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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범람 시대 <조용한 식사>가 주는 힐링이란

 

방송사고인 줄 알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음식이 차려진 식탁을 앞에 놓고 배우, 가수 같은 연예인들이 앉아 있는데 도대체 말이 없다. 일반적인 방송에서는 몇 초 이상 침묵이 흐르면 방송사고가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방송이 있다. 바로 올리브TV<조용한 식사>.

 

'조용한 식사(사진출처:올리브TV)'

<조용한 식사>는 그 외형적인 틀만 보면 요즘 트렌드가 된 먹방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먹방이 가진 틀에서 많은 것들을 뒤집어 놓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먹방이다. 혼자 나와 음식을 먹는다는 점은 먹방과 같지만, 이들이 음식의 맛을 호들갑스럽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장면 따위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먹방들과는 다르다.

 

<조용한 식사>는 제목처럼 그저 출연자가 조용히 음식을 먹는 것으로 오롯이 프로그램을 채운다. 한 사람 당 10분 남짓의 방송 분량에서는 그래서 이들이 얘기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전어를 앞에 두고 앉은 김뢰하는 잘 손질된 전어를 한쪽에서 구워 손으로 뜯어먹는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 먹는 장면과 소리들이 집중된다.

 

전어가 구워지는 소리나 거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 자체로 침샘을 자극한다. 옆에 놓여진 막걸리를 따서 잔에 따르는 소리 역시 먹는 장면 그 자체보다도 더 감각적이다. 그래서 먹방이 갖춰야 하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상황들은 모든 걸 단순화시켜버림으로써 오히려 강화된다. 말이 없고 특별한 상황도 없이 그저 먹는 것 하나에 시각과 청각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

 

물론 이들은 한 마디 하지 않아도 그 먹는 장면을 통해 그들의 성격이나 취향을 드러낸다. 김뢰하가 어딘지 거침없는 상남자의 성격을 손으로 전어를 뜯어먹는 모습으로 보여준다면, 강화도의 한 야외 포차처럼 보이는 곳에 앉아 갓 잡은 대하구이를 먹는 장기용은 신세대답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방송이야기를 하면서 새우를 먹는다. 초지진항에 앉아 활어회를 먹는 황석정은 회만큼 고추나 소주를 곁들이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털털한 캐릭터다.

 

<조용한 식사>에는 좌측 상단에 세 개의 단순한 태그가 자막으로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초지진항#활어회#황석정이나, ‘#홍대#수제버거#김기방식의 자막이다. 너무 단순한 포맷이기 때문에 이 세 개의 태그만으로도 그것이 어떤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모두 설명된다. 거기에는 누가 출연하고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가라는 이 프로그램의 모든 정보가 망라된다.

 

배경화면이나 소음 그리고 거기에 가끔 얹어지는 음악은 <조용한 식사>의 훌륭한 미장센 효과를 준다. 김뢰하가 전어를 먹을 때 뒤편으로 펼쳐지는 파란 바다나, 김기방이 수제버거를 먹을 때 뒤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즐기는 홍대의 한 식당 같은 배경은 그들이 앉은 공간의 현실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흥미로운 건 맛나게 음식을 먹고 있지만 식욕보다 더 채워지는 것이 그 시간이 주는 힐링의 느낌이다. 최근 들어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혼밥’ ‘혼술문화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들의 문화가 쓸쓸함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힐링타임이라는 걸 이 프로그램은 짧은 영상으로 보여준다. 먹방이 범람하는 시대지만, 참신한 역발상으로 입의 감각이 아닌 공간과 시간이 주는 느낌을 전하는 프로그램라니. 그 미니멀한 선택들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대박> 마치 디카프리오 같았던 장근석의 하드캐리

 

살아있는 뱀을 맨입으로 뜯어먹고, 똥통에 빠지고 갯벌에 몸이 처박혀진 채 생게를 씹어 먹는다. 사실 이런 장근석은 낯설다. 지금껏 아시아 프린스라고 불리던 그가 아닌가. 곱상한 외모에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장근석이지만 이번 SBS 월화사극 <대박>에서는 아예 작정을 한 듯싶다. 마치 영화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는 듯 했으니.

 


'대박(사진출처:SBS)'

<대박>은 갈수록 배우 장근석의 하드캐리가 되어가고 있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고 자신마저 손목과 발목이 꺾이고 칼을 맞은 채 벼랑 위에서 차가운 강물로 떨어진 대길(장근석)이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그는 홍매(윤지혜)에 의해 염전에 팔려 인간 이하의 가혹한 노동과 착취 속에 내던져진다. 그 염전의 수장인 아귀(김뢰하)는 반항하는 대길에게 혹독한 매질과 벌을 일삼는다.

 

대길이라는 가련한 청춘이 수도 없는 핍박을 받으면서도 복수의 일념으로 원수인 이인좌(전광렬) 앞에 살아 돌아오는 과정은 처절하다. 하지만 그것이 처절하면 처절할수록 <대박>이라는 사극은 확실히 힘이 생겨난다. 그 힘은 대길이라는 청춘의 고통과 그 고통을 부여하는 이인좌라는 어른의 폭력이 마치 지금의 우리네 현실 같은 구도를 그려내면서다.

 

이것은 왕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왕좌를 꿈꾸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야 하는 연잉군(여진구)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술과 여자만 밝히는 한량처럼 꾸며 살아간다. 숙종(최민수)은 연잉군에게 왕좌의 뜻이 있는가를 묻지만 그는 끝내 그걸 부정하며 속내를 숨긴다.

 

대길이라는 청춘이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폭력적인 현실 앞에서 도박판 같은 밑바닥으로 내던져졌다면 연잉군은 어른들의 시선에서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위해 스스로 도박판으로 들어온다. 청춘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세상을 배회하고 이인좌나 숙종 같은 어른들은 세상을 제 손에 넣고 제 맘대로 주무른다.

 

물론 이런 구도는 의도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현재의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청춘의 이야기는 현재의 현실과 우연히도 조우했을 수 있다. <대박>에서 엽전 한 냥이 전 재산인 대길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내기를 거는 이야기들은 그래서 슬프다.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은 그렇게 제 몸뚱어리 하나를 걸고 살아간다.

 

아마도 지금의 청춘들은 저마다 대길 같은 하드캐리를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대길이 그러한 것처럼 포기하지 않는 삶만이 기회도 가질 수 있는 법이다. 그 험난한 고통 속을 헤쳐 나와 이인좌 앞에 팔모가지를 걸고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그런 기회.

 

고구마 현실 때문인가. 사이다 드라마들이 넘쳐난다. 드라마라는 가상을 통해서나마 잠시 현실을 잊고 속 시원함을 느끼고픈 욕망이 거기에는 어른거린다. 하지만 사이다 드라마가 고구마 현실을 바꿔주진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가 얘기해주고 있듯이 현실은 포기하지 않을 때 변화의 조짐을 보일 수 있다. 선거에 즈음해 장근석이 투표가 대박이라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 특히 의미심장해 보이는 오늘이다.

Posted by 더키앙

<몬스터>, 동화와 스릴러의 흥미진진한 대결

 

독특하다. 아마도 <몬스터>라는 영화가 주는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물론 아직 거칠지만 그 파격적인 면모는 마치 박찬욱 감독을 떠올리게 하고 단단한 장르 해석 능력은 봉준호 감독을 생각나게 한다. 확실히 <시실리 2km>, <도마뱀>의 시나리오를 쓰고 <오싹한 연애>로 메가폰을 잡았던 황인호 감독은 분명한 자기만의 색깔을 이번 작품 <몬스터>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장르물에 대한 이해가 있는 관객이라면 이 놀라운 이종장르물의 경험에 환호할 것이다.

 

'몬스터(사진출처:상상필름)'

어떻게 피가 철철 흐르는 스릴러 속에서 동화 같은 이야기가 가능할까. 어떻게 연쇄살인범이 다가오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 폭소가 터지는 게 가능할까. 긴장과 이완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두 축이 분명하지만 이를 동시에 병치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유치한 B급 장르에서 종종 시도되곤 하지만 흔히 평가되듯 B급 정서를 가진 황인호 감독의 작품이 그렇다고 B급은 아니다.

 

그래서 <몬스터>는 장르 파괴물이면서 결코 B급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르의 재창조물 같은 느낌을 준다. ‘살인마 vs 미친 여자라고 적힌 포스터 문구는 이 두 이질적인 장르와 감성의 대결을 보여주는 <몬스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면이 있다. 사람 죽이는 일을 마치 손톱에 낀 때 빼듯이 저지르는 살인마 태수(이민기).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물려주신 노점상 자리를 제 것이라 여기며 동생 하나만을 바라보는 조금 모자란 미친 여자 복순(김고은). 살인마 태수가 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복순은 동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마치 스릴러와 동화가 병치된 독특한 느낌을 전한다. 앞부분에 일찌감치 복순의 할머니 회상 장면에서 보여준 마치 텔레토비 동산의 햇님을 보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은 복순이 살아가는 동화적 세계를 압축한다. 반면 산 속에 위치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올 듯한 외딴 가마터에서 살해한 이들을 구워 도자기를 빚어내는 공간은 태수가 살아가는 스릴러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날 이 이질적인 두 세계는 한 꼬마의 틈입으로 이어진다.

 

스릴러와 동화의 연결고리는 실로 절묘하다. 꼬마를 산으로 데려간 살인마가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마녀 같은 느낌을 주고, 그 살인마로부터 도망친 꼬마가 복순과 함께 싸우는 이야기 역시 동화 같은 뉘앙스가 묻어난다. 꼬마와 복순이 살인마의 집을 찾아 산으로 오르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모험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난 동화 속 아이들의 모습처럼 연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복순과 꼬마가 만들어내는 동화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종일관 스릴러의 끈을 놓지 않는다. 복순이 아이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 대결구도가 마치 살인마로 대변되는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의 대결처럼 여겨지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동화 속에 머물고 싶어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느슨한 듯 풀어지다가도 순식간에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그 다이내믹한 힘은 아마도 여러 장르를 섭렵하면서 갖게 된 황인호 감독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시실리 2km>에서도 코미디와 스릴러를 엮어냈고, <도마뱀>에서는 UFO라는 소재에 멜로를 엮어냈으며, <오싹한 연애>에서는 공포와 멜로를 공존시켰다. 이질적인 장르의 결합을 꽤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그 능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색다른 장르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이다. 영화 <은교>로 널리 알려진 김고은은 배우의 첫 단추로는 꽤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 인물이다. 본인 스스로도 말했듯이 이목구비가 흐리멍덩한건 어쩌면 배우로서는 오히려 장점이다. 마치 빈 도화지 같은 인상이랄까. 그래서 그녀는 별다른 선입견 없이 새로운 배역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

 

복순이라는 이름에서 얼핏 느껴지는 것처럼(이건 마치 복수와 순이를 붙인 것 같다) 이 인물은 때로는 미친 여자 같은 광기를 뿜어내면서도 때로는 아이 같은 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한 면만을 보고 있는 아이의 또 다른 속성일 수 있다. 아이란 순수함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있어서는 미성숙을 의미하기도 하지 않는가.

 

실로 이 이중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있어 김고은 만한 배우도 없었을 것이다. 바보 연기에서 살인마와 대적하는 광기를 끄집어내는 모습은 앞으로 이 배우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뚜렷한 한 가지의 이미지가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걸 그녀는 확실하게 <몬스터>를 통해 각인시켜주었다.

 

늘 로맨틱한 분위기의 역할에서 살인마로 변신한 이민기나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김뢰하, 김부선의 연기 또한 압권이다. 특히 마치 <넘버3>의 송강호를 보는 듯한 짧지만 굵게 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배성우, 남경읍 같은 배우들을 보는 것 역시 <몬스터>를 즐겁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스릴러와 동화를 병치시킨 <몬스터>라는 괴물은 그래서 그 둘을 한 몸으로 소화해낸 김고은 같은 괴물배우와 이 장르를 재창조시킨 황인호라는 괴물감독을 탄생시켰다. 조그은 낯설 수 있는 이 영화 여행이 실로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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