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재력 장착하자 새 동력을 갖게 된 까닭

 

KBS <12>이 리우올림픽 특집으로 마련한 아육대(아재육상대회)’에서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이자 해설자인 하태권은 MC들보다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ㅇㄱㄹㅇ이 무슨 뜻인지 묻는 이른바 아재력(?)을 테스트하는 퀴즈에 이거레알이 아닌 아 그래요?’라는 답을 써 그는 방송 내내 아 그래요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정도였다. 의외로 게임에 몰두하고 승부욕 강하지만 또 아재스러움이 귀엽기까지 한 하태권 못지않게 이영표와 여홍철의 아재력도 큰 웃음을 주었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한 이른바 아재개그가 가진 아재들의 웃기는 면면들을 잘 뽑아낸 <12>의 괜찮은 승부수.

 

'1박2일(사진출처:KBS)'

그런데 사실 이 아재력은 <12>이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김주혁이 있을 때만 해도 <12>에서 아재는 마치 그 혼자인 것처럼 캐릭터화 된 바 있다. 즉 김주혁 같은 선배가 있는데 김준호나 차태현이 아재 같은 모습을 보이기가 애매모호 했던 것. 하지만 김주혁이 자진 하차하고 윤시윤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윤시윤 같은 젊은 피는 오히려 정준영을 제외한 김준호, 차태현, 김종민, 데프콘까지를 확실한 아재캐릭터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12>의 팀 구성은 자연스럽게 젊은 윤시윤, 정준영과 대비되는 나머지 아재들로 나눠져 미션을 할 때 이를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자유여행 콘셉트로 게스트 섭외를 직접 하게 된 김준호와 차태현이 각각 자신의 인맥을 드러내며 만들어낸 기대감과 웃음은 바로 이런 아재력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었다.

 

조인성, 김우빈, 송중기까지 늦은 밤 전화통화를 한 차태현의 미친 인맥은 선배로서의 아재들이 갖는 매력을 드러내준다. 사실 이런 인맥이 가능하다는 건 차태현이 평소 얼마나 후배들을 잘 챙겨왔는가를 말해주는 일이다. 그가 원하면 언제든 준비된 듯한 말투는 그들이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한류스타들이라는 점에서 <12>에는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반면 차태현과는 조금 다른 결로 김준호는 자신만의 개그맨 인맥을 드러냄으로써 웃음을 준다. 차태현이 송중기와 전화통화를 하자 김준호가 송준근을 전화 연결해 빵빵 터트리게 하는 건 아재개그스러운 섭외 코미디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그 전화 통화를 통해 김준호 역시 개그맨 후배들에게는 얼마나 믿음직한 선배인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렇게 어찌 보면 막강한 선배들이지만 이들은 아재라는 캐릭터로 자신을 한껏 낮춘다. 게스트로 결국 섭외된 박보검과 김준현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박보검과 통화하는 것만으로도 반색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재들. 그들은 한껏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지만 알고 보면 <12>을 지금껏 오래도록 해온 김종민이나 힙합과 예능을 오가며 자리를 잡아온 데프콘이나 또 현역 코미디의 최고참이 되어있는 김준호나 역시 배우들에게 대선배로 자리한 차태현 모두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아닐 수 없다.

 

아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낮추는 힘. 그것이 아재력이 탄생하는 지점이고 그것이 또한 10년 동안 달려오면서도 <12>이 여전히 낮은 위치에서(이것이 예능인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웃음을 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박보검과 김준현이 섭외됐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이처럼 스스로를 아재 캐릭터로 낮춰 게스트를 주목시키는 출연자들 덕분이다. 아재력을 장착하자 <12>은 새 동력을 갖게 됐다

공식 <무도> 하차 선언한 정형돈, 그렇다고 해도

 

MBC <무한도전>에서는 무한뉴스를 긴급 제작해 정형돈의 공식적인 하차를 알렸다. 물론 잠정이라는 수식어를 떼지는 않았다. 언제든 건강해지면 돌아올 자리를 늘 마련해두겠다는 뜻일 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공식적으로 하차 선언을 하게 되면서 정형돈이 그간 <무한도전>에 해 놓은 많은 이들이 새삼 주목된다. 사실 초창기만 해도 적응을 못해 힘겨워 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뭐든 다 잘 하는데 웃기는 것만 못하는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물론 그건 뒤돌아 생각해보면 향후 정형돈이 보여줄 미친 존재감이라는 반전을 위한 밑밥 같은 것처럼 보인다.

 

어색함과 부적응이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그래서 무언가에 도전하는 일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일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에서는 그의 적응기와 성장기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흥미롭게도 그 어색함을 인정하고 캐릭터화하자 오히려 정형돈이라는 존재감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그건 김태호 PD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어려운 인정을 스스로 선택한 정형돈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되지 않았을 일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캐릭터들이 최고의 스타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정형돈은 여전했다. 그는 여전히 패션은 꽝이고 노래는 감정 과잉이었으며 몸 쓰는 일은 둔했다. 하지만 대신 그는 자신의 패션이 최고이고 자신과 함께 노래 부르면 스타가 되며 누구보다 몸 쓰는 일을 잘 한다고 우겼다. 그 우기는 과정에서 미친 존재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건 실제 현실이 되기도 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그와 함께 불렀던 가수들, 지드래곤, 데프콘, 정재형, 혁오 등은 모두 가장 주목받는 가수가 되었다.

 

지못미특집 등을 통해 여장 분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프로 레슬링 특집에서는 온 몸을 던져 족발당수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함께 하는 팀원들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챙기는 눈물 많은 예능인이었다. ‘봅슬레이특집에서 마지막 라인을 통과해 들어오는 동료들을 보며 아낌없이 눈물을 흘려주었고, ‘조정특집에서도 콕스를 맡아 최선을 다한 동료들에게 눈물어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형돈의 위치가 <무한도전>에서 빛날 수 있었던 건 그가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이 프로그램의 애초 취지에 끝까지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보통의 위치에 있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했다. 그런 정형돈이 실제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걸 보는 팬들의 마음은 똑같이 보통의 위치에서 누구나 그 자신은 최고라는 걸 확인시켜주지 않았을까.

 

정형돈은 하차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를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존재감은 그가 떠나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하나의 흔적처럼 새겨져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팬들은 앞으로도 기다릴 것이다

꽃게춤에 야오밍? <12>이 보여준 장도연의 매력

 

tvN <코미디빅리그> ‘여자사람친구라는 코너에서 장도연은 양세찬의 군대 동기(?)로 나온다. 본래는 남자였는데 여자가 된 인물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이런 설정은 장도연을 거침없게 만든다. 박나래 능가하는 분장 개그는 기본이고 춤을 춰도 여자라면 민망할 수 있는 동작조차 과감하게 보여준다. 워낙 과감하게 드러내서인지 그 동작들은 불편함이 아니라 오히려 시원함을 선사한다. 여자가 뭐 어때서?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그녀는 MBC <라디오스타>에 처음 출연했을 때도 여지없이 꽃게춤을 춰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만들었다. 웃음을 주기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겠다는 그 자세에서는 남녀의 성별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그녀가 가진 개그에 대한 생각을 읽어내게 한다. 박나래와 함께 다시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 그녀는 스스로를 박나래에 묻혀버린 개그우먼으로 소개하면서 그 날의 분위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온전히 박나래를 그날의 주인공으로 세운 그녀는 선배로서의 박나래에 대한 깍듯한 예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는 남자들과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센 여자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여성적인 면이 묻어난다. KBS <12>여자친구특집으로 떠난 남이섬 여행에서의 그녀가 그렇다. 처음 등장에서는 이마로 날계란을 깨뜨리는 모습으로 개그우먼의 면면을 보여줬지만 데프콘과 커플이 되면서는 달달한 관계를 연출해 보여주기도 했다.

 

남이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공에 세워진 짚라인을 타면서 그녀는 두려움에 데프콘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남이섬에 들어와서는 그의 등에 업혀 <겨울연가>의 한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 둘이 사귀라고 부추기자 어딘지 어색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은 그 수줍음 때문에 오히려 더 풋풋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가장 로맨틱한 커플로 선정된 두 사람은 서로의 새끼손가락에 커플 반지를 끼워주며 설레어했다.

 

장도연은 사실 미녀 개그우먼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인물이다. 외모로만 보면 왜 개그우먼을 했을까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 차라리 그 늘씬한 키와 몸매로 모델을 하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그녀는 대신 <개그콘서트>에서 패션 NO.5’라는 코너에서 우스꽝스런 복장을 한 채 모델워킹으로 걸어 나와 관객들을 웃기는 걸 선택했다. 멜로드라마에 들어가면 남자들을 심쿵하게 만들 수 있는 외모지만 그녀는 대신 <코미디 빅리그>에서 군대동기(?)’ 양세찬에게 사정없이 들이대는 캐릭터를 연기해 웃음을 주었다.

 

개그우먼에게 미모는 어쩌면 넘어야 할 산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못생김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 아니라 예쁜 모습이 과감한 표현을 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예쁜 개그우먼들은 더 과감하게 자신을 망가뜨리려 애쓰는 지도 모른다. 장도연이 그토록 심한 분장 개그를 시도하고 민망할 정도로 과감한 춤을 보여준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망가짐을 연기하는 개그우먼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12>이 슬쩍 보여준 것처럼 어떤 일상으로 돌아오면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누구보다 여성스러운 그녀의 모습에서 오히려 그 매력의 원천이 개그우먼에 대한 그녀의 애착과 노력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무도> ‘못친소’, 외모 소재도 불편하지 않은 까닭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시즌2가 시작됐다. 최종 라인업에 오른 못친소친구들의 면면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우현과 이봉주, 김희원, 김태진 등등 그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 못생겼다는 말에 발끈하거나 전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만으로도 이 아이템은 명불허전의 웃음을 줬다.

 


'무한도전(사진출처 MBC)'

사실 외모를 대놓고 아이템으로 세운다는 것은 분명 웃음을 담보하지만 그만큼 불편함을 주기도 하는 일이다. 그 많은 개그 프로그램들의 고정 아이템으로 외모 개그가 자리하고 있지만 또한 논란 역시 만만찮게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무한도전> ‘못친소특집 역시 외형적으로 보면 마치 외모지상주의를 대놓고 부르짖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누가 더 못 생겼나를 두고 경쟁적으로 순위를 매기고 그것으로 웃음을 주는 것이 이 특집의 분명한 재미 요소라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못친소특집에는 기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코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존재한다. 이상하게도 이들은 못생겼다는 얘기를 그토록 반복하면서 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기분이 나빠지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더 기분 좋은 웃음을 던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짐짓 왜 내가 못생겨?”하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은 진심 기분 나빠서 하는 대꾸라기보다는 그것이 웃기기 때문에 하는 리액션으로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똑같이 외모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친소특집은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거기에는 다른 외모 개그에는 없는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발성이다. 즉 외모 개그가 불편함을 주는 건 누군가에게 외모를 지적받았을 때지만, ‘못친소는 스스로 결정해 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물론 거부하는 이들은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 외모가 아니더라도 다른 매력이 충분히 스스로에게 있음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 자발성은 마치 이런 말을 건네는 것처럼 보여진다. 외모?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데?

 

실제로 못친소를 보다보면 이들의 외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질 정도로 거기 참가한 이들의 새로운 매력들을 발견하게 된다. 4년 전 참가했던 조정치가 조금은 어눌하지만 그만이 가진 개성과 매력을 한껏 보여줬던 것을 떠올려보라. 못친소시즌1의 무장공비 비주얼 최강자 1위로 꼽혔던 김범수, 또 의외의 귀요미 매력이 철철 넘쳤던 고창석은 또 어떻고.

 

이번 못친소에 참여한 데프콘, 조세호, 지석진, 김수용, 바비, 우현, 김희원, 변진섭, 이봉주, 하상욱, 이천수, 김태진은 하나 같이 자기만의 독특한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들이다. 마라톤의 영웅 이봉주,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 엄청난 팬들을 갖고 있는 시인 하상욱, 대체 불가 악역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는 김희원, 발라드 가수로서 레전드가 된 변진섭 등등. 이들의 면면은 외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반어적으로 알려준다.

 

그래서 못친소가 보여주려는 건 외모지상주의의 정반대 메시지다. 완벽한 얼굴은 아니어도 그것이 저마다의 개성이 되고 또 그 개성이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걸 이 특집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것이 똑같은 외모 소재라도 <무한도전> ‘못친소가 불편함을 주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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