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 왜 그들은 투덜대면서도 고아라를 흔쾌히 도울까

 

정말 너무너무 소소하고 소박하며 자그마한 드라마다. 특히 요즘처럼 독하고 화려하며 센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KBS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은 더더욱 가녀리게 느껴진다. 남쪽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의 미용실과 그 옆에 붙어 있는 '라라랜드'라 이름 붙여진 피아노학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자그마한 이야기가 마음을 빼앗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도도솔솔라라솔>은 '반짝반짝 작은 별'의 계이름에서 따왔다. 구라라(고아라)가 '도도솔솔라라솔'만 치다 내려왔던 첫 피아노 연주에서 당혹스러워할 때, 아빠 구만수(엄효섭)이 홀로 일어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브라보"를 외쳐주었던 기억이 드리워진 계이름. 사업이 망하고 아빠가 돌아가신 데다, 문비서(안내상)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돈으로 얻은 전세조차 사기를 당해 전세금을 날려버려 오갈 데 없게 된 구라라에게 SNS에 올라온 닉네임 '도도솔솔라라솔'의 글은 작은 희망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무작정 그 '도도솔솔라라솔'이 있다는 남쪽 바닷가 작은 마을로 가게 된 구라라가 거기서 선우준(이재욱)과 차은석(김주헌)을 만나고 또 그 곳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아픔을 이겨내고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상처를 입고 이 작은 마을로 온 건 구라라만이 아니다. 선우준도 차은석도 마찬가지다. 선우준은 고등학생이지만 친구가 사고로 사망하게 된 충격과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가출해 이곳으로 내려온 후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의사인 차은석은 이혼 후 이곳에 내려와 병원에서 일하지만, 어딘가 건강에 문제가 있다.

 

흥미로운 건 구라라처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인물을 선우준도 차은석도 또 마을 사람들도 쉽게 외면하지 못하고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구라라의 천진난만하며 당당한 도움 요청에 투덜대기도 하도 뻔뻔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를 돕는다. 선우준과 차은석은 구라라의 졸업연주회에서 '도도솔솔라라솔'을 연주하는 걸 들었던 인연이 있고, 또 파혼을 당했던 구라라의 결혼식장에서도 서로 스친 사이다.

 

그런 인연이 있다 해도 이렇게 선뜻 집을 구해주고 피아노 학원을 만들어주고 옆에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애쓰는 모습은 선우준과 차은석이 구라라에게 가진 그 이상의 애정을 드러낸다. 거기에는 현실적인 계산 같은 도회적인 삶의 방식이 전혀 드리워져 있지 않다. 구라라가 할 수 있는 건 항상 밝게 사람들을 대하고,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며, 힘겨울 때 피아노를 쳐주는 그런 것들이다. 도시에서라면 전혀 현실적일 수 있을까 싶은 구라라의 그런 모습은 그러나 이 시골 마을에서는 반짝반짝 빛난다.

 

시청자들은 구라라를 이 마을로 이끌었고 또 피아노를 선물해준 '도도솔솔라라솔'의 정체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러 추측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드라마는 그 정체 자체보다도 누가 '키다리 아저씨'인가를 상상하며 드라마를 보게 되는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구라라를 둘러싼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을 바라보고 작은 도움을 전하는 것조차 예민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마도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는 드라마의 중요한 극적 상황을 만들 테지만, 그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우리가 스스로 상상하며 주변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을 보게 만드는 이 장치의 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게 말해주는 건 다름 아닌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당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도솔솔라라솔>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미소 짓다 보면 새삼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무수히 많은 숨겨진 '키다리 아저씨'를. 또 저 멀리서부터 빛을 던져줌으로써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무수히 많은 '작은 별'들을.(사진:KBS)

당신에게도 '도도솔솔라라솔'이 있나요?

 

KBS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은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봤을 '반짝반짝 작은 별'에서 따왔다. 아기에게 불러주기도 하고 때로는 장난감 같은 데서 흘러나오기도 하는 그 곡은 바로 그런 점 때문인지 어딘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면이 있다. 아마도 그 곡이 떠올리게 하는 어떤 기억이 정서적으로 우리를 그 시간대의 평온으로 인도하기 때문일 게다.

 

<도도솔솔라라솔>의 주인공 구라라(고아라)에게 이 곡은 아빠 구만수(엄효섭)와 각별한 사연이 있다. 피아노에 그다지 재능이 없어서 어린 나이에 첫 무대에 선 그가 '도도솔솔라라솔'만 반복하다 내려오게 됐을 때 홀로 아빠가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치고 엄지를 척 추켜올려 줬던 기억. 어쩌면 구라라에게는 가장 힘겨운 순간에도 그걸 버티게 해주는 위로와 힘이 바로 그 곡의 의미일 게다. 그래서 졸업연주에서도 그는 아빠만을 위한 그 곡을 연주한다.

 

바로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전해준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게 해주는 힘. 그것은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해주는 따뜻한 말이나 위로, 응원의 목소리라는 것. 아빠의 그늘 아래서 아무런 현실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성장한 구라라는 아빠의 사업이 망하고 아빠마저 돌아가시게 되자 바로 그 절망적인 현실 앞에 서게 된다.

 

마지막으로 문비서(안내상)가 남겨준 돈으로 집을 전세 계약해 얻지만 그마저 사기를 당해 날려버린 구라라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묻혀있는 아빠의 무덤가에서 막막해하다 문득 자신의 SNS에 올라온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닉네임의 글을 보고는 그가 있는 곳으로 무작정 가기로 한다.

 

과연 '도도솔솔라라솔'은 누구일까. 드라마는 갖가지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선우준(이재욱)과 구라라가 인연을 반복하며 관계가 이어지는 걸 보여주지만, 또한 차은석(김주헌)이라는 이혼한 의사와도 맺게 되는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졸업연주에서 구라라가 치던 '도도솔솔라라솔'을 들으며 미소 짓던 인물 중 또 다른 한 명이 차은석이었던 것.

 

최근 들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좀체 성장 서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추락하는 인물을 보여준다. 물론 성장드라마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런 인물의 성공기가 주는 공감대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것은 대단한 성공이라는 것이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그다지 공감되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대단한 성공보다는 평범해도 가질 수 있는 행복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많아졌다.

 

<도도솔솔라라솔>도 그런 드라마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유하게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살아왔던 구라라가 아빠의 사망과 함께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되는 이야기로 드라마가 시작한다는 점이 그렇다. 무작정 목포의 어느 곳으로 달려간 구라라가 거기서 마주하게 될 인연들과 엮어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궁금하다. 구라라가 거기서 만나는 인연은 힘겨운 시기에 그래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줄 또 다른 '도도솔솔라라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도솔솔라라솔>은 거창한 대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소박함이 마음을 끄는 드라마다. 늘 많이 봐왔던 사랑을 담은 청춘 멜로드라마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삶이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는 그런 드라마. 마치 힘겨울 때 '반짝반짝 작은 별'을 들으면 잠시 모든 걸 잊고 좋았던 기억의 편안함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작품이다.(사진:KBS)

‘미스 함무라비’의 고구마와 ‘무법변호사’의 사이다

대중들은 <무법변호사>를 꿈꾸지만 현실은 <미스 함무라비>다? 두 드라마 모두 법 정의를 다루고 있지만 다루는 방식은 너무나 다르다. JTBC <미스 함무라비>가 그리는 세계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답답하고 암담할 정도다. 반면 tvN <무법변호사>는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판타지에 가깝지만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낀다. 

<미스 함무라비>의 박차오름(고아라)은 바로 그 법 현실의 절망감을 잘 드러내는 캐릭터다. 정의를 꿈꾸며 판사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법원 내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부장을 지적한 문제는 그를 ‘내부고발자’로 찍히게 만들어 사실상 왕따를 당하게 만든다. 판사라면 피해자를 구제하고 가해자를 심판하는 게 당연할 줄 알았지만 법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적용되기도 한다. 회사 내 성추행 사건으로 부당해고 당한 피해자가 낸 소송에서 회사 측의 잘못이 명백히 보여도 법의 차원에서 피해자를 도울 수 없다는 걸 확인한 박차오름은 분노와 자괴감에 눈물을 흘린다.

물론 <미스 함무라비> 역시 이렇게 답답한 법 현실을 뒤집고픈 욕망을 담고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제목이 <미스 함무라비>인 이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변되는 함무라비 법전의 정의 구현 방식을 꿈꾸는 것. 박차오름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은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 역시 이 갑갑한 현실을 마주하고는 절망한다. 정의를 꿈꾸었지만 법은 결국 가진 자들에 의해 이용되는 현실을 보면서, 차라리 복수가 나을 것 같은 심정을 갖게 된다. 

‘미스 함무라비’로서의 박차오름이라는 판타지 캐릭터를 세우면서도 드라마가 현실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 건 작가가 현직 판사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너무나 깊게 법 현실의 문제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타지를 담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가를 이 드라마의 작가인 문유석 판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스 함무라비>는 어떤 시원한 결말을 보여주기보다는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할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본드를 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하게 되었는가를 파고 들어가 그들을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식이다. 

반면 <무법변호사>는 <미스 함무라비>와는 완전히 다른 판타지를 그린다. 공간 자체도 기성시라는 가상도시이고, 그 곳에서 법을 쥐고 흔드는 차문숙(이혜영)이라는 적폐 권력을 하나씩 무너뜨려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야기는 <무법변호사>가 아니라 <무협변호사>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전형적인 복수극에 액션 장르로 그려진다. 현실성을 찾기가 쉽지 않고, 이야기도 촘촘하지 않아 개연성이 흔들리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시원함을 안겨주는 단순한 재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워낙 악당들이 제대로 서 있기 때문에 그들을 무너뜨릴 봉상필(이준기)의 활약이 기대되고, 실제로 그 기대는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법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며 문제제기를 하는 <미스 함무라비>와 비현실을 통해서라도 시원한 판타지를 담아내려 하는 <무법변호사>. 시청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을까.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미스 함무라비>가 3%(닐슨 코리아)대 시청률로 떨어진 반면, <무법변호사>가 7%를 돌파하게 된 건 두 드라마가 법 현실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영향이 있다고 보인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판타지에 더 이끌리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건 시청률의 차원일 뿐이다. 완성도로 보면 <미스 함무라비>만큼 현실을 실감나게 담아낸 드라마가 있을까.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주는 사이다보다는, 두고두고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고구마가 때론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의 현실 비판의식 어째서 여타 드라마와 다를까

문유석 판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작품이 가능했을까.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법정물로는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법정물이 특정 사건을 통한 스릴러와 반전에 집중한다면, <미스 함무라비>는 사건을 통한 현실 비판에 더 집중한다. 그런데 그 비판의 방식도 사뭇 다르다. 그것은 잘못된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자신 또한 그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는 자아 성찰적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다. 

‘전관예우’는 우리가 법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떠오르는 단어가 됐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전관예우’가 판결의 향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스 함무라비>에 등장하는 판사들은 바로 이런 생각에 발끈한다. 한세상(성동일) 부장판사는 “요즘 같은 세상에 전관예우가 어디 있냐”고 쏘아붙인다. 

그런데 마침 재벌에게 후한 판결을 내린 권세중(김정학) 판사가 자신이 판결을 내리기 전에 다양한 ‘국민 여론’을 수렴했다고 하자 박차오름(고아라)은 도대체 그 국민은 누구를 얘기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국민 여론’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 서민들의 여론은 거기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기만 하던 감성우(전진기) 부장이 박차오름이 맡은 사건에 은근슬쩍 청탁을 하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감성우 부장이 법원에서 쫓겨나게 되는 과정은 없다고는 하지만 저 밑바닥에 항상 존재해온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걸 씁쓸하게 알려줬다. 이러니 수임자들은 돈을 더 주고도 전관 변호사를 쓰려고 하고 심지어 브로커들까지 생겨나게 된 것.

하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그저 이 문제를 저들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않고 내 문제일 수 있다는 자아 성찰을 담아냈다.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는 엄마를 업고 응급실로 달려온 임바른(김명수)이 바빠서 의사들이 엄마를 봐주지 않자 그 병원을 소유한 집안의 친구에게 전화를 해 부탁을 하는 장면이 그렇다. 결국 엄마의 증세가 요로결석으로 통증은 심해도 위급하지는 않다는 의사의 말에 담겨진 차가운 냉소를 알아차린 임바른은 자신 때문에 먼저 처치 받지 못한 더 위중한 환자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는다. 

그토록 전관예우를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던 자신이지만 자신 역시 위급한 상황에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임바른은 이 문제가 저들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걸 성찰하게 된다. “돈도 연줄도 없는 이들은 막연한 분노로 거리로 나서고, 돈이라도 좀 있는 이들은 브로커 말만 믿으며 전관을 찾는데, 정말 힘 있는 사람들은 굳이 로비할 필요도 없다. 이미 그들 중 한 사람이 된 판사가 그들을 재판할 테니까.” 실제로 결혼식장에 갔다가 그 빌딩 소유주인 재벌3세 민용준(이태성)을 만나게 된 임바른은 그가 법원 내부의 움직임까지 모두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러한 정보는 법원 내부 사람들과의 결탁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를 소재로 다룬 이야기에서 드러나듯이 <미스 함무라비>는 판사들이 맡는 사건들을 통해 세상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법정은 그래서 사건이 판결되는 곳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처럼 그려진다. 이전 회에서 등장했던 과중한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로 정신을 놓아버린 한 회사원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에 내재된 1등 지상주의의 씁쓸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법정을 통해 그려내는 현실 비판을 담아내면서 <미스 함무라비>는 그것이 또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지적하는 것 또한 피하지 않는다. 법정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그 안에서 생활해온 문유석 판사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있어서가 아닐까. 문유석 판사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으면서 생각했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미스 함무라비’인 박차오름 같은 판사를 통해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어떤 해법을 모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진심어린 성찰의 과정이 아니었다면 <미스 함무라비> 같은 괜찮은 드라마가 탄생하기는 어려웠을 게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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