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보니 아니더라? ‘아는 와이프’ 호평과 혹평을 가르는 건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의 남편이 된 차주혁(지성)이 서우진(한지민)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멜로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서우진. 그가 멜로를 좋아한다 여겼던 건,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차주혁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서우진을 괴물로 만든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즉 <아는 와이프>는 ‘만일 ...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면서 우리가 현실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들을 그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조금 뻔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가상 체험일 수 있어서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저 <구운몽>의 이야기처럼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다고 끝나는 건 아닐는지.

가상 체험은 자못 자극적인 코드들을 담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를 바꿔 살아보는 이야기나, 아내가 미혼상태로 돌아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아는 와이프>에도 이런 코드들이 들어간다.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깨어났을 때 그의 침대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와이프는 이혜원이라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이혜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주혁의 품에 안긴다. 바로 몇 분 전 서우진의 남편이었던 차주혁이 몇 분 후 이혜원의 남편으로 살아보는 것. 자극적일 수 있다. 

이는 서우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차주혁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긴 하지만, 자신에게 대시하는 윤종후(장승조)와의 관계에서도 싫지 않은 감정을 갖는다. 물론 서우진의 경우 진짜 판타지는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싱글로서 살아가는 삶 자체일 것이다. 차주혁과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벗어나 있다는 그 사실. 

그런데 이런 ‘가상 체험’ 판타지를 더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스와핑 같은 불륜적 코드들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가상 체험 판타지지만 느끼기에 따라 그것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의미’로 다가오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자극적인 불륜 코드의 정당화로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아는 와이프>는 이 아슬아슬한 양극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호평도 나오지만 혹평 역시 쏟아지는 이유다. 

즉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꿔 살아보는 가상 체험 판타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분들에게 <아는 와이프>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판타지가 너무 상투적이라고 여기는 분들은 <아는 와이프>가 너무 뻔한 주제를 내세워 사실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현재의 아내를 바꿔 살아가는 그 선택을 하고는, 이제 와서 서우진의 주변을 맴돌며 그에게 대시하는 윤종후를 막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시퀀스는 이 인물의 ‘찌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어서다. 선택을 했으면 그만한 책임 또한 따른다는 걸 그는 왜 모를까. 차주혁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그의 아내인 이혜원이 정현수(이유진)라는 가짜 대학생과 불륜적 상황을 보이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극적 코드를 위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일 ...었다면’이라는 판타지 코드가 가진 양극단의 느낌을 그나마 상쇄해주는 건 지성과 한지민의 연기다. 지성은 자칫 욕먹을 수 있는 차주혁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을 적당히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통해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한지민은 ‘하드캐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귀여움과 절절함과 털털함을 넘나들며 누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즈음에서 한번쯤 이 드라마가 하는 방식의 가정을 떠올리게 된다. 만일 지성과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사진:tvN)

‘수미네 반찬’ 여경래, 편안한 웃음과 요리만으로 충분하다

예능 프로그램인데 예능의 역할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묵묵히 김수미의 레시피를 특유의 손에 익은 솜씨로 척척 해나가고, 김수미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며 맛있는 그 이유를 살짝 설명하는 정도가 그가 하는 역할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의 여경래 셰프를 보면 꼭 웃기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자신만의 색채를 더하는 그의 존재감이 새삼 느껴진다.

<수미네 반찬>의 출연자들은 요리를 중심으로 캐스팅되어 있지만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그 중심에 선 김수미 자체가 그렇다. 그는 특유의 독한 직설이 그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엄마들의 캐릭터들이 그러하듯이 거친 삶 속에서도 자식들 건사하기 위해 해온 남다른 공력이 묻어난다. 욕이 섞일 정도로 거칠기도 하지만, 그것이 모두 자식 사랑을 담고 있기에 웃음이 터지는 그런 모습. 

김수미가 스승으로서의 카리스마를 확실히 세우고 있기에 다른 셰프들의 캐릭터 또한 살아난다. 최현석 셰프는 조금은 뺀질뺀질하고 김수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듣기 좋은 말만 골라하는 캐릭터로 세워졌다. 이미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도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였던 그여서인지, 그는 때론 아부를 하고 때론 실수를 하며 김수미와 예능 밀당을 벌이는 재미를 선사한다.

미카엘은 외국인 셰프라는 점이 김수미와의 독특한 관계를 만들었다. 정량의 계량법을 동원하지 않고 ‘요만치’ 계량법을 얘기하는 통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미카엘은 바보스럽게 웃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웃음을 준다. 무얼 만들어도 외국인 셰프가 한 것 같은 요리는 김수미와 장동민을 웃게 만든다. 외국인이 엄마표 한식을 만드는 그 광경 자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지만.

장동민은 김수미와 마치 2인1조로 짜여진 듯한 찰떡 케미를 보여준다. 빠르게 진행되는 요리 속에서 ‘요만치’ 같은 레시피를 나름 옆에서 보며 양을 가늠해줌으로써 셰프들이 따라오게 해주고, 개그맨답게 계속해서 드립을 침으로써 김수미를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김수미와 셰프들 사이에서 얄팍한 권력(?)을 활용하는 모습 또한 예능적 재미를 더해준다. 

이처럼 <수미네 반찬>에는 요리 프로그램이지만 모두가 예능적인 역할들을 부여받았고 나름대로 수행해나간다. 하지만 여경래 셰프의 역할은 다르다. 연령대가 있어 김수미도 존중해주는 여경래 셰프는 예능을 하기보다는 요리에 대한 진지함을 드러낸다. 가끔 최현석 셰프가 하듯 예능적인 멘트를 하려 하기도 하지만, 김수미는 그런 여경래 셰프의 시도(?)를 하지 말라고 한다. 예능 바깥에 위치해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진지함이 그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예능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것은 그의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 속에 녹아 있다. 셰프들 중 맏형이지만 다른 셰프들이 한 요리를 맛보며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자신 역시 만만찮은 셰프 인생을 살아왔지만 김수미가 하는 요리를 마치 초심자처럼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가 김수미의 제자 중 모범생(?)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다른 셰프들의 예능적 행동들이 부각되는 점도 있다. 물론 같은 재료로 선사하는 중식을 만들 때는 모두를 집중하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이지만.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너도 나도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셰프들의 본업은 음식을 만드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방송인이 된 셰프들도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셰프들이 웃음을 향해 예능화되어가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 오히려 요리에만 집중하고 예능은 전혀 할 줄 몰라 하는 여경래 셰프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셰프의 본 모습으로 느껴져서다.(사진:tvN)

‘아는 와이프’, 한지민을 보면 우리의 착각이 깨진다

저 사람이 내가 아는 그가 맞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하는 때가 있다. 지금 삶의 맥락 바깥으로 살짝 벗어났을 때 우리가 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사람이나 삶은 의외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진 세속적인 욕망과 클리셰에 빠져버린 일상 속에서 진짜를 보지 못했던 삶이 그 바깥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건 서우진(한지민)이라는 인물이 다른 상황에서 얼마나 다른 인물로 다가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남편 차주혁(지성)에게는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숨 막히는 아내였지만,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에 성공함으로써 재벌가 딸인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해 살아가게 된 차주혁이 다시 만난 그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랑스럽고 건강한 인물이다.

그렇게 바뀐 운명을 살게 된 차주혁의 시선을 통해 <아는 와이프>는 과거의 서우진과 현재의 서우진이 어째서 그리도 다른가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서우진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차주혁이 현실에 지쳤다는 핑계로 놓치고 있던 것들이 그를 달라보이게 하는 것이다. 흔해져버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일터에서의 갑질과, 집으로 돌아오면 마치 자신만이 전담해야 하는 일처럼 의무가 되어버린 독박육아. 남편은 자신도 힘들다고 자그마한 숨 쉴 공간 하나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지지고 볶는 워킹맘으로서 숨막혀하고 있던 서우진이었다. 

그 때 차주혁은 서우진이 얼마나 힘겨워 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저 자기만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과거의 운명을 되돌려 이혜원과 결혼하게 된 그가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서 다시 서우진을 만나고 그가 얼마나 밝고 건강한 사람이었는가를 새삼 발견하면서 그는 깨닫는다. 본래 서우진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그래서 이 드라마는 차주혁이라는 남성의 시선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지금 현재 평균치 남성들의 시선을 가진 차주혁은 전형적인 남성 판타지의 한계를 가진 인물로 시작한다. 차주혁은 돈 많은 아내 덕분에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아가는 드라마 속 남성들의 로망처럼 그려지지만, 정작 그는 조금씩 그것이 허망한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재벌가 장인 댁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살아왔던 배경이 완전히 달라 이혜원의 삶의 방식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상경해 집을 찾은 자신의 부모에게 호텔을 잡아주겠다는 혜원의 말은 이해는 되지만 남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서 사서 내놓은 듯한 스테이크보다 그는 우연히 찾았던 서우진의 집 어머니가 싸준 갓김치가 더 당긴다. 그는 문득 서우진과 함께 갔었던 분식집의 떡볶이와 돈가스 그리고 빙수가 그립다.

<아는 와이프>는 틀에 박힌 막연한 판타지들이 가진 허구성과 일상 속 깊이 스며들어 있어 체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우리네 삶의 불평등 같은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재벌가 사위로 살아가는 차주혁이 게임 전용 소파까지 구비된 거실의 풍경이나, 은행에서 여직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커피 심부름을 하는 그런 일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허구와 불편한 풍경들이 등장하는 건 그것이 당연한 삶이라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판타지들이나 불편한 풍경들이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차주혁의 시선에서 가장 그 편견을 깨는 인물은 바로 서우진이다. 어떤 진상 고객 앞에서도 당당하고, 분노 조절 장애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 뒷얘기에조차 뒤끝 없이 풀어내는 털털함이 있고, 무엇보다 명랑하고 밝아 주변 사람들까지 밝게 만드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 차주혁은 그를 보며 그가 알고 있던 그 아내가 맞나 다시금 눈을 의심하게 된다. 

서우진의 이러한 상반되어 보이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메시지와 연결된다. 그래서 서우진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한지민은 우리가 알던 그 한지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귀여운 고등학생과 삶에 찌든 억척스런 워킹맘 그리고 그 누구보다 밝고 사랑스러운 직장인의 모습을 넘나들며. 

과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안다 착각하며 살아가는 걸까. <아는 와이프>는 그 이야기를 차주혁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채 살아온 남성의 시선을 통해 질문한다. 그가 봐왔던 것들과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표피적인 것들이었으며, 비뚤어진 것인가를 그가 서우진을 달리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사진:tvN)

‘라이프’ 보고 나면 다른 드라마들 너무 느슨하게 느껴진다는 건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는 여러 모로 드라마 시장에 만만찮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비밀의 숲>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지만, 이수연 작가의 작품은 그 압축적인 밀도와 입체적인 접근이 기존 드라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킨 바 있다. 생각해보면 단 한 사람이 살해되는 <비밀의 숲>이 무려 16회 동안 긴장감을 잃지 않고 몰입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라이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밀도와 입체감을 선사하고 있다. 늘 봐오던 의학드라마가 아닌 자본주의가 침투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을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 <라이프>는 이제 겨우 6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그 이야기 전개의 촘촘함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잠깐 장면 몇 개를 놓치게 되면 그 이야기가 갖는 뉘앙스를 따라가지 못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밀도의 드라마다. 

밀도도 밀도지만 사건을 다루는 입체감 또한 남다르다. 단순히 구승효(조승우)라는 총괄사장이 부임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예진우(이동욱)로 대변되는 의사집단의 반발을 선악구도로 그리는 줄 알았던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구승효가 꼬집는 의사들도 별 수 없는 사적 욕망의 치부를 보며 사건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는 실제 현실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사안들이 바로 그런 복잡성을 띄고 있어 단순한 선악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걸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있다는 증거다.

절대적인 악인 줄 알았던 구승효가 어느 순간에는 선한 얼굴처럼 보이다가, 다시금 그것이 고도의 계산된 수읽기에 따른 것이라는 게 또 드러난다. 갑자기 병원에 적자를 내는 3과를 지방 전출 보내려던 걸 말 한 마디로 뒤집어 버리는 그는, 실제 원하던 것이 그것이 아니라 병원 내의 적과 아군을 판별하고 그 틈새를 찾아 이익이 날 수 있는 곳에 자기 식의 경영을 하려는 심산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물론 시청자들로서는 이만큼 촘촘한 밀도가 다소 따라가기 힘겹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이 속내를 숨긴 채 자신들의 욕망을 추구하는 입체적인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복잡하게 다가올 수 있다. 구분선이 명쾌하지 않고 마치 미로에 들어간 것처럼 중첩되어 있는 사안들과 인물들 때문에 혼돈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라는 작품은 여타의 많은 드라마들이 쉽게 그려내곤 했던 이른바 ‘현실’이라는 걸 보다 정밀하게 담는 작품이 된다. 다소 시청률이 빠지더라도 이 작품이 갖는 남다른 가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건 일단 이 복잡한 미로 같은 <라이프>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하면 다른 드라마들이 너무 느슨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몇 편이면 끝날 이야기를 장황하게 멜로를 엮어 길게 늘이곤 하는 우리네 드라마들이 새삼 지루하게 여겨진다는 것. 이미 미드 같은 해외의 드라마들이 추구하는 그 밀도와 입체감은 이제 우리네 드라마에도 조금씩 요구되고 있다. 그래서 <라이프>가 만들어놓은 밀도와 입체감은 향후 우리네 드라마가 조금 더 깊은 완성도로 나아가는 길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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