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2’, 연자매의 편지에 효리와 윤아는 왜 울었을까

단 며칠간의 만남이지만 정은 깊었나보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 떠나는 연자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정이 들었을 이효리나 임윤아에게도 그 이별의 아쉬움이 왜 없었을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연자매를 떠나보낸 후, 조용해진 집에서 자매들이 남기고 간 편지를 읽는다. 편지봉투에서 그들의 마음처럼 툭 떨어진 하트모양 종이와 사진, 그리고 편지지에 깨알 같이 써진 글자들. 그 편지를 읽던 이효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애써 눈물 흘린 걸 숨기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아무렇지 않은 듯 목욕을 하겠다고 이효리가 2층으로 올라간 사이, 임윤아도 연자매가 남긴 편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 역시 편지를 읽으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 소리가 들렸던 듯, 서로 울었냐고 되묻고, 아니라고 부인하는 두 사람은, 이상순이 들어오자 결국 울었던 사실을 털어놨다. 

시청자들로서는 못내 궁금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대체 그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길래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걸까. 하지만 <효리네 민박2>은 그 이유를 굳이 밝히지 않았다.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의 이유를 말하기 위해 그 편지 내용을 밝히거나 하지 않았다.

일찍이 <효리네 민박2>에서는 손성제의 ‘굿바이’를 듣던 임윤아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도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이효리는 그것이 가수들이 가진 남다른 감수성이라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이유를 묻지 않은 것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사적인 일은 “본인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으로 그걸 굳이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바로 이런 ‘출연자들에 대한 예의’는 의외로 더 다양하고 깊은 감성을 만들어냈다. 너무 직설적인 한 가지 이유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보다 그런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헤어짐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저마다의 이유를 생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열린 궁금증 속에 자신들의 생각과 상상을 더해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연자매와 이효리 그리고 임윤아에 대한 예의도 지켜주면서.

막연하지만 상상해보면 이효리와 임윤아가 연자매에게서 느꼈을 남다른 따뜻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연자매의 둘째 연선이 사실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을 때 이효리가 느꼈을 마음이 그렇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빠를 만나면 모른 척 했었다는 연선은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그냥 지나치는 “오빠를 보면서 변함없는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어떤 걸 해도 그냥 사랑해주고 이해해” 줬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자신은 해준 것도 없이 오빠에게 사랑만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연선에게 이효리는, 어려서 늘 오빠와 붙어 다녀 통역사 역할을 했다는 연선에게 “너도 준 게 많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고의 선물”은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내 말을 알아들어주는 단 한명”이라는 것. 아마도 이효리와 임윤아는 그런 연선의 마음과 오빠의 마음이 그 편지와 사진 속에 함께 들어 있는 삼남매의 모습 속에서 고스란히 다시 느껴지지 않았을까.

사람의 그 깊은 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당사자만이 아는 일일 게다. 하지만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오빠에게는 연선이 그랬을 것이고, 연선에게는 그 마음을 알아준 이효리가 그랬을 게다. 편지에 담긴 내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먹먹해진 건 그 내용과 상관없이 그 눈물이 말해주는 ‘마음과 마음의 교감’을 거기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굳이 드러냈다면 오히려 가려질 수도 있었을 그 교감은 그래서 더 깊어질 수 있었다.(사진:JTBC)

눈물 가득 ‘황금빛 내 인생’과 ‘신과 함께’, 흥행하는 까닭

너무 신파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 누구도 눈물을 참기 힘든 상황 설정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방송 전체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그렇고, 개봉 5일 만에 350만 관객을 넘어서며 일간 관객 수 순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과 함께-죄와 벌>이 그렇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각각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 두 작품에는 모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져 있다.

인사이트<황금빛 내 인생>은 서태수(천호진)의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크리스마스의 한 풍경으로 시청자들을 울렸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 가장은 가족들에게는 원양어선을 탄다고 했지만 본래부터 삶을 정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몸 상태가 심상찮다는 걸 알게 된 그는 곧 죽을 수도 있겠다고 느끼며 웃음을 터트린다. 크리스마스에 그는 자신이 맞이할 수도 있을 죽음을 ‘휴식’으로 받아들인다.

오랜만에 머리를 까맣게 염색하고 외투까지 하나 사 입은 이 가장은 자신이 죽었을 때 나올 사망보험을 보며 어차피 정리하려 했지만 이렇게 병으로 죽는 것이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며 좋아한다. 죽음을 오히려 휴식으로 받아들이고, 병사하는 것을 오히려 안도하는 가장의 모습은 아마도 동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나 그걸 바라보는 자식 세대들까지 가슴 먹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영화 <신과 함께>는 인명을 구조하다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이 사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거치면서 그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후 세계의 모험담을 그린다는 점에서 스펙터클에 판타지 블록버스터일 수밖에 없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김자홍이 가진 휴머니즘과 ‘효’에 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물을 참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김자홍 가족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실제 영화관을 여지없이 눈물의 도가니로 만들어놓는다. 제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부모 자식 간의 이야기만큼 감정을 격동시키는 것이 있을까. <신과 함께>는 그래서 가장 비현실적일 수 있는 판타지를 그리면서도 이 눈물을 통해 현실의 무게감을 담보해낸다.

하지만 이 부분은 보는 이들에 따라서 지나치게 신파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비판적인 반응 또한 나오고 있다. 너무 익숙한 코드들이지만 어쨌든 가장 효과적인 코드로서 신파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것. 물론 그 장면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것은 어쩌면 가족 간에도 각박해진 현실에서 촉촉한 감정을 끄집어내는 대목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빛 내 인생>과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이러한 신파적 코드에 대한 호불호는 이처럼 극명하게 나뉜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이 두 작품을 통해 지금의 대중들이 갖고 있는 일관된 정서가 바로 ‘울고 싶다’는 그 비감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많은 작품들에서 드러나고 있는 ‘추락하는 주인공들’에 대한 대중적 호응과 공감에는 이런 정서가 깔려 있다. 이제 누군가가 잘되는 걸 보는 것보다는 잘 안 되는 걸 보면서 공감하는 측면이 더 강해졌다. 신파든 아니든, 대중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울고 있고 그래서 작품들을 통해서라도 그걸 풀어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사진:KBS)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故김주혁 위한 '1박2일'만의 추모사

“나 힘들까봐. 형이 나 보러 와줬었는데, 난 형이 힘든데 지금 옆에 갈 수도 없는 게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빨리 가고 싶네요. 형한테.” 정준영은 먼저 가버린 고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KBS <1박2일>에서 까불이였던 김준호는 카메라 앞에서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꾹꾹 진심을 담아 그 마음을 전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다시 돌아보면 그제서야 더 소중해지는 일들이 있다.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김주혁에 대한 <1박2일>이 가진 회한이 그러했을 게다. <1박2일>에서 하차한 그가 마지막 촬영을 하고 돌아가는 날의 풍경은 다시 보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애써 웃으며 그간 함께 고생했던 동생들과 제작진, 스텝들에게 하나하나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돌아서는 그 모습에 당시 그를 떠나보내는 이들은 눈물을 보였다.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또 그가 말했듯 언제든 한 번 놀러올 수도 있는 그 짧은 이별에서조차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김주혁은 그렇게 영영 먼 길을 떠났고 긴 이별을 고했다. 그와 <1박2일>을 함께 해왔던 많은 동료들이 느낄 아픔과 회한과 그리움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그는 어색함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함께 2년여 간 ‘1박2일’의 시간들을 반복해서 보내면서 그는 어느새 모든 이들의 맏형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싫다던 노래를 부르고 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가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면서 그는 결코 <1박2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가 <1박2일>에서 시청자들에게 준 건 따뜻함이었다. 배우로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졌던 이가 망가짐으로서 주는 웃음 속에는 그 따뜻함이 존재한다. 고생하는 동생들과 스텝들, 제작진들 앞에서 그가 스스럼없이 자신을 무너뜨린 건 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배려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다시 되돌려본 <1박2일> 속에서의 김주혁의 모습은 우리네 삶에서 사람이 가진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서울특집’에서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한없는 그리움을 눈물로 보여주던 그가 느낀 그 감정은, 아마도 지금 고인이 된 그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마음 그대로가 아닐까. 사람의 가치란 그렇게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는 ‘1박2일’의 여행이 아닌 더 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났어도 그는 우리에게 남았다. 명동성당 앞에 서서 사진을 찍은 그의 아버지가 그 곳에 가면 여전히 살아나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그가 지나갔던 많은 ‘1박2일’ 동안의 공간들 속에서 그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그 따뜻했던 미소를 영원히.

‘고백부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란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KBS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가 갖고 있는 타임리프 설정은 어쩌면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힘겨운 현실에 부딪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서로의 마음이 다치고 그래서 결국은 이혼이라는 아픈 선택을 했던 부부. 만일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고백부부(사진출처:KBS)'

분명 현실 걱정할 것 없는 청춘의 시절로 돌아간다는 건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있는 그들의 청춘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특히 마진주(장나라)의 엄마 고은숙(김미경)은 신장염 투석 치료를 받아오다 결국 삶을 등졌다. 그러니 영정사진으로 남은 엄마를 다시 보게 된 마진주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괜히 쳐다보다 눈물을 흘리고, 갑자기 껴안고 평소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속 얘기를 한다. 

장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최반도(손호준)에게도 특별해진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살아생전에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자신이 후회된다. 그래서 괜스레 그 집을 찾아가 선물을 놓고 오기도 하고, 곤경에 처하게 된 장모를 나서서 도와주기도 한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아서 별 신경을 쓰지도 않았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새삼 소중해진다.

물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안다는 건, 지금은 죽고 못살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윤보름(한보름)과 안재우(허정민) 같은 친구의 관계가 훗날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마진주에게 접근하는 박현석(임지규) 같은 인물이 사실 얼마나 최악인가를 미리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자신들의 관계 또한 그렇게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도.

그래서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하려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랑을 이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알고 있다. 함께 결혼해 살아가면서 아픈 시간들만 가득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들이 서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를.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서진(박아린)이라는 존재를 아예 없는 것처럼 지워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과거로 와보니 그 젊은 날 두 사람이 어째서 서로 끌렸던가를 새삼 느낀다. 최반도는 민서영(고보결)과 가까이 지내게 되지만 어쩐지 두 사람은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그저 오빠 동생 같은 관계처럼 보인다. 마진주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는 최반도는 스스로도 알아차린다. 자신이 그를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가를.

그래서 과거에서 자신만 혼자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최반도는 마치 마진주가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없이 그를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별 특별한 날도 아닌 어느 평범한 아침이지만 최반도는 마진주가 아주 특별한 존재로 느껴진다.

현재에서 과거로, 또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을 뛰어넘는 일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이러한 불가능한 장치들을 이용해 우리 앞에 보여주는 건 의외로 큰 울림을 준다. 너무 익숙해졌거나, 아니면 너무 가까워서 별로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그 많은 것들이 이렇게 관조적인 시각으로 그 시간들을 되돌려보면 굉장히 소중했던 시간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확인시켜준다. 

이 모든 걸 겪어낸 마진주와 최반도의 눈물이 남다른 공감대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알겠는 것들. 그래서 왜 그 때 좀 더 잘 하지 못했을까 후회되는 일들. 그런 일들이 바로 지금 우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내는 시간들 속에 담겨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그 때로 되돌아가서라도 다시금 제대로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보내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이들의 눈물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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