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 이런 회식이라면 누가 핑계 대고 빠지려 하겠나

어쩌면 저렇게 훈훈할 수가 있을까. tvN 예능 <윤식당2>에서 식당을 찾은 경쟁식당 사장과 셰프, 직원들은 거의 5시간 가까이 즐거운 회식 시간을 가졌다. 한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13명의 단체손님들은 ‘윤식당’에 나오는 모든 한식들을 골고루 나누어 먹었고, 음식과 빠질 수 없는 와인이 잔에 채워졌다. 

그들도 가라치코에서 맛좋은 음식점을 하는 이들이라 음식에 일가견이 있을 텐데, 한식을 맛본 후 나온 반응들은 ‘어메이징’이었다. 달콤하면서 짭짤하고 바삭하기까지 한 닭강정에 매료됐고, 투명하지만 남다른 식감에 맛을 지닌 잡채를 먹어보고는 이 스파게티면이 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전분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 음식점의 셰프는 휴가 때마다 전 세계의 미슐랭 음식점들을 돌며 여행 겸 요리 연구를 한다고 했는데, 한국에 꼭 와서 이 음식들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한식의 맛에 경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고추장에 푹 빠진 셰프는 잡채에도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며 이 맛이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닭강정에 김치전, 잡채, 갈비, 비빔밥에 후식으로 나오는 호떡까지 역시 음식점을 하는 이들이라 그런지 음식을 먹는 자세는 탐구적이었다. 재료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맛을 내는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또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너무 아름다운 색깔로 내놓아진 비빔밥을 과연 비벼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한식에 대해 이들이 보여주는 리액션만큼 주목을 끄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이들의 회식문화다. 사장과 셰프 그리고 직원들까지 한 자리에 둘러앉아 특별한 위계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화기애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장님은 묵묵히 음식을 먹으며 직원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을 거의 경청하는 분위기였고, 메인 셰프는 음식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회식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와인 잔을 다 같이 들고 일어나 다 함께 독특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우리 식의 “위하여!”를 떠올리게 했지만 격의 없는 모습은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직원들의 행복한 모습은 그들이 ‘윤식당’을 찾은 같은 동네 주민들을 만났을 때 밝게 인사하며 음식 추천도 해주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하지만 더 흥미로웠던 건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었다. 셰프는 행복의 척도가 돈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도 불행한 사람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복의 척도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모두가 그 이야기에 공감했고 한 직원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인생 목표 중 하나가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식당의 메인 셰프가 그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우리네 회식문화도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서열 중심의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자리에서는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다는 그런 깊은 대화는 더더욱 그렇다. ‘윤식당’을 찾아온 경쟁 식당 직원들의 회식에서 눈에 띤 건 바로 이런 남다른 회식문화의 ‘행복’이었다. 그건 아마도 ‘행복의 척도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남다른 행복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사진:tvN)

‘어서와’ 4개국 특집, 의미만큼 재미를 확보하지 못한 까닭

이탈리아, 독일, 인도, 멕시코. MBC 에브리원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마련한 특집에는 무려 4개국의 외국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각국의 친구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시청자들은 그들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래서 이번 특집이 성사된 것도 바로 이런 요청에 대한 프로그램의 화답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다시 보고 싶었던 외국친구들이 무려 4개국에서 날아오고, 항상 여행 하며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지목됐던 제주도가 여행지로 잡힌 이번 특집은 여러모로 그 프로젝트 자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출연하는 인물들이 엄청나게 많고 그들이 각각 제주도의 곳곳을 여행하며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큰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특집이 지금껏 한 나라 친구들씩 해왔던 여행들과 비교해 어째 재미가 덜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분명 의미는 있다.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본다는 것이 그것이고, 그들이 이제 서로 간의 교류를 또한 보여준다는 건 지금껏 이 프로그램이 해왔던 방식과는 또 다른 이문화 비교체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으로 지목되는 건 너무 출연하는 인물들이 많다는 점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대형화되면 그 스케일이 주목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프로그램에는 이러한 큰 스케일이 그다지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사실 그간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던 건, 굉장한 여행을 떠나서가 아니라 아주 소박하고 일상적으로 우리도 갔었던 여행지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참신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나도 갔던 여행지에 저들도 가서 느끼는 공감대와 그들이 더해주는 새로운 시각에 흥미로움을 느끼게 됐던 것.

이번 제주도에서 벌어진 4개국 특집은 이러한 소박함과 ‘일상성’에서는 상당 부분 거리를 느끼게 한다. 4개국에서 온 외국친구들이 저마다의 여행을 하는 그 분량들을 병렬적으로 채워 넣다 보니 몰입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라 뚝뚝 끊겨지게 되고, 이미 한 번 한국을 여행했고 또 방송에도 나오다 보니 유명인사가 된 이들은 그 면면 또한 ‘소박함’을 상당 부분 상쇄시킨다.

제주도라는 공간이 부여하는 ‘이벤트적인 성격’ 또한 여행의 일상적인 느낌을 지워버리는 요인이 되었다. 이를테면 감귤 따기 체험이나 감귤로 만든 맥주공장 견학, 카트라이더 경주 같은 체험들은 물론 제주도 여행에서 우리들도 하는 것들이지만, 이미 유명해진 이들이 하는 모습은 마치 저녁 6시대에 하는 프로그램들에서 외국인들이 등장해 그 곳을 소개하는 코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미 섭외된 곳을 유명해진 외국친구들이 일정에 맞춰 찾아가 체험하고 소개하는 이벤트적인 느낌은 그래서 이번 특집의 재미가 덜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역설적으로 보면 이번 경험을 통해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가 다시금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보통의 외국친구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우리네 문화에 대한 솔직하고 남다른 시각이라는 것이고, 이벤트적인 성격이 아니라 진짜 우리네 일상 속으로 소박하더라도 깊게 들어오는 체험이라는 것이다. 물론 포상의 성격이 강한 이번 특집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제작진들은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사진:MBC에브리원)

‘리턴’ 연기자 교체, 그 녹록치 않은 후유증에 대하여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 고현정 대신 박진희가 본격 출연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방영 도중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후 과연 박진희로의 교체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 효과는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분량은 대폭 늘었지만, 어쩐지 다른 캐릭터가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고현정이 초반에 연기했던 최자혜 변호사는 좀 더 복합적인 캐릭터였다. 겉보기에는 털털한 성격에 농담도 곧잘 던지며 사건의 가해자들이 듣기에 섬뜩할 수 있는 팩트를 슬쩍 슬쩍 던져 놀라움을 주기도 하는 그런 캐릭터였던 것. 무엇보다 그 때의 최자혜 변호사는 분명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동시에 밝은 이미지 또한 가진 인물로 그려진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박진희로 교체된 후 등장한 최자혜 변호사는 이름만 같을 뿐, 고현정이 했던 캐릭터와는 너무 달라진 느낌이다. 우선 캐릭터가 너무 어둡다. 그건 연기자 교체라는 큰 변화를 무마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에 박진희를 조금씩 노출시켜 기존 고현정이 입었던 최자혜 변호사의 바통을 이어받으려는 연출적 의도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스토리의 변화와 인물에 대한 해석의 변화가 원인으로 보인다. 

<리턴>은 초반부터 이른바 ‘악벤져스’라고 불리는 악당들이 마치 장난처럼 저지르는 범죄행각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자극적인 전개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상대적으로 최자혜 변호사의 비중이 줄어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 새롭게 박진희가 투입되면서 의도적으로 최자혜 변호사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방향성이 시청자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즉 악벤져스의 범죄행각을 파헤쳐가며 그 진실에 접근하는 변호사의 캐릭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숨겨진 최자혜 변호사의 ‘실체’를 보이는 쪽으로 그 분량이 늘었던 것. 최자혜 변호사는 악벤져스와 대립하는 인물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변호사라는 직업에 걸맞게 법으로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범죄자들이 하는 것 같은 ‘사건 설계’를 통해 행해지는 것이었다. 

당연히 캐릭터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어둠에 빛을 던져 진실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라, 과거에 겪은 어떤 사건에 의해 은밀히 복수를 계획하고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인물로 새롭게 그려지고 있어서다. 물론 이건 애초부터 계획된 대본대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급변화하는 캐릭터는 그래서 그 과정을 설득시켜주는 ‘연기의 일관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일 고현정이 계속 이 배역을 연기하며 이런 변화된 캐릭터의 면면을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만큼의 이질감을 주지는 않았을 게다. 하지만 캐릭터도 급변하고 동시에 연기자까지 교체되어 버리자 심지어 이들이 동일인물이 맞는가 싶은 이질감이 생겨났다. 몰입이 되지 않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분량은 늘었지만 고현정이 연기하던 최자혜 변호사가 어째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바로 그 깨진 몰입감 때문이 아닐까.(사진:SBS)

‘마더’가 어른들의 마음을 이토록 움켜쥘 수 있는 건

아이는 날도 밝지 않은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연다. 거기에는 새 할머니 영신(이혜영)네 집에 와서 갖게 된 예쁜 옷들이 가득하지만 아이는 그 집에 들어올 때 입었던 옷을 챙겨 입는다. 입으면 사내아이처럼 보이는 옷. 영신이 앞으로 더 많은 행운이 필요할 것 같다며 준 행운의 목걸이를 챙기고, 필요한 만큼의 돈을 꺼낸 후 수진(이보영)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러 열쇠를 연달아 열어야 겨우 찾아질 정도로 꼭꼭 숨겨줬던 깃털을 들여다본다. 아이는 수진과 바닷가에서 어딘가로 떠나가는 철새를 바라보며 그렇게 한없이 깃털을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자신도 자유롭게 날고 싶었을까.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결국 혜나(허율)가 수진의 친딸이 아니고 학대받는 걸 참지 못하고 수진이 유괴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된 영신(이혜영)은 가장 아픈 선택을 한다. 수진이 혜나를 데리고 온 그 충격적인 선택에는 어쩌면 수진 스스로 겪었던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려졌던 그 기억이 자리했을 거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그 입장이 너무나 이해되기 때문에 영신은 수진이 가족이 위험에 처해도 혜나를 떠나보내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그는 수진을 떠나보내려 한다. 파양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아이가 듣는다. 아이는 친모인 자영(고성희)을 통해 버림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 아픔이 너무나 크다는 걸. 자영이 아이를 찾아와 함께 돌아가자고 했을 때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은 더 이상 혜나가 아니라고 혜나는 이미 죽었다고 말하게 된 건 이미 버려졌던 자신이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어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수진이 엄마로부터 버려지는 걸 막기 위해 스스로 버려지기로 한다. 수진의 품에서 떠나기로 한다. 수진이 버려지는 아픔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혜나를 버린 자영은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어른이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진이나 영신 수진의 친모인 홍희(남기애) 그리고 심지어 혜나까지 다른 이유로 누군가를 버린다. 홍희는 수진의 어린 시절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 또한 겪게 될 끔찍한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이와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차마 하지 못한 홍희는 대신 아이를 보육원에 맡겨두고 살인을 저지른다. 그렇게 홍희는 아이를 위해 아이를 버린다. 

그런 일이 이제 수진과 영신, 혜나에게도 반복된다. 수진과 영신은 혜나를 위해 서로를 버리려 하고, 그런 상황을 알게 된 혜나는 수진과 영신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난다. 도대체 이토록 아프고 가슴 시린 이별이 있을까. 떠나고 헤어지고 버려지지만 그 사이에 깃들어진 사람들의 마음이 때론 섬뜩하게 때론 먹먹하게 다가와 가슴을 둔중하게 만든다. <마더>는 한 학대받던 아이의 유괴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한 아이라는 거울을 세워두고 저마다 어른들의 마음을 비춰낸다.

혜나는 어른들을 비추는 거울이다. 윤복을 학대해온 친모 자영은 아이에게서 섬뜩함을 느낀다. 그건 자신이 아이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그 죄책감이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자신 또한 엄마에게 버려진 기억을 갖고 있는 수진은 아이에게서 바로 자신을 본다. 아이를 그토록 지키려는 마음은 그래서 바로 자신을 지켜내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젊었던 시절 수진을 입양했던 영신은 아이에게서 수진을 본다. 그 때 자신에게 다가와 마음의 평안을 주었던 아이. 수진이 그랬던 것처럼 혜나가 한없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드라마의 이런 치밀한 구조 때문일까. 혜나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이 아이가 어른들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참지 못하게 되는 건 그 아이가 비추는 거울이 너무나 우리의 마음을 움켜쥐기 때문이다. 제발 저런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저절로 생겨나는 건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게다. 상자 속 꼭꼭 숨겨지고 가둬져 있던 깃털이 날개가 되어 날 수 있기를.(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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