손혜수 프로듀서가 말하듯 영화 <파리넬리>의 카스트라토가 관객을 기절시키는 정도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큰 감동을 주었다.

 

첫 회에 나와 주목받았던 길병민과 늘 콩쿠르에서 만나 지곤 했다는 독일 바이마르 유학생 구본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Music of the night’을 불러 낮은 저음의 매력에서부터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성의 고음을 통해 소름돋는 무대를 선사했다. 김문정 프로듀서는 그의 무대에 “그 어떤 참가자보다 너무나 섹시했다”고 극찬했다.

 

전반적으로 성악을 하는 출연자들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잘 보이지 않던 뮤지컬 배우에 대한 갈증은 영화 <알라딘> 더빙판 노래를 했던 떠오르는 신예 신재범이 채워주었다. 뮤지컬 <피맛골연가>의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라는 곡을 갖고 나온 신재범은 뮤지컬 배우다운 몰입과 연기를 더해 그 절절한 가사의 진심을 전해주었다. 특히 ‘잊기 위해 꿈을 꾸고 꿈을 팔아 돈을 사고 혼을 팔아 술을 사고 취하려고 꿈을 파네-’라는 대목에서는 프로듀서들도 먹먹해하는 표정이었다.

 

흔히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프로듀서로 불리던 마스터로 불리던 심사평이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팬텀싱어3>는 심사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과 충격을 전하는 프로듀서들의 평이 이어졌다. 그것은 워낙 출중한 출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애초 목표 자체를 오디션의 경쟁이라는 자극적인 틀보다는 ‘귀호강 무대의 힐링’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기도 하다. 합격자들 중심으로 편집해 보여주고, 탈락자들의 무대는 최소화하는 방식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오디션이라기보다는 마치 좋은 콘서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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