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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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저씨' 정희네로 온 이지은, 어째서 이리도 안심될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5. 18. 10:58
‘나저씨’, 공간에 담긴 이 드라마의 진심tvN 수목드라마 에서 이지안(이지은)의 캐릭터는 몇 가지 특징으로 제시된 바 있다. 집으로 돌아와 배고픔과 정신적 허기를 자위하듯 마시는 두 봉의 믹스커피, 한 겨울인데도 추워 보이는 옷차림에 유독 시려 보이는 발목이 드러나는 단화, 그리고 이력서에 특기로 적어 놓은 ‘달리기’ 같은 것이 그것이다. 믹스커피와 단화 그리고 ‘달리기’. 언뜻 보면 별 상관이 없는 요소들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지안이라는 캐릭터는 혹독한 겨울 같은 현실에 내몰려 몸도 마음도 춥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몸을 데우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발이 시려도 신을 수밖에 없는 그 단화를 신고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렇게 ‘추운’ 이지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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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 판타지 로맨스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얘기하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12. 15. 10:24
‘흑기사’가 말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KBS 수목드라마 , 이 드라마 수상하다. 판타지 로맨스인데 난데없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자본화 현상이 거론된다.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등장하는 이 용어는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고 결국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문수호(김래원)가 한국에 들어와 벌이고 있는 사업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원주민들을 지켜내는 사회사업이다. 그는 특색 있는 전통을 유지한 동네에 건물과 집들을 사들여 예술가들에게 장기 임대를 해주고 이를 여행 상품으로도 만들겠다고 했다.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드라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그렇게 맥락 없는 설정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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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의 로망, 우리의 소망이 되는 이유옛글들/명랑TV 2017. 5. 6. 09:51
‘윤식당’,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공간·시간·인간“저런 곳에서 지낼 수 있다면...” tvN 예능 프로그램 이 주는 가장 큰 로망은 바로 그 공간이 주는 판타지가 아닐까. 요즘 같은 황금연휴에 여행은커녕 일을 하고 있거나, 여행을 가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TV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의 그 발리의 외딴 섬이 주는 막연한 로망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게다. 단 며칠이라도 모든 걸 잊고 울려대는 전화기 따위는 커버린 채 바닷바람 맞으며 해먹에 누워 느긋한 독서와 낮잠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저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하지만 이 주는 로망이 단지 공간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 공간에 깃들여진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면 무용지물. 이 그 섬에서 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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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타자기’, 창작자의 시대에서 독자의 시대로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4. 23. 15:21
'시카고 타자기', 임수정에 더 집중해야 산다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져가는 시청률이다. 2.4%(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tvN . 과 의 진수완 작가의 신작인데다,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회에 잠깐 2.8% 시청률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시청률이 빠지더니 5회에는 1.9%까지 떨어졌다. 작품의 완성도나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의 연기 모두 명불허전인 건 사실이다. 특히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지금껏 드라마 소재로는 잘 다뤄지지 않은 세계를 담는 실험을 하고 있다. 1920년대 경성과 현재를 넘나들고 타자기와 회중시계가 일종의 판타지 장치처럼 활용되며 작가인 한세주(유아인)와 진짜 유령인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라는 존재의 관계는 상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