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잡아라’, 첫 방부터 웃음과 긴장감 모두 잡은 문근영

 

정말 캐릭터 이름에 걸 맞는 ‘유령’ 같은 문근영이다. 4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인 tvN <유령을 잡아라>에서 문근영은 첫 방부터 웃음과 긴장감을 모두 잡았다. 시작은 발랄하고 엉뚱하지만 의외로 통쾌한 웃음이다. 지하철 경찰대에 들어가기 위해 취객 분장을 한 채 소매치기를 잡는 시퀀스는 이 유령(문근영)이란 인물의 특별한 매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드는 열정에, 모든 지하철역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담아놓고 있어 지상으로 도망치는 범인을 지하로 쫓아가 잡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인물. 그의 존재감이 빛나게 된 건 왕수리 지하철 경찰대의 고지석 반장(김선호)과의 대비 때문이다. 어딘지 경찰이라기보다는 공무원에 가깝게 몸을 사리고, 겁도 많아 보이는 고지석 반장이 머뭇거릴 때 저 앞으로 뛰쳐나가는 유령이 묘한 팀워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웃음과 가벼움은 유령의 숨겨진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면서 진지한 긴장감으로 이어졌다. 즉 그가 그토록 온 몸을 던져 지하철 경찰대에 들어가려 하는 이유와 지하철의 모든 구조들을 꿰게 된 이유가 실종된 자신의 쌍둥이 동생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드러난 것. 지하철 연쇄살인범을 잡는 일이 고지석 반장에게 내려진 특명이면서 또한 동생을 찾기 위한 유령의 목표가 된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명확한 지향점을 드러낸다. 여기서 가벼운 웃음은 진지한 긴장감으로 변하게 된다.

 

유령이라는 다소 만화 같지만 귀엽고 발랄하면서도 남다른 열정을 드러내는 진지함으로 돌변하는 캐릭터나, 고지석처럼 겁 많아 보이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캐릭터가 엉뚱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지하철 경찰대라는 소재의 특이성 때문이다. 지금껏 연쇄살인범을 잡는 스릴러 장르라고 하면 웃음기 쏙 뺀 긴장감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웃음의 코드나 그런 캐릭터는 세워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하철 경찰대는 강력반이 등장하는 스릴러와 달리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잡범들을 잡는 이야기가 주일 수밖에 없다. 즉 소매치기를 잡아낸다거나, 몰카를 찍는 성추행범들을 잡는 일들이다. 물론 잡범이라는 표현에 들어 있듯이 이들 범죄가 가볍다는 건 편견이다. 그래서 잡범들을 잡는다는 어딘지 가볍게 보이는 이야기가 차츰 중대 범죄처럼 느껴지면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런 편견을 깨려는 드라마의 기획의도이기도 하다.

 

몰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범죄자들이 동영상을 돌려보는 차원을 넘어 특정 인물을 지목해 납치하고 성폭행을 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이 가볍게만 보이는 사안의 중대함을 드러낸다. 결국 붙잡힌 범인이 “살살 좀 합시다. 내가 뭐 사람 죽인 것도 아니고”라고 하자 유령이 “죽였어 사람. 몰카, 성폭행 그거 인격살인이야”라고 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도 들어가 있듯이 ‘피해자가 느끼는 상처의 무게’엔 경중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엄청나게 잔인한 연쇄살인범보다 지하철 같은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훨씬 더 우리에게 실감을 주고 더 큰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문근영은 귀여움과 엉뚱함에 절절한 눈물과 열정을 오가는 연기로 그 몰입감을 제대로 선사해내고 있다. 파트너로 등장할 김선호의 웃음 터지는 허당기와 어떤 케미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궁금하고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

'스푸파'가 깬 음식에 대한 편견과 그 나라의 진면목

 

멕시코하면 누구나 먼저 타코를 떠올릴 게다. 그래서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2> 멕시코시티 편에서 백종원이 제일 먼저 찾아간 타코(저들은 따꼬라고 부르지만)는 시청자들에게도 한밤중에 식욕을 자극한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철판에 고기를 구워 타코에 싸고 거기에 여러 종류의 살사소스를 얹어 먹으며 환호를 보내는 백종원의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입맛을 다시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백종원은 타코에 대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타코에는 3대요소가 있다며 또르띠야, 고기, 살사 소스가 그것이란다. 그런데 살사 소스는 수백 가지 종류가 있어 멕시코 사람들은 그 맛있는 살사 소스가 있는 집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우리의 머릿속에 막연히 있는 몇 가지 맛으로 국한되어 있던 살사 소스의 선입견은 슬쩍 깨져버린다. 우리가 기껏 아는 살사 소스란 멕시코의 국기색깔을 연상케 하는 세 가지 살사 메히까나, 살사 베르데, 살사 로하 정도가 아닌가.

 

멕시코 음식을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 바르바꼬아는 그래도 익숙한 음식일 게다. 양고기를 구덩이안에 나무를 지펴 오랜 시간 구워내는 멕시코식 바비큐 요리. 이렇게 조리하면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먹을 수 있게 된다. 또 양고기 특유의 냄새도 잡아낸다. 고기를 선인장 잎사귀로 감싸서 굽기 때문에 그렇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백종원은 술 생각나는 밤이라며 멕시코의 100년 넘은 선술집을 찾았다. 데킬라를 주문해 손등에 소금을 묻혀 라임과 함께 먹는 그 맛 또한 아마도 우리네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맛일 게다. 데킬라라는 술 자체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해장을 한다며 시장을 찾아 백종원이 시켜먹은 이른바 ‘판시따’는 사실 멕시코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메뉴가 아닐까 싶다. 멕시코판 해장국이라고 백종원이 말하듯, 내장을 푹 끓여낸 걸쭉한 국물의 이 음식은 사실 잘 모른다면 뭐가 들었을지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어 그 선입견 때문에 시도 자체가 어려운 음식일 수 있다.

 

하지만 “끝내준다”며 마치 “한식 같다”고 말하는 백종원의 말 한 마디에 이런 선입견은 깨져버린다. 그는 심지어 “호텔을 시장 근처로 옮겨야겠다”며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사실 해외를 가도 시장을 찾아가 그네들의 일상적인 음식을 시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전 정보가 없고 그래서 음식에 대한 어떤 편견과 선입견이 자리하게 되면 맛 좋고 영양 좋은 음식도 ‘생각’이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2>가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음식만이 아니라 길거리 음식 그리고 시장통에서 먹는 음식까지 소개하고 있는 건 꽤 괜찮은 시도라고 보인다. 하노이의 어느 골목길에서 찾아먹는 저들의 백반이나, 시안의 길거리에서 사먹는 대추로 맛을 낸 떡, 터키에서 먹는 터키식 내장탕 같은 음식들이 이 프로그램이 디테일하게 전하는 정보들에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혹여나 그 곳에 가게 되면 레스토랑만 찾을 게 아니라 시장 골목을 찾아가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사진:tvN)

넷플릭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와 국내 코미디 현실

 

“세상의 남자는 둘로 나뉩니다. 저랑 잔 남자, 저랑 잘 남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스탠드업 코미디다. 박나래 혼자 무대에 나와 마이크 하나 들고 한 시간 동안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19금으로 보기가 제한될 정도로 수위가 높다.

 

사실 수위라는 것은 보는 이의 느낌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스탠드업 코미디의 맛을 현장에서 봤던 분들은 좀 더 높은 수위의 토크를 기대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에게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그래도 순화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를 경험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세게 느껴질 수 있다.

 

박나래는 무대 위에서 거침이 없다. ‘섹스’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섹스’를 연상시키는 농담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박나래의 19금 토크는 그래서 “기한84와 하지 못했다”는 말로 빵 터트린 후, “속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다”고 뒤집어놓는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흥미로운 건 그 웃음에서 어떤 해방감이나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그간 어디서도 쉽게 꺼내놓지 못해 마치 금기시되어 있는 말들을 공공연하게 꺼내놓는 것이 주는 해방감이다. 욕도 등장하고, 과감한 성적인 소재의 농담들도 마구 꺼내진다. 하지만 그것은 불쾌감을 주기보다는 속 시원한 해방감으로 다가온다. 그 수위 높은 농담에 객석에 남녀를 불문하고 성인들이 같이 깔깔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은 어째서 우리에겐 이런 무대가 금기시되다시피 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같은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는 불가능했을 게다.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우리에게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형식 자체가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찾아보자면 우리에게 스탠드업 코미디의 전통은 저 마당극에서 재담으로 행인들을 끌어 모으는 이에서 찾을 수 있을 게다. 그만큼 마이크(말) 하나만 있으면 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웃음의 기원에 맞닿아 있을 만큼 본질적인 코미디 형식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방송이 코미디의 중심으로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처음 극단에서 방송으로 온 코미디는 콩트가 중심이었고, 그 다음에는 버라이어티쇼가 중심이었다. 그러다 리얼 버라이어티로 또 리얼리티쇼로 예능의 트렌드는 움직여왔다. 거기에 혼자 서서 관객들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자리는 없었다. 과거 <유머일번지> 시절에 시사개그의 일인자였던 고 김형곤씨 같은 개그맨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클럽에서 시도해오긴 했지만 미국처럼 하나의 방송의 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그러니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같은 본격 스탠드업 코미디는 넷플릭스처럼 그 형식이 주류 장르가 되어 있는 플랫폼이 있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가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또 한 가지 이유는 역시 우리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19금 코드 개그라는 소재 때문이다. 국내의 방송 콘텐츠들은 19금 소재에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그건 드라마도 마찬가지도 예능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게 된 건 지상파 시절 그 플랫폼이 갖는 이른바 ‘보편적 시청자’ 지향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플랫폼이 다원화되어 ‘보편적 시청자’라는 틀이 하나의 허상이 되어버린 마당에 이런 스스로 한계를 지우는 제작자나 방송사의 마인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19금 소재도 이제는 지상파에서 연령 제한을 두고 방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재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다. ‘성인들을 위한 콘텐츠’ 자체를 낮고 저급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구시대의 소산이다. 저급이냐 고급이냐의 문제는 소재가 아니랴 콘텐츠의 완성도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같은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는 넷플릭스가 아니면 공공연히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물론 콘서트를 직접 찾아가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만, 우리네 방송에서도 과감하게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최근 국내 개그와 코미디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여전히 과거 지상파 시절의 틀 안에서 개그와 코미디의 영역이 머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업계도 방송사도 한번쯤 고민해볼만한 문제다.(사진:넷플릭스)

‘배가본드’에 담긴 무척이나 씁쓸한 우리네 현실

 

“국가의 명령이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차달건(이승기), 고해리(배수지)와 함께 비행기 폭탄테러의 증인인 김우기(장혁진)를 보호하려 사투를 벌이던 기태웅(신성록)은 국정원장의 그 말에 갈등하기 시작한다. 지원을 빙자해 투입된 암살조 앞에서 차달건과 고해리 그리고 김우기가 죽을 위기에 처했음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국가의 명령’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과연 국가의 명령인가. 국가를 호명해 개인적 치부와 권력을 잡으려는 이들의 비뚤어진 욕망인가.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두고 존엔마크사 제시카 리는 경쟁사인 다아나믹사 기종의 민항기를 테러해 여론을 자사에 유리하게 돌리려 하고, 이것은 국정원 내부의 민재식 국장(정만식), 국방부 정책실장 박만영(최광일) 그리고 쉐도우로 불리며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윤한기 민정수석(김민종)까지 연관되어 있다. 게다가 대통령 정국표(백윤식)나 홍순조 국무총리(문성근)는 사실상 이런 일들을 방조하다시피 한다. 앞에서는 국민을 호명하며 눈물까지 흘리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러니 국가의 이익이란 저들의 말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심지어 비행기 테러로 자국민들이 아이들까지 사망했지만 진상규명 같은 건 애초 저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것들이다. 대신 어떤 것이 정치적 이득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어떤 것이 저들의 돈과 권력에 유리한가만을 저들은 판단한다.

 

<배가본드>는 이런 국가 수뇌부와 국정원까지 연루된 게이트를 다루는 액션 장르의 드라마지만, 그 밑그림으로 과거 정권들이 만들어냈던 현실들을 환기시킨다. 이명박 정권 시절의 BBK사건 의혹 같은 권력을 통한 개인적 치부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스모킹건이 됐던 비선실세 그리고 당시 벌어졌던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들이 묘하게 <배가본드>의 밑그림 안에 녹아 있다. 거기에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른바 ‘나쁜 짓들’이 떠오른다.

 

“당신은 나라에서 월급 받잖아. 난 세금 내는 사람이고. 내 문제고 내가 해결할 일이야. 내 조카가 죽었으니까.” 김우기를 데리고 입국하는 배 위에서 차달건은 고해리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는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월급 받는 사람은 그 주는 사람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그의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에게 월급 주는 사람은 과연 국가인가. 아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다. 그래서 차달건의 이 대사는 스스로 가진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건 그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문제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저들은 국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존재들인 것. 그 이야기를 들은 고해리가 현실을 이해한다면서도 내놓은 답변에는 이들이 조금씩 이런 사실을 몸소 깨달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 맞아. 난 공무원이고 우리 엄마랑 동생도 부양해야 돼. 근데 다음번에도 이런 일 생기면 어떡할 건데? 그 때도 공무원이니까 국가에서 나쁜 짓해도 모른 척 못 본 척 그래야 하는 거네? 훈이하고 훈이 친구들 우리 아빠 고광철 대령님이 저 위에서 다 보고 있는 거 아는데. 하늘에서 보고 있는 거 내가 다 아는데. 근데 어떻게 무섭다고 나만 도망쳐. 이번에 국민들한테 제대로 알려줄 거야 나쁜 시키들 나쁜 짓 다시 못하게.”

 

사실 우리네 현실에서 국민들이 국가라는 이름에 갖는 인상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건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주기보다는 국민을 호명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했던 권력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억울한 죽음조차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주지 않는 국가 앞에 어떻게 신뢰와 지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배가본드>에서 돈키호테처럼 차달건과 고혜리는 국가와 싸우게 되었다. 그건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이 죽을 위기를 매번 넘기고 점점 저 부패한 권력의 실체를 까발리기 위해 다가가는 그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차달건의 일갈이 속 시원해지는 건 국가의 명령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우리 시대의 지엄한 정서가 깔려 있어서다.

 

“국가를 위해서 불철주야 수고 많으십니다. 뭐야 윤한기 민정수석도 와계시네? 야 기태웅이 정의로운 척 혼자 다 하더니 거기 붙어먹으니까 살만 하냐? 민재식 국장 야 넌 욕도 아깝다. 니들 다 엿 됐어 이 새끼들아! 내가 곧 박살내러 갈 거거든!”(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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