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신현준의 박장대소, 그 기분 좋은 중독

도대체 왜 웃는 거지?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신현준이 처음 그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을 때 스튜디오에 앉은 출연자들은 모두 의아한 얼굴이었다. 심지어 전현무는 “같이 좀 웃읍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자꾸만 그 박장대소에 빠져든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 한 마디에도 터져 나오는 신현준의 ‘숨 막히는’ 웃음소리에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도대체 신현준의 박장대소는 어떤 효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신현준이 매니저 이관용을 삼겹살로 유혹해 양평의 주말농장에 함께 가는 길은 사실 그다지 큰 사건(?)이랄 게 없었다. 차 안에서 늘 하듯 영양제를 매니저와 함께 챙겨먹고 최근 신현준이 빠져들었다는 ‘불쾌지수송’을 반복해서 듣는다. 그러다 잠깐 차를 세워두고 마스크팩을 매니저와 함께 하며 특유의 ‘큰 코’ 때문에 팩의 코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 양평에 도착, 시장을 둘러본다. 

여기서 웃음 포인트는 역시 이관용 매니저의 ‘남다른 고기 욕심’이다. 다른 먹거리들을 얘기해도 오로지 매니저의 머릿속은 고기로 가득 차 있다. 마침 지나치다 보게 된 옛날 통닭집 앞에서 신현준이 말만 꺼내놓고 군침을 삼키는 매니저를 데리고 그냥 지나치려 하자, “먹고 싶다”고 말하는 매니저를 보며 신현준은 웃음이 피어나온다. 결국 통닭을 하나 사서 점심을 먹으러 간 냉면집. 신현준과 매니저 사이에 삼겹살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다.

사실 애초부터 약속대로 삼겹살을 살 생각이었을 테지만, 은근히 통닭을 샀으니 삼겹살을 뭘 또 사냐는 식으로 말을 건네고, ‘밑장 빼기’보다 더 지독한 ‘고기 빼기’를 한 신현준에게 살짝 빈정이 상한 매니저의 모습이 각을 세우며 웃음이 만들어진다. 냉면을 먹으면서도 계속 통닭을 담은 비닐봉지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매니저에게 “조성모냐?”고 묻는 신현준은 특유의 춤 동작처럼 보이는 그 동작을 연상케 하며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매니저에게 15일 동안 3킬로를 빼는 다이어트를 시켜주겠다며 그걸 성공시키면 5킬로 찌울 수 있는 고기를 사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자 매니저가 굳이 다시 찌울 걸 왜 빼냐고 되묻고 두 사람은 뭐가 좋은 지 함께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너무 큰 소리로 웃어 가게를 찾은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조심하며.

사실 신현준은 특정한 한 마디를 툭툭 던져서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그런 인물은 아니다. <전지적 참견시점>에는 사실 그런 인물들이 많다. 음식이야기만 나오면 특유의 표현력을 동원해 맛깔나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영자가 그렇고, 가만히 있다가도 한두 마디 툭 던지거나 삼행시 하나를 하는 것으로도 웃음을 터트리는 유병재가 그렇다. 또 새로 합류한 박성광은 그 좋은 심성을 짓궂게 설정 아니냐며 놀려대는 다른 출연자 앞에서 역시 개그맨답게 그걸 받아주며 당황해하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준다. 

하지만 신현준은 그런 단발성 웃음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가 하는 행동들을 일관되게 계속 들여다보고 살짝 생각을 하다 보면 그게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라. 음악 하나에 빠지면 한 달 내내 그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영양제가 좋아 엄청나게 큰 짐 가방에 영양제를 가득 담아 다니는 모습이라니. 매니저가 사는 곳 가까이 이사를 갈 정도로 거의 형제처럼 보이는 그 신뢰관계가 주는 흐뭇한 미소도 있다. 또 하다못해 텀블러와 에코백을 챙겨 다니는 그 개념이 주는 흐뭇함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일에도 큰 웃음으로 화답해주어 분위기를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그만의 박장대소가 있다.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즐거워진다는 게 무엇인지 그는 제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만일 <전지적 참견 시점>에 신현준의 그 웃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조금은 밍밍해지지 않을까. 어쩌다 보니 우리는 그의 박장대소에 빠져들게 되었다. 기분 좋은 중독이랄까.(사진:MBC)

정치는 참여하는 것, 스타들의 투표 인증에 담긴 뜻

오늘은 제7회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채시라의 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투표하러 가는 모습과 투표를 하고 나와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여러 장 뉴스로 보도되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기사지만 “투표하고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같은 좋은 반응들이 이어진다. 

레인보우 출신 지숙은 새벽에 투표를 완료했다며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샸을 올렸다. 그는 “새벽 공기와 함께 투표완료! 오늘 꼭! 소중한 우리들의 권리 멋지게 행사하자고요”라고 글을 더했다. 강인비와 솔비 역시 일찌감치 인증사진을 올렸다. 그 사진에 붙은 댓글들을 보면 ‘참하고 예쁘다’는 반응이다. 투표를 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인증함으로써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호감의 표시들이다. 

사전투표를 마친 스타들의 투표인증 사진들도 일찌감치 올라왔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백종원·소유진 부부에서부터 개념 배우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정우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보이밴드’ 방탄소년단, 위너의 강승윤, 우주소녀 멤버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함은정 등등이 사전투표 인증을 했다. 한편 장예원, 배성재 아나운서는 차범근 위원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 축구중계 가기 전 사전투표를 하고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투표소를 찾았고, 그 인증 사진들은 당연하게도 찍혀 SNS에도 오르고 기사로도 나왔다. 이 정도면 이제 투표일에 즈음해 스타들의 독려와 인증은 하나의 중요한 일로 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모습은 좋게만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또 하나의 풍경은 스타들의 투표 독려 참여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6.13 투표하고 웃자’ 캠페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박나래, 박경림 등 19명의 유명 예능인들이 참여했다. SBS는 6.13지방선거 홈페이지를 통해 ‘셀럽보트 챌린지’를 진행했다. 드라마 <훈남정음>에 출연 중인 남궁민이 “투표 놓치지 말고 행사하라”고 투표를 독려했고, 정해인은 “우리 모두 투표하기 약속해요. 특히 누나들 제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재치 있는 멘트를 남겼다. 

투표 인증과 독려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결국 정치는 참여하는 것이고, 그 참여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투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제 정치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달라진 스타들의 면면이 담겨 있다. 아직까지 어느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한다고 나서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투표인증은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그 사람의 개념을 인증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는.(사진:최수종 하희라 투표인증사진)

‘뉴스룸’, 정우성의 진심 느껴진 영화보다 난민촌 참상

보통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서 게스트와의 이야기를 주도하던 손석희 앵커의 모습이 사뭇 달라보였다. 그것은 그 자리에 나온 정우성이 거의 모든 걸 다 설명할 정도로 깊이 있게 로힝야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날 ‘배우’를 앞세우기보다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라는 자신의 또 다른 위치를 앞세웠다. 그래서 그를 소개하는 자막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먼저 써져 있었고 그 옆에 가로치고 ‘배우’라 적혀 있었다. 

손석희 앵커는 ‘문화초대석’ 시작부터 “영화배우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리포터 역할”을 하셔야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고, 정우성은 그 말이 당연하다는 듯 “친선대사가 하는 역할이 결국 그런 역할”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지금 현재 국제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로힝야족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그 역사적인 배경까지 들어가며 세세히 설명했다.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인 필리포 그란디에게서 들은 로힝야족들의 참상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만난 “여성 대부분이 강간을 당했고 아이의 대부분이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목격했고 부모의 대부분이 아이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했다. “20년 전 르완다 대학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 그것이 정우성이 자신이라도 빨리 그 곳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고 했다.

정우성은 쿠투팔롱 난민촌의 역사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며 당시 미얀마 군부에서 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로 선포하면서 방글라데시에 있는 이 곳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8월 25일 폭력사태가 터지면서 난민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 미얀마의 버마족들과 로힝야족들의 갈등은 종교적 문제와 함께 19세기 영국의 신탁통치 때 로힝야족을 이용한 역사적 사건들로 더 커지게 됐다고 했다. 

정우성의 로힝야족 참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깊었다. 그저 난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참상을 역사적인 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 점들을 손석희 앵커도 느꼈을 게다. 그래서 그는 굳이 “친선대사”라면 “이름만 걸어놓고 계신 건 아닐까” 솔직히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오늘부로 완전히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정우성이 주연인 영화 <강철비>가 개봉하는 날이었다. 그러니 손석희 앵커 입장에서는 게스트로 초대한 정우성에게 영화 이야기를 묻는 건 하나의 예의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우성의 반응은 의외였다.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고 굳이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놓자 “개봉했습니다. 이 정도만 할까요.”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뉴스룸>에 나온 것이 영화 때문이 아니라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로힝야족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손석희 앵커의 질문으로 영화 이야기를 잠시 나눴지만, 그는 곧바로 자신이 다녀온 난민캠프의 참혹함을 알리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그들의 참혹함을 몇 마디 말로 전하기에는 참 모자란 게 많다”는 말을 덧붙였고, “6.25라는 전쟁을 겼었고 실향과 난민에 대해서는 어떤 민족보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여지도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걸 강변했다.

정우성이 달리 보였다. 한때는 그저 잘생긴 배우 정도로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연기파 배우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국제 사회 문제 등에도 남다른 인식과 개념을 가진 배우로 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거꾸로 이런 남다른 개념이 그가 하는 연기에도 남다른 깊이를 만드는 것이라 여겨졌다. 본인은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영화 <강철비>의 정우성에게서 느껴진 그 연기의 깊이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뉴스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JTBC)

우울한 시국, <무한도전> 덕분에 한층 따뜻해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MBC <무한도전>은 왜 과거 김영희 PD가 만들었던 <칭찬합시다>를 아이템으로 삼았을까. 칭찬 트럭에서 번호를 선택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은 아마도 90년대 예능 프로그램을 봤던 중년들에게는 오랜만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을 게다. 하지만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소환한 뜻은 그저 추억이나 향수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칭찬합시다의 주인공들이 지금 시국에 남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첫 번째 주인공들은 아마 네티즌들에게는 이미 동영상으로 잘 알려진 부산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이다. 유치원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나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사람 한 사람 차에서 내려 모여들고 한 사람이 차분하게 망치로 유리창을 부숴 아이들을 구조해냈던 그 동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오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아이를 구해낸 후 그 놀란 가슴을 달래주는 모습까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굳이 이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을 첫 번째 칭찬합시다주인공으로 삼은 뜻은 아마도 이 동영상을 보며 왠지 모를 뭉클함과 감동을 느꼈던 시청자들의 마음과 동일한 것이었을 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떤 위기의 상황에 누가 뭐라 하지도 선선히 나서 아이들을 구하는 그 장면이 현 시국과 맞물려 더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시민영웅들의 용감한 행동들은 그래서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결국 그 위험한 곳에 뛰어든 이들이 다름 아닌 시민영웅들이었다는 걸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의외로 한 초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에 붙은 경비원 아저씨들을 감축한다는 벽보를 보고는 그 부당함을 대자보로 붙여 결국 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잠재운 초등학생. 이 초등학생 역시 지금의 시국과 맞물려 남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내용을 본 네티즌들이 이 아이의 용기 있는 행동에 기꺼이 박수를 친 건 그 아이만도 못한 현 시국의 어른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어렵게 대리운전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더 어렵게 생활하는 대리운전기사분들 자녀를 위해 계속해서 장학금을 기부해온 한 가장이었다. 꽤 많은 돈을 기부해온 것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더 잘 살 수 있지 않았겠냐고 묻자 이 가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살 수 있었다는 것. 기부가 누군가를 위한 일이지만 또한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걸 이 가장은 잘 알고 있었다.

 

<무한도전>이 끄집어낸 시민영웅들은 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솔선수범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인 경비원 아저씨들의 인원 감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고사리손으로 대자보를 써 붙이고 본인도 넉넉지 않지만 더 힘든 이들을 위해 기부의 손길을 내미는 분들이었다.

 

결국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통해 보여주려는 건 우리 사회가 어떤 분들에 의해 살아갈만한 사회가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사익을 위해 권력을 유용하는 이 웃을 일이 없어지게 만드는 분노의 시국에, 이 소소해보여도 위대한 시민 영웅들의 미담들은 너무나 소중한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울한 시국. 그래서 크리스마스지만 여전히 광화문 광장으로 발길이 향하는 지금. <무한도전>칭찬합시다는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크리스마를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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