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 일본편, 합석해 음식을 나누는 풍경이라니

이것이 바로 잔칫집 분위기가 아닐까. tvN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이 일본에서 연 반찬가게는 물밀 듯이 손님들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뤘다. 줄은 점점 길어져 한 블록 끝까지 이어졌고, 두 시간씩 기다리는 분들도 있었다. 첫 날 찾은 손님들이 맘카페 같은 데 후기를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었다.

반찬은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고, 그래서 마지막에는 한 손님 당 한 개씩만 가져가게 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식사를 위해 오신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음식들도 하나씩 동이 나버렸다. 게장은 제일 먼저 바닥을 보였고, 김치찜도 전부 나가 나중에는 김치찌개로 전환하기도 했고, 새로운 메뉴로 닭볶음탕에 제육볶음이 즉석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떻게든 찾아주신 손님들에게 음식 하나라도 대접하고픈 <수미네 반찬>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니 음식에서도 손님들은 그리운 고향의 맛, 엄마가 해주시던 집밥의 맛을 찾았다. “한국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맛이다”라는 손님의 말은 왜 <수미네 반찬>이 일본까지 가서 반찬가게를 열었는가에 대한 답변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미네 반찬>을 더욱 감동적으로 만든 건 자리가 부족해 합석할 수밖에 없었던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집밥’을 먹으며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김수미의 다음 작품을 함께 하기로 한 영화감독은 자리를 함께 한 유학생들에게 손수 자신이 주문한 게장을 건네며 맛보라고 했고, 유학하면 집밥 생각이 더 난다며 그들의 입장을 공감했다. 그리고 나오면서 그 유학생들 몰래 음식 값을 대신 내주고 나오는 배려도 보여줬다.

그 자리에서 합석으로 처음 만난 손님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음식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일거리를 줄이기 위해 한 자리에 반찬들을 가운데 함께 먹도록 내놓은 것이지만, 그렇게 함께 음식을 먹다보니 낯선 타인들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재일교포와 함께 온 손님은 주문한 닭볶음탕을 앞에 함께 앉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같이 먹자고 했다.

이런 분위기가 가장 고조된 건 오래 기다리는 손님들 때문에 안에 들어와 있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장면에서였다. 김수미 특유의 호통으로 “빨리 먹고 가라”는 유머 섞인 권유에 손님들은 웃으며 화답해주었다. 장동민도 세상에서 제일 천천히 드시는 분이 왔다며 밖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분들이 있으니 천천히 드시고 가라는 반어법으로 웃음을 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그 말에 손님들도 기꺼이 동조해주었다.

아마도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모두가 똑같이 그리운 한국음식에 대한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그러니 내가 그리웠던 만큼 다른 분들도 똑같이 그리울 거라는 걸 공감하고 한 뜻이 되었던 것. 한 자리에서 자기가 시킨 음식이지만 앞자리 사람에게도 맛보라 권하는 진풍경은 그런 공감대가 있어 가능했다.

그리고 그건 우리네 잔칫집 분위기 그대로였다. 낯선 사람이 함께 앉아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도 나누던 그 잔칫집 분위기. <수미네 반찬>이 일본에서 연 반찬가게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이 음식 하나로 묶여지는 마음들이 아니었을까. 그 마음에 담긴 그리움과 진심이 느껴져 특히 감동적인 풍경이 될 수 있었다.(사진:tvN)

‘골목식당’ 손님 생각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대전의 청년구단. 처음엔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장소가 안 좋다는 것 때문 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대전 청년구단 사장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장사가 안 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 발견됐다. 식당을 열고는 있지만 손님 생각은 전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있을까.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식당이 바로 막걸리 집이었다. 오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막걸리를 개발했다는 이 집 사장님은 처음부터 솔루션을 요청하면서 “막걸리는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막걸리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고, 백종원이 그만큼 알까싶어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막걸리를 즐긴다는 백종원은 그만큼 기대하는 얼굴이었지만 막상 막걸리를 맛보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생각했던 막걸리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어떤 물을 쓰냐며 물맛에 따라 막걸리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지만 막걸리 집 사장은 수긍하지 않았다. 수돗물을 쓰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고, 맛은 물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서였다.

다시 만나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백종원은 물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다시 했지만 사장은 “물맛보다는 누룩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이야기에 산까지 올라가 약수를 길어와 막걸리를 만들어 내놓은 사장은 일반 생수를 쓴 막걸리와 약수 막걸리를 비교해본 결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약수 막걸리가 더 맛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막걸리를 맛본 백종원은 여전히 갸우뚱한 얼굴이었다. 

결국 백종원은 시중에 나와 있는 유명한 지역 막걸리들을 가져와 사장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막걸리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는 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12개의 막걸리 중 2개만 겨우 맞혔을 뿐이었다. 그것도 하나는 자신이 만든 막걸리였다. 백종원은 사장이 만든 막걸리가 다른 막걸리들과 비교해 먹어보면 맛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사장은 막걸리가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며 모두가 통일된 맛을 낸다면 소규모 양조장들은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사장의 말대로 본래 가양주(집에서 담그는 술)였던 막걸리를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막걸리 맛이 다른 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고 개성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럴 거면 굳이 식당을 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담가 혼자 마시는 술이 어떤 맛이 있건 그건 말 그대로 그 집의 개성일 수 있지만, 손님을 상대하는 막걸리집이라면 손님들의 입맛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닐까. 

12개의 막걸리 중 사장이 좋다고 한 막걸리 3개(자신의 막걸리 포함)을 꺼내 청년구단의 다른 식당 사장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투표를 한 결과 사장이 만든 막걸리는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손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하고 대중적인 건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사람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솔루션은 왜 신청했을까.

손님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태도는 딱히 막걸리 집 사장만이 아니라 이 청년구단 사장들 모두가 가진 문제였다. 덮밥집의 ‘김치스지카츠나베’는 그 이름 자체가 어려워 그 지역의 주 고객층인 40대 이상의 손님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할 수밖에 없었고, 양식집의 순두부 파스타는 그때 그 때 간을 해 균일화된 맛을 내지 못해 짜다는 손님들의 평가를 받았다. 햄버거집은 언양식 불고기 흉내를 냈지만 불맛을 내는 게 아니라 그을음을 얹은 패티를 내놓고 있었고, 초밥집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심지어 청년구단 사장들이 한 테스트에서 바뀐 초밥과 고등어조림은 둘 다 ‘내놓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지목되었다. 

장소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손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사장들의 마인드였다. 자기들끼리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손님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이들은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이라면 그래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손님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내놓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라면 그런 마인드로는 백전백패일 수 있었다. 먼저 그 잘못된 마인드를 깨는 것. 백종원이 혹독한 평가와 독설을 날리는 건, 그 잘못된 마인드가 깨지지 않으면 솔루션이 제아무리 많아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사진:SBS)

‘백일의 낭군님’, 진지함과 코믹함 다 되는 남지현과 도경수

사실 새로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인물관계도를 보면 그 이야기가 구조가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원수지간인 부모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첫사랑, 왕세자라는 캐릭터, 몰락한 가문의 여인, 사고로 기억을 잃고 평민이 된 왕세자와 어쩌다 보니 혼인을 하게 된 여인,... 많이 봐왔던 조선시대판 멜로사극의 풍경이 그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이 시선을 끄는 건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캐스팅이다. 이제는 아이돌 배우에서 ‘아이돌’ 딱지를 떼도 충분할 만큼 연기의 성장을 보여왔던 도경수와, 사극에서부터 현대극까지 아울러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성장해왔던 남지현이 그들이다. 첫 회에서 두 사람은 아련한 사랑의 감정과 아픈 가족사를 담아내면서도, 특유의 코믹한 설정들을 소화해내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왕세자 이율을 연기하는 도경수다. 시작부터 “불편한 건 나뿐인가”라는 유행어가 될 법한 대사를 반복하며 궁궐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묘한 코믹함을 만들어내는 이 인물은, 동시에 아버지인 왕(조한철)과 갈등하는 모습 또한 드러낸다. 결국 아버지의 사주로 인해 자신이 좋아했던 윤이서(남지현)의 아버지가 역도로 몰려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어머니 역시. 

그래서 궁궐 생활을 하면서 계속 엇나가는 이 왕세자는 아버지를 왕으로 세운 김차언(조성하)의 딸 김소혜(한소희)와 혼인을 맺지만 그를 피한다. 오랜 가뭄이 왕세자가 세자빈과 합방을 하지 않아 생긴 음양의 부조화 때문이라는 신하들의 이야기에, 왕세자는 조선의 노처녀, 노총각들도 모두 혼사를 시키라는 명을 내리지만 그것을 자신이 겪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결국 저잣거리로 나오게 될 그는 자신의 명 때문에 윤이서와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궁궐 내에서 그가 툭하면 내뱉었던 ‘불편함’은 그래서 향후 저잣거리에서 그가 겪을 진짜 불편함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내”가 된 그는 악처로 돌변한 윤이서에게 갖은 구박을 받는 존재가 된다. 살짝 비틀어진 관계의 역전이 이 멜로 사극의 코미디적 요소가 된다. 

이율과 윤이서는 각각 저잣거리의 이름을 갖고 있다. 원득과 흠심이라는 이름. 그래서 그들은 100일 간 일종의 가상부부 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만, 때론 가상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법이라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날 멜로는 기대되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들이 그 저잣거리의 서민적 삶을 통해 진솔한 사랑을 피워내고, 자신의 이름인 이율과 윤이서로 돌아왔을 때 바뀌게 될 변화들 또한.

많은 것들이 이미 예상되는 범위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시선을 끄는 건 역시 남지현과 도경수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 덕분이다. 그들이 만들어갈 코믹하고 절절한 멜로 사극이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해를 품은 달> 같은 대중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박보검-김유정, 김수현-한가인 같은 그림 같은 커플의 탄생이 될 테니.(사진:tvN)

‘현지에서 먹힐까’ 이연복 셰프, 이러니 대가라 불릴 수밖에

중국에서 우리의 짜장면이 먹힐까?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그것이 대박이 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였다. 그것은 이번 중국편에 참여한 주인공이 바로 이연복 셰프이기 때문이다. 

무려 46년을 중식에 몸담았던 이연복 셰프다. 얼마나 오랫동안 웍을 잡았을까. 그가 잡은 웍으로 내놓은 요리는 셀 수도 없이 많았을 테고, 그 요리를 맛본 사람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을 게다. 그런 그가 만드는 음식을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니.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문정성시를 이룬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마트폰을 보여줘야 잠잠해지는 아이가 짜장면 맛을 한 번 보고 두 번 보더니 나중에는 아예 스마트폰을 제쳐두고 짜장면에 빠지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주는 의문의 답이 일찌감치 나왔다는 걸 말해준다. 짜장면은 중국에서도 먹힌다. 이미 한류드라마를 통해 중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짜장면이니, 낯설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을 더 갖게 만든 음식이 아니던가.

맛을 본 아주머니가 너무 맛있다며 하나를 더 주문해 아이에게 먹이는 장면도 그렇다. 어딘지 짤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막상 맛보면 그 달달한 맛에 놀라게 되는 짜장면. 그것도 대가가 만들어 내놓는 짜장면의 맛이 정답이 아닐 리 없다. 그래서 짜장면을 맛본 중국인들의 호들갑스런 반응에 처음에는 흐뭇한 미소가 나오다가도 ‘짜장면은 본래 그랬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짜장면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연복 셰프의 진가가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그가 어떻게 그런 대가가 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들. 그건 어쩌면 음식을 만드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다. 신선한 재료를 그 때 그 때 구입해 조리해내는 음식이 쟁여둔 재료를 갖고 하는 음식보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중국 현지에서 시장을 찾아가고 신선한 재료들을 사서 매일 준비하는 이연복 셰프의 면모는 그의 성공의 비결이 바로 그런 ‘성실함’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면모는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정신없이 몰려드는 손님들 속에서 그가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재료 손질에 조리까지 요리를 이것저것 스스로 손을 놀려 만들다가도 손님을 응대해야 하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만든 요리를 직접 서빙하기도 하며, 부족한 테이블을 만들어 내놓기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중식의 대가라는 칭호가 갖는 괜한 권위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 좋은 음식을 더 보기 좋게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찾은 손님들의 불편이 없게 하려는 그 모습에서 ‘진정한 대가’의 풍모가 드러났다. 

이연복 셰프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중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성실함과 낮은 자세는 아마도 이런 긴 세월 동안 몸에 체화된 것들이 아닐까. 40여 년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세. <현지에서 먹힐까>가 보여준 이연복 셰프의 진가가 새삼스레 느껴진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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