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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화랑', 도대체 언제까지 사랑타령만 하고 있을 건가방영 전 KBS 월화드라마 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작품보다 높았다. 중국과 동시방영을 추진했고, 따라서 100% 사전 제작된 작품이다. 한류를 노리는 드라마였다는 것. 게다가 신라의 화랑을 본격적인 소재로 삼아 꽃미남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시선을 잡아끌었다. 박서준과 박형식은 물론이고 도지한이나 김태형 같은 새 얼굴들도 기대되는 지점이었다. 그리고 첫 회는 이런 기대감이 실제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저 꽃미남들의 화랑이라는 소재를 빙자한 연애담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무명(박서준)의 등장과 그의 친구 막문(이광수)의 죽음이 전하는 골품이라는 신분제에 억눌린 청춘들의 현실이 단박에 날려주었기 때문이다. 은 현재의 금수저 흙..
이 유골무죄 무골유죄 청춘을 보듬는 방식 “유골무죄 무골유죄.” 골품이 있으면 죄가 없고 골품이 없으면 죄가 있다? 이 조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삼국시대 신라의 골품제도에 빗댄 말이다. 지금으로 치면 금수저 흙수저의 신라 버전쯤 될까. KBS 월화드라마 이 그려내는 청춘들은 당대의 골품제도라는 태생적인 틀에 묶여 꿈이 있어도 펼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무명(박서준)은 그 골품제도에 의해 많은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천인촌에서 함께 자라온 둘도 없는 친구 막문(이광수)이 그 신분제의 틈바구니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누이를 찾기 위해 왕경을 넘었다는 죄로, 또 절대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는 성골 삼맥종(박형식)의 얼굴을 봤다는 죄로 막문이 죽음을 맞이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 영화라는 판타지가 줄 수 있는 것 라는 제목은 기묘하다. 조선이라는 실제 역사의 무게감에 ‘마술사’라는 어딘지 판타지적인 소재가 덧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조선시대로 돌아간 장르물이라는 형태로 을 필두로 해 나아가 이나 같은 영화들이 시도해온 역사 장르물(?)들이다. 어찌 보면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들을 조선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버무려 새로운 퓨전을 추구한 작품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는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조선시대에 환술(마술)을 하는 환희(유승호)라는 인물이 있다는 설정도 그렇고, 그가 마술을 하는 곳이 ‘물랑루’라는 기루라는 점은 아예 대놓고 ‘물랑루즈’를 염두에 둔 것을 드러낸다. 물론 그의 마술쇼에 보조자로 아낙네가 올라와 사랑을 표현한다거나, 신체 ..
인물에 최적화시킨 캐릭터의 힘, 연기는 함께하는 것 연기는 과연 연기자들만의 몫일까. 조금만 어설픈 연기가 나와도 ‘연기력 논란’이 나오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연기력 논란의 비판은 오롯이 연기자의 몫으로만 돌아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시리즈를 두고 보면 과연 연기가 연기자들만의 몫인가가 의심스러워진다. 로 단박에 연기돌의 자리에 올랐던 정은지를 떠올려보라. 이 작품 속에서 정은지는 구성진 경상도 사투리를 툭툭 쏘아내며 극 중 캐릭터와 전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 후에 그녀가 했던 에서는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같은 작품에서는 별다른 힘을 보여주진 못했다. 즉 연기도 괜찮은 캐릭터와 만났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의 고아라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그녀는 이 작품..
의 건강한 공기, 그 반은 옥빙구 덕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유해진이 나온 한 광고 카피는 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선의 ‘세끼 집’은 그래서 어린 나이에 데뷔해 쉴 새 없이 뛰어온 아이돌 조상인 보아 같은 인물에게는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 그 흔한 콩나물국 하나를 끓여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고, 몇 주간 벌들이 모아온 꿀을 채취하면 마음마저 달달하게 녹아내린다. 밥 한 끼 지어 먹는 일이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던가.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곳. 세끼 집이 도시인들에게 로망이 되는 이유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하고 생활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든 조금씩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뿐. 때..
, 그래도 김희선을 기대하는 까닭 또 ‘연기력 논란’이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KBS 주말극 에 출연하고 있는 김희선 얘기다. 경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경주가 아닌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경주 쪽에 사시는 시청자들이라면 어색한 사투리가 드라마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특히 사투리가 갖는 정서가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사투리가 어색하다고 그녀의 이번 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평가 절하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어차피 현지인이 아닌 이상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첫 회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길거리에서 뒹굴며 드잡이까지 하는 모습은 분명 김희선이라는 배우의 달라진 면..
스타 없이 스타 만든 , 조연들의 전성시대 스타가 없어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가 그렇다. 생각해보라.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가 정우라는 배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를. 또 꽤 많은 작품에 조연으로 나왔었지만 그에 대해 대중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KBS 에 출연했을 때부터였다. 빵집 사장으로 등장한 정우는 대중들에게 괜찮은 인상을 남겼지만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는 달랐다. 첫 회부터 쓰레기라는 강렬한 캐릭터로 등장하다더니 어느새 여심을 쥐락펴락하는 무뚝뚝하지만 때론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정우라는 배우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실로 꽃미남이라 부를 수는 없는 외모지만 정우의 투박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는 그저 비슷비슷한..
신데렐라 없어도 더 쫄깃한 '응답1994'의 멜로 멜로는 신데렐라가 있어야 된다? 적어도 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같은 드라마가 초거대 재벌가들 사이에 들어간 신데렐라 이야기로 너무 뻔하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는 신데렐라 없고 심지어 촌스럽게까지 보이는 멜로만으로도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과거 의 현빈과 하지원이 그랬고, 의 차승원과 공효진이 그랬듯이 잘된 멜로의 연기자들이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 의 멜로는 정우라는 배우에 대한 신드롬을 만들고 있고 또한 늘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던 고아라까지 매력적인 연기자로 재탄생시켰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이처럼 촌스런 멜로의 주인공들이 이토록 주목받게 된 것은. 는 이 그랬듯이 현재의 여주인공이 과거 1994년의 어떤 인물과 결혼을 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