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어떤 정서를 건드리고 있나

 

시간과 공간, 이승과 저승, 현실과 비현실 같은 경계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고려시대 무신 김신(공유)은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쓰러지지만 그를 지지하는 민초들의 염원에 의해 되살아나 영원히 살아가는 축복이자 저주를 받게 된다. 완전한 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도깨비 신부가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야 한다는 신탁을 받은 채.

 

'도깨비(사진출처:tvN)'

tvN <쓸쓸하고 찬란하-도깨비(이하 도깨비)>는 우리네 전설과 야담에 등장하는 도깨비라는 특이한 존재를 소재로 담았다.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서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던 도깨비는 민담 형태로 구전되면서 인간적인 면면들이 깃든 존재로 그려져 왔다. 신앙의 대상인 신에서부터 인간에게 당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그런 존재.

 

<도깨비>는 그래서 그 특이한 존재적 특성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 시간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고, 죽음을 뛰어넘어 불사하는 존재로서 그려졌으며, 서울의 한 복판에서 문 하나를 열고 캐나다의 거리로 나가는 공간적 한계도 뛰어넘는 존재이다. 드라마가 이런 주인공을 세운다는 건 그간 복작복작대던 드라마 특유의 이야기의 한계 또한 뛰어넘어야 함을 뜻한다.

 

<도깨비>는 그래서 동서를 뛰어넘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끌어안았다. 사극에서부터 전형적인 신데렐라 구성의 가족이야기, 마치 <전설의 고향>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듯한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이야기와 북유럽 하이랜더의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에 대한 판타지 장르까지 이 한 작품에 담겨졌다. 김은숙 작가 같은 베테랑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그 중심구도는 김은숙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멜로가 자리했다. 도깨비 김신과 그에 의해 죽지 않고 태어나 자라게 된 지은탁(김고은)의 사랑이야기가 그것이다. 불사의 존재인 김신은 드라마 제목에 깃들어 있는 것처럼 쓸쓸하고 찬란한인물이다. 그가 바라는 지향점이 결국 무()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는 쓸쓸하다. 그런 그가 귀신을 보는 것 때문에 왕따 당하는 지은탁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스스로가 도깨비 신부라는 그녀는 스스럼없이 김신에게 시집가겠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드라마는 인물의 욕망에 의해 굴러가기 마련이란 점에서 보면 도깨비라는 존재가 가진 무()에 대한 욕망은 인간적인 욕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현재의 시청자들의 욕망을 이끌어내는 존재는 지은탁이라는 소녀다.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김신이 특이하게도 그녀에게서 미래가 읽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던지고, 그녀가 다름 아닌 김신에 의해 되살려져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걸 확인해주는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 엄마와 그 죽기 직전 간절한 기도를 하라고 얘기해줬던 삼신할매(이엘), 그래서 도깨비에 의해 살 수 있게 되어 얹혀 지내며 구박 받는 신데렐라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 어찌 보면 절망적일 수 있는 청춘이지만 그녀에게도 어느 한 순간의 찬란한 빛처럼 신이 깃든다. 바다 앞에서 절망적인 그녀가 읊조리듯 소원을 비는 그 순간에 신과 조우하며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민간 설화의 이야기를 통해 구전되며 만들어진 도깨비라는 존재는 어쩌면 당대의 힘겨웠던 민초들의 절망의 끝에서 기대게 되는 구복의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깨비>가 가진 이야기는 단지 남녀 간의 판타지 멜로라기보다는 우리 시대에 억눌린 어떤 정서 같은 것들이 절망적인 순간 기대게 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시간과 공간, 이승과 저승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 결국 그건 실체가 없는 판타지로서 쓸쓸하기 그지없는 것이지만 그 판타지가 누군가를 살아가게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란한.

시사의 시대, tvN이 보인 한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던 걸까. tvN 드라마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시청률이다. 월화드라마의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이 무려 9.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이후, <혼술남녀>는 그나마 5% 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체면을 차렸지만 <막돼먹은 영애씨15>2.2%로 주저앉았다.

 

'안투라지(사진출처:tvN)'

물론 시즌15를 맞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진 tvN에서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tvN 월화드라마가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확보한 이 편성시간대의 보편성과 화제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 <안투라지>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지며 시청률 0.7%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tvN에서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잉여공주>를 밑 돌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건 종영한 <더 케이투>. tvN이 확고히 잡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서 5% 시청률을 유지했다.

 

tvN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쓰고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 하지만 이 작품은 122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2주 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건 tvN의 변함없는 간판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은 이례적으로 아예 <삼시세끼>어촌편3를 정주행하는 편성표를 내보였다. 따라서 낮 12부터 밤 11시까지 <삼시세끼>어촌편3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 tvN의 고민은 드라마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tvN표 드라마 브랜드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시청자들의 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가 있다. 하지만 오락 채널인 tvN은 아예 이를 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시사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JTBC. <뉴스룸>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갈아엎으며 9%를 유지하고 있고, <4시 사건반장>이나 <5시 정치부회의>까지도 각각 2.9%, 4.0%로 기존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섰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무려 9% 시청률을 냈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6%까지 치솟았다.

 

JTBC가 거둔 성과는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얻게 된 방송사의 신뢰도는 향후 JTBC의 드라마나 예능, 교양 같은 여타의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때 TV 뉴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JTBC <뉴스룸>은 이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역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뉴스와 시사 같은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한 때 tvN의 승승장구는 평시에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이 채널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현재, tvN은 속수무책이다. 오락으로 전문화된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보이는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vN은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에 시사적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기도 힘든 시국이 아닌가. 이럴 때 JTBC가 가진 <썰전>같은, 그 시국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번 정권의 CJ에 대한 압박의 증거들을 보면 왜 tvN이 이런 시사 소재의 프로그램을 예능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갖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SNL코리아> 같은 예능에서의 시사풍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KBS <무림학교>의 지옥에서 <태양의 후예>의 천국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아마도 KBS 드라마국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학원물과 판타지를 접목한 <무림학교> 역시 애초의 기획은 야심찼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첫 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여지없이 무너져 내려 시청률은 거의 3%대를 전전하다 2.8%(닐슨 코리아)로 종영했다. 조악한 CG와 병맛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너무 엉성한 스토리. 시청자 반응 또한 최악이었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하지만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뒤집는 구세주로 등장한 게 <태양의 후예>. 수목극에 들어오자마자 <태양의 후예>는 첫 회에 14.3%로 가뿐히 두 자릿수를 넘어섰고 고작 4회 만에 거의 10%가 오른 24.1%를 기록했다. 김은숙 작가표 멜로 특유의 맛깔 나는 대사와 그리스에서 찍은 화보 같은 영상들, 스케일과 디테일을 모두 잡으며 <태양의 후예>는 대중문화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광고 완판은 물론이고 재방송까지도 75%의 광고 판매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극히 드문 사례다. 100% 사전 제작되어 중국과 동시 방영되고 있는 <태양의 후예>에 대한 중국 반응 역시 뜨겁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제2<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이 생기는 건 아니냐는 조심스런 예측이 들려온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그간 너무나 오랫동안 고개를 숙여왔던 KBS 드라마가 이 한편의 드라마가 거둔 2주간의 성과로 그 이미지 쇄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서 고정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는 KBS 드라마는 늘 괜찮은 시청률을 냈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트렌디한 주중 미니시리즈에서 성과를 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주중드라마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도 달성하기 힘겨워했던 KBS 드라마는 그 수모를 <태양의 후예>를 통해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또한 최근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해오던 tvN 드라마의 독주를 잡았다는 데서 단지 KBS의 차원을 넘어 지상파 드라마들 전체에도 고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상파 플랫폼의 한계처럼 지목되며 늘 비슷비슷한 형태의 드라마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지상파 드라마들은 <태양의 후예>의 성공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은 지상파 플랫폼에서도 먹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궁금해지는 건 KBS가 어떻게 <태양의 후예> 같은 보물을 잡을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타 방송국에서도 충분히 탐을 냈을 만한데 어째서 KBS였을까. 130억이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이다. 보증수표라고 하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방송사로서는 고민이 될 만한 작품이다. 특히 블록버스터드라마는 의외로 성공확률이 낮았다는 것이 방송가의 공공연한 이야기다. 드라마적인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치중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달랐다. 볼거리도 있지만 그 안에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

 

<태양의 후예> 역시 여러 타방송사에서도 고민을 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타방송사들이 아닌 KBS가 이 작품을 선뜻 편성하게 된 건 보다 더 절실한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너무 오랫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KBS 드라마로서는 보다 과감한 투자가 되더라도 확실한 성공을 통한 이미지 제고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KBS의 선택은 옳았다. <태양의 후예> 한 편의 뒤집기로 KBS 드라마의 위상은 확실히 제고되었다. 이어지는 KBS 드라마의 라인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김우빈과 수지가 캐스팅된 <함부로 애틋하게>, 박서준, 박형식의 <화랑 : 더 비기닝>, 박보검을 캐스팅한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태양의 후예>를 통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KBS 드라마들이 올해 어떤 행보를 그려나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태양의 후예>, 바쁜 의사와 빡센 군인의 로맨스로 펄펄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 KBS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첫 방송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게 거침이 없었다. 첫 회에 유시진(송중기)과 강모연(송혜교)이 만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물 흐르듯 빠르게 전개되었고 또한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의 계급이 다른 군인들 간의 관계는 향후 전개될 두 사람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바쁜 의사와 빡센 군인의 로맨스. 사실 멜로드라마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됐던 것이 극성이 약하다는 점이라면 왜 <태양의 후예>가 이 같은 의사와 군인의 로맨스를 다뤘는가가 이해될 법도 한 부분이다. 사극을 빼놓고 보면 현대극에서 가장 극성이 강한 장르가 의학드라마와 전쟁드라마가 아닌가. 물론 최근에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스릴러 장르가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멜로드라마가 스릴러를 덧붙이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관계와 갈등이 상처를 넘어서 죽고 사는 문제와 연결되는 직업군으로 의사와 군인만큼 센 극성을 만드는 인물군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미 첫 회가 충분히 입증한대로 총알이 날아다니고 칼부림이 다반사인 전쟁터가 일터가 된 유시진과 역시 생사가 오가는 응급실이 일터인 강모연의 만남은 강렬할 수밖에 없다. 그저 평범하게 만나서 감정을 나누는 식의 일상적인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전쟁터를 오가는 이들의 멜로드라마다. 갑작스런 긴급 상황에 데이트 약속을 미루고 떠나는 유시진이 강모연에게 병원 건물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떠나기 전 다음 데이트 약속을 하는 장면은 이 멜로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스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슈퍼히어로물에서 지구를 구하러 떠나는 듯한 남자 주인공과 그를 보내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향후 이 드라마는 우르크라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가상의 낯선 땅에서 벌어지는 군인과 의사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한다. 첫 회 마지막 장면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분쟁지구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그 성격상 스펙터클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스펙터클에 치중하다 엄청난 투자비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던 그 전철을 적어도 이 드라마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전쟁과 사랑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스펙터클 속에서도 김은숙 작가의 확고한 지향점은 결국 사랑과 휴머니즘 같은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블록버스터란 볼거리가 아니라 그 인물과 스토리의 촘촘함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이 멜로의 대가는 잘 알고 있다. 군인이라는 여성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남성적인 등장인물을 세우면서도 첫 회부터 달달한 로맨스의 설렘을 만들어내는 건 이 작가가 가진 공력을 실감하게 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송중기, 송혜교, 진구, 김지원의 대본을 맛깔스럽게 살려내는 연기다. 군 제대 후 더 남성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송중기와 귀여우면서도 당찬 매력의 송혜교, 그리고 진지한 남성의 향기가 느껴지는 진구와 톡톡 쏘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듯한 김지원의 괜찮은 조합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케이블 드라마의 성장으로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은 그 위기의식이 확실히 높아졌다. 하지만 적어도 <태양의 후예>만큼은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제대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커진 스케일과 멜로와 액션이 넘나드는 스토리. 그리고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가져오되 그것을 세련되게 구사하는 대본. 어쩌면 이 드라마는 위기에 빠진 지상파 드라마의 대안을 보여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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