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공개된 2회분에 아쉬움 남은 까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가 이제 달리기 시작했다. 워낙 봉준호 감독의 원작 영화가 만들어낸 기대감이 커서인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전 세계적인 관심과 기대를 끌어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시즌1 10편 중 공개된 1,2회에 대한 반응은 영화처럼 호평 일색은 아니다. 어째서 이런 호불호가 나뉘게 되었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그 세계관이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머리 칸, 꼬리 칸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유행어처럼 쓰일 정도로 회자되었던 건, 빙하기를 맞이한 지구에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만들어져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에 담겨진 은유가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화된 세계의 계급 풍경을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머리 칸에 사는 이들이 호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반면, 꼬리 칸에 사는 이들은 노예처럼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철저히 통제되어 살아간다. 결국 <설국열차>는 파국을 향해 가는 지도 모른 채 무한 질주하는 자본주의의 민낯에 드리워진 부조리한 계급구조를 적나라하게 꼬집는 영화로서 전 세계인들의 열광을 얻어낸 바 있다.

 

그래서 영화는 그 특성 상 꼬리 칸에서 머리 칸으로 향해 가려는 이들의 '혁명' 과정을 피 튀기는 투쟁을 통해 그려내면서, 마치 창조주인 양 설국열차에 군림하며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윌포드라는 존재의 실체를 찾아간다. 그러니 그 액션과 드라마와 갈등들이 온전히 부조리한 시스템과의 대결로 그려지는 통일성을 만든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작품성과 대중성이 어우러지는 작품이 된 건 바로 이런 메시지와 재미가 통일성 있게 만나는 지점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영화와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다. 시즌1 10부작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좀더 다양한 이야기들의 변주가 필요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설국열차>에는 살인사건과 이를 추적하는 강력계 형사라는 어찌 보면 장르물에서 상투적으로 쓰이는 소재가 들어가 있다.

 

3등 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이 열차에서 유일한 강력계 형사인 레이턴이 꼬리 칸에서 소환된다. 그는 사건을 추적해나가면서 동시에 윗 칸들의 구조와 시스템을 파악하려 하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엔진을 장악해 꼬리 칸이 희구하는 혁명을 이루려 한다.

 

달리는 설국열차 안에 식량을 생산하는 칸들도 있고 유흥가도 있으며 마치 바다 속 같은 수조에서 물고기를 잡아 요리를 하는 그런 풍경들도 담겨져 있어 확실히 이 독특한 세계관이 주는 묘미는 영화만큼 시선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만일 영화 원작이 없이 이 드라마를 처음 보게 됐다면 상당히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영화를 봤던 시청자라면 원작이 가진 이 독특한 세계관을 통해 담아내는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 같은 부분이 전형적인 스릴러 형사물의 틀이 더해지면서 약화된 데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치밀하게 액션 하나를 담아내면서도 그 안에 세계에 대한 풍자와 유머 그리고 메시지까지를 담는 '봉테일'이 아쉽게 느껴진다는 것.

 

다만 아직 2회분이 공개됐을 뿐이라 이를 통해 전부를 판단하긴 섣부른 일이다. 매주 월요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설국열차>가 어떤 방향으로 달려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초반의 이런 다소 아쉬운 부분들을 이 드라마는 과연 조금씩 채워나갈 수 있을까.(사진:넷플릭스)

‘미스터 션샤인’, 눈물 났던 당대 의병들의 숭고한 선택들

“작금의 조선에 조선의 것이 없다.” 구동매(유연석)에게 붙잡힌 이름 모를 아무개, 의병은 칼날이 자신의 목줄기에 닿아 있는 와중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구동매는 그 의연함이 궁금하다. 자신을 돈이 되는 일에 목숨을 걸지만, 이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걸까. 그래서 묻는다. 그 이유를. 

그러자 이 아무개가 조선의 사정들을 줄줄이 읊어 놓는다. 열강들이 수탈해간 조선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하는 것”이란다. “이런 나라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른 이를 발고하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해놓은 구동매는 적이 당황한다. 그 아무개는 “내게 단 한 명의 이름도 듣지 못할 것”이라며 스스로 칼날을 목으로 당긴다. 가까스로 자결하는 걸 막은 구동매가 “미쳤냐”고 묻자, 아무개가 말한다. “들키면 튀고 잡히면 죽는다.” 그리고 백 번을 잡아도 자신의 동지들 누구든 그렇게 할 거라고 일갈한다. 칼자루는 구동매가 쥐었지만 그는 아무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처참하게 베인다. 자신의 삶이 새삼 보잘 것 없어지는 그런 느낌.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 짧은 장면은 구동매에게 앞으로 일어날 심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그렇게 아무개로 남을 그들의 숭고한 선택에 대한 뭉클함이 들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작품이 진정 하려는 이야기일 게다. 그 중에는 지체 높은 애기씨도 있지만 이름 모를 촌부들도 있고, 노비에 백정 출신도 있으며 무엇 때문에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없는 아낙네도 있다. 

주인공들은 그 많은 아무개로 남은 의병들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서 있다. 머슴이었지만 부모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조선인, 백정의 아들로 일본에서 칼잡이가 되어 돌아온 일본인 조선인, 그리고 악덕 지주양반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삶으로 자신을 저주하듯 살아가는 룸펜 조선인, 아버지의 손에 의해 일본인에게 팔려가듯 결혼해 남편이 죽자 돌아와 호텔사업을 하는 일본인 조선인 여인, 미군들과의 전투에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포수로 위장해 의병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인 등등. 

그 중 유진 초이(이병헌)와 구동매 그리고 김희성(변요한)은 서로 다른 국적을 갖고 있지만 묘한 관계로 얽힌다. 어느 주점에서 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는 그들에게 주인이 ‘동무’냐고 묻자 그들은 모두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김희성이 자신들을 “미국인인 조선인, 일본인인 조선인, 잘생긴 조선인”이라고 농담처럼 표현한 것처럼, 그들은 조선인이라는 하나로 묶여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걸 자꾸만 일깨우는 한 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고애신(김태리)이다. 고애신이 선택한 쓸쓸하지만 숭고한 그 선택 앞에 세 남자는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까” 고민 중이다. 

유진이 애신에게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내 기억 속 사대부 연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라고 묻자 애신이 하는 말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튀지....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껜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 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개화기 혼돈의 시대이기는 하나 그 나라를 위해 초개같은 자신의 삶을 던졌던 청춘들 역시 어찌 사랑이 없었을까. 애신의 유진을 바라보는 사랑이 가득한 눈빛과 그러면서도 의병의 삶을 향해 불꽃처럼 달려갈 거라는 그 말의 교차는 그래서 더더욱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거기에서는 의연함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선택은 그래서 나비효과를 만들어내며 주변 사람들을 움직인다. 어느 아무개 의병의 말 몇 마디에 구동매가 칼날보다 더 아픈 상처를 입었듯이, 애신의 불꽃 같은 몇 마디 담담한 이야기는 유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참 못됐습니다. 저는 저 여인의 뜨거움과 잔인함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요.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가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꽃 속으로. 한 걸음 더. 요새 전 아주 크게 망한 것 같습니다.’ 유진의 이 읊조림은 그가 이 여인의 삶 깊숙이 들어가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것은 애신이 말했듯 출신도 성차도 뛰어넘는 숭고한 대의다. ‘얼굴을 가리면’ 그들에게는 조선이 그토록 신분과 계급으로 짓눌렀던 억압을 뛰어넘어 ‘다 같은 아무개’가 된다. 추운 겨울 꽁꽁 언 얼음길을 애신과 유진이 함께 걸으며 유진이 자신을 노비신분이라 털어놓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살 얼음길 같은 그 ‘함께 가는 길’에 유진은 그 신분차이가 큰 장벽이라 여기지만 과연 애신도 그럴까. 죽음을 향해 기꺼이 달려가는 불꽃같은 삶에 그건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하지 않을까. <미스터 션샤인>은 이름 없이 등장했다 사라져간 의병들이 어떻게 그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고 어떻게 불꽃처럼 살다 스러져 갔는지를 애신과 유진 같은 인물들을 통해 아프게도 그려내고 있다.(사진:tvN)

‘명불허전’, 헬조선을 넘나드는 타임리프가 보여주는 것

드디어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이 그 본색을 드러냈다. 지금껏 조선과 현재를 뛰어넘는 타임리프가 주로 보여줬던 건 그 다른 환경을 마주한 인물들의 멘붕 코미디에 가까웠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서로 공존하는 그 장면들이 주는 흥미로움 또한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건 <명불허전>이 하려는 이야기의 진짜 알맹이는 아니었다. 

'명불허전(사진출처:tvN)'

그 진짜 메시지가 드러난 대목은 허임(김남길)이 두칠(오대환)의 형을 치료해주지만 결국 주인 양반에 의해 맞아 죽게 되는 그 에피소드였다. 제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어 다 죽어가는 생명을 구해놓아도 천출들은 양반의 명 하나로 맞아 죽을 수밖에 없는 비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 과거 허임은 이미 그런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동막개(문가영)의 어머니를 치료해주지만 그녀 역시 노비라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됐던 것. 

이러한 신분의 벽은 허임에게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신분과 상관없이 생명은 귀하다 여겨온 의원이 그였다. 밤마다 아픈 노비들을 몰래 치료해왔던 그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자신의 노력이 아무 소용없는 세상이다. 우리가 자주 거론하는 ‘헬조선’이라는 그 표현이 이 곳은 표현이 아닌 진짜 현실이 되는 세상이니. 

그래서 그 곳을 뛰어넘어 현재로 넘어온 허임은 과연 좋은 세상에서 마음껏 생명을 살리는 의원이 될 수 있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양반과 노비로 나뉘는 신분제는 없어졌지만 이 곳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그래서 허임은 한방병원에서 VIP들의 병을 고치며 잠시 쾌재를 부르지만 또한 가난해 길거리로 내몰리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노숙자들을 또한 보게 된다. 거대한 한방병원의 VIP들과 길거리 노숙자들이 다른 생명으로 비교되는 현실. 헬조선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명불허전>이 과거로 회귀하는 그 시점이 하필이면 임진왜란이 터지는 그 때라는 건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지점을 명확히 한다. 선량한 백성들은 선조가 도망친 줄도 모르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미 역사를 알고 있는 최연경(김아중)은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책임을 가져야할 권력자들의 도주가 결국은 백성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암담한 현실이라니.

<명불허전>이 담고 있는 두 개의 헬조선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이 타임리프 설정을 그저 트렌드가 아닌 중요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장치로 바라보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그것이 어째 다른 풍경이 아니라는 것. 굳이 두 개의 헬조선에서 허임과 최연경이 각각 의원과 의사라는 생명을 살리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 또한 예사롭지 않은 설정으로 다가온다. 생명에 어디 신분이 있고 빈부가 있으며 계급이 있겠는가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두 개의 헬조선을 오가며 허임과 최연경이 보는 그 암담한 현실과 그래서 그들이 각성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명불허전>의 본색이다. 좌절하거나 분노하고 한탄하는 것을 뛰어넘어 어떤 스스로의 결단을 통해 이 헬조선을 극복할 수 있는 그 길은 과연 이들에 의해 제시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이 완전한 해결방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의 노력들이 우리네 보통의 서민들에게 주는 위안과 위로는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상속자>, 현실의 축소판을 보는 재미 혹은 끔찍함

 

SBS가 새로 파일럿으로 내놓은 <인생게임-상속자(이하 상속자)>9명의 일반인들이 한 공간에 모여 네 계급으로 나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일종의 리얼리티쇼다. 과거 <>이 애정촌에 모인 남녀들의 관계를 리얼리티쇼로 담아냈다면, <상속자>는 태생()적으로 정해진 계급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양상들을 역시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낸다.

 

'상속자(사진출처:SBS)'

룰은 간단하다. 운으로 금수저를 뽑은 인물이 초대 상속자가 되어 계급의 맨 꼭대기에 서고 그가 바로 밑 계급 집사 1명과 그 밑 계급 정규직 3명을 뽑는다. 그리고 남은 인원 4명은 비정규직이 된다. 상속자는 이들이 지내는 방세와 식비를 받아 돈을 벌 수 있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방세와 식비를 내야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이 룰에서 집사는 예외적 존재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에 가장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자가 우승자가 되는 게임.

 

아주 간단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계급으로 구성된 룰은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금수저 흙수저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기고, 권력을 가진 상속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거의 폭군에 가까운 방세와 식비를 가져가려 한다. 조악한 상황에서 살아가야 하는 비정규직들은 연합하여 다음 선거에 권력을 잡으려 하지만 이게 만만치가 않다. 상속자와 정규직들이 이미 더 공고한 연합을 만들어 비정규직들을 지속적으로 배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한 게임이지만 어떻게든 계급을 넘어서기 위해 배신과 야합이 난무하면서 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아직 방영되지 않은 다음 편 예고에서는 눈물을 쏟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이 게임에 머물지 않고 감정을 건드리는 건 그것이 고스란히 현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등록금 대출금에 허덕이며 알바를 전전해 살아온 닉네임 샤샤샤라는 여성출연자가 상속자가 되어 그 호사와 권력에 취하는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지기까지 한다.

 

<상속자>는 이처럼 리얼리티쇼가 보여주곤 하는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거기에 우리 사회의 현실을 투영시킴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대단히 자극적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즉 누군가가 연합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갑자기 혼자 잘 살기 위해 배신을 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마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이 계급의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란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작동방식 그대로다.

 

그런데 이 <상속자>에서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그건 방영 전부터 예고편에 등장해 기대감을 높였던 김상중이다. 그리고 그는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의 이면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송분량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리얼한 행동들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 마스터 김상중의 모습은 뒤편으로 슬쩍 빠져 있다. 도대체 김상중은 이렇게 전면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왜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인물로 서 있는 걸까.

 

그건 바로 그가 이러한 끔찍한 현실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조장되고 만들어진 현실이라는 걸 은연중에 드러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계급사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불공평한 삶을 살아가며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루하루가 힘들고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며 밟고 밟히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사실은 누군가 조장한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삶이라는 것. 김상중은 그런 존재가 현실에도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잘 보이지 않던 우리네 현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드는 인물이다.

 

김상중이라는 외부적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상속자>는 그래서 인간군상을 보는 재미를 선사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적나라함이 주는 끔찍함 같은 걸 느끼게도 해준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 상황 속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당사자들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 실제 현실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이 가상 시스템 안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다른 스토리를 전해줄 가능성도 높다. <상속자>라는 파일럿의 확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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