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덜 받고 가격 올려라...‘골목식당’ 백종원의 현실적 솔루션

 

이번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릉동 기찻길 골목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방송이 종료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미진함을 털어내기 위해 다시 찾아간 공릉동 가게들은 끝까지 그 진정성을 보여줬다.

 

삼겹구이집은 백종원이 고등어구이를 대체할 새로운 메뉴로 제시했던 1인 김치찜을 완성시켰다. 다시 찾은 삼겹구이집 사장님은 그간의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은 백종원이 이야기하면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놀라운 실천력을 보여준 집이었다. 사골분말과 멸치가루를 같이 써서 깔끔한 맛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쌀뜨물로 육수를 대체함으로서 백종원은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야채곱창집은 노력에 노력을 더해 불맛을 내기는 했지만 백종원이 했던 만큼의 맛을 내지 못해 속상해했다. 결국 다시 찾아온 백종원은 또 다시 불향을 내는 방법을 직접 시연해 보여주면서 한 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만큼 계속 음식 맛은 좋아질 거라는 덕담을 해주었다.

 

이번 편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백반집은 방송 이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본래 점심영업시간이 3시면 끝나야 했지만 1시간 반이 더 소요되어 4시 반에 끝난 백반집. 백종원이 찾아가 보니 단 일주일만에 백반집 사장님과 딸은 눈에 띄게 살이 빠져 있었다. 중간에 손님을 잘라야 하는데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걸 쉽게 허락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하지만 애써 괜찮다고 더 어려울 때도 잘 버텼다고 말하는 백반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강한 어조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그렇게 하다가는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 결국 장사는 마라톤이라며 오는 손님들을 다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가는 게 중요하다”고 백종원은 말했다.

 

그것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점점 체력이 소모되면 쉬는 날도 들쭉날쭉해지고 힘에 부쳐 그것이 음식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다. 그러면 그건 다시 좋지 않은 손님들의 평가로 이어져 결국 음식점이 오래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 백종원은 장사도 장사지만 우선 건강과 체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또 백종원은 다시 한 번 가격에 대해 재고할 것을 조언했다. 이런 백반 상차림에 6천원이라는 건 너무 낮은 가격이라는 것이었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퍼주는 건 좋지만 가게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는 거였다. 그것 역시 이런 백반집이 더 오래도록 장사를 했으면 하는 백종원의 바람이 담긴 조언이었다.

 

지금껏 백종원이 해왔던 솔루션을 보면 음식 맛을 유지하기 위해 숙달될 때까지 손님을 덜 받으라는 얘기는 많았지만, 체력 유지와 더 오래 장사를 하기 위해 손님을 덜 받으란 이야기는 별로 한 적이 없다. 또 가격에 있어서도 내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올리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백반집의 손님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이 백종원의 조언도 바꿔놓은 것이다. 손님 덜 받고 가격 올리라는 그 현실조언에 시청자들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사진:SBS)

'방법'은 성동일에게 씌운 악귀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진종현은 포레스트로 몸을 옮겨가려는 거였어.”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왜 진종현(성동일)이 운영하는 SNS회사 이름이 포레스트인지, 그 회사가 크게 된 것이 ‘저주의 숲’이라는 서비스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포레스트의 로고는 왜 나무 형상과 스티그마타의 형상을 본따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포레스트는 ‘저주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고 로고는 그 숲과 동시에 진종현, 백소진(정지소)의 손에 새겨진 스티그마타 형상의 상처가 담긴 것이었다. 진종현이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들을 프린트해 마치 열매를 달 듯 걸어놓는 나무 역시 그 상징물이었다. 진종현에게 들어간 악귀가 포레스트라는 저주의 숲으로 몸을 옮기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주의 숲에 올라온 무수한 저주의 대상들이 거기 찍혀진 동의에 의해 방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임진희(엄지원)와 정성준(정문성) 모두 그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 대상이다. 이제 한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저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그 대상 속에 임진희와 정성준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높여 놓는다.

 

사실 <방법>이 그려내는 세계는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세계의 룰을 설명하는 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탁정훈(고규필) 같은 민속학 교수 캐릭터는 중요하다. 그는 악귀가 어떻게 몸을 옮겨가고 그 대상이 인간보다는 물건이나 자연물 등에 더 깃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이 더 오래 영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탁정훈은 방법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악귀가 든 귀불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귀불 옆에서는 방법이 통하지 않지만,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귀불이 저주하려는 대상을 찾아 먼저 저주하면 귀불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단서는 저주의 숲에 올라와 있는 임진희가 백소진에게 방법을 부탁하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의 대상이 될 때 주도권을 잡아 역공을 하려는 것일 게다.

 

중요한 건 탁정훈의 이런 설명을 통해 소개되는 이 세계의 룰이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납득되는 이유다. 그것은 누군가를 방법하거나 방법을 막거나, 악귀가 들리거나 옮겨가는 그 일련의 이 세계가 가진 룰들이 우리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저주의 확산과 그 결과들을 은유하는 것처럼 설정되어 있어서다.

 

포레스트라는 회사가 SNS를 통해 ‘저주의 숲’을 운영하고, 진종현에게 든 악귀가 그 숲으로 몸을 옮겨 불특정다수를 방법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여러모로 우리네 SNS를 타고 번져나가는 혐오와 그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방법>을 그런 혐오 사회가 갖는 폭력을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방법>을 보고 있으면 그 초현실적인 대결을 통해서도 어떤 현실적인 실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안에도 존재할 수 있는 ‘저주의 숲’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 상황이 터졌을 때 저도 모르게 SNS를 통해 누군가를 방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건 어쩌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은 아닐는지.(사진:tvN)

‘미스터트롯’, 막강해진 팬덤 이젠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본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유명세일까.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까. TV조선 오디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 임영웅 편애 논란이 터졌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담당작가의 SNS였다. 임영웅의 노래가 음원사이트에 진입한 걸 축하는 내용의 그 SNS에서 ‘장하다 내새끼’ 같은 해시태그가 발단이 됐다.

 

제작진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즉 임영웅을 편애하는 내용이 아니라 곡이 차트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건 사실일 게다. 흔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새끼’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하는 출연자들에게 쓰이곤 한다. 그만큼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지만 그렇다고 그 특정 출연자를 편애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 역시 이런 오해가 발생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즉 결승전 방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런 SNS 자체를 조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또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작가가 참가자들을 각각 1대1로 담당,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 작가가 자신이 담당하는 가수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마음을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로서 SNS에 게재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부적절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편애설과 함께 프로그램 상의 자막이나 편집 심지어는 분량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생겨나는 잡음들일 수 있다. 제작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출연자들의 분량을 완벽하게 맞춰서 내보내기는 어렵다. 그건 또한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자막이나 편집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필수적인 양념이 되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맞춰진 <미스터트롯>의 자막과 편집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폰트의 글들이 화면 가득 채워지기도 하고, 특정 장면들은 심지어 서너 번씩 반복적으로 편집되어 보여지면서 강조점을 찍기도 한다. 그건 그 출연자들의 무대가 가진 묘미와 매력을 극대화해서 전해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지만, 모든 출연자들의 형평성을 잣대로 세우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중반까지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점점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별 문제되지 않던 자막, 편집, 분량 나아가 제작진의 사소한 SNS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어떻게 편집되느냐에 따라 현장이 아닌 방송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의 문자투표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팬덤이 개입한다. 초반에는 생기지 않던 팬덤이 후반으로 갈수록 확고해지고, 이들은 심지어 문자투표 독려 같은 ‘활동’까지 하게 된다. 각자 지지하는 출연자가 조금이라도 박대를 받는다 싶으면 그건 ‘논란’으로도 쉽게 비화된다. 애정이 커질수록 방송을 보는 눈초리는 더 예리해진다.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미스터트롯>에 갑자기 불거진 편애설은 하나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을 제작진들은 좀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건 팬덤들이 이제 눈에 불을 켜고 방송 전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적절한 소재와 기획의도를 가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형식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강력함을 만들어내는 팬덤의 ‘관여 욕구’는 작은 것에도 주의를 요구하게 만든다.(사진:TV조선)

‘아무도 모른다’ 진짜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더 알고 싶은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제목 그대로 은호(안지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좀체 알려주지 않는다. 그가 왜 백상호(박훈)가 운영하는 호텔 옥상에서 뛰어내렸는지, 그 날 왜 돈다발이 들어있는 운동화를 동명(윤찬영)에게 뺏기듯 건넸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민성(윤재용)의 운전기사가 은호를 철거 예정된 건물로 불러들여 폭력을 가했는지, 또 그 운전기사는 왜 그 건물에서 목이 매단 채 죽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은호의 윗집에 살며 부모보다 더 가깝게 지내온 차영진(김서형)은 갑자기 호텔 옥상에서 투신한 은호를 보며 오열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 날 자신을 찾아와 은호가 하려 했던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라면, 좀 더 이 아이가 처한 상황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려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 자책하는 것이다. 병상에서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은호의 몸에 난 누군가에게 맞은 흔적들은 차영진의 궁금증을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그가 은호에게 벌어진 일에 이토록 절박한 심정을 갖게 되는 건 과거 성흔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친구에 대한 부채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 때도 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자신 때문에 그런 비극이 벌어진 것이라 그는 자책했다. 그리고 그 부채감은 그가 형사가 되어 지금껏 성흔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해온 이유가 됐다. 신생명 교회 목사였던 서상원(강신일)이 자신이 살인범이라 자백하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지만 그는 이를 의심한다. 서상원 말고 진범이 따로 있을 거라는 의심.

 

은호 담임선생님 이선우(류덕환)의 매형이자 신성중학교를 소유한 신성재단 이사장인 윤희섭(조한철)는 진실에 다가가려는 선우를 막으며 이렇게 말한다. “너의 선의가 악의로 돌아와 너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그래서 항상 학생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내려 했지만 선우는 점점 은호에게 벌어진 일이 궁금해진다. 결국 차영진과 선우는 그 진실을 추적하는 같은 길 위에 서게 된다.

 

<아무도 모른다>는 쉽사리 사건의 전모를 밝혀주지 않는다. 그래서 차영진과 선우가 가진 절박한 궁금증을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낀다. 어쩌면 성흔연쇄살인사건과 은호에게 벌어진 사건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은호가 다니는 신성중학교는 신성재단과 연결되어 있고 백상호는 그 학교를 지원하는 한생명 재단 이사장이며, 그는 또한 성흔연쇄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신생명 교회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결고리가 희미하게 드러났을 뿐, 구체적인 관계들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들은 사건의 전모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운다. 이것은 <아무도 모른다>를 계속 빠져서 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 전모는 결국 드러날 것이지만,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이토록 갈증을 느끼는 차영진과 이선우의 입장에 시청자들이 함께 빠져드는 것이다.

 

차영진과 이선우는 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가면서 은호라는 한 학생이 처한 상황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들여다보는 일이 어쩌면 진짜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건,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것이 아이들에게조차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들이 꼭꼭 숨겨져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깊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은호에게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차영진과 선우의 여정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이 시대에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일 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니라 아무도 알려 하지 않았던 일일 수 있다는 걸 통해서.(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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