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풍자는 더 이상 그저 용감한 발언이 아니다

“대체 어느 나라 장관입니까? 우리도 일본에 십억엔 주고 야스쿠니 신사 철거하라고 하세요.” KBS <개그콘서트>의 ‘대통형’은 매주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후 <개그콘서트>의 달라진 모습이긴 하다. 물론 예전에도 정치권에 대한 날선 풍자를 했다가 개그맨이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는 대놓고 현 시국을 비난하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유라, 우병우와 김기춘, 조윤선에 이어 반기문까지 ‘대통형’은 대중들의 입에 회자되던 논란거리들을 조목조목 코너로 가져왔다. 이번에는 대권 행보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국내에서 본격 활동에 들어간 반기문 전 총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민을 위한답시고 나섰지만 정작 서민 살이는 잘 모르는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되었던 행동들을 그대로 개그 소재로 갖고 온 것. 

뿐만이 아니다. 소녀상 철거와 위안부 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대통형’은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덜컥 합의를 했다는 발표를 하고는 계속해서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외교국제부 장관 홍현호에게 대통형 서태훈은 거듭해서 “할머니들께서 합의에 동의했냐?”고 물었다. 결국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는 홍현호의 모습을 통해 당사자의 합의 없이 이뤄진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매주 현 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거리들을 소재로 가져와 거침없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대통형’에 대한 반응은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이건 풍자가 아니라 그저 현실의 재연이라며 게으른 코미디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나아가 이처럼 현 시국이 담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그저 단순해 재연하는 코미디는 정치 혐오만을 부추긴다는 지적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단 1년 전만 해도 <개그콘서트>에서 이러한 시국에 대한 ‘용감한 발언들’은 그 자체로 ‘사이다’라며 대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었다. 과거 ‘동혁이형’이나 ‘용감한 녀석들’을 떠올려 보라. 그 때 그 코너들은 개그맨들이 대놓고 직설적으로 당대 현실에 대한 날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대통형’은 더 센 소재와 대상을 두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반응이 영 시원찮은 걸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어떤 정치나 시사 문제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는 건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발언’을 용감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개그콘서트> ‘대통형’이 주말에 이르러 그 주에 있었던 사안들을 갖고 어떤 비판을 가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새롭거나 용감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미 그런 정도의 발언들은 뉴스는 물론이고 시사 프로그램 그리고 <썰전>이나 <말하는 대로>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 나오는 이야기들이고, 나아가 인터넷만 열면 너무 많이 들어서 심지어 식상해질 정도가 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그걸 뒤늦게 반복 재연하는 건 별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이런 경우 중요해지는 건 풍자 본래의 색깔이 그러하듯,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그걸 담는 참신한 형식적 틀이나 시도들이다. 그런 형식적 틀이 한 차례 에둘러 이야기해줄 때, 그리고 그 틀 자체가 새로움으로 다가올 때 그 풍자가 게으르다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SBS <웃찾사>의 ‘뿌리 없는 나무’ 같은 코너가 그렇다. 이 코너는 소재로서 당시의 어떤 사안들을 갖고 와 녹여내더라도 그 형식적 틀(조금은 모자란 듯 목소리를 내는 왕)은 온전히 ‘뿌리 없는 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풍자와 비난은 다르다. 그저 비판 의식을 코미디라는 본연의 신선한 형식적 틀에 넣어야 비로소 비난이 아닌 풍자가 된다. 또한 이러한 무언가를 비판하는 입장에 선 이들은 무엇보다 조심해야할 것이 그 타깃을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병신년’ 운운하며 하는 풍자라는 것이 엉뚱하게도 시국을 비판하는데 ‘여성 혐오’가 덧씌워지는 건 이런 조심성이 결여되어 나타나는 결과다.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든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저 시국을 소재로 담는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풍자라는 평가로 이어지는 건 아닌 시점에 들어섰다. 코미디적인 완성도와 시국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시선을 담아내지 못하는 단순한 재연은 자칫 시국에 발을 얹는 기회주의자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풍자의 진정성을 얻는 길. 그건 결국 그 코미디가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독자적인 색깔을 완성도 높게 그려내는가에 달려있다.

<SNL코리아>, 진정성은 꾸준함에서 생겨나는 법

 

tvN <SNL코리아>는 간만에 시국을 담은 풍자를 내놨다. ‘예능청문회는 타이틀 그대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청문회를 패러디했다. 물론 청문회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김경진 의원 같은 인물도 있었지만 이완영 의원처럼 수준 이하의 질문으로 청문회를 맹탕이라 질타받게 만든 인물들도 많았다. ‘예능청문회는 그런 점들을 예능식으로 끄집어내 풍자했다.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 제가 미우시겠어요?”라고 질문했던 장면도 고스란히 패러디됐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이번 <SNL코리아>가 보여준 시국 풍자에서 주목받을 만한 코너는 겨울왕국이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 여왕이 되는 엘사를 박근혜 대통령에 그리고 그녀의 연설문 쓰는 걸 도와주는 동생 안나를 최순실로 그려냈다. 세상과의 소통을 닫고 얼음성에 들어가 머리를 다듬고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과, 비아그라를 배달하다 들키자 키가 작아서 책상에만 올라가도 고산병이 걸린다고 둘러대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리고 피날레는 백성들이 들고 온 촛불에 얼음성이 녹아내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마치 다음편이 계속 이어질 것처럼 끝난 이 코너는 과거 신랄한 정치풍자를 하다 사라진 여의도 텔레토비시리즈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간만에 시국 풍자로 돌아왔지만 <SNL코리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 받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불거진 논란들이 남긴 불편함이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B1A4의 성추행 논란에 이어 정이랑의 엄앵란 성대모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유방암 환우 비하 논란은 <SNL코리아>가 가진 적어도 웃음을 추구한다는 그 진정성을 무너뜨려버렸다.

 

다소 거칠고 다소 선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들도 <SNL코리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그나마 웃음이 코미디의 본분이라는 걸 수행해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논란은 그 웃음이 다름 아닌 웃기기 위해서는 해서는 안 될 것까지 하는 무개념으로 드러나게 했다. 물론 그건 의도치 않게 벌어진 실수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무의도성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아예 성 의식이나 어떤 문제의식 같은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한 시국 풍자 코너들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그건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 패러디를 선보였던 <SNL코리아>가 그 후로는 아예 시국 관련 코너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가 이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다시 풍자 코너를 넣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침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 시국 풍자를 다시 넣은 것처럼 보이게 된 건 프로그램이 너무 기회주의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낳았다.

 

<SNL코리아>는 오는 24일 가수 황치열을 마지막 호스트로 시즌8을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작진측은 시청자분들의 날카로운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응원과 격려를 거름삼아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돌아오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다만 시청자들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모습에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그 꾸준함은 다름 아닌 진정성에서 나온다. 일시적으로 시류에 맞춰 어떤 모습을 꾸미기보다는 웃음을 주더라도 진지한 자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

제작진 개념의 문제, 출연진 사과만으로 해결 안돼

 

tvN 예능 <SNL코리아>는 사과하는 날 또 논란이 터졌다. 마마무가 호스트로 출연해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하는 코너에서 엄앵란 분장을 하고 나온 정이랑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는 대목에서 벌어진 논란이다. 노래 가사 중에 들어있는 가슴이라는 대목을 부르며 나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고 말한 것.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여성의 신체를 소재로 비하의 의미를 담아 놓은 코미디적 성격 자체도 문제지만, 엄앵란 씨가 지난해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떠올려보면 해도 너무한 무개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특정인을 패러디 대상으로 세워놓고 본인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럽고 슬플 수밖에 없는 사실을 웃음의 소재로 쓴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이건 마치 아파서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기는커녕 손가락질하며 웃음의 소재로 쓰는 일과 뭐가 다른가.

 

이것은 엄앵란 씨 개인이 치른 고통이 아니라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환우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무개념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본인이 유방함 판정을 받고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았다면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코미디랍시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본에 들어있는 듯 기다렸다는 듯이 거미 분장을 하고 나온 안영미가 가슴이 없다는 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한 대목도 지극히 부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이다. 따라서 이 부적절한 말은 일반 여성들에게조차 불쾌함과 불편함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거미의 남자친구를 의식한 듯, 조정석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지만, 그가 출연했던 <질투의 화신>이 남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이야기로 유방암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넓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장면이다. 개념과 무개념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

 

한 주 동안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셨을 많은 분들에게 <SNL코리아>를 대표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잘못된 행동이었고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잘못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 날 마침 <SNL코리아>는 신동엽이 대표해 SNS에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던 부적절한 영상에 대한 사과를 했다. 그의 말대로 그 문제는 이세영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 이 사과 방송이 있는 날 또 다시 터진 논란이다.

 

이번 논란 역시 물론 그걸 시연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이랑이나 안영미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결국 제작진이 대본을 만들고 크루들은 그걸 효과적으로 시연하는 것이 본인들의 역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의 방점은 제작진에게 찍힌다. 특히 어떤 콘텐츠든 개념의 문제는 그걸 애초에 짠 대본의 문제와 또 그걸 관리 감독하는 연출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논란이 터지자 <SNL코리아> 측은 곧바로 사과하고 재방송 분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조치 했다. tvN 관계자는 이번 시즌8 초반부터 정이랑 씨가 김앵란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생방송 코너에서도 엄앵란 씨의 개인사를 모르고, 노래 가사를 정이랑 씨 본인의 이야기에 빗대어 애드리브를 하다가 오해가 생겼다면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재방송 분에서는 해당 장면을 삭제 조치했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정 크루들이 나와서 고개를 조아리고 사과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이것이 결국 제작진의 개념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제작진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코미디를 그저 웃기는 것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누군가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웃음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사과한다고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한

<뷰티풀 마인드>, 어째서 박소담이 모든 짐을 떠안아야 할까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 KBS가 걸었던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 시청률에 4.1%(닐슨 코리아)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불안감을 갖게 했던 드라마는 5회에 급기야 3.5%까지 추락했다. 마침 동시에 출격한 의학드라마 <닥터스>의 승승장구는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을 더욱 뼈아프게 만들었다.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이러한 추락의 원인으로 박소담의 연기가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 일정 때문에 뒤늦게 합류함으로써 드라마 시작 전부터 시끄럽더니 막상 드라마가 시작하자 좀체 박소담에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물론 드라마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박소담에게 어색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기력 논란을 얘기할 정도는 아니고 또한 이 드라마가 추락한 그 모든 짐을 박소담이 떠안아야 한다는 건 어딘지 억울할 일이다.

 

먼저 분명해야 할 것은 이건 박소담의 연기보다 계진성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문제가 더 크다는 점이다. 어째서 이름을 계진성이라고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뭐든 쓸 데 없어 보이는 것까지 파고들어가 수사한다는 반어적인 의미의 진상 캐릭터는 갈수록 진짜 진상 캐릭터로 굳어져 가는 인상이다. 이 캐릭터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교통과 순경이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라.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수사하는 그녀는 거의 강력계 형사가 해도 될 만한 사건이다.

 

교통과 순경이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니,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계진성은 그래서 끊임없이 오판을 한다. 그녀는 이영오(장혁)를 의심한다. 그가 수술한 환자의 죽음이 그의 살인이라고 의심하고, 그가 수술하다 역시 죽게 된 병원장의 죽음 역시 그의 소행이라고 오판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드러나는 건 그녀가 너무나 쉽게 오판하고 현혹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런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가 있을까. 계진성은 이영오와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야 할 여자 주인공이다. 매력이 철철 넘쳐서 드라마의 사건 전개가 다소 느슨하다고 해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민폐로 일관하는 행위로 캐릭터의 매력을 뚝뚝 떨어뜨릴 수 있을까.

 

계진성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호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여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민폐 캐릭터로서 극의 갈등을 만드는 인물 정도로 기능할 뿐이다. 여자 주인공이 이처럼 제대로 서지 못하면 그 상대역으로서 남자 주인공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는 그 캐릭터와 관계를 맺어가는 남자 주인공도 매력적으로 만들어낸다. 결국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은 계진성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데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박소담은 그런 점에서 보면 피해자에 가깝다. 박소담의 평범한 얼굴은 최근 드라마의 경향에서 훨씬 대중들을 몰입시키고 공감시킬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얼굴에 민폐 캐릭터는 몰입은커녕 비호감 이미지까지 갖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건 전적으로 제작진의 잘못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는 이야기의 묘미만큼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인물들이 곳곳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그러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심지어 그 여파를 연기자들마저 떠안아야 하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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