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남주혁, 시골생활 적응기가 보여주는 훈훈함

 

금방 따갖고 온 방울토마토로 디저트를 만드는 차승원 뒤에서 유해진이 특유의 말장난 개그를 시작한다. “방토야? 방토?” 방울토마토를 줄여 방토라 부르더니, “오늘이 방토라며 방만한 토요일이라고 아재개그를 던진다. 손호준도 남주혁도 별로 반응이 없는 이 아재개그에 차승원만은 키득댄다. tvN <삼시세끼>가 흔하게 보여주는 풍경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첫 촬영 때 이 아재개그가 영 적응이 안돼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던 남주혁이 두 번째 촬영에 유해진과 짝을 이뤄 오리집을 뚝딱뚝딱 만들면서 아재개그에 대해 묻는다. 유해진은 아재개그를 하려면 뻔뻔해야 되고 몇 번 눈물도 흘려봐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듯 남주혁은 유해진이 이리와 보시게라고 말하자 시계요?”하고 물어 그를 웃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자.”하고 말하자 자요?”하고 또 아재개그를 던지는 남주혁에게 유해진은 대견해 죽겠다는 듯, “보람 있다고 말한다.

 

남주혁은 여러모로 이번 <삼시세끼> 촬영에서 가장 낯선 상황에 서 있는 인물일 게다.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이미 만재도부터 익숙해져온 이들이지만 남주혁은 새로 합류했고 그들과 평소 그리 가까웠던 사이도 아니다. 게다가 가장 막내고 차승원은 모델에서 배우까지 대선배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남주혁은 전형적인 도시 청년이다. 입맛도 초딩 입맛이라 차승원은 그를 위해 어떻게 하면 달달 짭짤한 맛을 낼까를 고민하고, 유해진은 애들이 고기를 원한다며 일을 해 돈을 비축해놓으려고 한다. 청국장을 끓여내 어떻겠냐고 묻자 남주혁은 잘 먹진 않지만 나쁜 기억은 없다고 에둘러 자신의 입맛을 얘기한다.

 

그렇게 어색하고 낯설 수밖에 없는 남주혁에게 유해진은 조금씩 편안하게 해주려는 노력을 보인다. 차승원과 손호준이 요리부(?)를 꾸리고 오리 집을 만드는 유해진의 설비부(?)에 남주혁이 슬쩍 합류하자 유해진은 저기 있는 거보다 심적으로 훨씬 편해 여기가라고 말해 차승원의 깐깐함에 대한 두 사람의 공감대를 만들어놓는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일들이라 그 변화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실감하기가 쉽지 않지만, 남주혁은 아주 조금씩 이 시골 살이와 <삼시세끼> 팀들에 어우러지고 또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색하게 아재개그를 치고, 차승원이 만든 청국장을 진심으로 맛있게 먹는다. 먹고 나면 척척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차승원처럼 일찌감치 설거지를 하고, 손호준이 입에 넣어주는 작은 방울토마토 몇 개를 맛나게도 먹는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겉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일들처럼 보인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왔던 뚜렷한 미션의 성격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밥 해먹고, 무언가를 만들고, 모내기를 하거나 복분자를 따는 일을 하고 그러면서 서로 아재개그 같은 걸 던지는 그런 일상들을 우리는 그리 오래도록 깊게 쳐다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삼시세끼>처럼 그 일상에 카메라를 깊게 드리우고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고는 의외의 따뜻함이나 훈훈함 같은 걸 느끼게 된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점점 그들을 닮아간다는 것. 시골 생활이 영 어울리지 않을 법한 도시 청년 남주혁이 어쩌면 고창 주민처럼 보이는 유해진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그를 닮아가는 모습이 주는 훈훈함은 우리네 일상에 담겨진 기적 같은 변화들의 비의를 살짝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게 닮아가고 익숙해지는 것이 다름 아닌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이것이 그다지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삼시세끼>의 숨겨진 비밀이다

<삼시세끼>, 유해진 합류 전과 후 뭐가 달랐나

 

차승원은 어딘가 어색해했다. 당연할 것이다. 얼굴만 봐도 척척 그 속내를 알아채고 같은 나이 또래에 함께 배우 생활을 해온 그 경험치를 공유해온 친구, 유해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맞아주는 손호준과 새롭게 가족이 된 남주혁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지만 툭 던지는 아재개그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보며 차승원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물론 차승원 역시 새로 합류한 남주혁을 세심히 살피고 챙겨주었다. 배우 이전에 모델 대선배인 차승원이 남주혁에게는 못내 어려운 선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트에서 남주혁이 우유를 만지작대면 그걸 좋아하나보다 하며 사주고, 그의 입맛을 배려해 떡볶이 떡을 사와 닭복음탕에 넣어주었다. 어려워할 그에게 불 잘 지핀다며 칭찬을 해주고 뭔가를 시킬 때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배려의 모습은 훈훈하긴 하지만 <삼시세끼>가 본래 갖고 있는 그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는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이었다. <삼시세끼>가 애초에 정선에서 이서진과 옥택연을 출연시킨 건, 그들이 이미 <참 좋은 시절> 같은 드라마로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굳이 어색한 만남의 과정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서 시작부터 투덜대고 못하는 밥이나마 챙겨 먹으며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별다른 사적 관계가 없는 남주혁의 출연에 유해진의 부재는 차승원으로서는 이번 <삼시세끼>가 만만찮게 다가왔을 것이다. 유해진 같은 존재가 있어 같은 또래끼리 치고 박고해야 편안해질 텐데, 두 명의 후배들 위에서 선배로 시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차승원은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차승원은 새 삼시세끼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요리에 들어갔다. 텃밭에서 야채를 가져와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 그렇게 뚝딱 한 끼를 해먹고는 바로 저녁엔 뭐 먹을까를 고민하는 그들은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 돌아와 닭볶음탕을 해먹는다. 그렇게 어찌 보면 이 첫 날의 모습은 마치 차승원이 요리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다소 어색한 분위기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유해진이 이 마을로 슬슬 걸어 들어오면서 깨져나갔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재개그를 툭툭 던지는 유해진은 바로 어제 만재도에서 나온 사람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는 동네 이장님댁에 가서 차승원을 놀래키기 위한 이장 분장을 하면서도 너무 잘 그 동네에 어우러졌다. 물론 뒤태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유해진이라는 걸 척 알아맞히는 차승원 때문에 몰래카메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성된 완전체는 이제야 비로소 <삼시세끼> 같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골 길을 함께 걸어가며 유해진과 차승원은 비로소 특유의 아재스럽지만 푸근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개그들을 늘어놓는다. 후배인 남주혁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선배들을 친구처럼 대하라며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그 모습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빠져들게 했다. 카메라가 부감으로 빠져나가며 비추는 네 사람의 즐거운 모습은 그래서 고창의 어느 마을과 조금씩 어우러져가는 이들을 잘 표현해주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 것일까. 그것은 그에게서 배어나오는 시골스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남주혁은 아무래도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모델 같은 도회적 느낌을 준다면, 유해진은 진짜 시골 이장님 같은 푸근한 인상이다. 그것은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이러니 <삼시세끼>에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케줄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만 하루의 격차를 두고 유해진 합류 전과 후로 <삼시세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것만큼 유해진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일이 있을까. 유해진의 합류로 본격화된 완전체의 고창에서의 시골 살이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유해진의 사람냄새, <삼시세끼>의 정서

 

tvN <삼시세끼> ‘고창편에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반색했다. 사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새롭게 남주혁이 합류했지만 영화 스케줄 때문에 유해진의 참여여부가 미정이라는 소식은 아쉬움을 넘어서 <삼시세끼> ‘고창편에 대한 불안감까지도 갖게 만들었다. 역시 완전체는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조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스케줄을 조정해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불안감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토록 대중들의 환호를 이끈 것일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사실 만재도에서 찍은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화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는 차승원이다. 이른바 차줌마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차승원은 뭐든 척척 요리를 해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삼시세끼> 어촌편이 섬이라는 공간에 붙박여 있으면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을 즐겁게 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차승원과는 사뭇 다른 정서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유해진이다. 물론 하루의 저녁거리를 위해 물고기를 잡으려는 그 갈증이 분명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유해진에게서 남은 인상은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채 헛헛한 발걸음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 주던 쓸쓸함같은 것이다.

 

아무런 소득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괜스레 웃어 보이고 허세를 떨기도 하지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서민들의 퇴근길 정서다. 쥐꼬리 만 한 월급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살다가 돌아오는 가장의 발길. 가족들의 저녁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애써 가장으로서 웃어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모습 같은 것들이 유해진에게서 전해지는 짠한 정서였다. 물론 그러다 어느 날 물고기 횡재를 얻어 어깨가 들썩들썩하는 모습도 정겨웠지만.

 

차승원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나서 어스름해지는 시각, 술 한 잔의 힘을 빌어 이런 저런 살아왔던 이야기를 건네는 유해진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그것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찍는다기보다는 그저 오래도록 함께 해온 동료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 여행에서 진솔한 마음을 털어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유해진의 이러한 힘을 쭉 뺀 자연스러운 모습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는 특유의 공기 같은 걸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옛날식 라디오를 찾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신청한 노래를 들으며 흥겨워하는 모습. 이만한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그것은 서민들 누구나 퇴근 후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차승원이 <삼시세끼>를 지루할 틈 없이 음식의 향연으로 채워준다면, 유해진은 그 음식을 놓고 갖는 저녁 시간의 사람 냄새 가득한 정서를 채워준다. 입도 즐겁고 속도 든든하지만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건 다름 아닌 유해진의 이런 사람 냄새 덕분이다. 그의 합류에 팬들이 환호하는 건 그래서다.

<치인트>가 그리는 경쟁적인 대학생활의 단상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암 유발자들얘기다. 4학년 선배인 김상철(문지윤), 스토커처럼 홍설(김고은)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찌질이 오영곤(지윤호), 홍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손민수(윤지원), 유정(박해진)을 좋아하지만 마음이 홍설에게 가있다는 걸 알고 취객을 보내는 충격적인 짓을 저지르는 남주연(차주영), 하는 일도 없이 유정의 집안에 빌붙어 살아가는 무대책의 빈대 백인하(이성경) 등등. 이들이 하는 짓은 막장드라마의 한 대목을 연상시킬 정도로 충격적이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물론 <치즈 인 더 트랩>은 막장과는 거리가 멀다. 대본, 연출,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성도가 높은데다, 이 드라마가 주는 느낌은 청춘 멜로의 밝음과 아픔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막장적인 인물들과 대척점에 있는 홍설, 백인호(서강준), 장보라(박민지), 권은택(남주혁) 같은 인물들의 훈훈한 이야기들이 더 전면에 배치되어 있어 풋풋한 청춘 멜로의 균형을 맞춰준다.

 

<치즈 인 더 트랩>의 막장적인 인물들은 자극을 위해 의도적으로 들어간 인물이라기보다는 이 드라마가 가진 주제의식과 무관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 우리네 대학사회의 현실을 드러내주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고 보면 유정이라는 어찌 보면 사이코 패스 같은 섬뜩한 느낌을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 상처받은 짐승 같은 측은지심을 이끌어내는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 역시 이 주제의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연이대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과거 8,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이들에게는 대단히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 때라고 경쟁이 없었겠냐마는 그렇다고 이 드라마 속 대학생들처럼 어떤 선을 넘지는 않았다. 홍설은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아야 아르바이트의 압력을 덜어낼 수 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강교수(황석정)의 수업에서 팀 과제를 수행하면서 홍설이 겪는 괴로움은 과제의 어려움이 아니라 지나치게 이기적인 팀원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오영곤이라는 찌질이에 스토커인 인물이 같은 과에서 저토록 버젓이 범죄행위에 가까운 짓들을 벌이고 다녀도 선배들이나 동기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홍설과 둘도 없는 절친인 장보라나 말만 하면 뭐든 들어줄 것 같은 착한 후배 권은택을 빼놓고 보면 이 학과의 학생들은 홍설이 당하고 있는 괴로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니 나아가 오영곤의 말만 듣고는 홍설을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그 이유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홍설이 이 학과에서 꽤 공부를 잘해 학점이 우수한 학생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무존재감으로 살아오다 홍설을 따라하게 된 손민수는 자신의 거짓말들이 발각되자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갖고 싶어 하는 건 네가 다 가졌잖아. 학점도 친구도 남자친구까지 다 가졌으면서 너 뭐가 그렇게 억울해.” 그러자 홍설은 이렇게 자신의 오래도록 숨겨왔던 속내를 드러낸다. “니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 학점도 친구들도 그 어느 하나 쉽게 얻은 거 없다고.”

 

즉 대학사회에 깔려 있는 경쟁적인 분위기와, 가진 자는 쉽게 사회로 나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자는 처절하게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그 부조리한 구조는 이들의 관계를 친구나 동기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최소한의 인간관계로 놓아두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른바 암 유발자들이 대학생이라고는 보기 힘든 놀라운 행위들(심지어 범죄에 가까운)을 하고 있는 건 그들이 본래 그런 악한 존재였다기보다는 이런 경쟁적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고 보면 유정의 이중적인 캐릭터도 이 사회의 경쟁적인 분위기와 인간적인 관계가 깨져버린 삶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모두가 그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는 목적을 갖고 다가왔다는 점은 유정이 때때로 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지는 이유가 아닐까. 그 차가움과 살벌함은 그래서 이 인간적 관계들이 깨져버린 삶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려는 처절한 보호본능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치즈 인 더 트랩>이 그리고 있는 대학생활의 풍경은 물론 극화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풍경이 지금의 우리네 대학현실과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도대체 우리네 사회의 어른들은 이 순수하고 풋풋하게 피어나야할 청춘들에게 무슨 짓들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원치 않는 무한경쟁 속으로 밀어 넣고, 태생이 모든 걸 결정하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가시 돋친 경쟁자로 여기게 만드는 짓. 과연 이래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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