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극한알바, 근로자들 앞에 겸허해진 시간

 

연예계 생활 20년 중 제일 힘들다.” <무한도전> 극한알바 특집으로 탄광에 들어가게 된 차승원은 그 노동의 힘겨움을 이 한 마디로 전했다. 같이 들어간 유재석은 심지어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그 극한의 노동에 대해 인터스텔라야?”하고 황당한 마음을 표현했다. 어두운 막장 끝에서, 숨도 쉬기 어려운 탄가루 속에서 어떤 분들은 무려 20여 년 간을 일하셨다고 했다. 그 근로자 분들의 시간을 공유하며 유재석과 차승원은 한없이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굴을 까는 작업을 한 정형돈은 거기서 일하는 어머니들의 기막힌 노동에 혀를 내둘렀다. 까도 까도 고작 몇 백 그램밖에 안 되는 굴을 그 분들은 쉬지 않고 까고 또 깠다. 그 굴 한 점이 자식들의 교육비이고 생활비이기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택배 상자들을 차에 차례차례 쌓고, 또 그렇게 들어온 차에서 택배 상자들을 끊임없이 내리는 일을 한 하하는 거기서 일하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 노동을 체험한 하하는 편히 산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텔레마케터 일을 체험하며 끊임없이 죄송합니다만 연발했던 정준하는 그 감정노동이 육체노동 그 이상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

 

누군가의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해줬을 연탄 한 장, 식탁에 오르는 굴 한 점, 또 늦게 온다며 투덜대기도 했던 택배와, 때론 화가나 애꿎은 텔레마케터에게 항의하기도 했던 전화 한 통. <무한도전> 극한알바는 우리가 흔히 겪었던 일상의 일들을 다시 되짚었다. 그 연탄 한 장을 만들기 위해 광부들이 얼마나 힘겹게 막장에서 일을 하며, 그 굴 하나를 까기 위해 얼마나 우리네 아주머니들이 고생하는지, 또 택배 물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허리조차 펴지 못하고 계속 되는 노동을 의미하며, 전화 한 통의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가 텔레마케터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무한도전>은 보여주었다.

 

<무한도전>이 극한알바 특집을 통해 보여준 것은 그저 힘겨운 미션을 통한 자극이 아니었다. 그건 각 직업의 현장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몸소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막장 끝으로 들어간 차승원과 유재석이 그 극한의 노동 앞에서 점점 광부들의 대단함을 알게 되고, 점점 그들의 삶을 공감하게 되는 과정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 탄가루로 점점 새까매지는 얼굴. 그래서 누가 광부이고 누가 유재석이며 차승원인지 점점 알아보기 어려워지는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했다. 함께 들어간 촬영진들조차 나왔을 때는 광부들과 다름없는 모습은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우리가 자칫 잊고 살아왔던 근로자들에 대한 공감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힘겨운 노동 덕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 유재석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극한 알바를 통해 초심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한 건 그래서다. <무한도전>이 해왔던 도전들. 그 도전은 노동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유재석은 아마도 그 노동의 의미가 새로워진 무한도전을 새삼 깨달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겨운 노동의 끝에 느껴지는 행복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탄광을 나오며 누군가 건네준 알사탕 하나에 행복감을 느끼는 유재석과 차승원. 유재석은 사탕 하나 물고 있는 게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고, 차승원은 행복이 별거 없어라며 웃었다. 막장에서 이렇게 매일 일하시는 광부 분들의 이야기를 유재석이 꺼내자 차승원은 자못 겸허한 자세로 서서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을 건넸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감사해야 돼. 감사하면서 살아야 돼.” 그것은 <무한도전>이 건네는 근로자들에 대한 헌사였다.

 

<삼시세끼>가 바꾸고 있는 시골 동네에 대한 이미지

 

작은 시골 동네에서 철물점을 하며 살아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삼시세끼>에는 이른바 동식이네 철물점이 자주 등장한다. 읍내에 나가는 것이 농부의 로망이라는 이서진이 읍내에 나오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바로 이 동식이네 철물점이다. 처음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였지만 차츰 친숙해진 그들은 마치 동네 형 동생 같은 관계가 됐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서진이 철물점에 자주 가게 된 것은 집에 수리할 일들이 자꾸 생기기 때문이다. 고마운 계란을 낳아주는 닭들을 위한 집도 마련해 줘야 하고, 염소 잭슨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게 비닐로 바람막이도 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서진이 철물점에 가는 이유는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거기 다름 아닌 동식이가 있기 때문에 그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사실 시골 동네의 철물점에서 물건을 사는 건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필요에 의한 물건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왜 굳이 그 철물점에서 일하는 동식이라는 이름을 끄집어내고, 그를 마치 동생 찾듯이 찾는 이서진과의 관계에 주목했을까. 잭슨의 바람막이 작업에는 동식이가 집까지 와서 직접 일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인터뷰까지 방송에 내보냈다.

 

저는 강원도 정선에 녹송철물에 일하고 있는 임동식이라고 합니다.”라고 수줍게 말하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에게 제작진이 묻는다. “영업비밀이 있으세요?” 동식이는 수줍은 듯, “어 해맑게 웃는 거?” 하며 진짜 그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비닐을 재단하면서 어리버리한 손호준과 프로페셔널 동식이는 대조된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거 비닐 안 재고 잘라도 되냐는 이서진의 질문에 그는 또 환히 웃으며 이미 자신이 팔 대중으로 쟀다고 말해 그를 감탄하게 했다.

 

<삼시세끼>가 동네 청년 동식이라는 인물을 오롯이 이 프로그램의 구성원처럼 포착해낸 데는 이 프로그램만의 성격이 묻어난다. <삼시세끼>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작은 일상의 특별함들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시골 마을에서 만나는 그 무엇도 사소한 것이 있을 수 없다. 철물점 동식이는 물론이고, 늘 가는 슈퍼마켓의 주인아주머니, 시장통의 풍경들, 그리고 가끔 물 마시러 들리는 관공서까지 이 프로그램에서는 중요한 소재이자 출연진들이 된다.

 

이렇게 소소함들에 한 걸음 더 다가가자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시골처럼 여겨졌던 이 정선의 마을이 점점 우리 마을처럼 친숙해진다. 동네 사람들은 남이 아니라 이웃이 되고, 그들의 삶 또한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삼시세끼>는 그 따뜻함을 갖고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모습을 통해 작은 시골 동네의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어딘지 한번쯤 찾아가 하룻밤이라도 지내고픈 그런 인간미 넘치는 공간의 이미지.

 

철물점에서 일하는 해맑은 웃음이 영업비밀인 동식이는 이제 스물 세 살이다. 그 나이의 청춘들은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여주는 동식에게서는 심지어 우리네 현실에 지친 미생의 청춘들이 부러워할만한 행복감마저 묻어난다.

 

모두가 성공을 위해 도시로 모여들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작아도 자신만의 일이 있고 따뜻한 이웃들이 있는 시골의 삶은 어쩌면 하나의 로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삼시세끼>는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세세하게 포착해냄으로써 막연한 겉모습의 화려함과는 비교될 수 없는 소박한 시골 삶의 가치를 찾아내주고 있다. 동식이의 해맑은 미소는 진짜 시골 삶이 갖고 있는 행복의 비밀을 보여주었다.

 

유승호, 군 복무의 좋은 예로 남은 까닭

 

“19개월 동안 군 생활 하면서 많이 배우고 추억도 쌓았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생각을 정리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전역을 하며 다시 팬들 앞에 선 유승호는 그간의 군 생활에 대해 이렇게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거기에는 마치 모든 장병들이 다 하는 그 의무를 담담히 치러낸 건실한 청년의 의연함이 엿보였다.

 

'유승호(사진출처:대한민국육군SNS)'

하지만 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치러낸 유승호의 군 복무 소식은 대중들에게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연예인들의 군 복무와 관련된 소식들이 나올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들은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군 기피, 기강 해이 같은 이야기들이 늘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작년에 터졌던 일련의 연예사병 특혜 의혹들과 제대로 된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논란은 연예사병이라는 제도 자체의 폐지로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연예사병을 바라보는 국민적인 정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이 터져 나왔던 작년 유승호는 그러나 너무나 조용히 입대를 했다. 늘상 연예인들의 입대가 거대한 이벤트나 되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치러지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유승호는 그저 팬 카페에 20초 남짓 입대 영상을 올렸다. 그 영상에서 유승호는 군대 다녀오겠다는 담담한 몇 마디만을 남겼다.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연예인들의 떠들썩한 입대가 다른 입대 장병들에게 줄 상대적 박탈감을 저어했기 때문이었다.

 

전역을 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게 된 유승호는 눈물을 흘렸다. 팬들의 응원이 이어지자 미소를 지으며 20133월 입대할 때 제대로 팬들에게 인사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송함과 아쉬움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군 생활을 통해 얻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유승호가 군 입대와 전역을 통해 보여준 이런 담담함은 그가 연예인으로서의 어떠한 특혜도 받으려 하지 않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그의 이런 개념은 대학진학을 포기한 것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유승호 정도면 어떤 대학이든 특례입학이 가능했을 것지만, 그는 이를 포기했다. 그 이유 역시 그가 군 입대를 조용히 치른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유승호는 학교와 군대 문제를 이렇게 담대하게 치러냄으로써 이제 오롯이 연기자의 길에 정진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든 셈이다. “행복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뜻을 밝혔지만 그는 이미 군 복무의 과정을 통해 대중들에게 행복감을 주었다.

 

집밥이 먹고 싶다”,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전역 후의 간단한 소감 역시 남다를 것 없는 군 복무를 마친 자의 소탈함이 묻어났다. 부모님이 해주시는 집밥. 유승호는 어쩌면 군 복무를 통해 보통의 젊은이들과 똑같은 그 소박한 마음을 깊이 공감했을 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들은 앞으로 그의 연기에 생각보다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는 연예인 군 복무의 대표적인 좋은 예로 남았다.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 대표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사람들이 나 자체를 터키로 보기 때문에 뭐 하나 잘못하면 나라 이미지가 잘못될 수 있다. 칼날 위를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 했던 에네스 카야의 발언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이런 식의 논란이 터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크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총각행세를 하며 불륜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한 여성이 그간 에네스와 카톡 했던 것을 캡쳐해 올렸다는 그 내용은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일관된 구애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캡쳐한 장면 속에 들어있는 유부남 에네스님. 결혼하신지 몰랐네요.”라는 말 한 마디는 이 모든 걸 연정이 아닌 불륜으로 바꿔버린다.

 

이 충격이 유독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비정상회담>을 통해 보여 왔던 터키 유생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는 한국 사람보다도 더 보수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서구인이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그의 반전매력이었다. 개방적인 것만이 옳고 보수적인 것은 그르다는 선입견을 그는 여지없이 깨주는 것으로 대중들의 마음에 자리했다.

 

하지만 그 터키 유생의 이미지와 공개된 카톡 내용은 너무나 정반대의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유생인 척 하면서 뒤로는 불륜을 해온 듯한 그 뉘앙스는 에네스 카야에 대한 그간의 애정만큼 더 큰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 진위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사안이 터졌고 그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의 뜻을 밝힌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이미 이런 논란이 터져 나온 것만으로도 방송 프로그램에 커다란 피해를 입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정상회담>은 그 후폭풍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결국은 각국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소신을 얘기하는 것이 내용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여기 출연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신뢰에서 생겨난다. 에네스 카야 논란은 바로 이 신뢰에 흠집을 낸 것이다. 가장 믿었던 인물이 정반대의 실체를 드러냈을 때 그 영향은 거기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외국인 출연자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

 

에네스 카야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얘기한 것처럼, 이 문제는 방송 프로그램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칫 그가 대표성을 띄었던 형제의 나라 터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까지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정상이 아닌 비정상대표로 프로그램에 나온 것이지만 대중들에게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을 만든 것도 에네스 카야 본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네스 카야는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침묵하고 칩거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간 그를 사랑했던 대중들 앞에 나와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며 모국인 터키의 대표성을 띤 행위는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해야 한다. ‘비정상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 정상에 서게 됐던 그가 비정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그간 해온 대표성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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