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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 뜬다고 <꽃할매>도 될까

 

공영방송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KBS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인 <마마도>는 누가 봐도 그 기획이 <꽃보다 할배>에 기댄 것이 명백하다. 이미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나영석 PD에게 팬들이 그 할매 버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나영석 PD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전국노래자랑(사진출처:CJ E&M)'

이런 시점에 KBS가 중견 여성 연예인들의 여행기를 예능으로 담겠다고 선언하는 건 너무 치졸한 일이다. 물론 <꽃보다 할배>와는 다르게 하겠다고 하지만 나영석 PD 역시 할배를 할매로 바꾼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선택했을 게다. 그러니 이런 선언과 변명은 나영석 PD로서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상파가 케이블을 흉내 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슈퍼스타K>가 대성공을 하자 MBC에서 <위대한 탄생>을 비슷하게 시도했지만 결국 몇 회의 난항을 거듭하다 폐지하고 말았다. 이것은 케이블과 지상파 사이에 놓여진 시청자들의 성향과 취향에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지상파가 얼마나 거기에 맞게 프로그램을 최적화시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그게 가능해진다면 타 방송사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가져다 약간의 아이디어만 바꾸는 것으로 꽤 성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KBS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꽤 많이 성공시켰다. <1박2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무한도전>의 한 아이템이었던 것을 가져와 여행 버라이어티로 특화시켜 대박을 냈다. 물론 이 경우는 창조적인 해석과 심도 있는 접근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 그건 누가 봐도 <나는 가수다>의 아류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나는 가수다>가 전면에서 리스크를 모두 껴안으며 했던 시행착오들을 <불후의 명곡2>는 상대적으로 피해가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버텨내는 힘이 KBS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인 지는 모르겠으나 PD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는 <화성인> 같은 조금은 취향이 특이한 이들을 조명하는 케이블의 자극적인 방송을 KBS 버전화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토크쇼로서는 이례적으로 성공작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녕하세요>는 점점 지상파의 틀을 벗어나 케이블의 자극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어떨 때는 <화성인>의 가족버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KBS 같은 거대조직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은 결여된 채 타 방송사에서 했던 성공작들을 가져와 적당히 공영방송화 버전으로 풀어내는 식의 방송을 기획하고 있다는 건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로서는 실로 화가 날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방송 행태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KBS의 PD들에게는 의욕 자체가 꺾일 일이다.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긴 하겠지만 그 어떤 PD가 남이 했던 아이템을 가져와 적당히 변형시키는 일을 하고 싶겠는가.

 

즉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라는 <마마도>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공분을 일으키는 것은 그 프로그램 하나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껏 KBS가 먼저 선도적인 입장에서 무엇을 했던가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위상을 가지려면 먼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콘텐츠 경쟁력은 참신한 기획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어디서 본 듯한 프로그램을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방식은 KBS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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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1 20:18 erath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글이 올라왔네요. 감사합니다.

  2. 2013.08.12 01:33 ㅇㅇ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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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또다시 위기인가

 

최근 들어 <무한도전>의 재미가 반감됐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빵빵 터지는 큰 웃음의 빈도도 많이 줄어들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땀 냄새가 느껴지는 노력의 흔적도 과거에 비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봅슬레이나 댄스 스포츠, 프로레슬링 같은 실제로 다가오는 리얼 미션은 올해 들어서는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근 <무한도전>은 캐릭터 쇼를 바탕에 두고 즉석 상황극을 하거나 게임을 벌이는 것을 반복하는 중이다. 물론 그 아이템들 중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1년 전의 나와 내가 대결을 벌이는 ‘나와 나의 대결’이나 택시 체험을 했던 ‘멋진 하루’, 아이돌을 대상으로 했던 ‘역사 특강’ 같은 아이템들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충족시켰던 도전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아이템들은 이제 새롭다기보다는 과거에 했던 아이템의 반복 정도로 여겨지는 면들이 생겨나고 있다. ‘맞짱 대결’은 과거 빅뱅과 했던 대결 아이템을 이어붙였고, ‘명수는 열두 살’이나 ‘무한상사’ 같은 상황극은 이제는 너무 익숙한 아이템이 되었으며, ‘웃겨야 산다’ 같은 아이템은 이미 여러 번 위기설이 나올 때마다 반복했던 아이템이다.

 

이번 ‘소문난 7공주’ 특집은 현재 <무한도전>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캐릭터 코스프레는 무리수에 가까울 정도로 과도해졌고(심지어 쳐다보기 힘들 정도다) 스토리도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인위적인 게임에 의존하면서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웃기겠다는 출연자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맥락이 없다고나 할까.

 

한참을 보다보면 왜 공주 코스프레를 한 일곱 명의 멤버들이 저런 캐릭터쇼를 하고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보이는 목적은 단 하나다. 무조건 웃기기. 하지만 바로 이 강박이 만들어내는 막 개그는 <무한도전> 특유의 색깔을 상당부분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B급 정서가 깔려 있지만 그 정서 속에 존재하는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물론 웃음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진정성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보이지 않는 아이템 속에서 어떻게든 웃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멤버들의 면면을 보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몸에 과도한 분장을 하고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입고 밑도 끝도 없는 몸 개그를 던지는 것은 한두 번은 괜찮지만 반복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지난 주 ‘완전 남자다잉’ 특집에서 했던 과도한 상남자 캐릭터 코스프레나 이번 주 공주 코스프레가 주는 웃음은 그래서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억지로 뽑아내는 웃음에 가깝다. 망가진 공주 모습을 한 정준하가 프로그램 말미에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하고 특유의 콧소리를 넣어 던지는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물론 다음 주 예고편으로 등장한 ‘예능캠프’는 그간 게스트 초대 아이템들과 유사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기대감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기대감 역시 멤버들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새로 나올 게스트들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도 <무한도전>이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사실 일주일을 <무한도전>을 기다리며 버텨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설혹 좀 덜 재미있었어도 <무한도전>이니까 용서되는 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처럼 어떤 패턴에 갇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또 무언가 진짜 도전이 점점 사라지고 캐릭터 쇼로 자꾸만 흘러가면서 웃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면 그 때는 이미 늦을 수 있다.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 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한히 도전하는 것. <무한도전>의 이 정체성을 되살려야 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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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시간 없다더니 그것마저 도전소재

 

<무한도전>에게 도전 소재가 아닌 것은 없다? <무한도전> 빙고특집은 지난 8주년 특집으로 무한상사에 너무 심혈을 기울인 관계로 촬영 시간이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됐다. 당일 녹화해서 모레 방송으로 나간다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자 김태호 PD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유재석은 기막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실 이번 빙고특집은 바로 이 시간에 쫓겨 즉석에서 아이템을 선정하고 그걸 도전으로 소화해내는 것 자체가 소재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멤버들은 먼저 회의를 통해 저마다 자신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마구 던지는 과정을 방송분량으로 만들어냈다. 정형돈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방송에 나갈 말만 해야겠다”고 말했고, <아빠어디가> 촬영현장을 무작정 찾아가자는 이야기부터 유재석 아들 지호와 박명수 딸 민서를 출연시켜 대결을 벌어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특히 노홍철은 “폐쇄된 개성공단을 가보자”는 황당한 제안을 해 멤버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결국 유재석의 제안으로 결정된 빙고 게임 역시 즉석에서 게임 아이템을 결정하는 과정 모두가 방송분량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첫 게임으로 길거리에서 5분 안에 ‘지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찾기는 그 이름 선정에서부터 큰 웃음을 주었다. 갑순이, 말자, 순득이, 심지어 김깝십 같은 찾기 힘든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고 결국 그래도 평범한 ‘지연’으로 선정된 것.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무한도전> 특유의 게임에 대해 시민들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참여했다는 점이다. ‘지연 이름 찾기’에서는 한 남자가 자기가 지연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고 ‘시민 말 넘기’ 게임에서는 정형돈이 아무 말도 없이 말 자세로 있는 모습에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하나 둘 모여들어 말을 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을 탄 인원이 짝수냐 홀수냐로 승자를 정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긴박감을 만들어주었지만, 결국 이 게임이 가능했던 건 시민들의 참여 덕분이었다.

 

‘개구기 스피드 퀴즈’나 ‘시민이 엉덩이로 이름 쓰고 그걸 맞추는’ 게임, 또 ‘시민이 찬 축구공 빨리 주워오기’, 또 순대를 1미터에 가깝게 끊어오는 게임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빛난 아이템들이었다. <무한도전>이 처한 위기상황(시간에 쫓기는)을 시민들의 도움으로 넘어서는 이 게임 아이템들은 그래서 꽤 의미심장한 풍경을 그려냈다. 대중들과 함께 해왔기에 지금의 <무한도전>이 있었다는 전언.

 

‘물을 머금고 간지럼 15초 견디기’ 게임이나 ‘핫도그 빨리 먹기’ 게임은 <무한도전> 특유의 몸 개그와 먹방의 묘미를 선사했고, 길이 이효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 너무 섹시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지정어 듣기’ 게임은 이효리 특유의 ‘쿨한 응대’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이런 순발력 있는 아이템들을 쉽게 방송분량화 하는 능력은 역시 <무한도전> 8년의 관록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이 이처럼 시간에 쫓겨 방송분량을 이틀만에 만들어내는 이번 특집은 어떤 면에서는 어려운 여건에도 쉬지 않고 달려왔던 <무한도전>의 고충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무려 8년 간 지속해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거리 한 복판에 나타나 무언가를 해도 거기에 참여해주고 호응해주는 시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있었기에 <무한도전>의 도전이 멈추지 않을 수 있었을 게다.

 

빙고특집은 급조한 방송 자체를 아이템화함으로써 뭐든 ‘도전과제’로 승화해버리는 <무한도전> 특유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동시에 그것은 쉼 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의 어려운 처지를 보여주기도 했고, 또한 그러면서도 거기 함께 해준 대중들과의 호응으로 <무한도전>이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이 정도면 급조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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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 폐지 논의, 과연 소재고갈 탓일까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4년여 만에 폐지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에서부터 마라톤, 그리고 하모니 같은 초창기 <남격>이 보여주었던 참신한 기획들과 호평을 떠올려보면 어쩌다 이렇게 초라한 처지에 몰리게 되었는가가 의아할 정도다. 항간에는 소재 고갈과 시청률 저조가 그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폐지 논의의 원인일까.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지난 주 있었던 윤형빈 혼수 논란은 어찌 보면 현재 <남격>이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멤버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동료들이 선물을 하는 것은 그다지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사적인 일이 공적인 방송을 통해 나가게 될 때는 거기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하하의 결혼에 즈음해 했던 축의금 콘셉트의 특집에서 막판에 기부라는 선택을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한 공적 기능이 없다면 왜 시청자들이 그들만의 사적인 일들을 굳이 봐야한단 말인가. 게다가 혼수 물품으로 몇 백만 원 운운하는 것은 예능의 주요 시청자라고 할 수 있는 서민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과 다르지 않다. 윤형빈 혼수 논란은 그래서 그것을 방송 소재로 하겠다고 결정한 제작진의 실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남격>이 대중들과의 공감대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남격>이 초창기 그토록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 중년의 아저씨들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되는 몸이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춤을 배우려 했고, 술 담배와 스트레스에 찌들어 관리하지 못했던 몸을 관리하려 했으며, 젊은 시절 갖고 있었으나 어느새 현실 때문에 지워버린 꿈에 다시 도전해보기도 했다. 그들의 도전은 중년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공감대를 주었다. 심지어 귀여운 아저씨들의 이미지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저씨 예능의 가장 큰 도전은 그 아저씨 이미지에 대해 대중들이 갖기 마련인 호불호에서 생겨난다. 즉 아저씨가 진짜 아저씨처럼 보일 때, 매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초창기 <남격>은 무언가 아저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 이 위험성을 상쇄시켰지만, 차츰 언젠가부터 이 도전의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아저씨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아저씨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남격> 합창단을 무려 3년에 걸쳐 했던 것은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첫 번째 합창단 이야기에 물론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그것을 매년 반복하는 것은 어딘지 <남격>의 매너리즘처럼 보였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남격>의 부제를 떠올려 보면 합창단 콘셉트가 이렇게 반복할 만큼 어울리는 소재인가 의구심이 생겨난다. 결국 ‘죽기 전에 해야 할’이라는 절박감을 똑같은 아이템을 반복함으로써 날려버린 결과가 생긴 셈이다.

 

무언가 굵직한 아이템들이 시도되지 않고 그저 소소한 아이템에 머물게 될 때 <남격>의 아저씨들은 그래도 여전히 아이 같고 순수하며 열정만은 청춘인 그 매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이렇게 없냐’는 네티즌의 비판적인 시선은 그래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하나의 배수진처럼 치고 마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비장함이 살아있을 때 <남격>은 제 빛을 발할 수 있다.

 

<남격>의 폐지 논의는 그간의 흐름들을 볼 때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있다. 즉 <남격>이 포착해 놓은 중년 아저씨들이라는 훌륭한 세대적 포인트가 못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혹시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 자격 있는 아저씨들의 때론 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고 때론 여전히 귀엽게까지 다가오는 그 매력을 볼 수 있는 <남격>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일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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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5 10:11 BlogIcon 보자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 폐지된다는거랑 폐지되야만 한다고 글이 올라와서 아쉬웠던 차에 정리해주신 글 잘보고 갑니다.

  2. 2013.03.05 10:14 시즌2할때 윤형빈 짤랏어야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다 병풍 윤형빈 때문 이라는 생각 ㅠㅠ 아 요새 윤형빈만 빼고 진짜 잼잇엇는데... 이경규 김국진 이윤석 주상욱 김준호 김태원 이 환상의 조합을 어디서 본단 말입니까....페지 말고는 답이 없엇는지.. 너무 아쉽기만 하네요...

  3. 2013.03.05 21:22 왕비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윤형빈 좀 작작좀 하지....
    프로포즈만 공중파에서 몇번이냐???
    그리고 돈잘버는 연예인인건 알겠는데. 선물하는 꼬락서니...너무나도 화려한 결혼식모습..누가 좋아하겠어??ㅋㅋㅋㅋㅋ
    니들은 그냥 광대야 광대 까대지 마라 ㅋ

  4. 2013.03.06 03:44 이유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단함.

    일박이나 남격을 애초에 받쳐주던 이명한(김태호피디는 따라하네 말이 많아도 김태회피디보다 더 대중적이고 세대를 두루 아울러서 서민적으로 참 쉽게 접근하고 공감대가 좋게 잘 전체틀을 짜던 분. 대중들은 멋모르고 앞에 나선 나영석이 일박의 성공의 열쇠인양 굴었지만, 사실 나영석이 피디로 있어도 이명한이 해선 총괄 피디로 있을 때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 바로 해명하고 아니라는 증거 제시하거나 실수가 있다면 사과하는 등, 대중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중히 하며 바로 소통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명한 떠나니까 나영석은 좀 대중을 자기 식으로 유도하려고 했죠. 진짜 불리하면 변명을 하거나 아예 언급을 회피하기도 했고 연출도 자연스럽게 하는 게 아니라 좀 계몽 연출을 하고자 했지요. 이명한이 떠난 후 유독 나영석피디 의견이 많이 보도된 시기였는데-이동희 피디탓인 줄 알았는데 이동희 떠나고도 계속되는 거보니 이명한 있을 때는 나영석이 못하다가 이명한 떠나고 나영석이 한 거더라구요.- 과거에 이명한이 총괄 피디로 있을 때는 이런 것들을 잘 처리했는데 나영석을 그렇지 못했지요.-패떳 피디가 그러다가 비난을 잔뜩 먹고 한순간에 침몰했는데 물론 패떳피디보다는 나영석이 나았지만 역시 이명한 빈자리가 나타났지요. 피디들 보면 대중보다 자기가 더 우수하다고 여겨서 대중을 선도하려고 들고 가르치려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명한은 그런 게 없이 자연스럽게 대중과 어울리면서 대중이 공감하는 타입의 제작방향을 보여주니까요. )이 떠나면서 그 자리를 이명한 밑에 있던 나영석, 신원호피디가 그냥 배운 대로 해나가면서 결국 이명한을 뛰어넘는 새걸 못 만들어내다가(또는 나영석처럼 이명한식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대중을 선도하려고 하다가) 결국 이명한 쫓아 떠나고.. 무너지게 된 것. 이명한은 케이블 가서도 이슈가 될 만하고 공감대를 끌어내는 기획들로 주목받고있고 말이죠. 이명한식 예능은 선도하려 들지않아서 보고 있으면 편하고 같이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죠. 가령 전성기 일박 시즌1과 요새 일박 시즌2나 나름 잘 나가는 기타 리얼 버라이어티를 보면 그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그 외 프로그램들은 그들이 거기에 있고 우리는 그들이 뭔가 재미있게 하는 걸 나는 보고 있다는 느낌인데-즉 그들만의 세상을 찍고 있고 우리는 밖에서 구경중- 반해 일박 시즌1은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있었던 거 같은 느낌이 있지요. 그러니 외로운 어르신들이 마치 손주가 집에 놀러와 떠들석하게 놀고 간 느낌이 나는 일박 시즌1을 즐겨 보신거고. 물론 다른 진행자가 아닌 원래 이런 면에 이명한처럼 강한 강호동이 또 진행자라 가능했던 거지만. 아무튼. (김종민도 이명한이 확실히 자리 잡고 있을 때 들어왔더라면 또 달랐을걸요. 이명한이 이수근이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2년이나 도움을 주며 기다려주었고 김c도 원래 가진 면들을 예능에서 대중들이 받아들이도록 차분히 알려간 반면, 나영석은 단번에 김종민이 대중의 찬반속에 돌아오자 그를 그 자리에 어울리게 보이게 만들려고 무리하게 캐릭터를 빨리 만들려고 하고 결국 시청률이 조금씩 감퇴되고 예전과 같은 3-40%대는 무리가 된 거죠. 사람들은 바뀐 멤버들 탓을 하지만 피디탓도 큽니다. 식당을 많이 가고 멤버들을 각자 내보내는 등.. 대중을 선도하고 대중이 자기가 원하는 것처럼 바로 김종민이나 엄태웅을 받아들이게 나영석이 강요하려던 덕에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발을 받았어요.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져나가지 못하고 나영석이 자기가 이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던 이미지를 대중에 강요하려니 패착이 있었고 말이지요. 은초딩이 작가가 만든 캐릭이라기보다 은지원이 본래 가지고 있던 면들을 조금씩 예능적으로 부각시켰다면 엄태웅의 착한 이미지라든가 김종민은 웃기는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나영석이 대중에게 작위적으로 주입하려다가 패착이 왔었지요. 패떳이 이런 작위적인 수법으로 굉장히 빨리 정상에 올랐다가 결국 그 작위적으로만든 캐릭터들에 역으로발이 묶이면서 어느 순간 대중으로부터 확 밀려났었는데, 나영석이 똑같은 패착을 저지르는 좀 비슷한 짓을 한 거지요. 그래도 워낙 하던 관성이 있어서 시즌1의 시청률은 그냥저냥 쭉 좋았지만 말이지요. 그래도 강호동 나가고 딱 반년만 더 가면 되니 악으로 버틴거지.. 아마 그냥 이명한과 강호동이 나가고 시즌1 계속 했던들 지금처럼 침몰해가고 있었을걸요.)

    이명한이 떠날 즈음이 마침 이명한 본인은 안 그랬지만 이명한 밑의 피디들이 언론에 이슈가 되며 보도될 만큼 공개적으로 회사에 반하는 의견을 내며 파업에 참여했다가 마무리된 시점. 파업이 마무리되었나 싶더니 뜬금없이 이명한이 갑자기 유학길에 올랐다가 그냥 회사를 떠나버림. 물론 이명한 스스로 그 시기쯤 떠날 고민을 하다가 떠났던 것일 수도 있지만, 가장 케사 예능의 알낳는 황금거위인 해선이 파업의 구심점이 되려는 그 책임을 물어 방송사에서 이명한을 압박해서 스스로 나가게 한 걸 수도.

    신원호가 이끌던 남격은 몰락했지만(이명한이 떠나고 점점 시들어지고 있었는데 물론 해투를 잘 이끌던 피디가 남격을 새로 맡아 남격에 새 피를 수혈하며 의욕적으로 이끌어 잠시 시청률이 반등하나 했지만, 아무래도 몰락해가던 남격호를 구해내지는 못했군요.) 신원호는 오히려 이명한 따라 가서 거기서 대중의 공감대를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응답하라 1997을 만들어 승승장구 중이지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데.... 공중파인 케이비에스사야 이명한이 있거나 없거나 이미 시스템이 자리잡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거죠. 결국 케이블로 간 이명한은 여전히 공중파가 아니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잘 하고 있고 해선은 침몰 중이니까요. 지금쯤 후회해봐야 떠나버린 버스랄까요.

    강호동과 이명한은 참으로 어울리는 조합이라서 언젠가 또보고 싶네요. 우리나라 분위기상 공중파가 아니라 힘들 수도 있을 거 같긴 하지만요.

  5. 2013.03.06 10:14 BlogIcon 다이어트뉴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안타깝네요.
    나름 잔잔한 재미는 있었는데..

  6. 2013.03.06 15:44 Tuck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같은 경우는 남격은 처음부터 계속 봐왔는데 호주 베낭여행 때부터 급격히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그때부터 안봤죠. 1박2일은 시즌2로 바뀌면서 안보게 되고요.(개인적으로 성시경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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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무도>와 싸이에서 어떤 희망을 봤을까

 

2012년 12월31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마련된 무대에 <무한도전>의 유재석, 노홍철, 하하와 이미 국제가수가 된 싸이가 함께 올랐다. 그 무대에는 유재석의 우상인 MC 해머가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었고, 그 앞에는 새해를 맞는 뉴요커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이 날의 무대는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기도 하련만, 언제 봐도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 서 있는 이들이 그 곳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랬을 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한 때 삽 하나 들고 포크레인과 대결을 벌이기도 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닌가. 그들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무대에 오를 때까지 겪었던 그 무수한 도전들을 떠올려보면 그 뉴욕의 단 몇 분 동안의 무대가 주는 감흥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댄스스포츠, 카레이싱, 봅슬레이, 프로레슬링, 조정 같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미션들에 도전해왔던 그들이다. 그것도 그저 예능이니까 대충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도전이 아니라, 진짜 무수한 땀과 심지어 피가 나고 멍이 드는 노력으로 벌이는 실전 그대로의 도전.

 

<무한도전> 멤버들이 스스로 얘기했듯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그들은 실제로 평균 이하에서 시작했지만 그 무수한 도전 과정을 통해 차츰 존재감을 키워갔고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인들이 되었다. 그리고 단지 프로그램에만 머물던 영향력을 실제 현실에도 쓰기 시작했다. 봅슬레이나 조정 같은 비인기종목에 도전해 대중들의 주목을 이끌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한국을 알리는 광고를 하는 식이다. 그런 현실을 만드는 그들이 어찌 평균 이하에 머물 수 있을까.

 

싸이는 또 어떤가. 그는 불운하게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기 시작할 즈음 오해로 인해 학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고, 대마초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 군복무 문제가 또 터졌고 결국 재입대로 군복무를 두 번 하는 힘겨운 시간들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착실히 군복무를 마치고 나와 김장훈과 함께 공연을 하면서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고 다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그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싸이의 타임스스퀘어 무대가 어찌 뭉클해지지 않겠는가.

 

<무한도전>과 싸이의 만남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이미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에서 노홍철과 함께 철싸를 결성해 ‘흔들어주세요’를 불렀던 싸이다. 당시 겨드랑이 땀 때문에 이른바 ‘겨싸’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던 싸이는 이미 당시부터 노홍철과 인연을 맺은 셈이었다. 그런 그가 ‘강남스타일’을 유재석과 함께 하려고 했었다는 비화는 유명하다. 당시 이미 유재석은 이적과의 ‘방구석 날라리’를 작업하고 있어 고사했다는 것. 그게 마음에 남은 유재석이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로 했고 그 날 따라온 노홍철도 함께 출연하게 되었다는 것.

 

어찌 보면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각자 자기 영역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들이었다. 또 어떤 도전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과 국제가수가 된 싸이에 대중들이 열광을 넘어 감동하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평균 이하에서 시작한 <무한도전>이나, 결코 평탄치 않았던 청춘을 보낸 싸이의 출세(?)가 대중들에게 어떤 희망을 던져주는 건 그 때문일 게다. 땀과 노력의 과정은 언젠가 보답 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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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까지 CJ행을 선택한 이유

 

이명한 PD, 신원호 PD에 이어 이우정 작가(그녀는 물론 KBS 소속은 아니었지만)도 합류하더니 결국 나영석 PD도 CJ E&M 행을 택했다. 이로써 한때 <해피선데이>를 최고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던 주역들이 모두 KBS를 떠난 셈이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나영석 PD 본인은 부인했지만 그의 이적설은 끊임없이 나왔으니까. 아마도 KBS라는 조직의 생리를 아는 방송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나영석 PD 같이 재기발랄한 인재가 이 조직에 눌러 앉아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것은 KBS가 가진 제작 여건이 열악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가질 수 있는 제작상의 많은 이점들을 갖고 있다. 전국망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고, 폭넓고 보편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그 공영성에 부합한다면 시청률에 있어서도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조직이다. 이런 면은 오히려 CJ E&M과 상반되는 것들이다. CJ라는 조직은 케이블로서의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고 좋은 제작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시청률이 낮다면 KBS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것은 이적한 PD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제작 환경에 있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런 선택을 왜 모두 하는 걸까. 혹자들은 그것이 결국 돈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모든 직장인(PD도 한 사람의 직장인이다)들에게 있어 급여 문제만큼 첨예한 것이 있을까. 그러니 더 대우를 해주는 직장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회사가 능력에 맞는 대우를 제대로 해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KBS는 그런 점에서 몇몇 실력 있고 도전적인 PD들에게는 매력 없는 직장이다. KBS가 원하는 것은 그 전체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서의 PD이지 저 스스로의 확고한 영역을 만들어 이른바 스타가 되는 그런 PD가 아니다. KBS는 스타PD를 키우지도 또 용인하지도 않는 그런 조직이다.

 

또한 KBS는 제작환경은 좋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마인드는 떨어지는 편이다.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다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시즌 프로그램들이 그토록 많고, 이른바 장수 프로그램도 넘쳐나는 건 보수적인 시청층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무언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젊은 PD들에게는 어딘지 정체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남자의 자격>을 연출했던 신원호 PD가 CJ E&M에 가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연출해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은 나영석 PD에게는 꽤 큰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제작여건은 어려워도 새로운 도전정신이나 상상력의 기회는 늘 열려 있는 그런 조직.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승부를 볼 수 있는 그런 조직. KBS는 물론 안정적이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PD들에게는 아마도 그 안정적인 것 자체가 힘겨웠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거기에는 예전부터 손발을 맞춰왔던 그들(이명한 PD,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이 있다.

 

한때를 풍미했던 <해피선데이>팀이 모두 KBS라는 둥지를 떠나 CJ E&M에 새 둥지를 세우게 된 것은 물론 대우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PD들이 갖기 마련인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픈 그 도전정신을 KBS라는 조직이 그다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새 둥지에서 이른바 히트작을 터트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젊은 날에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했다는 것은 분명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게다. 새 도전 앞에 서 있는 나영석 PD의 건투를 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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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6 11:32 하하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차피 나영석 PD는 거품 이였죠?
    이명한 PD가 만들어 놓은거 그냥 그대로 이어온것일뿐...
    하면서 발전이 없었죠... 한마디로 거품 PD 라는것!

    • 2012.12.06 20:36 하하하님..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명한피디때 생각보다 시청률 안좋았습니다.
      조금하다가 바로 해외연수인가? 갔고,
      그이후 다시와서는 높은자리 했던거로 기억합니다.

  2. 2012.12.06 21:19 g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pd라면 cj에서도 잘하지않을까 생각됩니당 결국엔 가게됐으니 아쉽긴하지만서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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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성장, <정글2>의 진면목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과 그 동료들은 정글 한 가운데서 최소한의 생존 장비만 주어진 채 살아남아야 한다. 특정한 상황 속에 출연진들이 놓여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가감 없이 포착해내는 이런 형식은 물론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무한도전>에서 무인도에 던져진 출연진들이 생존하기 위해 몸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야자수를 따는 장면을 기억한다. 또 알래스카에 김상덕씨를 찾기 위해 갔다가 그 혹한의 얼음 밭 위에서 말도 안되는 간이 올림픽 경기를 상처를 입어가며(?) 했던 장면들을 기억한다.

 

 

'정글의 법칙2'(사진출처:SBS)

우리네 리얼 예능의 계보에서 <무한도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토록 크다. <무한도전>은 이미 그 야생의 낯선 지대로 뛰어 들어가 생존하기 위해 갖은 날것의 도전을 하는 그 예능의 형식적 틀을 이미 실험해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은 또한 서구의 리얼리티쇼들이 이미 선취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다만 <무한도전>이 의미 있는 것은 이러한 서구의 리얼리티쇼들의 형식을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풀어냈다는 점일 게다.

 

어쨌든 <정글의 법칙>에는 그 근간에 도전이라는 코드가 들어가 있다. 그들은 정글 깊숙이 들어가 문명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존법칙을 하나하나 체득해간다. <무한도전>의 초창기가 그러했듯이, <정글의 법칙>의 초반부는 역시 이 정글에 놓여진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이 되었다. 사실상 첫 번째 미션 장소였던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악어 섬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늑할 정도로 야생 가운데 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된 공간이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파푸아에서 진행된 두 번째 정글 미션은 말 그대로 진짜 정글이었다. 이광규는 벌레들의 습격(?)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결국은 중도에 귀국했고, 코로와이족을 찾아가는 길은 극도의 한계를 시험하는 진정한 정글로드로서 출연자들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는 정글을 탈출하다 제작진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 진짜 정글 경험은 또 다른 도전의 자양분이 되었다.

 

남태평양 바누아투에서 찍은 <정글의 법칙2>는 그런 점에서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된 도전이다. 이번엔 그들을 위협하는 물이 있고 화산이 있고 정글이 있다. 이렇게 보면 <정글의 법칙2>는 <무한도전>이 그런 것처럼 정글의 무한 도전이 되는 셈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세우고 그 안에 인물들이 투입된다. 그리고 도전을 겪어가면서 인물들의 생존능력 또한 성장한다. 이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된다면 아마도 몇 년 후의 김병만과 그 동료들은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타잔 비슷하게 되어 있을지도.

 

진짜 리얼 프로그램의 특징은 그 안의 캐릭터들이 점점 실체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그 멤버들은 초창기에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캐릭터로 시작했지만, 차츰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최고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이렇게 실제로 성장한 출연진들 때문에 미션과 프로그램의 방향조차 바꿔야 했을 정도. 특히 유재석은 도전의 아이콘이 되었다. 방송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그저 방송을 위해 보여주는 도전의 제스처가 아니라 실제로 대단한 도전정신의 소유자가 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출연자와 만나 허구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김병만 역시 그런 야생과 정글의 달인이 되지 않을까.

 

흥미로운 건 <무한도전>이 저 해외의 리얼리티쇼를 한국화해서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형식을 만들었듯이, <정글의 법칙> 또한 해외의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를 상당 부분 한국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날 것의 정글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팀원들이 하나의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점이 그렇다. 자칫 힘겨운 자극에만 매몰될 수 있는 정글의 경험이 때론 웃음이 피어나고 때론 감동적인 눈물이 연출되는 건 바로 이 지극히 한국적인 가족이라는 틀이 있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과연 <무한도전>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김병만의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장난기 가득하며 때론 놀라운 달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앞에서 끌어주는 한, 이러한 성취가 꿈만은 아닐 것이다. 김병만의 성실과 도전정신을 보며, 정글판 <무한도전>처럼 보이는 <정글의 법칙>에서 제2의 유재석을 예감하는 건 섣부른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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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능이 '무한도전'이 된 까닭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는 음악을 소재로 하지만 음악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전'이다. 가수들은 자신이 지금껏 해왔던 자신의 음악스타일을 넘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복불복식으로 회전판을 돌려 걸리는 곡이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댄스곡이거나, 심지어 트로트라고 해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YB가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을 부르고, 김범수가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며 장혜진이 카라의 '미스터'를 부른다. 이 스타일 차이의 간극이 멀면 멀수록 그 도전의 강도는 강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걸 넘어서는 무대로 승화시키면 그 감동도 깊어진다.

가수들은 1주일 내내 주어진 곡을 갖고 여러 스타일로 편곡을 하고 자기 곡으로 소화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심지어 퍼포먼스까지 곁들인다. 경연의 무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5분 남짓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노력과 땀의 결과인 셈이다. 한 회 분의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일주일 내내 매달린다고 해서 출연료를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나는 가수다'가 주는 감동의 또 다른 실체다.

우리는 이 감동을 일찍이 '무한도전'을 통해 경험한 적이 있다. 봅슬레이를 하기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고 연습에 몰두하고, '댄스 스포츠' 경연을 위해 몸치에도 불구하고 스텝 연습을 멈추지 않으며, '프로레슬링' 경기를 위해 엄청난 심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한다. 현재 도전하고 있는 '조정' 경기는 연습한대로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종목이라는 점에서 멤버들의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송분량이 노력한 만큼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노력의 강도가 있기 때문에 방송의 밀도가 높아지고, 감동이 커질 뿐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지금껏 당연한 것처럼 여긴 '무한도전'의 숨겨진 땀이다. 누가 더 출연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 노력하는 장면이 모두 방영되지는 않기 때문에 누가 그 노력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묵묵히 뿌려온 그 땀의 가치.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김규리의 온통 멍든 다리에서 그 노력의 흔적을 발견하고, '키스 앤 크라이'의 김병만이 무대를 끝내고 서 있을 수조차 없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뭉클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오디션 같은 리얼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면서 진정성은 예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그저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아니라면 이제 대중들은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미 진짜 꽃을 본 대중들이 조화를 보며 감흥을 느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지금의 예능에서 노력에 흘린 땀만큼 진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건 없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홍수 속에서 모든 예능들이 마치 '무한도전'의 또 다른 버전으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누군가는 하와이로 날아가 단 한 명이 남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누군가는 지금껏 한 번도 타보지 않았던 피겨 스케이트를 타며 수백 번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TV에서나 봐왔던 놀라운 기술을 선보인다. 또 몸치에 박치인 누군가는 피나는 연습으로 그것을 극복하며 춤을 추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지금껏 한계로 여겨온 노래와 무대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바야흐로 '무한도전' 예능의 시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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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니까 가능했던 미션들

"역시 '무한도전'이야."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 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만큼 '무한도전'은 하나의 대중문화 아이콘이 되어 있다. '나비효과 특집'이 그렇다. 사실 지구온난화가 어떤 방식으로 지구를 위협하는지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나비효과 특집'은 어떻게 에어컨을 틀면 그것이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그 녹은 물이 몰디브를 잠기게 하는가를 예능의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시시콜콜하고 상식적인 것들도(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들조차 말로만 전달되었을 때는 이렇게 치부되어버린다) '무한도전'이라는 실험실 속에 들어가면 특별해지는 이유다. 말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행동하는 이는 적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많아도 그걸 몸소 체험을 통해 느끼는 이는 드물다. "역시 '무한도전'이야"하는 말에는 '무한도전'이니까 가능한 이 경험들이 들어있다. 2010년 '무한도전' 역시 그랬다.

연초에 방영되었던 '복싱특집'은 WBC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와 일본의 도전자 쓰바사 선수와의 패자 없는 아름다운 승부를 담아냈다. 흔히 한일전이라고 하면 그저 무조건 이기고 본다는 식의 시각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자가 최고'라는 '무한도전' 정신을 두 아름다운 소녀들의 드라마틱한 경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죄와 길' 특집에서 벌칙으로 수행되었던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는 '깨알 같은' 아이템들에 왜 '무한도전'이 과감히 뛰어드는 지를 말해준 미션이었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 마디가 실제로 미션으로 제시되고 그 결과가 보여지는 곳, 그곳이 바로 '무한도전'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무한도전'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상상만 하던 것이 실제로 눈앞에 도전으로 제시되는 그런 세계라는 걸 각인시켰다.

몇 년을 거쳐 오면서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졌을 미션들의 내용을 찬찬히 상기해보면 실제와 맞닿아있는 '무한도전'의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면 실제로 몰라볼 정도로 살을 빼고, 달력 모델을 미션으로 부여받아 만들어낸 달력이 한 달만에 80만부 이상 팔려나가며, 대한민국을 알리는 비빔밥 광고가 만들어져 뉴욕 스퀘어 가든 전광판에 광고되는 세계. 그것이 '무한도전'이다.

장기 프로젝트로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던 '프로레슬링 특집'은 한 때 쇼라고 여겨지며 몰락의 길을 걸어간 프로레슬링의 세계를 '무한도전' 특유의 몸의 미학으로 재조명해주었다. 그저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을 던지고 부딪치는 기술들을 보여줌으로써 프로레슬링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맛보게 해주었다. 이것은 또한 쇼가 아닌 진짜 실제 상황으로 뛰어 들어가는 (프로레슬링을 그대로 빼닮은) '무한도전'이 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지를 알게 해준 미션이었다.

한편 '텔레파시' 특집은 어떤 공통의 기억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감의 힘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소통이 왜 중요한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늘 손에 들려진 휴대폰으로 원하는 이와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소통이란 이미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다. '무한도전'은 통신수단이 거세된 멤버들이 서로를 만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을 통해 그 소중함을 다시 일깨웠다. 역시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미션이었다.

'무한도전'의 이 많은 미션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고리의 공감을 통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말해주고 있다. 1년이 지났고, '무한도전'은 또 한 살을 먹었지만 이런 공감과 공존의 태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는 연결된 존재이기에 '무한도전'의 이런 시도들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 해 동안 고마웠고 또 한 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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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예능 그 이상의 도전이 갖는 가치

만일 시청률을 위한 것이라면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은 무모한 도전임이 분명하다. 들인 시간과 노력이 너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청률만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예전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처럼 레슬링 협회 같은 곳을 찾아가 적당한 시범과 몸 개그로 웃음을 뽑아내는 편이 낫다. 진짜 프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레슬링경기답게 해보겠다며 장장 1년 동안 기술을 배우며 링 바닥에 몸을 수십 번씩 내던지는 그런 행위가 어찌 시청률 하나만을 위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건 너무나 무모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대충 레슬링을 한답시고 흉내만 내면서 몸 개그를 시도한다면 그게 '무한도전'일까. 초창기 진짜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무한도전'은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미 세월을 겪으면서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실제 출연자들도 성장을 거듭했던 '무한도전'에서 이런 '대충대충'은 허용되지 않는다. '무한도전'은 이미 댄스스포츠 대회에도 나간 적이 있고 에어로빅 대회에도 출전한 적이 있으며 심지어 그 살벌한 봅슬레이 위에도 오른 바 있다. '무한도전'은 이제 예능이 다루지 않았던 영역 바깥으로 나가, 예능이 다루던 방식 그 이상을 도전하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무한도전'의 레슬링은 기대치에 걸맞게 달라야 한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편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그것이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면서 동시에 그 도전 자체가 다른 것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합을 맞춰서 하는 것이지만 맨몸으로 부딪치는 레슬링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엄청난 고통을 통해 알게 된 것처럼 힘겨운 스포츠다. 하지만 힘겨워도 고통을 감내하며 링 위에 오르는 그들의 도전이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레슬링이라는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 '무한도전'이 몸으로 보여준 모습들은, 한때 그저 쇼일 뿐이라는 오해의 시선 때문에 이미지가 추락한 프로레슬링에 충분히 긍정적인 시선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 제기된 레슬링 협회와의 마찰이 생겨난 것은 오히려 '무한도전'이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이게 예능 맞아하고 물을 정도로) 지나치게 진지했다는 반증이다. 만일 그저 몸 개그를 끄집어내기 위한 제스처였다면, '무한도전'의 동호회 성격의 레슬링에 대해 프로 협회가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무한도전'의 멤버들의 실제를 방불케 하는 연습은 프로 경기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마추어고, 레슬링이라는 경기 자체에 대한 찬사를 1년 동안 온 몸을 던지며 보여주려 했을 뿐이다. 여기에 대한 레슬링계의 비판은 가혹하다.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이지 다큐가 아니다. 레슬링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목적은 좀 더 대중들에게 레슬링을 알려주기 위한 것일 뿐이지 레슬링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예능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예능에 대한 선입견이 들어가 있다. 예능은 그저 재미있는 말을 건네고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웃음을 만드는 그저 그런 어떤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이미 예능의 외연이 다큐와 드라마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그 속에 온몸을 던져 웃음을 만들어내는 예능의 몸이, 링이라는 경기장 위에서 몸뚱어리 하나를 던져 보는 이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레슬링의 몸과 뭐가 다를까. 고통의 강도는 다를 지 몰라도, 그 몸이 해야 하는 일과 해내는 일의 강도는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저 늘 예능이 해왔던 웃음의 코드 속에서 익숙한 웃음을 반복하려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지만, 적어도 '무한도전'은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라는 말은 역시 '무한도전'이 그만큼 예능에만 머물지 않고 그 한계 바깥으로 나가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는 출연진들에게 좀 더 안전하게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내들에게 겨우 1년이라는 시간을 주고(1년도 작을 것이다) 완전히 프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레슬링다운 경기를 선보이겠다는 도전을 한 것 자체가 어떤 어려움을 내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몇몇은 진짜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이지만 몇몇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고, 바로 그것이 '무한도전' 레슬링 경기가 말해주는 진정성이다. '무한도전'의 레슬링 경기를 보기 위해 장충체육관에 운집한 관객들이 보고자하는 것은 레슬링 경기 그 자체가 아니다. 그간 '무한도전'이 해온 과정들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그 확인 과정을 통해 레슬링은 관객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영역을 향해 늘 새롭게 도전해가는 '무한도전'을 그저 시청률이라는 숫자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도대체 온 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감내하며 1년 동안 지옥 같은 링 위에서의 연습을 어떻게 숫자 하나로 평가할 수 있을까. 그 몸의 고통스러움이 주는 지독한 진정성을 느끼면서, 바로 그것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안타까워한다면 그것은 작금의 달라진 예능을 한 가지 면으로만 바라보는데서 나온 오해일 것이다.

이제 예능은 웃음은 물론이고 리얼함이 주는 진정성을 통한 감동까지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게 되었다. 예능의 외연이 이만큼 넓어진 데는 예능이 오로지 웃음에만 집착하지 않고 형식실험을 통해 다양한 차원의 재미들을 끌어안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무한도전'의 일련의 도전들은 예능 전체가 그 수혜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도전해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알게 되었다. '어 이런 것도 예능이 되네?', 하고 말이다.

모든 도전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특히 이 도전의 과정이 갖는 가치를 그 어떤 것보다 더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도전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향해 어떻게 걸어갔느냐가 중요하다. 실패? 적어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실패란 그래서 없다. 도전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라면 실패한 과정 자체 역시 성공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이라는 도전은 그래서 실패가 아니다. 조금 떨어진 시청률로도, 또 예능 영역 바깥으로 나옴으로써 조금 줄어든 웃음으로도 '무한도전'이 1년 간 온 몸을 링 위에 던진 그 도전 자체가 주는 가치를 상쇄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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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30 10:16 pand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면서 가슴이 조마조마 했네요 위험하기도 하고 고생도 많았던만큼
    시청률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2. 2010.08.30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10.08.30 11:57 무한도전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찌질한 남자를 멋진 남자로 만드는 프로그램 같습니다.

  4. 2010.08.30 12:05 옛날무한도전은가짜구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당한 시범과 몸개그로 하면 되지
    무한도전이 무슨 국가대표선발전인줄 아나....
    이전에 무한도전 전부 몸개그였지 그게 정말 진지하게 도전한거야?
    새삼스럽게 시청률도 상관없고 진지하게 무한도전하는게
    진짜 무한도전이라니...ㅋㅋ
    옛날 무한도전은 전부 가짜 무한도전이구나...
    예능프로가 예능만 하면 되지 진짜하는 걸 바래는 놈이 웃긴 놈이지.

    • 2010.08.30 13:14 BlogIcon 악플러퇴치  댓글주소  수정/삭제

      봅슬레이,댄스스포츠,에어로빅이 모두 몸개그로 보이셨나보군요? ㅎㅎ 참...악플러들이란

      슬슬 몸사리면서 몸개그로 방송을 채웠다면 과연 무도가 아직까지 살아남을수 있었을까요? 시청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인터넷 좀 깨끗하게 씁시다

  5. 2010.08.30 19:55 ㅋㅋㅋ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대체 시청률그이상의 가치라는게 뭔가? 무도시청률잘나올때는 봐라 무도시청률이 이정도라면서 시청률로 자위하고 그러더만 시청률잘안나올땐 무도는 시청률로 평가할수없는예능이다 시청률그이상의 가치어쩌고 그러니 웃길뿐이다. 드라마나 예능이나 티비에서하는방송이란게 전부 시청률로 평가되는거지 그럼 도대체 뭘로 평가되나? 명품드라마처럼 무도를 포장하는것도 웃기다. 엊그제 프로레슬링편에서 도대체 뭐가 그렇게 감동이나 반향을 불러일으켰냐? 딱 무도빠그것도 일부 무도빠들한테만 감동어쩌고 그수준밖에 안되었다. 게다가 누가 무도는 꼭 프로레슬링해야되라면서 등떠민사람도 있었나? 지들스스로 결정해서 하는걸 가지고 우리부상당하면서 고생한다 알아달라뭐이러는것도 웃기다. 무도도 이제 그만 막내리고 다른예능했으면싶다. 요새 무한도전 너무 재미없다...

    • 2010.08.30 22:04 보기싫으면보지마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미없으면 보지마세요.
      님이 말한 시청률로 평가되면 님이 안봐주면 그만큼 시청률 떨어질테니...제발 보지마시길
      방송이 시청률로 평가된다고 당신의 인생이 불쌍할 뿐인요. 결과만 아는 당신..

  6. 2010.09.05 08:09 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한도전이 도전해온 과제들을 보며 모든 과정을 다같이 봤다면 마지막 결과물을 보는것은 도전한 사람이 제가 된 마냥 긴장이 되고 식은 땀이 날 정도로 기대가 됩니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재미로만 평가할수가 없는것입니다.
    솔직히 재미있을려면 다른 방법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예능이 꼭 재미만 있어야 하는건 아니잖습니까? 시청자들한테 감동을 주고 기쁨을 준다면 그것도 예능이될수 있는것입니다.
    제 위에위엣분 재미없으면 진짜로 보지마세요 제발 보지마세요 저도 솔직히 본방사수 안하고 다시보기나 재방으로 많이보는데 시청률이 뭐가 상관이 있나요?
    아무것도 모르면서,결과만 보면서 그 결과가 재미가 없다고 욕할것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요즘시대가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아무리 결과가 중요하다는 사람도 함께 해온 과정을 같이 겪고도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수있을까요?
    머리가 있으시면 생각을 해보시고 타당한 비판을 해주시던가요
    밑도끝도 없이 그냥 '재미없어서 싫다'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악플러들 빨리좀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7. 2010.09.05 09:48 이래서 초심을 잃지 않는게 중요하다는것이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 무한도전 초창기 프로그램 목적을 잊지 않고 아직까지 그것을 모태로 연습과 실패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까지 온것이 아닌가. kbs 모 프로그램처럼 초심을 잃고 그저 출연자들이 즐기고 노는것과는 달리 시청자를 위한 사회약자들을 위한 그런 총대를 멘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사는시대에 이런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게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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