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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얼굴 없는 가수들, ‘미녀는 괴로워’, ‘라디오 스타’ 가요계는 올해도 역시 장기불황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연초부터 립싱크니 표절이니, 퍼포먼스니 하는 단어들이 부쩍 많이 들렸고, 급기야 우리네 음악계의 거장이라는 전영혁, 신중현씨의 쓴소리가 떨어졌다. 전영혁씨는 “가수는 노래하고, 댄서는 춤추고, DJ는 음반을 틀면 된다”고 했고, 신중현씨는 “무대에 노래하러 나온 거냐 뛰어다니러 나온거냐”고 했다. ‘라디오 스타’의 최곤 같은 노래하는 가수들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중심에는 노래가 아닌, 외모, 춤, 재담으로 기획된 ‘비디오 스타’들이 날치는 데 대한 쓴 소리다. 얼굴 없는 가수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우리네 외모지상주의의 한 단면을 건드린 영화. 그런데 그 언저리에서 함께 걸려드는 논란거리가..
강안남자, 마시멜로 논란 그리고 ‘음란서생’ 올해 출판계에도 여전히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그 바람은 바로 저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이원호 작 ‘강안남자’다. ‘밤의 대통령’, ‘황제의 꿈’으로 대표적인 주먹작가(주먹 세계를 그려낸 활극 소설 작가)로 유명한 이원호라는 대중작가는 이 작품 하나로 ‘음란서생’의 반열에 올랐다. 무려 3백만 부가 팔린 ‘밤의 대통령’으로 이 작가는 삶이 권태로웠던 것일까. ‘음란서생’의 윤서(한석규 분)처럼 어느 날 문득 저잣거리 유기전에서 일생 처음 보는 난잡한 책을 접했던 것일까. 그가 쓴 ‘강안남자’는 순식간에 음란물 논란으로 전국을 강타한다. 급기야는 청와대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음란성을 빌미로 구독신문 80여부를 절독한 것이다. 음란도 정치를 만나면 ..
스크린쿼터, ‘흡혈형사 나도열’ 그리고 ‘괴물’ 올초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스크린쿼터 축소. 그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 미국산 수퍼 히어로들이 극장가를 공격했다. 그 장본인은 ‘미션 임파서블3’, ‘다빈치 코드’, ‘엑스맨3’, ‘수퍼맨 리턴즈’다. 그 틈바구니에 우리네 왜소한 히어로, ‘흡혈형사 나도열’이 끼어 있었다. 이 상징적인 장면은 저 박민규의 소설, ‘지구영웅전설’에서 수퍼히어로들 사이에서 ‘시다바리’ 역이라도 하며 히어로를 꿈꾸는 우리네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 그것은 또한 스크린쿼터 축소에 즈음하여 저 덩치 큰 헐리우드 영화 틈바구니에서 가냘프게 서 있는 우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열 받아야 변신하는 나도열처럼 ‘흡혈형사 나도열’은 열 받아야 비로소 변신..
역사 속에서 찾아낸 현대적인 여성상, 황진이라는 시의적절한 소재, 칼 없이도 빛나는 카리스마, 가장 한국적인 풍경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영상미,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잔뜩 잡아끌었던 치열한 대결구도와 멜로라인. ‘황진이’, 종방에 즈음해 떠오르는 문구들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아쉬움 또한 많이 남는 것이 사실. 마지막 주 방영된 2회분에 이르러 무언가 허전함이 남는 건 왜일까. 사랑의 길vs인간의 길 - 멜로vs성장 24부작.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황진이’의 애초 기획의도를 보면 최종적인 목표로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사랑할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고통받았으며, 잠시 사랑을 얻어 지리한 장마 끝에 보이는 푸른 하늘을 보듯 삶의 희열을 맛보았을 황진..
최근 연기력을 두고 논란이 되는 연예인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배역과 연기가 따로 노는 데서 비롯한다. 관객 혹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비판받는 연예인들을 우리는 굳이 연기자라 부르기가 꺼려진다. 진정한 연기자라면 자신을 과감히 훌훌 털어 버리고 배역에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연기자들이 배역 때문에 수없이 망가지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아름답고 박수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올 한 해도 망가진 만큼 아름다웠던 많은 연기자들이 있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끼, 류덕환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구 역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역시 동구 역으로 확고한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이 나이(1987년..
지난 크리스마스 밤, KBS에서 특집으로 방영된 ‘효리의 아주 특별한 선물’은 침체된 가요계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 될 법하다. 그것은 침체된 가요 프로그램의 어떤 대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된다면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적어도 그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은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처음 출연한 가수는 발라드의 황태자, 신승훈과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 성대모사에서부터 서로의 창법 흉내내기까지 그들은 서로의 가창력을 뽐내며 노래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억지웃음이나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가수로서의 진지함이 그 자리를 즐거움으로 채워주었다. 이어지는 개그콘서트, ‘뮤지컬’코너 팀들은 웃음과 뮤지컬이 얽혀진 ..
상상력이 제작기술 못 미친 '중천'유감 ‘매트릭스’ 약 6백50억 원, ‘반지의 제왕’ 편당 약 1천10억 원. 제작비 규모로 보면 100억 원을 들인 ‘중천’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가져간 개런티(1편만 약 92억 원)에 불과한 소품이다. 하지만 그 CG만 떼어놓고 보면 결코 소품이라 할 수 없는 놀라운 장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게 진짜 100%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는 설정부터 가상공간이다. 하늘과 땅 사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진 ‘중천’이라는 중간계가 배경인 것이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을 CG에 의존하면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 미국 같은 경우에 이미 CG를 활용한 작품들이 일상화될 정도로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추고 있..
‘타짱’의 인기 속에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된 ‘웃음충전소’. 허나 이 ‘타짱’의 성공요인 속에는 ‘웃음충전소’만이 가진 패러디의 세계가 있다. 좀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외부 소재들을 개그의 품속으로 끌어안는 방식은, ‘현실의 재구성’이라 할 만큼 뒤통수를 치며 웃음을 충전시키는 구석이 있다. 일상의 패러디, ‘막무가내중창단’ ‘웃음충전소’는 경쾌한 노래와 함께 그 문이 열린다. 그 오프닝을 맡은 ‘막무가내중창단’은 노래구절 속에 한 부분을 실제 개그맨들이 현장에서 결행하는 개그다. 일종의 ‘낯설게 하기’ 효과를 노리는 이 개그는 일상의 틈입을 비집고 들어간다. 찜질방이나 학교, 길거리, 훈련소 등 우리의 이미지 속에 일상화된 공간 속으로 개그맨이 투입된다. 그러자 이 일상은 새로운 웃음의 충전소가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