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가만있어도 재밌는 건 도대체 뭘까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걸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가 새해 첫 출조로 떠난 대마도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김재원은 낚시 그 자체로도 또 방송출연에 있어서도 그리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 마리도 낚지 못했고, 또 방송에서도 별로 말이 없어 거의 ‘묵언수행’ 수준이었던 것.

하지만 김재원의 얼굴은 ‘살인미소’라는 별명 그대로 밝은 미소가 계속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대마도의 바다낚시 포인트에서 모두가 황금배지를 차지하기 위해 고기에 대한 욕망을 드러낼 때, 한가롭게 바다를 보며 이런 곳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마치 평론가처럼 요즘 TV를 켜면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별로 대단한 정보랄 것이 없는 <도시어부>는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도 좋다는 것. 

김재원이 아마도 있는 그대로 진심을 담아 툭 던진 이 말은, 지금 현재 ‘낚시를 한다’는 그 어찌 보면 방송으로서는 단순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짜 맛이 아닐까. 낚시에 평소 그리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프로그램은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된다. 1시간 반이 넘는 꽤 긴 방송분량이지만 그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알 수 없게 훅 지나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이 프로그램에는 있다.

물론 이것은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즉 낚시도 수면 위에서는 그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평온하고 심지어 심심하게까지 보이지만, 실상 수면 밑에서는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물고기의 치열한 밀당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도시어부>는 그래서 그냥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낚시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감정들을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하게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완도에서 힘겨운 부시리 낚시에 한 마리도 낚지 못해 낙심했던 큰 형님 이덕화의 마음을 슬쩍 들여다보면 그가 대마도에서의 새해 첫 날 낚시에 얼마나 절치부심했을까가 드러나고, 과거 이 프로그램에 나와 프로 낚시꾼으로서 굴욕을 당했던 박진철 프로가 척척 벵에돔을 낚아올릴 때 타들어갔을 마음이 보인다. 그 팽팽한 대결구도가 주는 긴장감이 있는 반면, 한 마리도 제대로 낚지 못해 끊임없이 투덜대는 이경규의 푸념을 듣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대마도 출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어쩌면 가장 존재감이 약했던 게스트 김재원이 아닐까 싶다. 낚시를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낚시프로이자 방송프로들(?) 사이에 들어가서도 오히려 그 평범함 때문에 일반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고 보면 이경규가 김재원에게 “여기 딱 맞는 게스트”라며 그 이유가 “낚시를 잘 못하는 것”이라고 한 말은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하루의 고단한 낚시를 끝내고 어느 숙소에서 벌어진 한 판 상차림에서도 김재원은 묵묵히 매운탕을 끓이는 모습만 보여줬다. 하지만 그래도 “잘 못 낚아 사랑받는 것”이라는 이경규의 말 한 마디가 게스트 김재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낚시든 방송이든 더 많이 낚고 뽑으려는 욕망이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한 동력이라면, 둘 다 못해도 그런 곳에서 도시의 복잡함을 잊고 있는 그 시간이 주는 힐링이 또 하나의 존재가치가 된다. 김재원이 보여준 이 부분은 아마도 낚시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까지 <도시어부>가 끌어들인 가장 큰 힘일 것이다.(사진:채널a)

‘도시어부’, 어떻게 금기소재 낚시로 시청자들을 낚았을까

사실 꽤 오랫동안 예능에서 낚시는 피해야할 소재로 자리해온 바 있다. 물론 물고기가 잡힐 때의 그 즐거움은 괜찮은 방송분량이 되지만, 물고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정지화면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 또 물고기가 방송한다고 나 잡아가라고 기다리는 것도 아니니, 때론 한정된 시간만 소비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박2일>이 그토록 오랫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낚시 소재를 담은 것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것이고, 실제로 <남자의 자격>에서도 이경규와 함께 낚시하기를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로 수행했지만 방송에서는 그다지 낚시의 묘미를 담아내기 어려웠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를 보면 이제 이런 금기는 더 이상 의미 없는 한계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고 잡은 물고기로 저녁에 맛난 한 끼를 해먹는 어찌 보면 구성 자체가 단순한 이 프로그램이 종편 채널이 가진 한계를 뚫고 보편적인 호응을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2,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다, 드디어 4%를 넘긴 <도시어부>는 완도에서 최고 시청률 4.4%를 찍었다. 첫 날 생각보다 낚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출연자들은 이튿날 마이크로닷이 이끄는 지깅낚시로 9짜가 넘는 대방어를 연신 낚아 올리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촬영 4일 전부터 완도에 내려가 지깅 낚시를 연습한 마이크로닷이 가장 먼저 대방어를 낚아 올렸고 이어서 차례로 이경규, 게스트로 출연한 신화 이민우가 손맛을 봤다. 모두가 방어를 낚아 즐거워하는 반면, 아쉽게 고기를 놓친 이덕화는 이들과 비교되며 쓸쓸한 모습을 드러내 오히려 웃음과 함께 인생의 경륜 같은 걸 느끼게 해줬다.

이 완도편을 보면 <도시어부>가 어째서 이렇게 시청자들을 낚아 올릴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가장 큰 것은 바다낚시가 갖는 스펙터클이다. 사실 해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낚시는 꽤 흥미로운 소재로 자리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경우 정글에서 어마어마한 괴어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가 바다 한 가운데서 거친 파도와 날씨 속에서 벌어지는 그 힘겨운 조업 현장을 리얼리티 카메라로 담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만큼 낚시가 가진 야생의 풍경은 이제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만나 흥미진진한 소재로 떠오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완도편에서는 겨울바다의 결코 쉽지 않은 낚시 풍경이 주는 날것의 리얼리티가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파도가 치고 그 안에서 거대한 대방어와 10분이 넘는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시어부>가 가진 이 날것의 풍경 속에서 아드레날린을 한껏 끌어올리는 인물은 다름 아닌 젊은 피 마이크로닷이다. 결코 쉽지 않은 그 상황에서도 연실 환하게 웃고 명랑하게 소리치며 함께 하는 출연자들을 전면에서 독려하는 모습은 프로그램에 활력소로 자리했다. 

마이크로닷이 가진 특유의 친화력은 그 젊은 세대의 패기와 이경규나 이덕화 같은 원숙한 세대가 낚시라는 한 가지로 끈끈하게 뭉쳐지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낚시에는 “위아래도 없다”는 이경규의 말과 어우러지며 세대 차이를 무화시켜버린다. 실제로 지깅낚시의 그 힘겨움 때문에 시종일관 투덜대던 이경규가 대방어와 사투를 벌일 때 마이크로닷이 옆에서 그를 도와 물고기를 잡는 과정은 흥겹기 이를 데 없다. 퉁명스러움이 캐릭터인 이경규가 마이크로닷에게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마이크로닷이 이 쉽지 않은 바다낚시에 어떤 활력을 주는 존재라면 이경규는 ‘예능의 신’이라는 지칭에 걸맞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서도 웃음의 포인트를 콕콕 집어낸다. 물론 천하의 이경규도 어찌된 일인지 이 프로그램에서는 웃기는 일보다는 낚시를 하는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지만 수십 년간 몸에 익어온 예능감은 또 다른 그의 리얼리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힘든 걸 극도로 싫어하고 방송 분량 채우면 퇴근을 외치는 그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힘이 드는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그게 그의 진심이기 때문이다. 낚시라면 그 바쁜 스케줄에도 달려간다는 그가 아닌가.

이경규에게 형님으로 자리한 이덕화가 주는 어떤 묵직함은 이 프로그램이 그저 재미에만 머물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물론 이덕화 역시 마이크로닷 같은 한참 어린 후배와 스스럼없이 어울릴 정도로 젊은 마인드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낚시와 삶의 경륜에서 나오는 무게감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자신만 대방어를 못 낚았지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뭐. 안 되는 거 어떻게 하겠어?”라고 툭 던지는 그 한 마디가 마치 <노인과 바다>의 쓸쓸하지만 인생을 관조하는 정조를 담아낸다.

결국 그토록 쉽지 않은 소재라던 낚시를 갖고 <도시어부>가 시청자들을 낚을 수 있었던 건, 리얼리티 카메라라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가 가져온 변화를 밑그림으로, 그 위에 진짜 낚시를 사랑하는 진정성 있는 인물들을 세우고, 저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묵묵히 들여다본 그 과정들이 있어서다. 못 낚으면 못 낚는 대로 또 잡으면 잡는 대로 느껴지는 그 허탈함과 즐거움을 꾸준히 들여다보자, 마치 대방어를 낚듯 시청자들을 낚을 수 있었던 것. 그러고 보면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는 이 과정은 낚시를 그대로 닮아있다.(사진출처:채널A)

‘세모방’ 일등공신 꽝PD가 꿀잼이긴 하지만...

MBC <세모방>을 단번에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형제꽝조사’의 꽝PD다. 도무지 지상파 방송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의 방송을 보여줘 천하의 박명수가 쩔쩔 매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의외의 꿀재미를 안겨줬다. 제작비 제로라는 조악한 제작현실 속에서 나름 찾아낸 협찬 방송은 시청자들마저 공감시켰고, 그로 인해 지상파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방송으로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세모방(사진출처:MBC)'

단 한 차례만으로는 아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몇 회의 다른 방송들이 나간 후, 마치 원조집의 맛집을 결국은 다시 찾아가듯 <세모방>은 꽝PD를 다시 출연시켰다. 똑같은 그림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연예계에서 낚시광으로 유명한 이태곤을 섭외해 꽝PD와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긴장감을 만들었고, 꽝PD가 원했던 섭외 1순위 연예인이었던 장도연을 출연시켜 달달한 분위기도 그려냈다. 

역시 꽝PD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이태곤에게 조금 밀리는 듯 보였지만 이내 특유의 밀어붙이기 방송을 강행했고, 나중에는 이태곤조차 그 방송의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낚시광이지만 물고기 한 마리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이태곤과, 이제 초보 낚시꾼으로 보이는 장도연이 월척을 낚는 그 대비 역시 흥미로웠지만, 역시 ‘형제꽝조사’의 매력은 엉뚱하게도 낚시방송에서 오디를 따러가는 식의 황당함에 있었다. 

사실 낚시 방송이라는 것이 물론 마니아들에게는 다르겠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조금 지루해보일 수 있다. 물고기가 잡힐 때는 흥미롭지만 그걸 기다리는 장면이 상대적으로 길고 또 단조로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형제꽝조사’가 재미있는 건 다름 아닌 꽝PD가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패러디 마니아인 꽝PD는 이번에도 ‘가을동화’ 패러디를 넣어 프로그램에 잔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꽝PD가 어김없이 선사하는 재미 속에서 조금은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세모방>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 세상의 모든 방송들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꽝PD를 두 차례에 걸쳐 출연시킨 건 제작진이 이 일요일 밤 예능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취지는 좋지만 <세모방>은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모두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방송이라면 그 자체가 작은 시청층을 겨냥하기 마련이다. 그걸 <세모방>이 잘 포장해 보편성 있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노력 자체가 의미가 있고 또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지지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즉 지지를 받기 위해 해야 하는 선택과 그 성과가 정비례적인 결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세모방>이 토요일 밤 11시로 시간대를 옮겨 90분으로 확대 편성된다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본래 이 시간대를 차지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종영했기에 그 후속의 느낌으로 <세모방>은 꽤 잘 어울리는 편성이다. 게다가 이경규 같은 새로운 인물이 투입됨으로써 기존의 <세모방>이 가진 부족한 점(보편성 확보 같은)을 보완해줄 예정이라고 한다. 

일요일 밤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고 그 끝을 마무리한 꽝PD는 그래서 <세모방>의 마스코트 같은 이미지로 남게 됐다. 물론 시간대를 옮겨서 이 프로그램은 제2, 제3의 꽝PD를 발굴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세모방>의 좋은 취지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고 또한 프로그램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말이다.

<삼시세끼>, 재미 요소 줄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운

 

비가 추적추적 오는 득량도의 밤. tvN <삼시세끼>의 윤균상은 정말 술 마실 분위기가 나는 날이라고 했다. 빗소리에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에릭은 문득 이서진의 다음 시즌이 궁금하다. “형은 만일 다음 시즌에 삼시세끼를 또 가면 어촌이랑 농촌이란 계곡이 있어 어떤 걸 원해?” 이서진은 엉뚱하게도 축산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윤균상은 재미있겠다고 맞장구를 쳐주고 에릭은 예전 꿈이 목장 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인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리고 이어지는 나이 이야기. 이제 서른을 맞은 윤균상이 스물다섯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자 에릭은 나이는 지나면 지날수록 빨라진다고 얘기한다. 이서진은 나이 마흔 다섯을 지나면 산 날보다 살 날이 작다는 걸 느낀다고 다소 쓸쓸한 소회를 꺼내놓는다. 술 한 잔이 곁들여진데다 윤균상의 말처럼 빗소리 장작소리에 고즈넉해지는 밤. 그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데 이상하게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득량도에서의 <삼시세끼> 어촌편은 지난 시즌들과 비교해 재미적 요소가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과거 만재도에서의 유해진과 차승원이 했던 <삼시세끼> 어촌편을 떠올려보라. 낚시에 피시뱅크에 화려한 요리와 게스트들까지 한 마디로 재미요소들이 버라이어티했다. 하지만 이번 득량도의 <삼시세끼>는 다르다. 거의 전 편이 에릭의 요리와 그 요리 때문에 조금씩 변해가는 이서진과 윤균상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사정을 가장 잘 보여준 건 그들 스스로도 재미요소가 적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뭍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이다. 보통 이런 일탈이 벌어지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만큼 재미요소도 많아지는 게 정상이다. <삼시세끼> 정선편은 시장으로 마실만 한 번 가도 이야기들이 쏟아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들의 탈출은 돈을 챙겨오지 못한 사정 하나로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낚시도 재미의 중요한 요소지만 낚시는 그 특성상 물고기가 잡히는 장면까지의 기다림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유해진은 그 지루함을 특유의 정서와 너스레로 풀어내면서 채워넣어줬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낚시의 재능을 새롭게 알게 된 윤균상이 물고기를 척척 잡아주는 장면과 이서진이 한 마리를 잡아 명예회복을 하는 장면을 빼고 나면 그다지 분량이 많지 않다. 기대했던 강태공 에릭의 낚시도 심지어 감성돔을 잡았지만 워낙 작아 풀어줘야 했기 때문에 그리 큰 감흥은 없었다.

 

빗소리 들려오는 밤, 에릭이 슬쩍 그 아쉬움을 꺼내놓는다. “전체적인 거는 다 잘 맞고 다 좋은데 딱 하나 아쉬운 거는 웃음 포인트 하는 게 형밖에 없는 게 아쉬운 거지.” 에릭은 스스로 알고 있다. 자신이 그리 웃기는 캐릭터는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런 에릭에게 이서진은 말한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결국 사람은 그찮아 정혁아. 그냥 진심인거야. 내가 보기에는.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게 돼있어. 나는 결국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이서진의 이 이야기는 <삼시세끼>가 왜 많은 예능의 MSG를 빼놓고도 그렇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예능이지만 웃음의 포인트에만 집착하지 않고 대신 그 상황과 그 속에서의 인물들이 말하는 진심을 전해준다는 것이 <삼시세끼>가 가진 놀라운 반전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예능적 의미로 보면 재미없는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새로운 것들이 보이게 됐다는 것.

 

그 진심의 힘은 신뢰를 만들고 그래서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재미라고 해도 기꺼이 맛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한다. 그건 이들이 이야기하는 요리와도 같다. “봐봐 아무리 맛있게 요리를 해도 먹는 사람이 그걸 즐겁지 않으면 맛있지가 않아.” 우리는 어느새 <삼시세끼>라는 요리를 그것이 어떤 것이든 기꺼이 즐겁게 맛보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요리의 즐거움에 괜스레 우리도 즐거워지게 됐다. “요리는 정혁이형이 다 했는데 괜히 맛있다고 하면 내가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윤균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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