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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3’의 진짜 힘, 그냥 웃음 아닌 훈훈한 웃음

게임이긴 한데 어딘지 예능초보자들을 슬슬 밀어주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예능초보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서 이기고 때로는 당황하는 상황을 만나 의외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그 예능초보자들을 슬슬 밀어주는 이들은 다름 아닌 예능선수들이다. KBS <1박2일> 시절부터 오랜 호흡을 맞춰 눈치만 봐도 상황파악을 하는 그들이니 예능초보자들 몇 명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데 게임에서 이런 느낌이 묻어나는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이 괜스레 훈훈해진다. 밥 한 끼가 걸린 게임에서 초보자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게 하려는 ‘선수들’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tvN <신서유기3>가 여타의 게임 예능들과는 다른 지점이다. 

'신서유기3(사진출처:tvN)'

그 예능초보자들은 다름 아닌 이 <신서유기3>에 게스트격으로 들어온 규현과 송민호이고, 선수들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을 비롯해 이미 이전 <신서유기> 시즌에서 합을 맞췄던 안재현이 그들이다. 여러 종류의 과일을 각자 지켜내는 아침밥이 걸린 미션은 새로 들어온 규현과 송민호에게는 이 신세계가 주는 당혹감의 연속이었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미친 자들’이 미션에 승리하기 위해 뭐든 하는 세계에서 “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하고 생각할 수 있는 행동들이 새벽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치러진 미션의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그 승리자는 선수들이 아니라 초보자들이다. 규현은 끝내 무시당하며 냄새 난다고 방치된 두리안을 챙겼고, 송민호는 시작부터 그가 숨겼다 생각한 자몽을 수차례 선수들에게 들켰지만 그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그걸 모른 척 했다. 막내는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형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다음 날 산과 강으로 나뉘어진 투어를 놓고 벌인 탁구 대회에서도 그 주역은 역시 규현과 송민호였다. 예전 <1박2일> 시절의 저질탁구를 연상케 하는 그 게임에서 당연히 이길 것처럼 보였던 규현이 오히려 송민호에게 지는 그 과정을 보면 이 선수들이 얼마나 게임에 능통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는 막내들이 하지만 경기를 만드는 건 선수들이었다. 이수근은 특유의 황당한 스포츠 캐스터 역할을 하며 깨알같은 웃음을 만들어냈고, 강호동은 자기 팀인 송민호에게 “지면 죽는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그가 이길 때면 “스웨그”를 외쳐 응원을 하면서 경기를 더 긴장감 있게 만들었다. 별 것도 아닌 저질 탁구일 수 있었지만 이 예능 선수들이 보이는 리액션은 이 경기에 대한 몰입을 가능하게 해줬던 것. 

이건 <신서유기3>가 이전과는 달라진 새로운 면면들이다. 물론 시즌2에서도 안재현을 대놓고 밀어주는 모습들이 등장했지만 이번 시즌3는 그런 점들이 더더욱 부각됐다. 이 예능 선수들은 이미 시즌1을 통해 자신들의 캐릭터를 명확히 세워둔 바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새로운 멤버들을 앞에 세우고 그들을 밀고 당김으로써 <신서유기>의 새로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서유기3>가 가진 새로운 전략은 그저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점철된 예능이 아니라 어딘지 훈훈한 웃음을 안겨주는 예능으로 이 프로그램에 온기를 부여한다. 이수근은 본래 빈자리를 채워주는 위치에 서 있던 인물이지만 강호동이나 은지원처럼 늘 프로그램의 전면에 있던 이들이 한 걸음 뒤쪽으로 물러나 새로 온 이들을 챙기는 모습은 이들이 이제 예능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고 또 자신들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우리는 지난 시즌의 안재현에 이어 이번 시즌의 규현과 송민호의 새로운 매력들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또한 확인하게 된 건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이라는 오래도록 함께 예능을 해왔던 그들이 보여주는 기막힌 호흡이다. 어디서 어떤 포인트에서 웃음이 나오고 또 어떤 것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인다. 덕분에 <신서유기3>는 한층 더 훈훈해졌다.

Posted by 더키앙

캐릭터에 여행 더한 <신서유기3>, 상상초월 놀이 한 판

 

대체 왜들 이러는가.’ tvN <신서유기3>가 중국 계림에서 벌인 첫 번째 기상미션에는 이런 제목이 붙었다. 아침 8시 이후에 미션이 시작된다고 전날 나영석 PD가 얘기했지만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7시가 되기 전부터 일어나 스스로들 기상미션을 수행한다. 6명 중 3명만 아침으로 나올 완탕을 먹을 수 있다는 말 한 마디에 은지원은 다른 방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가버리고 안재현과 강호동은 가까스로 문을 열고 나와 역습을 가한다.

 

'신서유기3(사진출처:tvN)'

뒤늦게 일어난 송민호가 잠긴 방문 대신 창문으로 나오자, 이수근과 은지원은 아예 숙소 바깥으로 나가 그 대문을 철사로 잠그려 한다. 그걸 알아차리고 송민호와 안재현도 문밖으로 나오고 뒤늦게 문이 잠기는 걸 본 강호동은 얼굴을 내밀다 문틈에 머리가 끼어버린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강호동이 괜스레 달리는 척 하자 모두들 어딘지도 모른 채 달려가고, 놀랍게도 우연히 당도한 주차장에서 그들은 버스를 발견하고 올라탄다.

 

대체 왜들 이러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건 당연하다. 미션 자체가 제시되지도 않았는데 도무지 밑도 끝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뛰고 달리는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언 버전의 손오공 분장(?)을 하느라 뒤늦게 나온 규현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면서 이 알 수 없이 뛰고 또 뛰는 기상미션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 미션의 끝을 보면 결국 선택에 의한 복불복이다. 두 개의 버스로 3명씩 나눠 탄 그들에게 9시 쯤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나영석 PD는 한 버스에 올라탐으로써 그 버스에 탄 3명의 승전보를 알린다. 이 버스에 탄 규현, 은지원, 안재현이 완탕으로 먹으러 갈 때, 나머지가 탄 버스는 아침도 못 먹고 답사를 하러간다.

 

이 아침 기상미션은 <신서유기3>라는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출연자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됐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속고 속이고 뛰고 달리는 뜬금없는 기상미션을 하는 것에 대해 출연자도 시청자도 그다지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미 <신서유기>도 시즌3를 했지만, 이런 식의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복불복은 <12> 시절부터 지금껏 익숙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런 익숙함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게임에 들어간다고 해도 새로 들어온 규현이나 송민호 모두가 쉽게 동화될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중국 계림으로 떠나긴 하지만 그 목적이 따로 없다. <12>이나 <꽃보다 청춘> 같은 시리즈의 주목적은 여행이다. <삼시세끼>는 여행보다는 시골 살이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3>는 그 목적이 무엇일까. ‘서유기라는 중국 고전을 끌어옴으로써 그 목적지를 중국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신서유기3>의 목적이 여행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은 서유기혹은 드래곤볼캐릭터를 가져와 분장을 시킨다. 이런 분장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신서유기3>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해준다.

 

그건 바로 놀이다. 이들은 아예 시작부터 대놓고 놀이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고, 중국의 어느 지역을 놀이의 장소로 정한 것이며 심지어 그 놀이 속에서 캐릭터까지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놀이에 중국이라는 낯선 여행지가 덧붙여지고 거기에 서유기의 캐릭터까지 더해지면서 평시에는 하기가 쉽지 않은 놀이들이 가능해진다. 물론 <무한도전>은 서울 도시 한 복판에서도 캐릭터 분장을 하며 대로를 활보하기도 했지만, <신서유기3>는 그래도 여행이라는 현실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틈을 벌려주고 거기에 캐릭터까지 부여해줌으로써 놀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이제 왜 이들이 낯선 계림의 한 공간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뛰고 또 뛰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가가 이해가 된다. 또 그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게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핵심은 여행에 캐릭터를 더하고 아예 목적을 즐거운 놀이로 정해놓은 것이다.

 

이것은 <신서유기3>가 가진 색다른 나영석 PD표 예능의 또 다른 버전이다. 여행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지만 <꽃보다> 시리즈가 해외 배낭여행의 진수에 방점을 찍고, <삼시세끼>가 시골살이를 통해 우리네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면, <신서유기3>는 캐릭터 놀이를 더해 아잇적 순수한 즐거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다음 날 출근할 일에 한껏 무거워진 마음을 잠시 동안 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의 세계로.

Posted by 더키앙

<무도><라스>, 오래돼도 늘 새로운

 

MBC <라디오스타>61480회로 9주년을 맞았다. 9년 동안 힘 빠지지 않는 저력을 보였던 만큼 ‘9주년이라는 의미가 남달랐을 법도 하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거기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 보였다. 젝스키스가 게스트로 초대된 이 날, 프로그램은 그 어떤 호들갑도 없이 늘 하던 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김구라는 은지원을 툭툭 건드리며 늘 하던 대로 미끼를 던지고 윤종신은 시종일관 기회를 엿보며 말과 말 사이에 끼어들어 툭툭 던져 넣는 순발력으로 웃음을 준다. 규현은 한참 후배지만 선배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에게도 거침없이 공격적인 말을 던지고, 맏형 김국진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토크를 다시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때로는 스스로 망가지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한결같은 모습 속에서 젝스키스의 캐릭터들이 쑥쑥 뽑아 올려진다. <무한도전>에서도 확실한 예능감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이재진은 <라디오스타>에서도 타도 HOT”를 외치며 MC들의 칭찬을 받는다. 예능에서 봤던 모습과 달리 팀 리더로서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은지원을 김구라는 구박한다. 그러자 슬쩍 슬쩍 은지원 역시 대체불가 은초딩 캐릭터를 끄집어낸다. 장수원은 로봇 연기 전문가가 되고 김재덕은 영원한 댄싱보이의 면면을 드러낸다.

 

한 때는 5분 방송 혹은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시작하자마자 끝나기도 했던 <라디오스타>였다. 하지만 그 짧은 방송 분량으로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일찍이 <라디오스타>는 밀도 높은 토크쇼로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셈이 되었다. <무릎팍도사>가 사라지고 대신 본방으로 신분상승을 한 <라디오스타>는 그렇게 늘어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5분 방송의 밀도를 유지했다. 그것이 <라디오스타>만의 정신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의 원천이 되었다.

 

이러한 웃음의 밀도를 갖고 있으면서 새내기 예능인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새 인물들을 발굴해낸 점은 <라디오스타>가 롱런할 수 있는 힘이었다. 트렌드가 지나버리면서 토크쇼들이 다 사라진 후에도 <라디오스타> 혼자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그 새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 스토리 덕분이었다. 늘 봐왔던 틀 안에서 뱅뱅 돌던 토크쇼들과는 달리, <라디오스타>는 그래서 오래된 프로그램이면서도 늘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그것이 9년 장수의 비결이 되었다.

 

<무한도전> 역시 지난 42311주년을 맞았지만 그다지 거기에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 11주년에 해당하는 방송분에도 토토가2’ 특집으로 젝스키스가 출연했다. 다시 모인 젝스키스 멤버들이 함께 팀을 이뤄 컴백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방송되었다. 거기에서는 11주년이라고 해서 그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아니라는 <무한도전>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저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것. 그래서 여전히 새로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무한도전>은 말하고 있었다.

 

흔히들 장수예능을 이야기하면 한결같음을 떠올리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늘 똑같은 모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한결같다는 건 늘 처음 하는 것처럼 새롭다는 의미이고, 그러려고 한결같이 노력해오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라디오스타>9년과 <무한도전>11년은 새삼 대단한 기록이라고 여겨진다. 오래돼도 늘 새롭다는 것.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Posted by 더키앙

카라, 농담에 울려면 '라스'엔 왜 나왔나

 

농담이 과했던 걸까. 아니면 반응이 과했던 걸까. “내가 알고 있는 거 말하면 구하라는 끝이다.” 극구 꺼리는 연애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도발한 것이지만 분명 규현이 던진 이 농담은 과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까마득한 후배지만 발끈해서 “오빠도 당당하지 못하잖아요”라고 맞받아치는 구하라의 모습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내 진짜 눈물을 흘리며 “진짜 화나서...”라고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은 <라디오스타>만의 장난스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서둘러 MC들이 미안함을 표시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애교를 보여 달라는 MC들의 부추김에 강지영이 또 눈물을 보인 것. <라디오스타>에서 이런 요구는 그다지 과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하라에 이은 강지영의 눈물은 MC들과 이 프로그램이 마치 경쟁하듯 게스트 울리는 악취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방송 말미에 강지영은 자신이 운 이유에 대해 “당황스러웠다”고 했고 “구라 오빠의 목소리가 갑자기 무서웠다”고 했다.

 

<라디오스타>가 스스로 방송을 통해 밝힌 것처럼 게스트의 눈물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다. ‘게스트를 울리는 토크쇼’라는 지점은 무수한 토크쇼들 속에서 <라디오스타>만의 변별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연예인들이 홍보하러 토크쇼 나온다는 사실에 대중들이 식상해질 즈음, 게스트를 배려하기보다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라디오스타>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게스트가 심지어 운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은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던진다는 것이 바로 <라디오스타>만의 덕목이다.

 

카라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게다가 그들의 이번 <라디오스타> 출연이 처음도 아니다. 그러니 뻔히 어떤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건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김구라가 말하듯 연애 이야기 같은 건 숨기기보다는 자꾸 꺼내놔야 오히려 관심도 떨어지는 법이다. 과한 농담일지라도 그것을 여유 있게 받아치고 또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보다 성숙된 카라의 새로운 매력이 대중들에게 어필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것은 그녀들이 자처해서 신곡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자리다. 그 사실은 토크쇼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뮤직비디오를 보는 MC들의 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지된 상황이다. 그런데 신곡 홍보를 위한 출연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니 프로라면 무언가 <라디오스타>만을 위한 그만한 재미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지 않을까.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이 심각해지지 않고 웃음을 주려면 농담을 농담으로 받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웃기기 위해 누군가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뺨 맞은 당사자가 울어버리면 희극은 갑자기 비극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예능의 기본적인 성격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구하라와 강지영의 조금은 뜬금없는 눈물은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고, MC들을 순식간에 누군가를 울린 가해자로 만들어버렸다.

 

최근 계속되는 논란 때문인지 아니면 시청률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라디오스타>의 질문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진다. 하지만 각각의 팬클럽을 갖고 있는 규현과 카라가 대놓고 붙는 장면의 연출은 실로 아슬아슬하게까지 여겨지게 만든다. 농담이 눈물로 변하는 이 장면은 그래서 규현에게도 카라에게도 또 <라디오스타>에도 적절했다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자칫 팬클럽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그램 말미에 와서 “구하라에게 규현이란” 이란 공식질문에 구하라가 “하늘같은 선배님”이라고 답하며 급화해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라디오스타>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Posted by 더키앙

없으면 더 열심히, <라스>의 비결

 

MBC 김재철 사장의 강호동은 돼도 김구라는 안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라디오스타>의 멘트 하나 자막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상해 공연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못 타서 당일 첫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라 자리를 비운 규현을 두고 다른 MC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윤종신은 “더 이상 집나가는 형제 있으면 안 되는데.. 예전에는 살짝 비기만 해도 이상했는데.”라고 운을 띄우자, 유세윤이 받아서 “이 자리가 어쨌든 규현이만의 자리는 아니잖아요.”라고 농담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 주고받는 농담 속에 ‘열린 자리’라는 깨알 같은 자막이 들어가 웃음을 주었고, 유세윤은 규현의 빈 자리에 대고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상해 클럽 갔다며. 어 진짜로? 3명이랑?”이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대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서로의 방송분량 경쟁이 하나의 설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의 빈 자리를 환영하는 모습으로 장난으로 친다.

 

물론 심각한 사안으로 MC가 하차하게 됐을 때는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장난이 멈추지는 않는다. 신정환이 하차했을 때도 <라디오스타>의 MC들은 서슴없이 그의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 김구라가 빠졌을 때는 그를 <라디오스타>의 사실상 멘토로 대하면서 그의 분신(인형)을 꺼내놓고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규현이 주로 그랬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누군가 자리를 비울 때 그를 깎아내리고 때로는 독설을 하는 건 <라디오스타>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구라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뜬금없이 양배추(조세호)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웃음의 재료로 쓰기도 하고 염경환을 호명해서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을 프로그램에서 꺼내놓는 것은 그 내용이 어떻든 그 자체로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악플보다 힘든 게 무플이 아닌가.

 

김구라가 tvN의 <택시>로 복귀하면서 많은 이들이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기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과거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잠정하차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다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어두웠던 과거가 어떻든, 현재에 그가 많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중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라디오스타>만큼 MC들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새롭게 채워진 토크쇼도 없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라디오스타>가 굳건히 버텨낼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뒤늦게 도착한 규현에게 다른 MC들은 그가 없이도 잘 진행이 됐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그를 놀렸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규현의 부재가 그다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그의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규현이 “저 없이도 잘 하셨나요? 걱정이 되가지고.”라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자, 유세윤이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저희는 누구 없다고 못하는 프로그램 아니에요.” 그러자 규현도 수긍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없으면 더 열심히 해.” 아마도 이것이 <라디오스타>가 김구라 같은 프로그램의 뿌리가 사라져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라디오스타>, 차 떼고 포 떼도 괜찮은 이유

김구라의 빈 자리는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디오스타>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색깔이나 스피드, 분위기가 달라진 건 없었다. 김국진은 여전히 <라디오스타>의 전체 분위기를 정리했고, 윤종신은 게스트들이 던지는 말을 잡아채서 제 멋대로 이리저리 부풀리고 덧붙이면서 재미를 만들었다. 김구라의 멘티(?)로 자리한 규현은 독한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툭툭 던졌고 유세윤은 특유의 콩트 감각으로 대화 중에 나온 상황을 연기로 재현해내면서 웃음을 만들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빈 자리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껏 꽤 여러 차례 MC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겪은 터라 이런 상황에 대한 적응력도 남달랐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꽤 오래 호흡을 맞췄던 신정환이 하차하고 김희철이 군 입대 문제로 빠져나간 후, 규현과 유세윤이 들어와 적응단계에 접어들 때, 김구라가 하차하게 된 상황이었으니까. 무엇보다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의 스타일 그 자체였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규현의 말 대로 "너무 잘하면 서운할거다"라는 말은 그저 농담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구라의 빈 자리를 놓고 남은 네 MC가 서로 헤게모니 싸움을 하듯 서로를 견제하고, 그러면서도 김구라가 해왔던 역할, 즉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서로 분담하듯 하는 모습은 <라디오스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나 구성원들로나 견고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아마도 규현의 말 대로 김구라가 봤다면 서운했을 정도로, 이들은 빈 자리를 잘 메워나갔다.

 

게스트로 <슈퍼스타K>의 서인국과 허각, 그리고 <위대한 탄생>의 손진영과 구자명이 같이 출연한 것도 적절했다고 여겨진다. 아마도 MBC 출연이 처음이었을 서인국과 허각의 소회도 그렇지만, 이렇게 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이색적인 조합이었다. 그들은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줌으로써, 자칫 김구라의 공백이 가져올 수도 있는 <라디오스타>의 느슨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손진영은 탁월한 예능감으로 이 대결구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나머지 세 명이 모두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이들이라는 사실과 대척점에 서서 '열등감' 운운하며 이들을 쏘아붙였다. 또 허각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고,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의 비교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허각을 추종하는 구자명에게는 "너마저도..."하는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조금은 독할 수도 있는 이런 멘트들이 손진영이라는 캐릭터를 통하자 구수하고 순수한 느낌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손진영이라는 새로운 예능감의 발견은 그 동안 수없이 차 떼고 포 떼면서도 굴하지 않고 달려온 <라디오스타>가 여전히 그 동력을 잃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라디오스타>는 그 특유의 몰아붙이는 분위기 속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게스트의 예능감이 발견되는 지점에서 가장 빛나는 토크쇼가 아닌가.

 

김구라의 미니어처를 규현이 꺼내놓을 정도로 여전히 김구라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간에 전화 연결로 김태원이 말한 '용서'의 의미가 짠하게 다가온 것도 그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렇게 비어있는 자리가 있어도 여전히 팽팽 돌아가는 저력, 이것이 밟으면 밟을수록 더 잘 자라는 잡초 같은 예능, <라디오스타>만의 매력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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