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신이 떴다’, 이들의 호치민 트로트 버스킹에 뭉클한 까닭

 

트로트가 대세긴 대세인 모양이다. SBS 예능 <트롯신이 떴다>는 첫 방에 무려 14.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찍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트로트라는 소재가 고정적인 지상파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한 데다, 최근 트로트 열풍은 젊은 세대들도 이 소재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 출연하는 가수들의 면면이 제목에 걸맞게 레전드급이다. 남진을 위시해 설운도, 김연자, 진성, 주현미 그리고 장윤정까지 합류했고, 이들의 막내이자 가이드, 버스킹 진행자로서 정용화가 투입됐다. 정용화 역시 10년 차로 음악방송에 나가면 선배 대접을 받는 입장이지만 이들 앞에서는 데뷔 년도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기(?)나 다름없었다. 1965년에 데뷔해 55년차 가수인 남진은 말할 것도 없고, 1974년에 데뷔한 김연자, 1982년과 1985년에 각각 데뷔한 설운도와 주현미가 아닌가.

 

<트롯신이 떴다>는 그래서 최근 트로트 열풍으로 주로 마스터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이 대거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들이 베트남 호치민에서 그것도 길거리 버스킹을 시도한다는 건 젊은 세대들 또한 관심을 갖게 만든다. 어찌 보면 버스킹이라는 그 방식은 중장년층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여겨질 법 한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데뷔 3,40년 차 베테랑 가수들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벌이는 버스킹이라니.

 

<트롯신이 떴다>는 그 형식이 이미 많이 나왔던 여러 음악 프로그램들을 하이브리드한 느낌이 강하다. 제목은 마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밀리가 떴다>를 연상케 하고, 트로트의 전설, 여신 등등의 호칭을 갖는 이들이 모였다는 건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무대가 국내가 아닌 해외 그것도 길거리라는 건 <비긴어게인>이 떠오른다.

 

하지만 여러 음악 프로그램들의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트롯신이 떴다>는 트로트라는 장르를 K팝처럼 K트롯으로 해외에 전파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어 그 시도를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 있다. 트로트를 잘 접해보지 않은 외국인들 앞에서 부르는 건 가수들도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뻔한 그림을 예측할 수 없다. 여러 형식들이 붙여졌지만 이 프로그램만의 새로움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런 기획적인 포인트를 차치하고라도 이 프로그램이 첫방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 쉽지 않은 버스킹 무대에 오른 가수들의 남다른 열정이다. 나이순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어 첫 번째로 노래를 부른 설운도는 말이 통하지 않아 관객들과 초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남다른 어려움을 보였다. 하지만 ‘쌈바의 연인’을 부르며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관객들 앞으로 다가가 호응을 이끌어내려 노력한 것.

 

그래서 차츰 흥을 끌어올리는 설운도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장윤정과 주현미는 울컥 하는 감정을 드러냈다. 그건 연차가 그렇게 높은 가수들이지만 마치 이제 갓 데뷔하는 듯한 열정이 거기서 묻어났기 때문이다. 김연자는 특유의 흥으로 ‘10분 내로’를 열창함으로써 분위기를 단박에 띄워놓았고, 뜬 분위기에서 진성은 여유롭게 ‘안동역에서’를 불렀으며, 주현미는 ‘짝사랑’을 부르며 특유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막내 장윤정의 ‘초혼’은 베트남 현지인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결국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관건은 어떤 출연자들이 등장하느냐와 그들이 보여주는 남다른 열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트롯신이 떴다>는 충분히 준비된 프로그램이었다. 최근 불고 있는 트로트 열풍에 또 하나의 불길이 될 수 있을 만큼.(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이 퍼주는 걸 걱정하는 상황이라니

 

“괜찮으시겠어요? 식당을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일한만큼의 수익이... 보람이라는 게 손님이 맛있게 드시는 것도 보람 있지만 저도 제 인건비 플러스 조금 더 나오면 좋죠. 그게 100점 만 점에 100점이지. 사장님이 잘 되시는 모습을 보여줘야 사장님만 행복한 게 아니라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 감명을 받아서 시작하는 사람들한테 귀감이 되셔야 하잖아. 그런데 손님들한테 뭐 자꾸 퍼주고 좋기는 하지만 돈도 못벌고 뭐 버는 거 없어요 이래 버리면 그렇잖아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공릉동 기찻길 골목 찌개백반집을 찾은 백종원은 먹다 말고 그렇게 걱정 가득한 조언을 내놨다. 얘기의 발단은 제육볶음을 추가하는 가격으로 3천원이 비쌀 거 같아서 2천원으로 내리겠다는 사장님 모녀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도대체 장사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건 차치하고 이 집은 손님들에게 부담될 수 있는 가격 걱정이었다.

 

지금껏 많은 식당들이 이 프로그램에 등장했지만 가격을 내리는 걸 걱정하는 백종원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대부분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는 걸 백종원이 지적하고 그래서 레시피와 솔루션이 제공된 이후 가격을 내리는 게 일반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보여줬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 집은 백반 가격이 6천원이다. 정성스레 매일 새벽 같이 나와 지은 따뜻한 밥에 국과 메인요리 그리고 8가지나 되는 반찬을 내놓는 백반의 가격치고는 싼 편이다. 그 가격도 심지어 일 년 전에 올린 거란다. 그 전에는 5천원을 받았다는 것. 그 집을 단골로 찾는 분들이 어째서 이 백반집을 마치 집밥 먹으러 온 가족처럼 대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이 나간 후 손님이 늘면 단골손님들이 불편해지실 것을 걱정해 아침 10시까지는 그 분들을 위한 아침 식사시간으로 아예 공고를 붙여놓는 사장님의 마음이 그렇고, 그 집을 찾아와 달라진 제육볶음을 먹으며 이런저런 조언을 아낌없이 내놓는 단골손님들의 마음이 그렇다. 백종원은 육가공업체에 일하는 저런 전문가분들이 이전 제육볶음의 고기가 이상했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며 그렇지만 별 얘기 없이 먹었을 정도로 그 분들이 이 집을 가족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거라고 했다.

 

잠깐 달라진 제육볶음의 맛을 한 번 보기 위해 들렀던 백종원에게 다른 반찬들도 내놓고 밥도 챙기고 또 바꾼 해물순두부를 맛보게 하는 등, 그를 탈탈 털어 배우려는 사장님의 자세를 보며 정인선은 저 연세에도 저런 열정이 놀랍다고 했다. 그러니 백종원도 기꺼이 탈탈 털려줄 수밖에 없다. 아침밥을 먹고 왔는데도 고맙다며 사장님이 내주는 음식들의 맛을 기꺼이 봐준다. 그러면서 ‘퍼주는 걸’ 걱정하는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전한다.

 

“이 일을 보고 많은 젊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이 돈만 보고 일을 하려 하지 않아요. 내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해봐야지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점점 떠나버리면 안되잖아요. 이 업계를. 그러니까 그 분들한테 모범이 되셔야 하는 거예요.”

매일 같이 코로나 19로 뒤숭숭한 시국이다. 그래서인가 유독 이번 공릉동 기찻길 골목 찌개백반집이 전하는 갓 지은 밥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미담이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느낌이다. 이 집이 잘 됐으면 좋겠고, 나아가 이런 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으며, 그런 집들이 또 돈도 잘 버는 그런 날들이 오길 바라는 마음은 백종원이나 시청자들이나 마찬가지였을 게다.(사진:SBS)

‘날씨가 좋으면’, 누군가의 외로움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

 

“옛날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어. 그 소년은 항상 사람들한테 상처를 받곤 했지. 소년이 순진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늘 소년을 속이거나 배신하곤 했거든.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산에서 늑대 한 마리를 만나. 그 늑대가 눈썹 하나를 뽑아주며 말하길 이 은빛 눈썹을 눈에 대고 사람들을 바라보면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보일거야. 간사한 원숭이, 교활한 여우, 못된 돼지, 음흉한 너구리. 소년이 본 세상 속엔 진짜 사람은 없었어. 그래서 소년은 진짜 사람들이 사는 곳을 찾아 떠나기로 해.”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임은섭(서강준)은 굿나잇 책방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에서 자신이 좋아한다는 ‘늑대 은빛 눈썹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져 동파로 이모네 호두하우스 펜션의 수도가 폭탄 터지듯 빵빵 터져버린 어느 날. 사람들은 굿나잇 책방에 모여 앉아 전설과 설화 이야기를 두런두런 꺼내놓는다.

 

아주 오래 전 그 추운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동굴 속에 들어앉았던 우리네 태곳적 조상들도 그랬을 게다. 이야기는 아마도 그 힘겨운 시간들을 버텨내게 해주는 작은 희망이었을 지도. 그래서 굿나잇 책방에 모여 앉은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살풍경한 바깥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안온하고 따뜻한 생기를 끄집어낸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임은섭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시골 마을에 이런 책방을 열어놓고 살아가지만 어딘지 숨겨진 어둠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인물. 살풍경한 세상에서 도망치듯 이 마을까지 내려온 목해원(박민영)은 고등학교 시절 ‘살인자의 딸’이라는 게 절친으로 믿었던 김보영(임세미)에 의해 학교에 퍼지면서 지옥을 겪었다. 은섭의 ‘늑대 은빛 눈썹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년처럼 해원에게 친구들은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해원이 서울로 올라가 만난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해원에게 은섭이나 이 북현리 마을 사람들은 다르다. 물론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외로움과 고독 속에 살아가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섭의 동생 임휘(김환희)가 스스로 전교 왕따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니까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애가 자신을 좋아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듯.

 

목해원처럼 북현리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겨울이 있고 밤이 있고 홀로 맞서기에 두려운 숲이 있다. 목해원의 이모 심명여(문정희)가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살아가면서도 그 속을 드러내놓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나 실상은 다 외롭고 힘들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굿나잇 책방 같은 곳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하며 그 추운 나날들을 버텨낸다.

 

은섭은 이미 어려서부터 그 외롭고 두려운 숲을 마주하며 살아왔다. 그가 가끔 밤에 찾아가는 숲 속의 외딴 집은 상처 입은 순진한 영혼이 홀로 숨었던 곳이었다. 그는 외롭고 두려운 밤 숲길을 홀로 걸어 그 집을 찾아가곤 했다. 그의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삶이 사실은 얼마나 추운 겨울 홀로 선 삶이었는가를 그 숲 속 외딴 집은 알고 있었다.

 

“그런 곳이 있어?” 은섭의 ‘늑대 은빛 눈썹 이야기’에서 소년이 찾아간 ‘진짜 사람이 사는 곳’이 있었냐고 해원은 묻는다. 하지만 은섭은 그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 어디에도 진짜 사람들은 살지 않아서 소년은 결국 혼자 그렇게 외롭게 살다가 죽었다는 이야기.” 아마도 그 이야기의 ‘은빛 눈썹’은 은섭 자신일 게다.

 

숲으로 갔다는 은섭을 찾아 나선 해원이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서 도망치듯 숲을 빠져나오다 은섭을 마주한다. 그는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지만 눈물을 흘리며 은섭을 꼭 껴안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흘러나온다. “너무 불쌍해.” “뭐가?” “늑대의 눈썹을 가진 그 소년 말이야. 외로웠을 거 아냐. 지독하고 지독하게. 그 소년은 얼마나 추웠을까?” “그런 소년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안아줘야지. 힘껏 안아줘야지. 온 힘을 다해 그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꼭 안아줘야지.”

 

은빛 눈썹 이야기는 우리들 마음 속 깊숙이 숨겨두었던 저마다의 은섭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얼마나 외로웠냐고 얼마나 추웠냐며 꼭 안아준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따뜻함이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외딴 집에서 저마다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우리들을 이 드라마가 온 힘을 다해 안아주고 있으니.(사진:JTBC)

‘아무도 모른다’, 김서형이 나쁜 꿈을 외면하지 않는 건

 

“넌 아직도 거기 사니? 아직 집에 그래놓고 있니?” 차영진(김서형)을 찾아온 살해당한 친구의 엄마는 그렇게 묻는다. 그 질문은 차영진이 과거 성흔연쇄살인사건으로 친구가 희생된 후 여전히 그 시간대에 머물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17년 전부터 그 사건에 뛰어들어 지금껏 놓지 않고 있는 차영진의 집에는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의 사진이 벽 가득 붙여진 방이 있다.

 

차영진은 아래층에 사는 고등학생 고은호(안지호)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건 허락했지만 그 방만은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어린 시절 상습적인 가정폭력 속에서 살았던 고은호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고 그를 도와준 차영진을 계속 따르고 의지했다. 친구가 살해당한 사건을 겪은 후 메말라버린 차영진처럼 텅 빈 그 집 화초에 물을 줘 베란다 가득 꽃들을 피워낸 것처럼 고은호는 차영진의 작은 희망이자 친구가 된다.

 

차영진은 그 방에 왜 들어가면 안되냐는 고은호의 물음에 “그러면 나쁜 꿈을 꿀 테니까”라고 말한다. 고은호는 그러나 그 차영진이 열지 말라는 방문을 열고 들어간 후 상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나쁜 꿈속에서 그가 오래도록 살아왔다는 걸 알고는 놀라게 된다. 이제 공소시효도 거의 끝나버린 연쇄살인사건.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일처럼 지워져가는 그 사건을 ‘나쁜 꿈’이지만 놓지 않고 그는 살아가고 있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차영진이라는 특별한 어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려서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끝까지 그 사건을 파고들고 범인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 어른. 그런 그에게 고은호라는 학생이 또 다른 작은 희망으로 등장하고 있는 건 이 드라마가 향후 벌어질 일들을 예감케 만든다. 학교 내에서 왕따와 폭력을 당하고 있는 고은호에게 벌어질 사건은 차영진으로 하여금 또 다른 나쁜 꿈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차영진에게 과거 친구를 앗아간 성흔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일과 고은호라는 학생이 겪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일은 다른 일이 아니다. 고은호가 부모로부터 보호받기는커녕 심지어 학대받고 있었고, 오히려 윗층에 사는 차영진이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그려나갈 ‘좋은 어른’이라는 것이 핏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말해준다. 텅 빈 집 화초에 물을 주고 햇볕을 받게 하고 바람을 들여 꽃을 피워내는 보살핌과 관심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임을 증명해주는 일이니.

 

“만에 하나 나한테 나쁜 일이 생기면요. 아줌마는 몰랐으면 좋겠어요.” 그 방에 들어가 그 끔찍한 사진들을 본 고은호는 차영진에게 그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나쁜 일을 잊지 않고 가슴에 담은 채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삶은 고은호가 말했듯 끝없는 괴로움을 버텨야 하는 삶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는 그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려는 차영진이라는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꽤 많은 사건사고들이 터졌고, 그 중 많은 것들은 그 진실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지지 않은 채 묻히고 지나가 버렸다. 그 진실을 포기하고 파헤친다는 건 아픈 상처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인지라 그렇게 지나치는 걸 우리는 때론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그 진실을 지금도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아파서 지나쳐버린 진실은 어쩌면 또 다른 사건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좋은 어른이란 힘겨워도 진실을 직면함으로서 아이들에게만은 그 상처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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