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서로가 서로를 응원한 환불원정대와 생도들

 

무엇이 환불원정대를 순간 눈물원정대로 만들었을까. "만나서 너무 반갑다"는 만옥(엄정화)의 말에는 벌써부터 촉촉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화사의 따뜻한 말이 울컥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안 보이는 곳에서 항상 이렇게 열심히 해주시고 또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있으신 모습이 저는 되게 좀 울컥하네요. 저희가 눈물이 좀 많아서... 사실 저희가 눈물원정대예요. 이렇게나마 여러분들 모두 좋은 에너지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환불원정대 마지막 날의 일정으로 찾아간 국군간호사관학교. 축제기간에 열린 명랑운동회에서 생도들 앞에 깜짝 나타나 'Don't touch me'를 선보인 환불원정대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객들과의 대면 무대를 한 번도 갖지 못했던 환불원정대가 아닌가. 게다가 다른 이들도 아닌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 앞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전면에 나서 사투를 벌인 영웅들을 양성해낸 곳. 화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어린 감사가 얹어진 이유다.

 

환불원정대를 더욱 울컥하게 만든 건 국군간호사관학교 응원단 칼리스타의 공연이었다. 생도들의 앳된 얼굴과 환한 미소, 그리고 절도 있는 동작에서 넘쳐나는 에너지를 느끼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담 너머로 보던 정봉원(정재형)은 그 감회를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참 힘든데 잘 이겨내고 있다. 어린 친구들도..." 그건 아마도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랄한 에너지를 잃지 않는 생도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대견함 때문이었을 게다.

 

문득 응원단의 공연을 보던 천옥(이효리)도 같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눈치를 보며 눈가를 조용히 닦아내던 천옥은 마침 옆자리에 앉아 있는 만옥이 눈물을 보이고 있는 걸 보며 "언니도 울죠?"하고 반가워(?) 했다. 생도들의 천진난만함과 밝은 미소는 그 어떤 응원보다도 더 큰 응원으로 다가왔다. 거기에는 코로나로 힘겨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계속 웃으며 나아갈 거라는 긍정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을 응원해주고 위로해주기 위해 찾아간 환불원정대지만, 오히려 환불원정대가 그리고 이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이 커다란 응원을 받고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저희가 환불원정대 결성하고 관객들을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 여러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리고 코로나가 사라져서 우리가 손잡고 얼싸안고 만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천옥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넘어설 거라는 걸 환불원정대와 생도들의 서로를 향한 응원이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김태호 PD는 환불원정대가 마무리되는 소회에 대해 "코로나19가 빼앗아간 일상은 환불받을 수 없다"며 "이 시대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지키며 코로나19에 맞서는 이들의 연대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영웅은 어디에나 있다'는 주제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신화나 영화 속 영웅은 엄청난 힘이나 지략을 가진 이들이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각자의 영웅사를 쓰고 있다.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분들의 연대가 코로나19를 막아서는 가장 큰 치료제다"

 

환불원정대가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의 무대는 김태호 PD가 말하는 일상 속 영웅들과 이들의 연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각자 위치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며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 이 어려운 시국에 이만한 치료제가 있을까 싶다.(사진:MBC)

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나? '놀면'이 만들면 찐 캐릭터가 되는 건

 

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던가. 물론 그간 KBS 예능 <1박2일>에서 그가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게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리액션과 답변으로 바보인가 천재인가를 알 수 없는 그 캐릭터가 늘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고 훈훈한 웃음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의 김종민은 그 웃음의 밀도 자체가 달랐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만으로도 빵빵 터졌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놀면 뭐하니?>는 새로 시작한 '환불원정대'의 매니저 면접을 하면서 유재석에게 쓰던 방식을 그대로 썼다. 당사자들에게 매니저 면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그 장소로 오게 한 것. 갑자기 매니저 면접을 받게 된 양세찬, 조세호는 지난주 그래서 유재석이 자신들을 모른 체 하며 '지미 유'라고 소개하고 다짜고짜 면접을 하는 그 상황극 속에 들어와 당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그런데 매니저 면접을 하다 갑자기 이번 회에서는 이상민을 초대해 제작자로서 조언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상민은 어떤 매니저가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말 귀를 못 알아듣는 매니저'가 제작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기상천외한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추천한 인물이 바로 김종민이다. 이상민은 빨리 그를 잡으라는 조언을 남긴 채 떠났다.

 

바로 이렇게 일종의 '밑밥(?)'을 깔아 둬서일까. 2차 매니저 면접을 하기 위해 온 김종민은 지미 유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졌다.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황당한 표정으로 "예?"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모습은, 이상민이 조언했던 '말 귀를 못 알아듣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편견이나 무언가를 잘 보이려는 모습 그런 것들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순수함으로 무장한 김종민은 매니저 면접으로 그를 불렀다는 질문에도 "왜요?"라고 말하고, 어떤 일 하다 오셨냐는 질문에도 더듬대며 "집에 있다 왔다"고 말하고는 그것이 '매니저의 덕목'이라고 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 "예?"를 반복하는 김종민의 모습에 지미 유는 면접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음소거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으니.

 

스스로의 단점이 이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솔직히 말하는 김종민은 웃음을 주면서도 순수한 모습으로 호감을 줬다. 나라의 수도를 잘 안다고 자신했지만 네 문제 중 세 문제를 모두 틀리고 나자 금세 "잘 모른다"고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에서도 지미 유는 "신선함"을 느꼈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지원한 적이 있다는 프로필에 '무대 위의 고충'을 묻자, "무대 위의 고충요?"라고 되묻는 것만으로도 김종민은 큰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다.

 

중요한 건 그것이 설정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찐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결국 지미 유는 그에 대한 평가로 "김종민 이 사람은 찐이다"라고 썼다. 사실 김종민의 이런 캐릭터가 완전히 처음인 건 아니었다. 이미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왔던 모습을 매니저 면접이라는 상황 속에서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그의 캐릭터를 매니저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이상민의 이야기를 더해줌으로써 제대로 끌어올렸다. 조금 답답해 보이는 그의 어눌한 말투가 모두 웃음으로 바뀌게 된 이유였다.

 

이것은 어쩌면 <놀면 뭐하니?>가 그 많은 캐릭터 놀이들을 그토록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까 싶다. 똑같은 캐릭터도 앞뒤 스토리텔링을 달리하거나 유재석의 쥐락펴락하는 유도에 의해 보다 빵빵 터지는 캐릭터로 부각시키는 것. 환불원정대의 매니저로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김종민을 단 몇 분 만에 기대하게 만든 그 힘이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사진: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유재석도 놀라워하는 유산슬의 행보라니

 

김태호 PD를 만난 유재석은 먼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물론 그건 나쁜 의미의 한숨이 아니라,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신의 행보가 유산슬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김태호 PD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한숨이다. 그 자리에서 김태호 PD는 역시 예상 밖의 제안을 한다. 이번엔 SBS <영재발굴단>이란다. 지난 KBS <아침마당> 출연에 이어서.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는 유재석이 헛웃음을 지을 정도로 예측 불가의 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속에서 박토벤 박현우가 일찌감치 “자넨 영재야”라고 했던 그 말이 떠오르는 와중에 <영재발굴단> 작가가 김태호 PD에게 보낸 메시지 속에는 트로트 영재 정동원군의 단독콘서트에 출연해달라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투병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무대에 서는 자리인 만큼 정동원군이 좋아하는 유산슬이 함께 무대에 서면 좋을 것 같다는 것.

 

유재석의 헛웃음은 정동원군의 사연을 들으면서 진중해졌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픈 그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김태호 PD는 그런 유재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콘서트 당일에 있는 KBS <해피투게더4>에 양해를 구해 녹화시간을 당긴 후 정동원군의 콘서트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재석의 유산슬로서의 행보는 이제 지방행사와 홍보 등으로 본격화됐다. 만남의 광장에서 일일 매니저로 김도일, 조세호와 함께 지방행사를 하게 된 유산슬은 중간 중간 미리 준비되어진(아마도 김태호 PD가 사전에 깔아놓은 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망향휴게소에서는 트로트 선배들인 전여진과 이병철을 만나 화장실 앞 홍보를 했고, 구례5일장에 들러 박상철과 함께 흥 넘치는 시장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리모델링 재개관 행사에 참여해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과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출구’를 함께 부르는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일정 속에서 돋보인 건 지방행사 특유의 흥 많은 분들의 참여였다. 망향휴게소에서 만난 어르신은 모자를 벗었다 썼다 반복하며 민머리를 보여주는 특유의 춤동작으로 연예인들조차 빵빵 터지게 만들었고, 구례5일장에서는 쉬지 않고 춤을 추는 흥 많은 어르신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순수한 그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유산슬과의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었다.

 

이 즈음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이라는 캐릭터의 파괴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동일인이지만, 유느님이라 일컬어져 온 유재석의 캐릭터에 트로트 신인 유산슬이 얹어지며 생겨난 확장성은 그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그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 들어가 자신이 왜 이런 걸 하고 있지 하며 보여주는 그 헛웃음 속에는 유산슬이 만들어내는 확장의 힘이 담겨져 있다.

 

유산슬의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새로운 캐릭터를 입히자 유재석의 가능성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한없이 커져나간다. 물론 이를 잘 받아 자기만의 캐릭터로 만드는 유재석의 능력이 전제된 것이지만, 그런 세계를 열어 놓은 김태호 PD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자신이 어쩌다 하게 된 새로운 캐릭터와 그 행보들에 스스로도 놀라는 상황이라니.(사진:MBC)

김태호 PD 파업 참여에 결방쯤은 괜찮다는 ‘무도’팬들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MBC에서 예능PD로 산다는 것의 고충들이 절절히 담겨져 있다. 그 고충들의 세세한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다. 

'김태호PD(사진출처:MBC)'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한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 한마디로 시시콜콜하게 검열하고 사장 입맛에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기도 한다는 것. 

게다가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제작비를 깎으면서,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씩 쏟아 부으며, 신입 공채는 막고 경력 공채는 기습적으로 하며 경력 PD들은 노조 가입도 못하게 방해한다. 시사교양국을 없애고 기자, 아나운서를 내쫓는다....

사실 이 정도의 일들이 줄줄이 벌어졌다는 건 정상적인 방송사라고 보기 힘들다. 그간 많은 이들이 한직으로 물러났고 버티다 퇴직했으며 어떻게 남아있는 이들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의지가 MBC 예능PD들이 내놓은 파업 성명서에는 고스란히 느껴졌다. 

MBC 예능을 대표하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MBC에 남은 애정이라고는 <무한도전> 하나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의 수장인 김태호 PD가 총파업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당연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촬영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MBC 총파업 때처럼 결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주 챙겨보는 팬들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지난 총파업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팬들은 김태호 PD의 용기 있는 선택에 지지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있다. 결방쯤은 괜찮다며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한다. 나아가 이런 힘 있는 방송이 파업에 동참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무한도전>이 다시 시작하는 날까지 잠시 MBC 채널을 지우겠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한도전> 결방도 환영한다는 것.

사실 <무한도전>이 이런 절대적인 팬덤의 지지를 받게 된 건 프로그램만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참여 같은 프로그램 외적인 행동들 역시 팬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파업 참여에 대한 지지가 나오는 것은 MBC의 현 상황이 얼마나 처참하게 비뚤어져 있는가를 대중들 또한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발 이번 기회를 통해 예능PD들이 마음껏 웃길 수 있는 그런 방송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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