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멜로, 지상파, 스타가 아니어도

 

요즘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나오는 얘기가 <미생>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미생>은 지상파에 모두 제안되었다가 결국 tvN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이때만 해도 과연 그게 드라마로도 성공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성공을 거둔 <미생>을 놓친 것에 대해 지금은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생(사진출처:tvN)'

<미생>의 성과는 단지 한 드라마의 성취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 제작자들이 해왔던 관습적인 접근을 대부분 깬 데서 나온 성과이기 때문이다. <미생>을 통해 배워야할 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는 멜로 없이도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미생>이 지상파에서 제작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멜로의 부재때문이었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멜로를 넣어달라고 주문했지만 멜로 없이 해달라는 윤태호 작가의 강력한 요구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수락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tvN에서 방영된 <미생>에 만일 멜로가 들어갔으면 그 집중력이 상당부분 흩어졌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직장동료로서의 장그래(임시완)와 안영이(강소라) 그리고 장백기(강하늘)가 각각 서 있었기 때문에 그들 각자가 가진 직장생활의 고충들과 성장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삼각 멜로에 허우적대게 하지 않은 건 윤태호 작가의 말대로 작품의 성패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셈이다.

 

두 번째로 <미생>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건 리메이크도 하기 나름이라는 점이다. 사실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되기 전부터 이미 1백만 부가 팔린 만화였다. 이것은 그만큼 인지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제작자들에게는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는 장애요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했다가 실패한 <내일도 칸타빌레>를 보라. 그만큼 원작의 무게감은 리메이크에게는 짐이 되는 법이다.

 

하지만 <미생>은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고 평가받았다. 그것은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기보다는(물론 약간 다른 내용들이 있지만), 드라마적인 극적 구성을 강화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이 극적 구성 때문에 웹툰이 가진 마치 바둑을 두는 듯한 지적인 흐름은 감정선이 묻어나는 장면들로 보여질 수 있었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미생>은 실증해보인 것.

 

세 번째는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미생>이 만일 지상파에서 했다면 그만한 성과를 얻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즉 지상파는 상대적으로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고 드라마 소비에 있어서도 패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가 <미생>에 멜로를 요구한 것은 기획적인 패착이 아니라 바로 이런 플랫폼적인 특성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어떤 드라마는 지상파보다는 아예 케이블 같은 비지상파가 훨씬 더 플랫폼으로서 우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플랫폼에 끼워 맞추는 콘텐츠가 자칫 바로 그 점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플랫폼보다 우선되는 것이 콘텐츠라는 점이다. 콘텐츠가 먼저 완성되고 거기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한 <미생>은 그래서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미생>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미 발굴된 얼굴들이 오히려 낫던이 드라마의 캐스팅이다. 김대명, 변요한, 박해준, 류태호, 김희원, 손종학, 정희태, 최귀화, 전석호, 오민석, 태인호, 황석정, 이승준... 우리는 <미생>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무수한 배우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깨달았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봤던 얼굴들이 여기저기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그림이다.

 

이렇게 미 발굴된 얼굴들은 이미지 노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작품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웹툰에서 지금 막 걸어 나온 것 같다는 평가는 바로 이 미 발굴된 얼굴들의 미친 존재감 덕분이었다. 즉 지상파 드라마들도 새로운 얼굴의 발굴이 드라마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미생>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생>의 성공은 드라마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만들었다. 기존의 틀을 고집하며 깨지 못했던 지상파들로서는 한번쯤 숙고해야할 부분이다. 멜로가 없어도 지상파가 아니라도 또 스타가 아니라고 해도 작품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미생>은 보여주었다.

 

MBC, 왜 새 예능 트렌드 열고도 유지 못할까

 

올해의 예능 트렌드에서 주목됐던 두 가지를 고르라면 단연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대변되는 육아예능과 <비정상회담>이 촉발시킨 외국인 예능이 아닐까. 육아예능은 작년 <아빠 어디가>가 돌풍을 일으키며 생겨난 트렌드지만 올해 들어 그 과실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가져갔다. 송일국과 삼둥이 부자 대한, 민국, 만세의 출연은 육아예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외국인에 대한 주목 역시 작년 <진짜사나이>의 샘 해밍턴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올해 들어 그 과실은 <비정상회담>으로 돌아갔다.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한국적인 정서를 잘 이해하고, 우리말에도 능통한 외국인들은 회담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견해와 각국의 문화를 비교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외국인 예능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MBC가 연 이 새로운 예능 트렌드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폐지를 두고 이견이 엇갈리는 상황이고, <진짜사나이> 역시 예전만한 주목도나 화제성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것은 과거 <나는 가수다> 때도 똑같이 벌어졌던 일들이다. 그 때도 <나는 가수다>가 연 레전드 가수 붐<불후의 명곡2>가 그 과실을 따먹었다. 이쯤 되면 MBC 예능이 무언가를 잘 열어놓고도 그 과실을 따먹지 못하는 유지관리에 구멍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그 문제는 역시 최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밤><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아빠 어디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시즌2를 구성하면서부터다. 새로운 출연진들이 구성되었지만 그 파괴력이 시즌1과 비교해 너무 약했다. 게다가 김진표의 출연으로 괜한 소모전을 반복하느라 시즌1의 기대감까지 상당 부분 상쇄됐던 것이 사실이다.

 

아쉬운 일이지만 시즌2에는 시즌1의 성선비 성준이나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4차원의 매력을 가진 준수, 그리고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자주 눈물을 터트렸던 민국이 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시즌1이 만들어낸 과도한 자신감 때문인지 시즌2의 아이들은 그다지 주목되지 못했고 대신 아빠들이 전면에 보이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소박했던 시골 여행에서 갑자기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그 소시민적인 시선이 점점 놀면서 예능하는느낌으로 바뀐 것도 <아빠 어디가> 시즌2의 패착이었다.

 

<진짜 사나이>가 흔들린 것 역시 시즌2에 해당하는 새로운 인물군들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비롯되었다. 물론 군 관련 논란들이 사회사건으로 터져 나오면서 생겨난 외부적인 요인들도 많았지만, 내부적인 문제 또한 없지 않았다. 샘 해밍턴의 바톤을 이어받은 헨리는 군 무식자로 들어왔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캐릭터로 <진짜 사나이>의 실감을 상당 부분 상쇄시켰다. 샘 해밍턴이 군대 체험을 통해 호평을 얻었던 것과는 상반되게 헨리의 출연은 무리수였다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가수다>가 고개를 숙인 것 역시 시즌2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인물군들이 초창기의 전성기 멤버들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생겨났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나중에는 경합에 경합을 이어가는 서바이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더 혹독한 무대를 자꾸 만들려 했지만 그것이 대중들이 <나는 가수다>에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좀 더 지지하고픈 가수들의 놀라운 무대를 확인하고픈 대중들의 욕구는 결국 만족되지 못했다.

 

<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 그리고 <나는 가수다>의 경우에서 보이는 것처럼 MBC 예능은 시즌2의 성격을 갖게 되면서부터 흔들리는 특징을 보인다. 새로운 기획에 있어서는 KBSSBS 같은 타 지상파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게 나와 호평 받은 기획이 계속 유지되는 데는 그만한 인프라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KBS<개그콘서트><12>을 떠올려보면 MBC의 예능 시스템이 얼마나 연약한가를 실감할 수 있다. 계속 새로운 PD들이 들어와 프로그램의 바톤을 이어받고 있지만 그래도 KBS의 예능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어떤 위치를 지켜내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물론 타 방송사가 시도한 예능을 고스란히 가져다가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것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MBC는 새로운 걸 만드는 것만큼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과실은 계속 다른 곳에서 얻어갈 것이니 말이다.

 

유호진 PD의 몰카는 왜 특별할까

 

<12> 유호진 PD가 또 멤버들에게 당했다. 1주년을 맞아 미스에이 수지를 데려오라는 미션에 엉뚱하게도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 이수지를 부른 출연자들은 그녀에게 유호진 PD를 전화로 속여달라고 요청했다. ‘황해에서 보이스피싱을 했던 그 경험(?)이라면 충분히 그를 속일 수 있을 거라는 것. 실제로 그녀는 수지의 소속사인 JYP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를 사칭해 유호진 PD에게 항의전화를 했고 거기에 그는 깜박 속아 넘어갔다.

 

'1박2일(사진출처:KBS)'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해 그 날의 미션을 정산하면서 차태현을 통해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게된 유호진 PD는 특유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황당해했다. 출연자들은 유호진 PD가 당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12>은 이명한 PD부터 나영석 PD 그리고 최재형 PD 등을 거치면서 PD들이 출연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여러 번 연출해왔다. 그런데 역시 당하는 PD로서의 백미는 유호진 PD. 이상한 일이지만 그가 당할 때면 오히려 그만의 매력이 묻어난다.

 

사실 유호진 PD라는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도 <12> 시즌1에서 신입PD로 들어온 그가 강호동에게 몰래카메라를 당했던 순간부터였다. 마치 싸움이 벌어진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 강호동과 다른 출연자들 사이에서 유호진 PD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여줘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간 <12> 시즌3PD로서 메가폰을 잡게 되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이 반색한 건 그 때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유호진 PD의 무엇이 그가 당하는 일종의 몰래카메라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몰래카메라를 통해 그에게서 보이는 어떤 빈 구석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PD라는 위치는 무언가를 지시내리는 의 입장에 서기 마련이다. 따라서 출연자에게 더 집중하고 애정을 갖기 마련인 시청자들에게 자칫 잘못하면 그 갑의 지시는 탐탁찮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호진 PD는 다르다. 물론 PD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미션의 결과에 따라 복불복 벌칙을 수행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몰래카메라를 통해 드러나는 모습은 그런 단호함과는 사뭇 다른 인간적인 냄새가 묻어난다. 또한 그가 프로그램을 걱정하고 출연자들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묻어난다. 1주년을 맞아 출연자들끼리 촬영하라고 카메라를 건네주고도 마치 강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그것이 못내 불안해 미행을 붙이는 것에서도 그런 마음은 묻어난다.

 

유호진 PD<12>의 수장으로 앉힌 서수민 PDPD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성이라고 말하며 유호진 PD의 따뜻한 성품을 얘기한 적이 있다. 독하게 PD로서 뭔가를 밀어붙여도 그에게서는 인간미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서수민 PD의 이 말은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얘기해준다.

 

요즘처럼 제작진들까지 드러날 정도의 리얼로 가는 예능 환경에서 PD의 성품이나 성향은 프로그램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콘텐츠에 대한 호감은 바로 그걸 만드는 이의 성품에서 비롯되는 일일 수 있다. 나영석 PD표 예능에 그의 깐족대길 좋아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속내가 드러나듯, 유호진 PD<12>에도 그만의 소시민적이면서도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왠지 모르겠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유호진 PD의 그 성품. 바로 그것이 어쩌면 <12> 새로운 시즌의 1주년을 부활로서 받아들이게 한 진짜 요인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강을 건너는 이들의 사랑

 

무엇이 이런 눈물 폭탄을 터뜨린 걸까.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상영되는 영화관은 의외의 웃음으로 시작해 차츰 흐느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오열로 이어졌다. 참고 참던 눈물이 북받쳐 오른 객석에서는 여기저기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진출처: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입소문이 난 탓인지 독립영화치고 주말 조조의 극장은 거의 가득 메워져 있었고, 그 곳을 찾은 관객들은 이미 눈물을 흘릴 것을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손수건과 휴지를 꺼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건 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가 함께 산 세월만 76년이다. 그 긴 세월에 더깨처럼 쌓인 두 사람의 사랑과 정의 세월은 마지막까지 애틋하기 그지없었다. 그 연세에도 낙엽이 떨어지면 서로에게 낙엽을 던지며, 눈이 오면 눈을 던지며 또 물을 서로 뿌리며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은 영락없는 연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혼자 화장실 가기가 무서운 할머니를 위해 문 밖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할머니가 아프다던 무릎에 입으로 호 하고 불어주던 할아버지는 그 누구보다도 할머니를 아끼는 모습이었다. 밭은 기침을 해대는 자신 때문에 잠 못 들다 겨우 잠든 할머니의 얼굴을 새벽녘 문득 잠에서 깬 할아버지가 가만히 쓰다듬는 모습에서는 무수한 세월동안 할머니를 아껴온 그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랬던 님이 먼저 강을 건너가려 한다. 할머니의 바짝 마른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쉼 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운 영화지만 그렇다고 눈물샘만을 자극하는 신파는 아니다. 거기에는 마치 89세 할머니와 98세 할아버지의 <러브스토리>를 보는듯한 청춘 멜로와 다를 바 없는 애틋함이 있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관조적인 시선 또한 들어 있다.

 

관객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은 그래서 복합적이다. 그것은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고, 누구나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부모님에 대한 불효자들로서의 새삼스런 후회이기도 하며, 또한 그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똑같은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공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의 위대함에 대한 깨달음의 눈물이다. 고인이 된 할아버지의 산소를 떠나며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할머니는 불쌍해서 어쩌나하고 오열하며 주저앉는다. “내가 아니면 누가 기억해줄까라는 할머니의 넋두리 속에는 할아버지에 대한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또한 그것은 어쩌면 순간에 머물다 가는 가녀린 인간의 운명 속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영원히 살아낼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답을 말해준다. 할머니의 기억 속에, 그 사랑 속에 할아버지는 영원히 살고 있을 것이니. 강을 건너는 이들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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