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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갯마을 차차차’, 캐스팅과 로케이션만으로도 힐링되는 휴먼드라마 ‘홍반장’이 돌아왔다. 우리에게는 안타깝게도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나버린 고 김주혁으로 기억되는 영화 이 tvN 토일드라마 로 돌아왔다. 그런데 김주혁이 했던 홍두식 반장 역할을 이 드라마에서는 김선호가 맡게 됐다. 과거 KBS 의 맏형으로 ‘구탱이형’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매주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주혁의 역할을, 현재 멤버로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선호가 맡아서인지 이것이 그저 우연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바닷마을 공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는 이처럼 캐스팅과 로케이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제목에 담긴 것처럼 저 멀리 펼쳐지는 파란 바다와 ..
'오! 주인님', 조진국 작가가 보는 인간·공간·시간의 따뜻함 '작가님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MBC 수목드라마 의 4회 부제는 극중 인물인 오주인(나나)이 한비수 작가(이민기)에게 하는 대사를 가져온 것이다. 어딘지 결벽증에, 자존감 과잉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나르시스트처럼 보였던 한비수 작가가 알고 보니 점점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오주인이 느끼게 됐다는 것. 물론 이 구도는 멜로에서 늘 등장하는 코드 중 하나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음이 가게 되는 그런 관계의 발전. 하지만 뻔한 코드라고 해도 이걸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느냐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을 쓴 조진국 작가는 한비수 작가가 치매를..
‘기생충’, 공간 대비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 정말 오랜만에 깔깔 웃었다. 첫 장면으로 등장하는 반지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웃음이 터졌다. 그것이 봉준호 감독의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취를 한 작품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시작부터 이 영화가 너무 정곡을 콕 찔러서였다. 그 반지하에서 간만에 가족이 모여 맥주 한 잔을 하려 할 때 마침 취객이 나타나 토악질을 해대고 노상방뇨를 하려는 모습을 보며 기택(송강호)이 짜증을 확 내는 장면에서 터지는 웃음. 은 그런 영화였다. 무언가 비극적 상황의 꼬질꼬질함이 오히려 웃음으로 터져 나오는 블랙코미디.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이라 불리는 게 허명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는 대목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공간, 경계..
언어, 국적을 넘어 우리는 과연 소통할 수 있을까연일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로 연예계가 들썩거린다.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은 전 세계의 유력 매체들에 의해 긴급 타전되었고,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 역시 빌보드의 뉴스에서 다뤄졌다. 게다가 모두가 기대하던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K팝 그룹 최초로 10위로 진입한 사실 역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빌보드의 뉴스는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를 ‘현상(Phenimenon)’이라고 표현한다. 즉 단순한 음악적 성취 그 이상의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영어권의 음악으로서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전 세계적인 열광은 ‘신드롬’이라고 불러야 비로소 합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
‘나저씨’, 공간에 담긴 이 드라마의 진심tvN 수목드라마 에서 이지안(이지은)의 캐릭터는 몇 가지 특징으로 제시된 바 있다. 집으로 돌아와 배고픔과 정신적 허기를 자위하듯 마시는 두 봉의 믹스커피, 한 겨울인데도 추워 보이는 옷차림에 유독 시려 보이는 발목이 드러나는 단화, 그리고 이력서에 특기로 적어 놓은 ‘달리기’ 같은 것이 그것이다. 믹스커피와 단화 그리고 ‘달리기’. 언뜻 보면 별 상관이 없는 요소들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지안이라는 캐릭터는 혹독한 겨울 같은 현실에 내몰려 몸도 마음도 춥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몸을 데우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발이 시려도 신을 수밖에 없는 그 단화를 신고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렇게 ‘추운’ 이지안을 ..
‘흑기사’가 말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KBS 수목드라마 , 이 드라마 수상하다. 판타지 로맨스인데 난데없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자본화 현상이 거론된다.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등장하는 이 용어는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고 결국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문수호(김래원)가 한국에 들어와 벌이고 있는 사업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원주민들을 지켜내는 사회사업이다. 그는 특색 있는 전통을 유지한 동네에 건물과 집들을 사들여 예술가들에게 장기 임대를 해주고 이를 여행 상품으로도 만들겠다고 했다.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드라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그렇게 맥락 없는 설정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
‘윤식당’,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공간·시간·인간“저런 곳에서 지낼 수 있다면...” tvN 예능 프로그램 이 주는 가장 큰 로망은 바로 그 공간이 주는 판타지가 아닐까. 요즘 같은 황금연휴에 여행은커녕 일을 하고 있거나, 여행을 가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TV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의 그 발리의 외딴 섬이 주는 막연한 로망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게다. 단 며칠이라도 모든 걸 잊고 울려대는 전화기 따위는 커버린 채 바닷바람 맞으며 해먹에 누워 느긋한 독서와 낮잠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저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하지만 이 주는 로망이 단지 공간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 공간에 깃들여진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면 무용지물. 이 그 섬에서 연 ..
'시카고 타자기', 임수정에 더 집중해야 산다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져가는 시청률이다. 2.4%(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tvN . 과 의 진수완 작가의 신작인데다,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회에 잠깐 2.8% 시청률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시청률이 빠지더니 5회에는 1.9%까지 떨어졌다. 작품의 완성도나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의 연기 모두 명불허전인 건 사실이다. 특히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지금껏 드라마 소재로는 잘 다뤄지지 않은 세계를 담는 실험을 하고 있다. 1920년대 경성과 현재를 넘나들고 타자기와 회중시계가 일종의 판타지 장치처럼 활용되며 작가인 한세주(유아인)와 진짜 유령인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라는 존재의 관계는 상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