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이렇게 개성이 다른 오디션 톱10 있었던가

 

JTBC 오디션 <싱어게인>의 톱10이 결정됐다. 이무진, 이승윤, 이정권, 최예근, 김준휘, 소정, 정홍일, 태호, 요아리 그리고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오게 된 유미가 그들이다. 놀라운 건 이들 톱10에 오른 가수들의 너무나 다른 개성이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톱10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서 있다니.

 

찐무명으로 올라온 이무진은 통기타 하나만 갖고도 제대로 그루브를 갖고 놀 줄 아는 뮤지션으로 한영애의 '누구 없소'의 첫 소절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던 가수다. 이문세의 '휘파람'이나 조용필의 '꿈'을 부르는 이무진은 놀랍게도 그 젊은 나이에 옛 감성과 현재의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음악의 해석을 보여준다. 원곡의 맛을 한껏 보여준 후, 살짝 살짝 변화를 주는 편곡으로 그만의 색깔을 그려낸다. 

 

'근본 없는 무대'라고 표현했지만, 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청중과 밀당의 묘미를 선사하는 이승윤은 실로 <싱어게인>의 정체성에 딱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그만의 스타일은 벌써부터 대중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싱어게인>의 톱10은 이무진, 이승윤만이 아닌 전부가 겹치는 색깔이 없다. 

 

이를 테면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게 만들어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어 장인 이정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톡톡 튀는 개성의 최예근, 낮게 읊조리는 허스키 보이스로 툭툭 던지는 노래가 매력적인 김준휘, 매 라운드마다 색다른 장르의 옷을 입어도 모두 어울리는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레이디스 코드 소정, 요즘은 귀해진 정통 헤비메탈의 힘으로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정호일, 아이돌이 가진 춤과 노래 실력에 성실함까지 겸비한 태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 음색의 요아리 그리고 슈가맨으로서 여전히 큰 감동을 선사하는 유미까지. 

 

이렇게 톱10의 색깔이 겹쳐지지 않고 다양한 개성들을 드러내게 된 건,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애초부터 달랐던 기획방향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주로 하나의 장르를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스트롯2>처럼 트로트를 장르로 세우거나, <포커스>처럼 포크 음악을 장르로 세우는 식이 그렇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이런 장르를 전제하지 않고 대신 '다시 부른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그러자 찐 무명에서부터 슈가맨, 오디션 출신, 아이돌 그룹 출신, OST 가수 등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이전의 어떤 오디션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다양한 출연자들이 가능해진 것.

 

중요한 건 이렇게 다양한 특징과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각각의 매력에 맞춰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맞춤형 심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꾹꾹 감정을 가사에 넣어 부르는 게 장기인 이정권에게는 드라마틱한 곡을 선곡하라고 하고, 감정을 너무 잔뜩 실어 노래하는 유미에게는 그 힘을 조금 빼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레이디스 코드 소정은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가 가능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해내는 태호에게는 아이돌이 가진 강점을 부각시켜주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싱어게인>이 갖게 된 음악의 다양성은 시청자들로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매 무대를 식상하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워낙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오다 보니 이제 시청자들도 저마다 색깔이 다른 오디션에 등장할 법한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을 그리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대신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오디션이 가능해진 것. <싱어게인> 톱10의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면면들을 보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째서 성공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사진:JTBC)

'싱어게인', 이토록 개성을 끄집어내준 오디션이 있었던가

 

"저는 어디서나 애매한 사람이었거든요.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록도 아니고 충분히 포크도 아니고 그래서 제가 살아남는 거 약간의 환대를 받는 거 이런 게 어리둥절했습니다. 요행이 길다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쨌든 4라운드까지 와서 '제 존재의 의의를 구체화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요. 제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걸 오히려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4라운드 톱10 결정전 무대에 선 30호 가수 이승윤은 그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비상한 관심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그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부른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은 서태지가 저렇게 등장했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족보 없는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물론 이승윤에 대한 관심이 호평 일색인 건 아니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가수라는 걸 심사위원들도 지적한 바 있고, 그건 이승윤 자신도 "어디서나 애매한 사람"이었다고 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던 바였다. 그래서 중요해진 건 다음 무대였다. 그 무대의 파격이 일회적인 일이 아니라 이승윤이라는 가수의 독보적인 색깔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건 다음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선곡한 이승윤은 놀랍게도 그 노래 역시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들려주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대안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는 그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강약장단'의 귀재였다. 같은 노래도 그가 맛있게 소화해내는 이유는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때론 길게 늘이기도 하고 때론 스타카토식으로 짧게 끊어주는 방식으로 노래를 표현해내기 때문이었다. 그건 리듬이나 그루브를 타는 것과는 또 다른 그만의 색깔을 음악에 부여했다. 

 

그 두 번째 무대로 이승윤은 그저 '겉멋'이 아닌 진짜 자기만의 스타일이 분명히 있는 개성적인 가수라는 게 증명되었다. 이제 다음 무대에서도 그만의 색깔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역시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독특한 무대인 것만은 분명했고 "미친 애는 못 이긴다" 같은 호감이 투영된 반응들이 눈에 띠었다. 지난 회에 이승윤의 무대를 보여줄 듯 하다 끝내버린 엔딩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그 무대를 실제로 보고나니 제작진이 그 무대에 대해 한 주를 미뤄두고 그 기대감만큼을 채울 만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가진 출연자들을 주목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가수를 주목시키고, 그 가치를 세우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이승윤이 말하는 것처럼 기성 음악시장의 잣대에 의해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을 그만의 색깔 그대로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 모두의 호평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이선희 심사위원의 이야기는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 "그 애매한 선상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바로 30호님의 음악이구나 라는 생각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보컬의 음색이 너무 특색이 있어서 그 장르를 열어가는 가수들은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음악 자체의 색깔이 특색이 있어서 그 장르를 새롭게 개척해가는 (가수는) 많지 않거든요. 10년, 20년 사이에 그런 장르의 음악을 여는 사람은 없었어요. 전 30호님이 그런 장르의 음악을 열어가는 사람이 돼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전달해드립니다. 꼭 그런 가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김이나 심사위원의 말은 그간 자신을 애써 부정해오곤 했던 이승윤의 마음을 후벼팠다. "스스로가 자꾸 나한테 왜 이런 평가하지? 나 왜 좋아하지? 난 애매해. 그렇게 하는 게 아마 마인드 콘트롤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30호님이 자연스럽게 애정이나 사랑이나 인정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훨씬 더 멋있어지실 것 같아요." 그 말에 결국 이승윤은 눈물을 보였다. 그는 자존심 강한 가수였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 자기 색깔의 음악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선 또한 적지 않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을 게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자신에 대한 칭찬 또한 인정하지 않게 됐던 게 아니었을까. 그가 스스로를 "애매하다" 표현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싱어게인>은 사실 이승윤 같은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 스스로를 치부하며 그러면서도 자기 음악에 대한 자존심으로 버텨내고 있는 무수한 무명가수들에게 크나 큰 위로와 가능성을 알려준 게 되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어느 하나의 잣대로 평가받기 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에 맞는 평가와 조언으로 한 걸음씩 성장해갈 수 있게 해주는 무대. 찐무명 63호 이무진이 그렇고, 연어장인 이정권이나 천상 헤비메탈 가수 정홍일, 팔색조의 다채로운 재능을 보여주는 11호 레이디스 코드 소정 같은 이들이 저마다의 색깔이 개성이자 매력일 수 있는 무대를 <싱어게인>은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골목식당’ 손님 생각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대전의 청년구단. 처음엔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장소가 안 좋다는 것 때문 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대전 청년구단 사장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장사가 안 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 발견됐다. 식당을 열고는 있지만 손님 생각은 전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있을까.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식당이 바로 막걸리 집이었다. 오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막걸리를 개발했다는 이 집 사장님은 처음부터 솔루션을 요청하면서 “막걸리는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막걸리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고, 백종원이 그만큼 알까싶어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막걸리를 즐긴다는 백종원은 그만큼 기대하는 얼굴이었지만 막상 막걸리를 맛보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생각했던 막걸리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어떤 물을 쓰냐며 물맛에 따라 막걸리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지만 막걸리 집 사장은 수긍하지 않았다. 수돗물을 쓰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고, 맛은 물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서였다.

다시 만나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백종원은 물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다시 했지만 사장은 “물맛보다는 누룩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이야기에 산까지 올라가 약수를 길어와 막걸리를 만들어 내놓은 사장은 일반 생수를 쓴 막걸리와 약수 막걸리를 비교해본 결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약수 막걸리가 더 맛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막걸리를 맛본 백종원은 여전히 갸우뚱한 얼굴이었다. 

결국 백종원은 시중에 나와 있는 유명한 지역 막걸리들을 가져와 사장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막걸리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는 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12개의 막걸리 중 2개만 겨우 맞혔을 뿐이었다. 그것도 하나는 자신이 만든 막걸리였다. 백종원은 사장이 만든 막걸리가 다른 막걸리들과 비교해 먹어보면 맛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사장은 막걸리가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며 모두가 통일된 맛을 낸다면 소규모 양조장들은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사장의 말대로 본래 가양주(집에서 담그는 술)였던 막걸리를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막걸리 맛이 다른 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고 개성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럴 거면 굳이 식당을 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담가 혼자 마시는 술이 어떤 맛이 있건 그건 말 그대로 그 집의 개성일 수 있지만, 손님을 상대하는 막걸리집이라면 손님들의 입맛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닐까. 

12개의 막걸리 중 사장이 좋다고 한 막걸리 3개(자신의 막걸리 포함)을 꺼내 청년구단의 다른 식당 사장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투표를 한 결과 사장이 만든 막걸리는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손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하고 대중적인 건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사람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솔루션은 왜 신청했을까.

손님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태도는 딱히 막걸리 집 사장만이 아니라 이 청년구단 사장들 모두가 가진 문제였다. 덮밥집의 ‘김치스지카츠나베’는 그 이름 자체가 어려워 그 지역의 주 고객층인 40대 이상의 손님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할 수밖에 없었고, 양식집의 순두부 파스타는 그때 그 때 간을 해 균일화된 맛을 내지 못해 짜다는 손님들의 평가를 받았다. 햄버거집은 언양식 불고기 흉내를 냈지만 불맛을 내는 게 아니라 그을음을 얹은 패티를 내놓고 있었고, 초밥집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심지어 청년구단 사장들이 한 테스트에서 바뀐 초밥과 고등어조림은 둘 다 ‘내놓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지목되었다. 

장소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손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사장들의 마인드였다. 자기들끼리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손님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이들은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이라면 그래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손님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내놓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라면 그런 마인드로는 백전백패일 수 있었다. 먼저 그 잘못된 마인드를 깨는 것. 백종원이 혹독한 평가와 독설을 날리는 건, 그 잘못된 마인드가 깨지지 않으면 솔루션이 제아무리 많아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사진:SBS)

드라마보다 더 설렌다, ‘하트시그널2’의 특별한 관찰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고 다음 회를 안 본 사람은 없을 듯싶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스튜디오 분량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보다 관찰카메라가 담아낸 일반 청춘들의 이름들이 더 회자되고, 심지어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누구와 연결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자신이라면 누굴 선택할 것이라는 ‘타입’에 대한 일종의 커밍아웃이 이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무엇이 이런 화제를 낳는 것일까.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2> 이야기다. 이게 과연 종편 채널 프로그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진일보한 연애 소재 프로그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관찰카메라라는 지금의 예능 트렌드 형식을 가장 적확하게 가져와 스튜디오 촬영과 분담해냄으로써, 지금껏 ‘짝짓기 프로그램’이라 비하되던 연애 소재 프로그램을 진화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트시그널2>에는 모두 8명의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였지만 차츰 상냥한 면모가 드러나며 여성들의 호감을 산 한의사 김도균, 앳된 외모에 뇌색미가 더해진 훈남 예비사무관 막내 이규빈, 멍뭉이 스타일로 설득에 능한 스타트업 대표 정재호, 그리고 뒤늦게 합류해 마성의 매력으로 연애 기류의 판도를 바꿔버린 김현우가 남자 출연자들이고, 도회적인 외모에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케터 오영주, 대학생으로서 호응과 리액션이 좋은 풋풋한 미소의 소유자 임현주, 배우지망생으로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송다은에 마지막에 출연한 털털한 성격이 매력인 김장미가 여자 출연자들이다.

저마다의 개성이 확실하고 따라서 매력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드러나던 서로의 마음은 조금씩 회가 진행되면서 변화된다. <하트시그널2>가 흥미로운 지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 속에서 인물들이 보이는 작은 행동이나 표정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해낸다는 점에 있다. 

이를 테면 초반부에 ‘비밀의 방’ 주인공으로 갑자기 등장한 ‘거침없는 카리스마의 매력’을 가진 김현우가 애초에 존재하던 기류를 변화시키자, 오히려 차분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던 김도균에게 여성들의 마음이 온통 기울어버리는 그런 감정 변화를 프로그램이 제대로 잡아내는 그런 부분들이다. 끌리지만 위험하게 느껴지는 김현우라는 존재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김도균에 여성들이 이끌리는 과정을 <하트시그널2>는 미세한 표정과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통해 끄집어낸다. 

<하트시그널2>가 진화된 형태의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걸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은, 이런 디테일한 감정들을 포착해내면서도 동시에 이들의 일상이 인위적인 설정이 최소화된 채 지극히 자연스럽게 담겨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을 통해 ‘시그널 하우스’의 남녀들의 일상을 큰 설정 없이 담아내고, 대신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그 영상을 보며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설명하고 맞춰나가는 스튜디오 분량으로 이원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트시그널2>는 마치 실제로 벌어지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 상황이 전개되지만, 그걸 바라보는 스튜디오의 이른바 연애심리 전문가들(?)이 더해주는 이야기가 일종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 출연하고 있는 인물 중 이 역할을 가장 잘 하는 인물은 그래서 연예인들보다는 작사가인 김이나와 정신과 의사인 양재웅이다. 이들의 예리한 행동분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출연자들의 행동들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들이 시그널을 읽어주는 코멘트들은 일종의 ‘연애 코칭’의 정보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프로그램에 중요한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준다.

보통 멜로나 로맨스를 얘기하면 떠올리게 되는 건 주로 멜로드라마다. 하지만 <하트시그널2>를 보게 되면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진짜 리얼리티로 벌어지는 남녀 관계의 세밀한 포착을 통해 그려지는 심리의 드라마가 훨씬 드라마틱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한때는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실전 연애에 약한 이들을 비아냥하는 표현으로 나온 적이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이제 이런 말이 가능해질 것 같다. ‘연애를 예능프로그램으로 배웠어요.’(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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