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대나무숲이라기보단 자아성찰

과연 나는 평상 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까. KBS 설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보스(?)의 위치에 있는 출연자들의 관찰카메라를 담았다. 관찰카메라의 대상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연복 셰프 그리고 개그맨 김준호다. 어느 정도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이들이지만, 관찰카메라는 일상 깊숙이 들어가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들을 바라보는 이 프로그램의 관점은 ‘을’의 시선이기 때문에 ‘갑’을 디스하는 재미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새벽부터 한 시간 동안 조깅을 하는 박원순 시장의 경우엔 그와 함께 운동을 하는 비서관의 쉴 틈 없는 모습이 등장하고, 이를 관찰카메라로 스튜디오에서 보는 출연자들과 고정MC들인 김수미, 김숙, 양세형의 지적과 참견이 이어진다. 같이 운동을 하면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해 비서관과 별 다른 생각 없이 함께 아침 운동을 했다는 박원순 시장은 그러나 의외로 새벽부터 시작되는 스케줄에 피곤해하는 비서관을 보며 반성(?)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또 시청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려 다가간다고 하지만,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시청직원들의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빵을 나눠먹으며 직원들과 담소하려는 박원순 시장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지만, 또한 그런 행보가 직원들에게는 불편한 지점도 더러 있다는 걸 관찰카메라는 쏙쏙 뽑아 보여줬고, 그런 의도된(?) 편집을 보며 진땀을 흘리고 자성하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은 보스의 당혹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줬다. 

물론 이런 모습은 갑질이라기보다는 열심히 일하다 보니 생겨나는 주변사람들의 힘겨움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래서 대나무숲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함께 그 모습을 보며 자아성찰을 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예능 프로그램이 진짜 대나무숲을 다룰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상하관계를 뒤집는 그 설정으로 웃음을 주고, 그간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재미와 의미를 적절히 보여준다. 

김준호는 그래도 부족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 일종의 재미를 부가하기 위한 출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후배 관계가 또렷한 개그맨 사회에서 김준호가 후배 이세진을 불러 떡국이라며 떡라면을 끓여주고 실상은 전구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 상황을 먼저 보여주지만, 이후 갑자기 들이닥친 전유성과 최양락·팽현숙 부부, 게다가 선배 개그맨들인 김학래, 배동성의 등장에 갑자기 바뀐 갑을 상황은 마치 한 편의 <개그콘서트> 콩트를 보는 것처럼 빵빵 터지는 웃음을 준다. 

특히 최양락·팽현숙 부부가 특유의 충청도식 개그로 “이혼은 흉도 아녀. 도박만 안하면 돼”라고 말하는 대목은 예전 <유머일번지>의 웃음폭탄이었던 이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보여줬다. 선배 개그맨들이 갑자기 이세진에게 웃겨보라고 시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웃기지 못해 당황해하는 모습도 ‘콩트’가 일상화된 베테랑 개그맨들이 은근슬쩍 만들어낸 개그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이연복 셰프는 부산에 있는 음식점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아들과의 미묘한(?) 관계에서 나오는 속내들이 등장했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이지만 음식점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셰프와 팀장의 관계. 그래서 이연복 셰프가 없을 때는 화기애애했었지만, 그가 불시에 음식점을 찾아온 이후부터 느껴지는 불편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연복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당황해했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나 불편이 된다는 걸 잘 모른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상하관계의 불편함을 새삼 들여다봄으로써, 그 관계의 전복이 주는 웃음을 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또한 남다른 프로그램이다. 요즘처럼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시대에 관찰카메라라는 방식이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사진:KBS)


'킹덤' 김은희 작가의 조선 좀비 캐릭터 특별한 이유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킹덤>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엇갈린다.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동시 방영. 해외 반응은 폭발적이지만 우리네 반응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 이유는 지역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김은희 작가는 누가 뭐래도 국내 드라마 작가 중 누구나 기대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작가다. <시그널>로 그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내 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장르물로서 이만한 성취를 만들어내는 작가를 찾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한류 드라마라고 하면 늘상 떠올리는 게 멜로 아니면 가족이다. 그런데 장르드라마로도 확실한 우리만의 색깔을 지니면서 미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전혀 없는 완성도를 갖는 드라마. 그 새로운 장르극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가 다름 아닌 김은희 작가다. 

그러니 그가 새롭게 시작한 <킹덤>이라는 드라마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국내 플랫폼이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기대를 높이는 이유가 된다. 게다가 <킹덤>은 국내 드라마들처럼 기획단계에서 제작이 완료되고 방영되는 그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사실 어찌 보면 국내 드라마들이 너무 완성도가 아니라 시의성에 맞춰 재빨리 기획되고 편성되는 느낌마저 새삼 확인시켜준 드라마가 바로 <킹덤>이었다. <킹덤>은 기획단계가 거론된 이후 거의 2년이나 지난 후에 첫 시즌, 그것도 6회 분량을 내보냈다. 

그러니 기대감이 한층 높이진 국내의 시청자들이 이제 도입 부분에 불과한 6회분을 보고 그만한 기대감을 맞춘다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네 제작 풍토와 그 제작의 속도가 과연 글로벌 시장에 우리도 진입한 현 드라마 환경에서 적절한가 싶은 부분이다. 조금 속도가 느려도 제대로 한 편씩을 만들어내고 그런 완성도가 더 오래도록 또 더 폭넓은 나라에서 소비될 수 있게 하려는 넷플릭스의 전략을 우리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킹덤>을 보며 느끼는, 뭐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사극의 틀은 외국에서 보면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워낙 현실을 반영하는 사극을 하면서 힘없는 왕과 조정을 농단하는 신하의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본 바 있다, 그러니 그 틀을 가져온 <킹덤>이 어딘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킹덤>은 그 사극적 틀만이 아니라 거기에 좀비라는 장르물의 특성을 섞어낸 새로운 작품이다. 만일 좀비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네 사극의 틀에 익숙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킹덤>은 지금까지의 좀비 장르와는 색다른 해석이 담겨있다는 것에 놀라울 수 있다. <킹덤>이 다루는 조선 좀비는 서구에서 만들어낸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좀비들은 대부분 위협적이어서 ‘박멸해야할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대부분 액션 장르로 구현되면서 무차별적으로 살육되는 좀비들이 그려지곤 했다. 물론 <웜바디스> 같은 영화에서 좀비는 ‘공감의 대상’으로 바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멜로의 대상으로서 그려진 새로운 해석이다. 하지만 <킹덤>에서 등장하는 조선 좀비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은 ‘춥고 배고픈 민초’로 해석된다. 이것은 대단히 새로운 우리식의 해석이다. 다닥다닥 붙어 잠이 들고, 깨어나면 누군가의 살을 물어 뜯으려하는 욕망으로 그려지는 조선 좀비는 그래서 그 어느 좀비 장르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새로운 해석이 더해진 좀비가 아닐 수 없다. 

<부산행>의 좀비가 ‘다이내믹’을 특징으로 삼았다면 <킹덤>의 좀비는 배고픔에 굶주려 있어 다이내믹함을 보여줄 만큼 폼 나는 그런 특징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딘가 배가 고파 무언가를 먹고 싶어 달려드는 좀비의 색채를 <킹덤>은 새롭게 그려낸다. 한편 좀비 창궐의 근원이 되는 왕은 이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욕망을 위해 누군가를 덮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킹덤>의 이런 색다른 해석이 가능한 건 다름 아닌 좀비 장르를 가져오면서도 이를 우리 식으로 해석한 김은희 작가가 있어서다.(사진:넷플릭스)


65억 들인 '극한직업', 코미디의 진수이지 진수성찬

제작비 65억을 들인 영화 <극한직업>이 157억을 투입한 <스윙키즈>나 160억을 쏟아 부은 <마약왕>보다 더 잘 나간다. <스윙키즈>는 기대와 달리 140만 관객에 머물렀고, <마약왕>도 180만 관객에 그쳤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단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항간에서는 1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영화의 완성도로 흥행이 갈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장르 자체가 다르고 흥행에서는 저조했지만 <스윙키즈>나 <마약왕>도 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건 지금의 관객들이 원하는 코드가 무엇인가다. 관객들은 웃음을 원했고, <극한직업>은 말 그대로 웃음을 주기 위해 대본, 연출, 연기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한 면이 있었다. 그러니 잘 될 수밖에.

<극한직업>은 일단 마약반 5인방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어딘지 짠내 나는 가장 고반장(류승룡)은 뭘 해도 잘 안되는 그 현실감으로 웃음을 주고, 뭐 하나 잘 하는 것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다방면에 능력이 좋은 마형사(진선규)는 그 반전매력의 웃음을 준다. 미모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망가짐으로 지금까지 봤던 모습을 모두 잊게 만드는 이하늬가 연기하는 장형사 캐릭터나, 항상 진지한 모습으로 이 엉뚱한 팀원들을 황당해하며 바라보는 영호(이동휘) 그리고 열정만 좋은 막내 재훈(공명) 모두 웃음 폭탄이 준비된 인물들이다.

게다가 재기발랄하기로 이미 유명한 각본가이자 연출자인 이병헌 감독은 잠복수사를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 의외의 대박을 친다는 상황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제공한다. 마약반 형사로서 별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그들이 마형사의 집안 레시피라는 갈비양념을 더한 치킨으로 대박을 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래서 형사인지 치킨집 종업원들인지 헷갈리게 되는 그 반전의 코미디를 그려낸 것.

수원의 왕갈비 레시피와 통닭을 섞어 ‘수원왕갈비통닭’이 탄생하는 것처럼, 영화는 언뜻 비슷한 듯 다른 것들을 섞음으로써 만들어지는 재미와 흥미를 뽑아낸다. 마약반이 등장하는 형사물에 치킨집을 소재로 하는 창업 성공담을 더함으로써 잠복근무하는 형사들이 가진 긴장감과 진지함은 번번이 이를 배반하는 멘트와 행동, 상황들로 반전의 코미디를 연출한다. 치킨집 프랜차이즈를 통해 마약을 전국적으로 운반하려는 이야기는 황당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맛있는 음식에 ‘마약 치킨’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의 풍자적 코드라는 걸 알아차리면 웃음이 나는 식이다.

빵빵 터지는 웃음에 후반으로 가면 액션이 더해져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극한직업>은 무엇보다 이 코미디 연기에 마치 목숨을 건 듯한 연기자들의 명연기가 더해져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코미디 연기란 울면서 웃길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정확히 보여주는 류승룡이나, 웃길 수 있다면 미모 따위는 던져버린 이하늬,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그 다양한 진가를 발견하게 만든 진선규, 진지한 실제 형사 연기로 웃음을 만드는 이동휘와 과장된 캐릭터를 선보인 공명이 그 주인공들이다.

참 웃을 일 없는 현실이라, 진지하기보다는 한 두 시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웃고픈 관객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극한직업>은 이런 관객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짚어냄으로써 남다른 ‘웃음의 강도’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인다. 물론 영화 전편에 깔려있는 소상공인들의 ‘목숨 걸고 영업하는 절박함’이 경제도 어려운 지금 같은 시기의 관객들에게 따뜻한 공감대를 주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의 이유가 아닐 수 없다.(사진:영화'극한직업')

'SKY캐슬', 어른들보다 나은 아이들이 있다는 건

“3대째 의사가문. 그거 왜 만들어야 되는데요?” 예서(김혜윤)가 우주(찬희)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시험지 유출 사건의 진실까지 드러냄으로써 학교를 포기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윤여사(정애리)가 한서진(염정아)에게 ‘3대째 의사가문’ 운운하며 질책하자 예서는 그렇게 되묻는다. 그걸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기고 있던 윤여사는 그 질문에 “당연히 가야지” 같은 궁색한 답변밖에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예서는 그 ‘당연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니까 왜 당연하냐고요? 도대체 그게 왜 당연한 건데요? 난 할머니하고 다른데. 나이도 외모도 다 다른데 왜 내가 할머니랑 똑같은 생각을 해야하냐고요?” 그러자 그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예서 동생 예빈(이지원)이가 한 마디를 거든다. “그러게 그렇게 가고 싶음 할머니가 가시지 그랬어요?” 속이 다 시원해지는 사이다 일갈이다. 거기에 예서가 마무리 한방을 날린다. “서울의대를 가든지 말든지 이제 내가 결정할 거예요. 할머니가 이래라저래라 상관하지 마세요.”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활짝 열렸던 지옥문이 이제 하나씩 정리되며 닫혀간다. 그런데 그렇게 된 건 이렇게 ‘똑 부러지는’ 아이들이 있어서다.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우주의 무고도 밝히지 않고 시험지유출 사건도 숨긴 채 버티려 했던 한서진은 결국 아이들 때문에 마음을 돌린다.

이 집의 예빈이는 어른들보다 더 무섭게 일침을 가하는 인물이다. 혜나(김보라)가 숨은 딸인 줄도 모르고 장례식날 골프를 간 아빠 강준상(정준호)에게 “아빠가 사람이야?”라고 일갈했던 것도 바로 예빈이었다. 예빈은 한서진에게도 정신이 번쩍 드는 한 마디를 던진다. 학원 안갔냐는 물음에 가시 돋친 속내를 드러낸 것. “어. 뭐 하러 학원을 가? 뭐하러 공부를 하냐구? 빼돌린 시험지로 100점 맞으면 되는데. 엄마가 강예서보다 더 나빠. 개실망이야.”

예빈의 그 말은 한서진을 충격에 빠뜨린다. 예서를 어떻게 서울대 의대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 때부터 지옥문이 열릴 거라는 이수임(이태란)의 말을 실감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빈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하나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아이가 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숨긴 사실은 결국 아이를 엇나가게 만들 수 있다는 걸 한서진은 실감하게 됐다.

예서 또한 우주가 그 차가운 구치소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 그걸 본 한서진은 밤새워 고민 끝에 결국 예서에게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자고 말한다. 김주영(김서형)이 시험지를 유출하고 혜나를 죽게 했다는 사실을 모두 밝히자는 것. 그런데 그 의미는 예서가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밝혀지면 지금껏 해왔던 예서의 노력이 모두 매도될 수 있고 자퇴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고 버틸 수 있겠냐는 한서진의 질문에 예서는 오히려 단단한 답변을 내놓는다. “걱정마 엄마. 내 실력은 내가 증명해 보일께.”

이제 다음 주 마지막회만을 남기고 있는 <SKY 캐슬>을 되돌아보면, 어른들은 어른답지 못했던 반면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스러웠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나친 기대 때문에 하버드에 들어갔다고 거짓말을 하다 덜미를 잡혀 집으로 돌아온 딸 세리(박유나)에게 차민혁(김병철)이 ‘실패작’이라고 말하자 세리가 던진 일갈이 남기는 여운이 그렇다. “아빠 지금 나한테 실패작이라고 했어? 내가 왜 실패작이야? 아빠야말로 실패한 인생이야. 자식한테 존경받는 부모가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너희들 아빠 존경해?” 동생들이 모두 아니라고 하자 세리는 “봤지 아빠? 실패작은 내가 아니라 아빠야. 아빠야말로 제일 불쌍해. 아빠는 철저히 실패했어. 바닥이야 빵점!.”

결국 <SKY 캐슬>의 파국을 막은 건 아이들이다. 물론 혜나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로 인해 대신 우주가 누명을 썼고 그걸 보다 못한 예서가 많은 걸 포기하면서 친구를 선택함으로써 파국은 거기서 멈출 수 있었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지옥문 속으로 들어가던 걸 막아 준 이들이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은 결국 교육의 목표가 아이들의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어른들은 늘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한 일일까. 아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귓가에 쟁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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