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이진주 PD와 ‘신혼일기’ 이우형 PD가 말하는 나영석

물론 성공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 번 정도 성공하는 일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매번 할 때마다 성공을 거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고, 그것도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아 거둔 성공이라면 더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인물이 바로 ‘나영석 사단’이다. 여기서 나영석 PD가 아니라 나영석 사단이라고 지칭한 건, 이제는 그의 성공이 그만의 것이 아니며 또 그렇게 여럿이 함께 머리를 모아서 그런 연속적인 성공 또한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윤식당> 이진주PD와 <신혼일기>의 이우형PD

나영석 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PD는 세 명이다. 지금 현재 <윤식당>을 하고 있는 이진주 PD, <신혼일기>를 했던 이우형 PD 그리고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부터 <신서유기2>, <삼시세끼 어촌편3>에 참여하고 현재 곧 방영될 새로운 예능을 준비하고 있는 양정우 PD가 그들이다. 이진주 PD와 이우형 PD, 그리고 따로 나영석 PD를 각각 만나 이들이 현재 일궈가고 있는 연전연승의 신화가 어떤 동력에 의한 것인가를 들여다봤다. 

-“올해는 목표가 후배 PD 세 명과 세 편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었어요.”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그의 현재 위치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과거에는 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연출가로서의 위치였다면 지금은 그걸 하면서도 tvN이라는 텃밭에 자신의 뒤를 이을 새로운 PD들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 조금은 뒤로 밀어두었던 관리자라는 역할을 스스로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 “최종 결정을 하는 일. 그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후배인 이진주 PD는 나영석 PD가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고 했다. 발리 여행을 하다 문득 이런 곳에서 가게를 열고 며칠 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획안으로 내밀었을 때, 나영석 PD는 바로 “이건 된다”고 확신을 주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것. 후배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갖게 되는 어떤 감정과 느낌 같은 것들은 그렇게 이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아이템들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영석 PD 개인보다 나영석 사단이 훨씬 유리해지는 대목이다.

- “명한이 형에게 배운 것이 많아요.” 

지금의 그를 이끌어준 tvN 이명한 본부장의 행보는 나영석 PD에게는 일종의 지표처럼 보였다. 주로 제작 쪽에서만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던 나영석 PD는 스스로도 자신은 사람 관리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지만, 지금은 그 영역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등대처럼 저 앞에 서 있는 이명한 본부장 덕분이다. 

- “이명한 본부장님이 하는 일에 대한 무한신뢰가 있어요.”

나영석 PD는 물론이고 tvN 사람들 대부분이 이명한 본부장에 대해 갖고 있는 무한신뢰에 대해 이진주 PD는 이런 사례를 들어 얘기해주었다. 맡고 있던 업무가 바뀌어서 “왜 내가?”하고 묻던 사람도 “명한 선배가 지시한거야”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대부분은 신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감은 나영석 사단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되고 있었다. 나영석 PD에 대해 이진주 PD도 또 이우형 PD도 갖고 있는 신뢰 또한 이명한 본부장에 대한 그것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힘들어도 믿고 하다 보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이우형 PD가 <신혼일기>를 하게 된 건 사실 본인이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위에서 해보라는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구혜선, 안재현 실제 신혼부부가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방송에 참여한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새로운 영역 하나가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고 했다. 필자가 신혼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관계들, 이를 테면 친구나 고부, 부자 등등의 관계들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이우형 PD는 그런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 “이제 공력의 30%만 써요. 나머진 후배들이 채우죠.”

나영석 PD는 현재 3명의 후배들과 세 개의 프로그램을 연달아 동시에 돌려왔다고 했다. 그것이 가능한 건 한 프로그램에 자신의 공력을 100% 투입하지 않고 30% 정도 쓰고 나머지는 후배들의 영역을 남겨 놓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30%의 역할이 무언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중요성이 낮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배분은 결과적으로 보면 1년 후 tvN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준다. 

-“영석 선배는 권력욕이 여전하죠(웃음)”

사실 이렇게 후배들에게 일정 부분의 자기 영역을 내어주는 건 어찌 보면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눠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농담으로 “잘되면 내 탓, 안되면 후배 탓”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허허 웃었고, 이진주 PD와 이우형 PD 역시 농담 반으로 “영석 선배가 권력욕이 강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이들의 농담이 그만큼 스스럼없는 편안한 관계에서 나오는 좋은 긴장감으로 보였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이런 긴장감은 시스템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었다. 

- “저나 후배들이나 하는 일은 그리 다르지 않아요.”

나영석 PD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거와 그리 달라지지 않았고 또 후배들이 하는 일도 자신과 마찬가지 일이라고 했다. PD, 작가, 스텝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에 옮기는 나영석 사단이 일을 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위계가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나영석 사단이 연전연승하는 비결이 아닐까.

- “미술감독님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죠.”

마지막으로 특별한 에피소드 하나. 이번 <윤식당>의 경우 가게를 오픈하고 하루 만에 철거당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을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함께 했던 미술감독과의 일의 차원을 넘어선 돈독한 관계 때문이었다. 나영석 PD도 또 이진주 PD도 이구동성으로 미술감독이 마침 없었다면 프로그램은 좌초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뒷얘기를 들어보니 그것 역시 이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실 가게를 오픈하고 미술감독은 귀국해도 됐지만 제작진들이 너무 고생하셨다며 며칠 더 머무르게 했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남게 된 미술감독이 있어 1호점이 철거된 후 2호점을 바로 열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일화는 나영석 사단이 어째서 그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철거된 ‘윤식당’, 위기는 기회라는 걸 보여주다

장사도 방송도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게 닥친 가게 철거라는 변수는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난감함을 넘어 절망적인 느낌마저 주었을 게다. 순식간에 주저앉아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그 윤식당 앞을 지나며 정유미가 애써 참던 눈물을 결국 보인 건 단 하루라도 그 곳에 주었던 정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하는가에 대한 막막함. 

'윤식당(사진출처:tvN)'

하지만 나영석 PD는 역시 이러한 변수에 노련함을 보여줬다. 그 상황 자체가 갖는 쓸쓸함과 허망함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2호점을 준비하는 그 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낸 것이다. 철거된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름한 가게를 단 하루 만에 괜찮은 2호점으로 변신시켰던 것. 

물론 새로 오픈한 2호점은 위치가 조금 동떨어져 있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폐허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식당 식구들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희망은 컸다. 손님이 없어 남은 불고기를 집으로 돌아와 함께 먹으며 그들은 신 메뉴로 라면을 넣을 계획을 세우며 2호점에 대한 꿈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윤식당>에 닥친 철거라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은 오히려 방송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윤식당>은 2회에서 이미 본격적으로 외국인 손님들이 문정성시를 이루는 식당의 면면들을 보여준 바 있다. 가게를 처음 오픈하는 날의 그 긴장감과 설렘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재미는 의외로 쫄깃했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보는 이들마저 흡족하게 해줬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만 반복해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식당은 잘 됐을지 몰라도 방송은 조금 심심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잘 됐던 식당을 하루만에 철거당하는 위기 상황은 <윤식당>에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윤여정은 새로 연다는 가게의 조악한 상황에 낙담했고 하루 만에 싹 바뀐 가게에 반색했다. 정유미는 무너진 1호점 앞에서 안타까움의 눈물을 보였지만 곧 씩씩하게 긍정 에너지를 보여주며 윤여정을 도왔다. 이서진은 그 위기 상황에서도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어떤 든든함을 주었고 신구는 역시 경륜에서 나오는 혜안으로 “걱정할 것 없다”며 정유미를 다독였다. 그 많은 다양한 감정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이 1호점 철거와 2호점 시작이라는 위기의 변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물론 예능은 예능이고 실제 장사는 장사다. 그것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갑작스레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건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이고 그럴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일 게다. <윤식당>은 그런 점에서 보면 장사를 하다 어떤 위기를 맞게 되기도 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위기 속에서 빛난 건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윤식당>은 보여줬다. 가게는 무너졌지만 그래도 새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건 모두 가족 같은 <윤식당>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1달이나 공을 들였던 가게가 무너지는 걸 보며 가장 마음 아팠을 미술팀은 밤새 2호점을 말끔하게 만들어냈고 그걸 보고 정유미는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2호점의 새로운 시작점에 선 그들에게서 다시금 설렘이 느껴진다.

‘윤식당’, 주문받고 음식 내주기만 해도 빠져든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이 주는 몰입감이 예사롭지 않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름다운 섬에서 작은 한식당 하나를 오픈해놓고 찾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주문받고 요리를 내주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또 그 내주는 요리라고 해봐야 불고기 단일 메뉴를 누들과 햄버거 그리고 덮밥으로 변신시킨 세 종류가 전부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이런 몰입감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윤식당(사진출처:tvN)'

그 몰입의 전제는 출연자들이다. 나영석 PD 예능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대중들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출연자들이 포진되었다. <윤식당>의 사장님 윤여정은 시원시원하게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소탈하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큼 소통에 열려 있는 인물이고, 이서진이야 나영석 PD의 페르소나(?)가 될 정도로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를 거쳐 그의 예능에서 진화해온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야채 손질 정도는 빛의 속도로 척척 해낼 정도가 된.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정유미는 <윤식당>에 한 마디로 ‘윤기’를 더해준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 밝음과 맑음, 그리고 윤여정을 살뜰히도 챙기고 이서진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긴박한 순간에는 똘똘한 선택을 내놓는다. 집으로 찾아든 고양이에게 우유를 챙기거나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바닷바람 맞으며 장을 보러 다닐 때면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윤여정이나 새로 합류한 신구를 챙기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타인을 대하는 착한 인성이 드러난다. 정유미는 그래서 윤식당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풍경의 조도를 몇 도는 밝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마법을 만들어낸다. 

나영석 PD의 비밀병기(?)로 투입된 알바생 신구의 등장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입인 줄 알았더니 회장님이 오셨다는 이서진의 반가운 투정 속에 담겨있듯이 신구는 마치 영화 <인턴>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 로버트 드니로가 오히려 사장 앤 해서웨이를 인턴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삶의 경륜을 <윤식당>에 덧붙인다. 무엇보다 그는 <꽃보다 할배>에서 배낭여행 하는 한 청춘에게 “존경합니다”라고 예우를 해줄 정도로 자신을 숙일 줄 아는 인물이 아닌가. 

누구나 한 번쯤 가고픈 그런 어느 남쪽 나라의 작은 섬에 누구나 한 번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픈 바닷가 식당을 오픈하고 거기에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출연자들을 세워 놓았으니 <윤식당>에서 시선을 돌리기가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여한 일일 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이 마법 같은 몰입감의 시작은 이제 오픈한 식당을 찾는 손님들과의 교감에 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저 한 끼 식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일 수 있는 그들이 사실상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그들의 면면들이 하나하나 기억난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음료를 마신 가족은 물론이고, 첫 불고기 메뉴를 주문한 계속해서 김치를 더 달라고 했던 한국요리 마니아였던 두 여성, 선베드에 자리를 하고는 불고기 햄버거와 이서진이 만든 주스를 마시고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식 믹스커피까지 맛나게 먹으며 여자친구와 친구에게도 그 맛을 보여준 외국인 남성, 무언가 식당이 신비롭다며 정유미에게 귀엽다를 연발하고 이서진에게 잘생겼다고 말한 일본인 커플, 식사하는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요리가 맛있다는 둥,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면 장사가 잘 될 것 같다고 했던 프랑스 가족들. 

<윤식당>은 그래서 이들 손님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면면들이 섞여져 똑같이 내놓는 불고기 라이스에 햄버거, 누들이지만 저마다 다른 미션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첫 요리가 주는 감흥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2인분을 만들었을 때, 또 동시에 5인분을 주문받고 멘붕에 빠졌을 때 등등의 다채로운 재미들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 

마치 내가 영업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윤식당>에서 느끼게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니다.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배치된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장소가 그렇고 그 곳을 오픈하고 운영하는 인물들이 그러하며 그곳을 찾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그렇다. 단 2회 만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윤식당>. 나영석표 예능의 새로운 진화가 아닐 수 없다.

‘윤식당’, 익숙한 듯 낯선 나영석 PD의 명민한 선택

‘나도 저런 데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아마도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을 지도 모르겠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어느 한적한 섬. 유럽과 호주에서 온 여행자들이 북적대며 오로지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 채워진 그 곳에서 작은 한식당을 연다는 건 나영석 PD가 기획의도로 밝힌 것처럼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일이 아닐까. 

'윤식당(사진출처:tvN)'

여기서 키워드는 이 복잡한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고, 낯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끔 삶이 지긋지긋해지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 “이번 생은 글렀어”라고 얘기하게 될 때, 우리는 이 곳을 떠나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진다. 사실 그건 ‘이번 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 곳’이 잘못됐을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생을 가져다줄 기회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못한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어떤 메뉴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며 점점 빠져든 <윤식당>의 사장 윤여정과 그녀를 옆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챙기는 밝고 맑고 명랑한 정유미,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의외로 사려 깊고 그래서 어딘지 든든함을 주는 이서진. 이런 구성원이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들이니 함께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이겠나. 

나영석 PD는 명민하게도 이렇게 낯선 곳에서 식당을 열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마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처럼 그려냈다. 제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불고기 하나를 메인으로 만들어 덮밥, 면, 햄버거로 만드는 건 할 수 있을 게다. 게다가 불고기는 호주인들 같은 경우에는 ‘코리안 바비큐’로 이미 유명해진 메뉴다.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효과도 좋은 <윤식당>의 기본 메뉴는 그래서 이들의 ‘개업’에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정착이 그간 나영석 PD 예능의 핵심이었다면 <윤식당>은 이 두 가지를 엮었다. 나영석 PD표 예능의 또 다른 반복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윤식당>에는 기존 예능들과 달리 ‘개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집어넣었다. 힐링 예능으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왔던 나영석 PD표 예능은 그래서 이 ‘개업’이라는 장치를 통해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긴장감을 더했다. 

게다가 <윤식당>은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 곳을 찾는 손님들과 벌어지는 교감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이 된다. 그들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서 느낄 어떤 보람 같은 것들은 <윤식당>을 보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아닐 수 없다. 일에 있어서 보람 같은 걸 느껴본 게 도대체 언제였던가 싶은 분들에게는 더더욱. 

손님이 얼마나 올 것인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고 너무 안와도 걱정이라는 윤여정에게 이서진은 긍정적인 비전을 내놓는다. 생각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 올 것 같다는 것. 그 말에 윤여정은 기분좋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윤식당 개업 바로 전날 교차하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개업일 손님을 기다리며 한없이 물을 들이키는 윤여정의 그 기분 좋은 긴장감. 그래도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주는 즐거움. <윤식당>은 나영석 PD표 예능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가져와 또 다른 세계를 열고 있다. 그런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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