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조정석, 짠하고 찌질한데 웃기기까지

 

이 복합적인 감정을 뭐라 이야기해야 할까. 어찌 보면 짠하고 어찌 보면 찌질한데 또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SBS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감정 선은 이토록 복합적이다. 도대체 어떻게 희극과 비극이 이렇게 한데 어우러지는 게 가능할까.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표나리(공효진)를 사이에 두고 이화신(조정석)과 고정원(고경표)이 서로 다투는 장면은 우리가 흔히 멜로드라마의 삼각관계에서 봤던 그런 느낌이 아니다. 보통의 멜로드라마라면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할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이 진지하고 분위기 있는 모습들을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에서 그런 분위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다투는 장면은 찌질하고 좀스럽기 그지없다. 서로 자기가 더 사랑했다고 주장하고, 상대방에게 포기하라고 말한다. 심지어 빈정 상한 이화신은 길거리에서 고정원이 협찬해준 옷을 모두 벗어버리기까지 한다. 그건 마치 초등학생들 같다. 제대로 성숙한 성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하지만 <질투의 화신>이 그리고 있는 이 삼각관계는 그렇게 찌질하고 좀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더 리얼하게 다가온다. 사실 삼각관계 속에서 누군가 멋진 말로 포기하고 그 꼬여버린 관계가 마치 운명처럼 포장되는 건 말 그대로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일이 아닐까. 실제로 사랑이란 그렇게 질투하고 질시하고 심지어 다 큰 성인을 아이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일 게다.

 

이화신과 고정원이 표나리를 두고 죽기 살기로 부딪치는 상황은 그래서 그걸 보는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지만 그들 당사자들에게는 실로 진지하다. 그 둘 사이에 나타나 무릎을 꿇고 둘 다 사랑하지 않겠다며 할머니가 될 때까지 혼자 살겠다고 말하는 표나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두 사람만큼 진지하지만 그 행동은 시청자들에게는 웃음이 터질 만큼 유치해 보인다.

 

서숙향 작가는 바로 이 지점,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될 때 심지어 유치한 아이처럼 되어버리는 그 순간을 포착해냈다. <질투의 화신>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그래서 사랑을 멋진 말로 포장하기보다는 그건 질투의 다른 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그래서 이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는 그들의 과장된 행동들이 대책 없이 웃기고 짠해지면서도 리얼한 느낌을 준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걸 드라마가 대놓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로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의 변화와 소용돌이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질투의 화신>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물론 그는 전작들에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바 있지만, 이 작품은 그의 그런 연기 가능성들을 거의 남김없이 뽑아내 보여주고 있다. 그 딱 맞는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고 기자로서의 카리스마까지 느껴졌던 이화신이 한 여자에게 푹 빠져 친한 친구와 유치하게 다투고 길바닥에서 옷까지 훌훌 벗어버리다니. 그 엄청난 변화의 과정을 납득시킨 조정석의 진가가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판타스틱>, 같은 시한부라도 <함틋>과는 다른 까닭

 

JTBC 새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여주인공 이소혜(김현주)는 시한부다. 그녀는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게다가 그녀는 가족들 때문에 힘겨운 상황이다. 형부 때문에 집까지 잡혀먹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그녀의 언니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럭저럭 드라마 작가로서 잘 살아가고 있던 이소혜지만 그녀의 삶은 지금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대체로 이 정도 상황이면 눈물 쏙 빼는 비극이 그려져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 <판타스틱>이 제목이 그런 것처럼 전혀 무겁지가 않다. 오히려 유쾌한 분위기가 이런 비극적 상황 자체를 압도한다. 이소혜는 시한부라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물론 좌절하지만 그렇다고 시종일관 찌질하게 울고 짜고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훌훌 털어내고 어차피 죽어질 몸, ‘판타스틱한 남은 삶을 살아보려 한다.

 

이미 이소혜의 주변에는 그 판타스틱한 삶을 함께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둘도 없이 삼인방으로 지내던 친구들, 백설(박시연)과 미선(김재화)이 그 첫 번째 인물군들이다. 이들과의 우정은 마치 영화 <써니>를 떠올리게 한다. 죽음에 임박한 친구가 옛 친구들을 찾는 그 영화 속 이야기처럼 <판타스틱>은 이제는 제각각 살아오며 저마다의 문제를 갖고 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 우정을 재확인하고, 그 때의 그 시절로 돌아가 지금 그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재의 많은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어찌 보면 살면서 생겨난 관계들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을 떨쳐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문제 속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 <판타스틱>은 소혜가 갖게 된 시한부라는 설정을 통해 이를 훌쩍 뛰어넘으려 한다. 특히 정략 결혼한 백설이 시댁에서 마치 하녀처럼 사는 삶은, 시한부를 통보받은 소혜를 통한 각성을 통해 향후 친구들과 함께 이 삶을 떨치고 나오는 극적인 이야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인물군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이다. 우주대스타 류해성(주상욱)은 이소혜와 과거 오해 때문에 안좋을 일을 겪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마음을 주는 인물이다. 진정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 캐릭터는 그래서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를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코미디로 만들어내는 인물이지만, 적어도 그녀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지해 보인다. 발연기의 대명사 같은 캐릭터로 느끼함이 하나의 코믹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류해성이란 인물은 <판타스틱>이 시한부라는 무거움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다. 물론 이소혜와의 내일 없는사랑 역시 기대되지만.

 

한편 류해성과 연적 관계에 놓인 괴짜의사 홍준기(김태훈)는 그 역시 암 선고를 받은 캐릭터로 이소혜와는 소울메이트가 되는 인물이다.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홍준기와 이소혜는 그만큼 거침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한 점점 이소혜를 사랑하게 되는 홍준기는 그녀 주변을 맴도는 건강한 남자 류해성을 질투하고 대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소혜의 시한부 삶이라는 무거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은 그녀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과의 판타스틱한 남은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 시한부라고 하더라도 그걸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마치 이 드라마는 우리네 삶이 누구나 다 시한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것은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시한부 통보를 받은 한류스타를 다루는 방식하고는 너무나 다르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 시한부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판타스틱>은 그 시한부이기 때문에 판타스틱해야 하는 삶의 긍정성을 강변하고 있다. 바로 이 유쾌함이야말로 지금의 시청자들이 <판타스틱>에 관심이 가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질투의 화신>, 이제 가슴하면 조정석이 떠오르는 까닭

 

왜 저렇게 여주인공이 가슴에 집착할까.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불편한 느낌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서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가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제 남주인공인 조정석이 떠오를 정도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뻔한 공효진표 로맨틱 코미디라고 여겼다면 오산이다. 조정석표 병맛 로맨틱 코미디를 숨기고 있었으니.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물론 이런 병맛 로맨틱 코미디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연기도 공효진 정도니 가능한 이야기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하기 때문에 용서되는 상황들이 <질투의 화신>에는 꽤 많다. 첫 회부터 불거져 나왔던 기상캐스터 비하 논란도 공효진이 연기하는 표나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훨씬 누그러질 수 있었다. 그것은 기상캐스터 전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표나리라는 아나운서가 되고픈 특정 캐릭터의 욕망이라는 것이 공효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화신(조정석)의 가슴을 자꾸 만지고 집착하는 장면 역시 공효진이 아니라면 더 이상하게 보였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유방암에 걸린 엄마의 가슴과 비슷하다며 검사를 해보라는 그 장면은 말 그대로 병맛이지만 그녀는 그걸 꽤 진지하게 소화함으로써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코미디로 만들어냈다.

 

물론 이 병맛 로맨틱 코미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조정석이 연기하는 화신이다. 굉장히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자신감에 넘치며 무엇보다 남자 셔츠의 핏은 가슴이라고 말하는 그가 부인과에서 유방암 검사를 하는 장면은 왠만한 코미디보다 더 웃음을 주는 상황이다. 표나리가 말했듯 가족력이 있는 유방의 문제를 그녀 역시 갖고 있고,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화신은 그렇게 표나리와 가슴으로 연결된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이 심지어 불편할 정도로 마구 들이대는 듯한 가슴에 대한 집착은 이렇게 화신과 표나리가 한 병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으로까지 이어지자 코미디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고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여성의 병으로만 여겨온 유방암을 실제로 경험하는 화신은 표나리와 말 그대로의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 이는 여성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는 계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쓰러진 빨강이(문가영)의 아버지 이중신(윤다훈)이 보는 환각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드라마가 갑자기 등장인물들을 한 명씩 등장시켜 그에게 꽃다발을 안기고 보니엠의 ‘Daddy cool’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마치 인도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어색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중신의 환각이라는 설정으로 되어 있어 이해가 되면서 동시에 병맛 코미디의 재미를 부가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본래 이런 병맛 코미디를 그 누구보다 천연덕스럽게 잘 소화해내는 연기자다. 우리에게 처음 그의 존재를 알렸던 게 바로 <건축학개론>의 납득이가 아니었던가. 코믹하지만 또한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며 스스로는 굉장히 진지한 캐릭터. 조정석표 병맛 로맨틱 코미디의 탄생. <질투의 화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공식 <무도> 하차 선언한 정형돈, 그렇다고 해도

 

MBC <무한도전>에서는 무한뉴스를 긴급 제작해 정형돈의 공식적인 하차를 알렸다. 물론 잠정이라는 수식어를 떼지는 않았다. 언제든 건강해지면 돌아올 자리를 늘 마련해두겠다는 뜻일 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공식적으로 하차 선언을 하게 되면서 정형돈이 그간 <무한도전>에 해 놓은 많은 이들이 새삼 주목된다. 사실 초창기만 해도 적응을 못해 힘겨워 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뭐든 다 잘 하는데 웃기는 것만 못하는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물론 그건 뒤돌아 생각해보면 향후 정형돈이 보여줄 미친 존재감이라는 반전을 위한 밑밥 같은 것처럼 보인다.

 

어색함과 부적응이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그래서 무언가에 도전하는 일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일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에서는 그의 적응기와 성장기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흥미롭게도 그 어색함을 인정하고 캐릭터화하자 오히려 정형돈이라는 존재감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그건 김태호 PD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어려운 인정을 스스로 선택한 정형돈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되지 않았을 일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캐릭터들이 최고의 스타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정형돈은 여전했다. 그는 여전히 패션은 꽝이고 노래는 감정 과잉이었으며 몸 쓰는 일은 둔했다. 하지만 대신 그는 자신의 패션이 최고이고 자신과 함께 노래 부르면 스타가 되며 누구보다 몸 쓰는 일을 잘 한다고 우겼다. 그 우기는 과정에서 미친 존재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건 실제 현실이 되기도 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그와 함께 불렀던 가수들, 지드래곤, 데프콘, 정재형, 혁오 등은 모두 가장 주목받는 가수가 되었다.

 

지못미특집 등을 통해 여장 분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프로 레슬링 특집에서는 온 몸을 던져 족발당수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함께 하는 팀원들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챙기는 눈물 많은 예능인이었다. ‘봅슬레이특집에서 마지막 라인을 통과해 들어오는 동료들을 보며 아낌없이 눈물을 흘려주었고, ‘조정특집에서도 콕스를 맡아 최선을 다한 동료들에게 눈물어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형돈의 위치가 <무한도전>에서 빛날 수 있었던 건 그가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이 프로그램의 애초 취지에 끝까지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보통의 위치에 있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했다. 그런 정형돈이 실제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걸 보는 팬들의 마음은 똑같이 보통의 위치에서 누구나 그 자신은 최고라는 걸 확인시켜주지 않았을까.

 

정형돈은 하차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를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존재감은 그가 떠나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하나의 흔적처럼 새겨져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팬들은 앞으로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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