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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엄마따라잡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08.22 강남엄마의 희비극, 누가 만들었나
  2. 2007.08.03 화젯거리 찾는 드라마들
  3. 2007.07.15 그들은 왜 엄마이길 포기했을까 (3)
  4. 2007.07.10 3사3색, 드라마 열전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가진 가치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풍자극으로 출발했다. 한석봉의 일화를 패러디한 첫 장면이 그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왜 굳이 제목을 강남엄마로 잡고,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했을까. 드라마 종영에 즈음해 생각해보면 ‘강남엄마’라는 직설어법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풍자란 에둘러 현실을 꼬집는 재미를 주어야 하는데(여기서 꼬집는 현실에는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포함한다) 강남엄마란 직접적인 용어는 풍자극을 심각한 사회극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시선을 잡아끈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강남에 사는 엄마들의 입장에서 보면 속상할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환원된 드라마는 현실의 검증이란 쓸데없는 논란까지 만들어낸다. 여러 모로 보나 우리 교육에 대해 용기 있는 문제제기를 한 이 드라마의 가치는, 초반부에 너무 쓸데없는 힘을 빼면서 중반을 지나서야 차츰 가치를 드러나게 된다. 아들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현민주(하희라)라는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된 것은 강조된 현실로 인해 풍자극으로서 충분히 희화화되지 않은 캐릭터가 공감을 얻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으로 이사온 후, 부딪치는 학교에서의 문제들, 예를 들면 과열된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나, 촌지 문제, 학력 논란, 학원문제 등등은 모두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된다. 애초부터 이 교육의 문제는 엄마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현실, 즉 잘못된 교육정책이나 거기에 철학 없이 따라가는 학교들이 양산하는 문제였다. 즉 드라마가 강남이니 강북이니 하는 지역 논란을 제쳐두고 학교 문제에 집중하자 공감대의 폭은 넓어졌다는 말이다.

조금 자극적인 설정일 수도 있지만 윤수미(임성민)의 아들 이창훈(김학준)이 자살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전해주려는 메시지를 가장 적절히 보여준 에피소드로 보여진다. 학원을 땡땡이 치고 한강으로 놀러간 진우(맹세창), 지연(박은빈), 준옹(이민호)이 오랜만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과 교차 편집된 창훈의 자살 장면은 교육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에피소드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결국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제대로 꼬집는다. 직접적인 장면의 자극을 피하고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통해 미학적으로 처리된 것 역시 적절했다 보여진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굳이 강남이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풍토를 풍자한 드라마다. 엄마들과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엮어 가는 드라마 속의 희비극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처한 교육의 희비극과 맞닿는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고, 엄마이기를 포기한 채 학습매니저가 되어 가는 엄마들, 아이를 교육시켜야할 선생님들이 순위표에 줄 세우기를 해야 하는 현실, 학교는 뒷전이고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 이런 현실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생각해보면 어이없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픈 이 시대의 희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그걸 우리 앞에 끄집어내 준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드라마이다.

Posted by 더키앙

드라마 속에 꼭 있는 화제의 장면들

종영한 ‘쩐의 전쟁’의 한 장면. 갑자기 사채업소인 동포사가 춤바람에 휘말린다. 금나라(박신양)와 서주희(박진희)가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춘다. 단지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만 드라마 상의 감정라인과 조우할 뿐 스토리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몇 장면이 가진 효과는 커서, 다음날 인터넷에는 어김없이 이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가 네티즌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 장면. MT를 간 카페 직원들과 사장이 함께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은 그대로 UCC로 변모하면서 ‘완소한결’, ‘어라라은찬’ 같은 문구들이 달라붙는다. 극중에서 은새(한예인)가 이 UCC를 올려 카페가 인기를 끌게 된 것처럼, 드라마가 방영된 후, 인터넷은 이 UCC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와 인터넷은 언제부턴가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방영된 드라마에 대한 평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제 인터넷으로 오면서 새롭게 재창조되기도 한다. 장면들이 재편집되거나 서로 다른 드라마들이 엮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패러디는 물론이고, 캐릭터에 간략한 특징을 붙여 만드는 사자캐릭터 창조는 이제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인터넷의 화제성을 가장 잘 활용한 드라마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거의 모든 캐릭터에 사자캐릭터가 붙은 이 시트콤은 그 날 밤 어떤 장면을 연출했는가가 어김없이 다음날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순재가 야동을 보고 악플을 다는 장면이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과 반응을 얻어낸 것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이 시트콤이 처음부터 인터넷의 화제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결과이다.

화제를 일으키는 방법도 가지가지. 그 중 여성 캐릭터들의 주먹다짐 역시 화제를 끌어 모으는 한 장치가 되었다. ‘내 남자의 여자’의 화영(김희애)을 업어치는 은수(하유미)의 장면은 오래도록 네티즌들 수다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최근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강북엄마 현민주(하희라)와 강남엄마 윤수미(임성민)가 한바탕 붙는 장면에서 ‘내 남자의 여자’의 주먹다짐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과거라면 그저 심한 말다툼 정도로 처리되었을 이런 장면들은 이제 머리끄댕이 제대로 잡아 당겨주고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막싸움으로 변모했다. 그만큼 화제성이 충분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미 화제가 되었던 장면을 다시 끌어다 쓰는 경우도 있다. 최근 종영한 ‘불량커플’의 준수(유건)가 한영(최정윤)에게 피아노를 치며 프로포즈하는 장면은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했던 장면을 그대로 패러디한 것. 창피해 자리를 뜨려하는 한영에게 “어이 거기, 핑크는 자리에 좀 앉지”라고 외치는 장면에 이은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열창은 화제가 된 시퀀스 전체를 가져와도 여전히 화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경우이다.

드라마가 네티즌 혹은 시청자를 의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드라마들의 홍보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네티즌들의 입 소문은 이제 드라마를 소위 띄우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 서비스 같은 이런 장면들의 연출은 드라마의 흐름과 잘 맞물리는 한 그다지 나쁠 게 없다. 하지만 때론 화제가 공감으로 가지 않고 비호감으로 가는 경우도 생긴다. 과도한 장면들의 남발이 그것이다. 드라마 진행과 상관없는 과도한 노출이나,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도 않은 관계의 남녀가 갑자기 키스신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들은 공감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가장 좋은 것은 드라마 자체가 갖는 이야기와 화제가 될만한 장면이 빈틈없이 딱 맞는 경우이다. 특별히 연출할 것도 없이 그런 장면들은 고스란히 화제가 되고 후에도 명장면으로 남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연타석 홈런을 날린 은찬(윤은혜)과 한결(공유)의 포옹신에 이은 키스신이나, ‘쩐의 전쟁’에서 금나라와 서주희가 보여준 오이키스신 같은 것들이다. 저 드라마에 흔하디 흔한 포옹과 키스 장면이 이다지도 가슴 떨리고 오랜 잔향을 남기는 것은 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그 한 장면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제를 만들어내는 장면의 연출보다는 장면의 극적 상황 자체가 화제가 될 때, 시청자들은 깊은 공감 속에 기꺼이 화제에 동참할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서글픈 치맛바람, ‘강남엄마 따라잡기’

SBS 월화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왜 굳이 ‘강남엄마’라고 구체적으로 지칭했을까. 제목이 선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지 강남에 사는 엄마들은 그저 좀 부유한 엄마들이었지 이 드라마가 만들어낸 신조어처럼 ‘강남엄마’라는 테두리로 구획되진 않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강남의 엄마들이 다 드라마가 묘사하는 것처럼 자식교육을 위해 치맛바람을 휘날리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실재 강남의 엄마들이 그렇지 않다면 전혀 현실성 없는 이 드라마에 요지부동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왠지 마음 한 구석을 울리는 데가 있다. 왜 그럴까.

그녀가 강남엄마가 되려한 까닭
그것은 ‘강남엄마’라는 지칭이 그럭저럭 이해되는 현 교육의 문제와 여기에 미묘하게 얽혀있는 빈부격차의 문제가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강남이란 지명의 의미는 그저 지시적인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8학군으로 상징되는 교육열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동산 과열현상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것은 그저 강남의 문제만이 아니고 강북 혹은 지방에서도 소위 명문이라는 학교들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러니 ‘강남엄마’는 그런 비뚤어진 교육열과 부동산으로 대변되는 소위 부유층의 특권의식을 가진 엄마들을 표상할 뿐 실제 강남의 엄마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의 ‘강남엄마’가 되기 위해서 현민주(하희라)는 “자식을 위해 미친 년 아니라 더한 것도 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그녀가 그렇게 된 것은 ‘원조강남엄마’인 윤수미(임성민)의 도발적인 말 때문이다.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란 말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민주를 더 눈 뒤집히게 만드는 것은 윤수미와 시댁식구들이 보이는 강남으로 대변되는 소위 가진 자의 특권의식이다. “지들이 무슨 수로 여길 와”하는 그녀들의 태도는 현민주로 하여금 진짜 ‘미친 년’처럼 자존심도 뭉개고 수모를 참아가며 강남으로 이사가고 말겠다는 오기를 만든다.

엄마 vs 학습매니저
하지만 이렇게 오기가 생기면서부터 그것은 자식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의 욕망이 되어버린다. 드라마가 그려내는 소위 강남엄마들은 엄마라기보다는 ‘학습매니저’다. 아이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그 일정에 맞춰 차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매니저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 아이들은 왠지 엄마들의 도움을 받는다기보다는 엄마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질투에서 비롯됐고, 그러다 차츰 남의 자식과 비교하기 시작했으며, 상대방을 욕하다가 결국 따라하게 됐고, 점점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 일을 하게 되는 현민주가 겪는 욕망의 역전은 이 시대 엄마들이 엄청난 사교육의 부담 속에서 겪어야 하는 마음고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민주가 말한 ‘자식을 위해서’라는 변명 속에는, 실은 자신은 돈이 없어 못한 공부 자식은 원 없이 시키겠다는 자신의 욕망이 숨어 있다. 진우의 좋은 엄마였던 현민주는 점점 학습매니저가 되어간다. 현민주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원조강남엄마라는 윤수미의 상황은 더 비극적이다. 현재 그녀의 존재는 오로지 아이들의 학습매니저로서만 증명된다. 바람 피는 남편조차 아랑곳 않고, 아버지 생일에 아이의 특강을 고집하는 그녀는 스스로의 욕망에 노예가 되어 있다. 그녀는 한 남자의 여자도 아니고 아이들의 엄마도 아니다.

무엇이 엄마이길 포기하게 만드나
학부모의 이야기와 함께 드라마 한 축의 이야기를 차지하는 서상원(유준상)으로 대변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이 교육과 부의 문제가 구조적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명문대 나와서 사립중학교의 선생님 혹은 유명 학원강사가 되어 돈을 벌겠다는 꿈을 꾸는 서상원이란 캐릭터는 결국 강남으로 표상되는 부유층에 들어가기 위해 무한히 자가 발전되는 이 사회의 구조를 보여준다. 교육이 부를 낳고 부는 똑같은 교육조건을 강요하는 순환구조가 반복된다. 이것은 마치 명문이 부동산 과열을 낳고 그 부동산 과열로 인한 부가 다시 교육열로 이어지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 속에서 윤수미 같은 ‘강남엄마’이든 현민주 같은 ‘강남엄마’를 따라잡고 싶은 엄마이든, 아니면 그 가족들이든 모두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엄마가 엄마이길 포기하고 학습매너저가 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아이들이 아이들이길 포기하고 학습기계가 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강남의 엄마들도 그저 엄마라 불리지 않고 굳이 ‘강남엄마’라 불리는 이 사회는 불행하다. 그래서일까.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보면서 가끔씩 그 치맛바람의 서글픔이 느껴지는 것은.

Posted by 더키앙

MBC 현대물, SBS 사회극, KBS 사극

TV 콘텐츠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져만 간다. 그러니 방송사들의 드라마에 거는 기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시쳇말로 잘 빠진 드라마 한 편은 방송사들을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드는 상황이다. 작년 내내 MBC를 웃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주몽’이었다. 최고시청률을 연일 갱신하며 월화의 밤을 장악해버린 이 퓨전사극으로 인해 타 지상파의 월화 드라마들은 연일 최저시청률을 경신하는 눈물의 밤을 보내야 했다.

세련된 현대극으로 승부하는 MBC
하지만 그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주몽’이 종영한 이후, MBC의 드라마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케세라세라’, ‘히트’, ‘메리 대구 공방전’, ‘에어시티’ 등 기대작들은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주목할만한 드라마로 ‘하얀거탑’과 ‘고맙습니다’ 정도가 완성도와 시청률 양쪽을 어느 정도 가져간 드라마로 기억될 뿐이다. 여기에 애초에 방영되기로 했던 ‘태왕사신기’가 계속 늦춰지면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다른 드라마들이 겪게 되었다.

MBC가 주도했던 ‘포스트 주몽’으로서 ‘태왕사신기’의 방영이 연기되고, ‘포스트 하얀거탑’으로 만들어낸 ‘히트’나 ‘에어시티’같은 전문직 장르 드라마들이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MBC가 갖고 있던 ‘드라마 왕국’의 이미지는 많이 희석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본래 MBC가 가졌던 강점인 현대물들로 그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기대작은 ‘커피 프린스 1호점’, ‘개와 늑대의 시간’ 같은 작품들이다.

MBC 드라마의 특징은 세련된 현대물이란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시청률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케세라세라’, ‘히트’, ‘에어시티’, ‘메리 대구 공방전’을 비롯해, 현재 좋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모두 세련된 현대물이란 특징이 있다. 또한 드라마의 영상연출에 있어서도 이들 드라마들은 탁월한 감각적 화면을 잡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영상시도는 젊은 층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좀더 현실적인 느낌을 드라마를 통해 받길 원하는 40대 이상 시청자들에는 조금 낯선 것이 사실이다.

사회극으로 현실의 이슈화를 노리는 SBS
MBC가 내놓은 빈자리를 채운 것은 SBS. SBS 드라마는 그 시청자들에게 낯선 것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것을 보여주면서 사회적인 파장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SBS의 CP들은 최근 들어 오히려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것을 기획한 다음, 그것을 드라마로 제작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내 남자의 여자’가 불륜을 통해 이 시대의 달라진 남녀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것에 이어, ‘쩐의 전쟁’은 사채업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어 현재 방영되고 있는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교육문제를 좀더 사회적 시각으로 접근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남과 강북의 문제가 드라마를 통해 전면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것. 이 정도 되면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쩐의 전쟁’ 방영 후 그것이 실제 대부업체들의 이미지 전쟁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듯이, ‘강남엄마 따라잡기’ 역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드라마가 그려내는 모습들에 대한 뜨거운 찬반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SBS 드라마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자체의 힘에 외부적인 힘, 즉 현실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현실사회가 가진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이들 드라마들은 충분한 함의를 가진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만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 속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 

KBS, 사극으로 부활을 노린다
MBC와 SBS의 틈바구니 속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가졌던 것은 KBS. 공영방송이라는 무거운 옷을 입고 있어, 상대적으로 MBC가 했던 새로운 시도나 SBS가 했던 현실의 이슈화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던 KBS는 결과적으로 이 두 방송사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은 격이 됐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일일드라마와 사극을 빼고는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참패를 면치 못했다. ‘꽃 찾으러 왔단다’, ‘마왕’, ‘헬로 애기씨’ 같은 드라마들은 완성도를 떠나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사극은 KBS였다. 사극의 특성상 많은 노하우와 세트 등을 보유한 KBS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극에서는 계속 강세를 유지했다. ‘황진이’가 호평과 함께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대조영’ 역시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시작해 호평을 받고 있는 ‘경성스캔들’ 은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끌어들였고 월화극으로 새로이 시작한 ‘한성별곡’ 역시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극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법. 최근 KBS는 자체적으로 드라마 기획팀을 만드는 등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방송사별로 드라마들이 이렇게 제 각각의 색깔을 내는 데는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와 그걸 깨기 위해 새로운 시도로 맞서는 MBC,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약간의 논란까지 감수하며 기꺼이 경쟁에 끼어 든 SBS, 이 방송3사의 입장이 깔려 있다. 게다가 거의 극에 이른 드라마 시청률 경쟁은 이제 남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끈다. 어찌 됐건 골라보는 재미를 가지게된 시청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세 방송사가 천편일률적인 색깔을 보여준다면 그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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