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무척 독했지만 법륜스님의 답은 의외로 쉬웠다는 건

 

“이 세상에 귀신이 있는 지 없는 지 궁금해요.” tvN 설특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의 첫 질문자인 6살 아이의 질문은 엉뚱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륜스님의 답변은 너무나 쉽고 명쾌했다.

 

“귀신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게 귀신이야. 왜냐하면 어두운 데 가면 귀신이 보이는 것 같아. 그런데 밝은 데 가면 없는 것 같아. 어릴 때는 있는 것 같아. 어른이 되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두려울 때는 있는 것 같은데 마음이 편안하면 없는 겉 같아.... 귀신 만나고 싶어요? 안 만나고 싶어요? 안 만나고 싶어요? 귀신을 안 만나려면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항상 마음을 밝게 가지면 귀신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어요. 내가 안 만나기 때문에.”

 

귀신이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만날 것인가 안 만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 아이의 엉뚱한 질문이었지만 그 답변에는 우리네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무언가 두려운 어떤 것이 있을 때 우리가 무얼 들여다봐야 하는가가 그 답변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내 자신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과주의로 살다 보니 지치고 우울증도 있었고 각성제와 수면제로 버티는 삶을 토로하는 한 질문자. 그는 운명적으로 정해진 일, 즉 소명이란 존재하는가라는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법륜스님의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소명이란 없다는 것.

 

“소명이란 없습니다. 자기가 만드는 거예요. 인생에서 어떻게 살아야 된다고 정해진 길은 없고 어떤 사명 소명이란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본래 주어진 의미는 없습니다. 자기가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에 따라 살아가는 것뿐이지.. 그것이 힘들면 그만 두면 되요. 원래는 없는 거니까. 근데 지쳤다는 건 거기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오히려 내려놓고 편안하게 지내보는 것이 좋아요.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했기 때문에 지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욕심을 내고 집착을 하기 때문에 자기가 피곤한 거지 외국인들과의 경쟁이나 미국이란 사회하고도 관계가 없어요.”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건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법륜스님은 말하고 있었다.

 

백종원 씨가 내 남편이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질문에도 스님의 답변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제가 볼 때는 쥐가 계속 쓰레기장만 뒤지면서 음식을 찾다가 어느 날 접시에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가 딱 얹혀 있어. 햐 나한테도 이럴 때가 있구나 그 안에 뭐 들었을까. 예 쥐약입니다. 다 돌보시는 분들이 있어서 쥐약이 자기한테 안 나타나는 거고 나타나면 쥐약인 줄 알아요.”

 

남편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대화가 안된다는 이야기에도 법륜스님은 말이 대화지 “네가 바꿔라”라는 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안 바뀌니까 남편하고 말하기 싫어진 거라는 것. 스님은 “진정한 대화는 들어주는 것”이라며 관점을 바꿔보라 했다. 그리고 남편만한 남자 찾기 어렵다며 “가능하면 있는 거 다듬어서 쓰는 게 나아요”라고 유머를 담아 답했다.

 

딸이 가정을 버리다시피 하며 봉사를 많이 해 가슴이 아프고 사위 보기 민망하다는 어머니에게도 스님은 거침이 없었다.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 이미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딸은 남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은 가정에 충실했다며 딸이 왜 그러는지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어머니에게 스님은 “엄마는 가정에 충실하지 딸은 봉사에 충실한 것”이라며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리고 부부지간에 부인이 열심히 봉사하고 남편이 밥을 해준다고 잘못된 건 아니하고 했다. 그러면서 “내 딸인데 잘 살지 않겠냐” 하는 신뢰를 가지라고 했다.

 

공부를 하려 하는데 계속 핸드폰을 보게 되고 공부를 안하는 게 고민이라는 중학교 2학년된 학생에 대해 스님은 오히려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해주었다. 뜬금없이 아침에 일어날 때 몇 시에 일어나느냐고 물어본 스님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를 열 번 외치는 건” 잃어나기 싫다는 뜻이라고 했다. 몸이 말은 안듣는다는 학생의 말에 스님은 일어나기 싫어서 안 일어나는 거지 몸하고는 아무 관계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비유를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자기는 누워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고 내 누워 있듯이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하고 안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공부하기 싫으면 안해도 괜찮고 대학을 안가도 괜찮다고 했다. 자신처럼. 하지만 대학을 가겠다면 마음을 내서 공부를 하라 했다.

 

알코올 중독 때문에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심각한 질문도 던져졌다. 스님은 술 자체는 음식이어서 괜찮지만 술을 먹고 취기에 이르는 건 나쁜 건 아니어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어리석은 일이 남에게 해를 끼치면 나쁜 일이 된다는 것. 질문자는 병이기 때문에 술을 먹으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독을 자꾸 먹는 습관이 있다면 먹고 죽던지 아니면 더 센 강한 자극을 줘서 자기를 보호하든지 그런 길 밖에 없어요.” 다소 센 답변이었지만 그런 결심이 아니라면 스스로의 인생을 괴롭게 살 수밖에 없을 터였다.

 

죽음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요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질문자는 죽음이 낯설다며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에 대한 자세”를 물었다. 하지만 스님은 “아름다운 죽음이란 없다”고 먼저 답을 던진 후 다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만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즉 늙는 과정을 삶으로 받아들이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고 늙는 걸 거부하거나 하면 자꾸 마음이 괴로워진다는 것. 스님은 봄에 꽃피고 가을에 낙엽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괴로워야 할 일이 있는 게 아니라 그걸 거스르면 괴로운 일이 생긴다”고 했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었다.

 

설 특집으로 마련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1회는 굉장히 독하고 때론 엉뚱한 질문이 나왔지만 의외로 스님의 답변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웠다. 그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삶에서 겪는 많은 이들이 자연스러운 것들이지만 우리 스스로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많은 고민과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마음을 조금 내려놓거나 관점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들에 우리가 너무 집착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스님의 ‘즉설’은 그 간단함만으로도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사진:tvN)

<혼술남녀>, 이 청춘들 왜 이리 짠할까

 

tvN <혼술남녀>에는 노량진 학원가라는 공간을 두고 두 부류의 인물군들이 등장한다. 그 하나는 노량진 학원의 강사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학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는 스타강사인 진정석(하석진)과 열정 넘치지만 현실의 높은 벽을 느끼는 풋내기 강사 박하나(박하선)의 일과 사랑으로 얽히는 로맨틱 코미디다. 하지만 강사들의 이야기에 조금씩 양념처럼 들어가던 공시생들의 이야기에 점점 마음이 끌린다. 이 청춘들 왜 이리 짠한 걸까.

 

'혼술남녀(사진출처:tvN)'

이 공시생들의 이야기에는 진정석의 동생인 공명과 그의 절친인 기범, 동영이 중심에 서 있다. 노량진 학원가의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들로서 공부보다는 같이 노는 데 시간을 더 보내고 있었지만 한 사람씩 저 마다의 이유로 현실을 인식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동영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공부를 해야겠다 결심하고 그러기 위해서 친구들인 공명, 기범을 멀리한다. 공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 박하나가 시험에 합격하면 자신과 사귈 것을 고려해보겠다는 말에 공부를 시작한다. 기범은 자신만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가족 때문에 공부를 하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공부를 위해 우정을 포기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을 공부하게 만든 이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건 이 청춘들이 얼마나 순진하고 순수한가를 잘 말해준다. 미래의 거창한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참 친구들을 만나고 연인을 만나 사랑할 때지만 당장의 현실을 위해 모든 걸 접어야 하는 청춘.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 나름대로 사랑하고 아파하며 질투하는 그들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풋풋하다.

 

공명이 이 학원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정채연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그녀를 스승으로 모시자, 예전부터 그녀를 좋아했지만 거부당했던 기범은 괜스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되도록 빨리 시험에 합격해 이 노량진을 벗어나려는 정채연은 사방에 벽을 세워둔 철벽녀. 그런 그녀지만 공명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조금씩 그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나타날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그만 만나겠다고 메시지를 남긴 그녀는 공명이 사실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면서도 암기를 하라고 했던 자신의 말 때문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알고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아낸다.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정채연이 그 무표정한 얼굴 이면의 가녀린 심성을 드러내는 이 장면은 공시생들의 짠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민낯을 드러낸다. 같이 놀다가 이젠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잘 만나주지 않는 친구에 대해 배신자라며 툭탁대지만 이 청춘들은 그들이 다치거나 아픈 일을 당했을 때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그들의 순수한 진면목이지만 그들은 공시생이라는 현실의 가면을 쓴 채 어떻게든 공부를 통해 이 노량진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벗어난다고 해도 그들에게 지금과는 다른 장밋빛 미래는 존재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에둘러 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의 강사들을 통해 그려진다. 잘 나가는 스타 강사 진정석은 혼자 퀄리티 있는삶을 구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쓰레기라고 부른다. 어떻게 현실에 적응해 잘 살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남기게 만드는 인물이다.

 

박하나는 가정형편 때문에 알바로 학원 강사를 하다가 어찌 어찌 해 노량진까지 흘러 들어온 인물이다. 그녀는 노그래라고 불릴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황진이(황우슬혜)는 학원 강사지만 남자친구와 혼전임신을 해서라도 결혼해 살아갈 꿈을 꾸는 인물. 그녀에게 일에 있어서의 성취감 같은 걸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민진웅은 연예인 패러디를 하며 학원생들에게 웃음을 주는 인물이지만 정작 자신은 이혼하고 홀로 노모를 모시며 살아온 웃기 힘든 삶을 살아왔다.

 

공시생들은 노량진을 벗어나면 뭔가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지만 그 곳을 벗어나 취업을 하게 된다고 해도 그들 앞에는 또 다른 현실이 놓여있다. 그래서 이런 전망을 이미 보여주고 있는 이 드라마 속에서 공시생들의 노력이란 때론 허망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어쩌면 훗날 저 마다의 이유로 혼술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달라질 것이라 여겼던 미래가 사실은 그 현실의 연장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12>, 참신했던 서울대 김종민들의 만남

 

<12>은 왜 서울대에 갔을까. 언뜻 여행이란 소재와 서울대는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2>의 유호진 PD는 세계의 유명 대학들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대학은 때로는 도시의 녹지와 공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서울대는 학교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곳이 하나의 작은 도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12>이 서울대에 간 이유가 어디 여행지로서의 그 곳을 소개하기 위함만일까. 더 큰 기획 포인트는 서울대가 주는 막연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기 때문이었을 게다. 수능만점자 만나는 것이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흔한 곳. 남다른 뇌섹남, 뇌섹녀들이 있는 그 곳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동경.

 

그렇지만 <12>이 보여주려 한 것은 서울대생이라는 그들만의 특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역시 보통의 청춘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라는 걸 <12>은 보여주었다. 휴강이 되면 마치 축제라도 하듯 즐거워하며 삼삼오오 캠퍼스 잔디밭에 둘러 앉아 시간을 보내고 애니메이션 동아리 같은 활동에서는 그 누구보다 오타쿠들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

 

그런 점에서 서울대에서 찾은 여럿의 동명이인 김종민들과 <12> 팀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특히 흥미로웠다. <12> 멤버들은 읽지도 못하는 수학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서울대생들이지만 제기차기 대결을 하거나 콜라 빨리 마시기 대결을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의 청춘들과 다름없었다.

 

이른바 신바(신나는 바보)’라는 캐릭터로 불려온 김종민이 똑똑한 서울대 김종민들과 팀을 이룬다는 발상은 그래서 그 자체로 우습기도 했지만 서울대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깨주는 설정이기도 했다. 서울대는 그렇게 <12>의 놀이를 통해 조금씩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공부에는 서울대생들을 당해낼 수 없는 <12> 팀이지만 재치에 있어서는 역시 <12>팀이 한 수 위였다. 2 빼기 2라는 공식의 답을 김준호는 이를 다 뺐으니 잇몸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포복절도시켰고, 10억 단위의 숫자 연산문제를 실패하자 데프콘이 문제를 로또 상금으로 얼마를 받았는데 누나 명품 백 사주려 얼마를 쓰고하는 생활밀착형 문제로 바꿔 냈으면 맞췄을 거라고 해 큰 웃음을 주었다.

 

서울대생이라고 취업 문제에 있어서는 걱정이 없을까. 휴강을 맞아 잔디밭에 앉아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데프콘은 불쑥 공부를 잘하니 취업 걱정이 없겠다고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암울하다다들 고시 준비를 한다고 말했던 것. 청년 실업 문제는 서울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2>이 만난 것은 단지 우리네 최고의 명문대생들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 역시 똑같은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들이었다. <12>의 서울대 여행은 그래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온 서울대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12>과 서울대, 그 부조화의 재미

 

우리에게 서울대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혹 막연한 스펙의 가면으로만 존재하는 이름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가면 뒤에 실제로 웃고 우는 학생들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던 건 아닐까. 서울대를 찾아간 <12>이 흥미로웠던 건 그 막연한 느낌으로만 다가왔던 그 곳에서 공부하고 땀 흘리고 있는 학생들과 직접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물론 대학은 본래 예능의 텃밭이었다. 대학 특유의 자유로움은 예능과 만나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곤 했으니 말이다. 과거 1998년에 방영됐던 <캠퍼스 영상가요>는 대표적이다. 강호동이 MC를 맡은 이 프로그램은 끼 많고 재주 많은 대학생들을 발굴해냈는데, 이 프로그램이 인연이 되어 연예계에 입성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혁재는 대표적이고 전현무, 류수영, 샘 해밍턴도 이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인물들이었다.

 

<12>도 대학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과거 충주대에서 깜짝 이벤트로 일이 커진 게릴라 콘서트<12>의 레전드에 해당한다. 본래 목적지는 문경이었으나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들르게 된 충주대에서 군것질할 돈이나 벌어보자고 했던 게릴라 콘서트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가진 열기가 <12>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

 

하지만 서울대를 찾아간 <12>의 그림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공부 잘하는 수재들 많기로 유명한 서울대는 어찌 보면 무식하고 놀기 좋아하는 <12>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부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 만점자 세 명을 찾아오라는 미션이 너무나 쉬운 서울대라는 공간과 수능수학으로 알고 있는 정준영과의 만남이라니.

 

수조의 물의 양을 재오라는 미션을 받고 황당해하던 정준영은 그러나 지나는 학생의 차분한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이성의 방에서 세 명의 학생을 오목으로 이기라는 미션을 받은 데프콘은 그 게임이 오목인 줄 몰라 모눈지에 갖가지 귀여운 그림을 그려내는 여학생들을 만나고는 즐거워했다.

 

또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학생들에게 연주시키라는 미션을 받은 김종민은 단 10분 연습으로 환상적인 곡 연주를 성공시킨 음대생을 만났고, 사진의 주인공을 찾아오라는 미션을 받은 차태현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SNS를 뒤져 김태희 뺨치는 미모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서울대생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느껴지는.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수능 만점자를 찾아오라고 해서 막막해 했던 김주혁이 나중에는 만점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발견했던 순간이었다.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집결지로 왔는데, 그 장소에서만 만점자들을 몇 명 발견할 수 있었던 것. 서울대라는 공간을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부의 대명사처럼 보이는 서울대가 어딘지 놀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다면, 늘 퀴즈 게임 등을 통해 무식을 뽐내왔던 <12>은 공부와는 영 관계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서울대와 <12>이 의외로 잘 어울리고 그 섞여드는 과정이 흥미로울 수 있었던 건 공부와 놀이의 부조화가 그 안에서 깨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12>의 놀이에 적극적이었고, <12>은 서울대의 그 면학 분위기에 자못 진지해지기도 했다. 이 놀이와 공부가 어우러지는 공간은 또한 서울대 캠퍼스가 해외의 대학들처럼 하나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도시인들에게는 녹지와 공원의 역할을 해주기도 하는 대학 캠퍼스는 특유의 지성적인 분위기가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공간이 아닌가.

 

대학이 어느 순간부터 스펙이 되어버린 지금, ‘서울대라는 이름은 그 스펙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스펙으로만 막연히 그려지는 서울대는 허상일 뿐이다. 그 안에는 치열하게 공부하며 젊음의 열정을 불태우고 각각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실제적인 대학생들이 있다. 그 가면으로서의 스펙이 아닌 실제 서울대의 민낯을 살짝 보여주는 시간. <12>과 서울대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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