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군백기가 있기는 한 걸까. 이도현은 지난해 8월 입대했지만 그가 찍은 작품들은 계속 쏟아져 나왔고 또 좋은 반응들을 얻었다. 영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도현은 MZ세대 무당 윤봉길 역할로 관객들을 열광케 했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3’에 신인류 캐릭터로 등장해 사실상 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게 가능했던 건 그가 입대 전 출연한 마지막 작품으로 드라마 ‘나쁜 엄마’를 찍으면서 동시에 ‘파묘’, ‘스위트홈3’까지 소화했기 때문이다. 말이 쉽지 세 작품을, 그것도 서로 다른 장르의 다른 캐릭터를 오가며 동시에 연기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일’을 한 결과는 달콤한 과실로 돌아왔다. 군대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도현이라는 배우에 대한 대중적 신뢰감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도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현재 같은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하기까지 너무나 그 기간이 짧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의 연기 필모는 약 7년 정도다. 2017년 신원호 감독이 연출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가 연기했던 이준호라는 인물의 청년 시절을 연기했다. 고교 야구선수로 주목받았지만 교통사고로 결국 꿈을 포기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특히 스포츠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청년 역할을 자주 맡은 바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야구선수였고, ‘18어게인’에서는 농구를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스포츠와 그의 이런 인연은 과거 그가 농구선수로서의 꿈이 있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그 꿈을 접고 연기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 때의 경험들이 연기에도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이도현은 ‘호텔 델루나’에서 장만월(아이유)이 좋아했던 호위무사 고청명 역할로 사극 연기에 도전하면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 후 이도현은 ‘위대한 쇼’에서 송승헌이 연기한 위대한이라는 인물의 10대 시절 역할을 했는데, 송승헌 같은 연기 베테랑의 젊은 시절을 이도현이 맡았다는 사실은 드라마업계가 그에게 가진 신뢰가 분명했다는 걸 말해준다. 주인공의 젊은 시절은 그 서사의 결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8어게인’에 와서는 드디어 이 배우의 진가가 발휘된다. 고등학생 고우영 역할로 홍대영이라는 중년 아저씨가 그 몸으로 빙의되는 판타지로, 겉으론 고등학생이지만 속은 아저씨인 역할을 잘 소화해 ‘고저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딸하고 같이 학교를 다니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래서 딸이 학교에서 하는 행동에 못마땅해하는 아빠의 모습이 슬쩍슬쩍 등장하기도 하며, 나아가 아들이 왕따를 당하는 걸 알고 이를 가만히 보지 못하는 아빠의 마음이 표현되기도 한다. 게다가 김하늘과의 멜로 연기도 들어 있었는데 이것까지도 이도현은 별다른 이물감없이 소화해냈다. 이 작품으로 이도현은 그 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받았다. 올해 ‘파묘’로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까지 받았으니 이도현은 백상에서 TV와 영화 부문 모두 신인상을 받은 연기자가 됐다.
‘18어게인’ 이후 이도현은 하는 작품마다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그 하나하나 성공시키는 놀라운 성과들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으로 크리처물에 도전했는데, 거기서 이도현이 맡은 이은혁이라는 인물은 다른 캐릭터들과는 사뭇 차별화된 존재였다. 괴물들이 여기저지 출몰하는 그린맨션에서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이 인물은 흔들리지 않는 차분한 모습으로 오히려 주목받았다. 그 흐름을 이어받아 시즌3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신인류로 부활해 돌아와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엔딩을 그려냈다.
‘5월의 청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으로 그 시대의 아픔과 더불어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소화했고, ‘멜랑꼴리아’에서는 자폐를 가진 수학 천재로 역시 임수정과의 멜로 연기를 풀어냈다. ‘18어게인’에서는 김하늘과 ‘멜랑꼴리아’에서는 임수정과의 멜로 연기로 연상연하 커플의 남자주인공 역할로 급부상한 이도현은 ‘더 글로리’로는 송혜교와의 멜로 연기를 펼쳤다. 물론 ‘오월의 청춘’에서는 고민시와 또 ‘나쁜 엄마’에서는 안은진과 멜로 연기를 했지만 상대역과의 나이차에 있어서 이도현에게는 장벽이 별로 없었다.
이 이도현이 걸어온 7년 간의 짧다면 짧은 연기 여정을 들여다 보면 그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게 느껴진다. 고등학생과 아저씨를 오가는 연기는 물론이고(18어게인), 나이 차이가 훌쩍 나는 연상과의 멜로 역할(18어게인, 멜랑꼴리아, 더 글로리)도 자연스럽게 풀어냈고, 장르적으로는 멜로에서 판타지(18어게인), 크리처물(스위트홈), 복수극(더 글로리), 시대극(오월의 청춘), 회귀물(이재, 곧 죽습니다)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영역들을 경험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을까.
두 가지 장점이 결합한 결과다. 그 하나는 이도현이 이미 갖고 있는 자질이다. 그가 가진(이것도 연습에 의해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중저음 보이스는 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신뢰감을 주고, 명쾌한 딕션은 대사전달력에 있어서 탁월한 그의 장점을 드러내준다. 또 그와 같이 작업을 한 감독들이 자주 말하는 ‘좋은 눈빛’도 빼놓을 수 없고, 입꼬리에 따라 다정하게도 보이지만 때론 악마적인 서늘함을 주는 입매도 연기자로서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질들이 힘을 발휘하게 된 건 두 번째 장점으로 꼽히는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성장이다. 매번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확장시키는 과정들이, 7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에 이도현이 이토록 급성장하게 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심지어 군복무 중에도 전혀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성장에는, 그만한 도전과 노력들이 숨겨져 있었을 테니 말이다. (글:국방일보, 사진:넷플릭스)
지난 1월 KBS ‘다큐 인사이트’에서 2부작으로 방송된 ‘지속 가능한 지구는 없다’는 환경 위기의 문제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다룬 다큐멘터리다. 2부 ‘재활용 식민지’편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불법 수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다뤘다. 값싼 플라스틱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해 시멘트를 만들고 두부를 생산하는 공장을 16살 환경운동가 니나가 방문해 그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그래서 쌓인 쓰레기들과 유해한 가스들은 인도네시아의 환경을 급속도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니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어디서 온 것인가를 확인하는데, 미국, 유럽, 호주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간 쓰레기들도 쏟아져 나온다.
썩지 않는데다 태워도 유해가스가 나오는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플라스틱 재활용이 유일한 대안처럼 제시됐고 분리수거만 잘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OECD에 의하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9%만이 재활용되고 19%는 소각되며 50%는 매립되고 22%는 통제를 벗어나 자연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 유일한 대안은 사실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일이다. 인도네시아의 니나가 자국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채워지는 걸 전세계에 폭로하고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이유다.
하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전 지구적인 위기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고, 또 그것이 지구를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게 만들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왜 우리는 이를 바꾸지 못할까. 거기에는 플라스틱에 의존해 흘러온 기존 산업들이 만만찮은 장벽으로 등장한다. 당장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선택으로 플라스틱을 전면 금지하거나 쓰지 않게 되면 이들 산업들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로는 아니지만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다는 식의 위장전술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갖게 되는 죄책감을 친환경 제품이라는 마크를 붙이거나, 재활용에 앞장서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더해 상쇄시킨다. 소비자들 역시 늘 해왔던 습관대로 소비하던 방식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누구나 다 이대로 가면 위기가 닥친다는 걸 알면서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그 변화에 다양한 이익과 손실들이 부딪치며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은 어째서 세상을 바꾸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가를 그 포스터에 담긴 문구 한 줄로 표현한다. ‘세상을 바꾼 자. 모두의 표적이 되다’가 그것이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Blood Free)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드라마는 인공 배양육이 왜 필요한가를 설득하는 BF 대표 윤자유(한효주)의 사업설명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그저 당연하다는 듯 고기를 소비하지만, 그 고기를 위해 무수한 소들이 사육되고 도축된다는 걸 마치 없는 사실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윤자유는 그 과정을 눈앞에서 입체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환경 오염 문제나, 생명 윤리의 문제 같은 것들을 인공 배양육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한다. 기업의 이름처럼 피(희생) 없이 생산된 고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대.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친환경’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움으로써 소비의 죄의식을 상쇄시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플라스틱의 사례처럼, 인공 배양육도 일종의 기만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들이 제기된다. 인공 배양육이 세균덩어리라는 소문이 떠돈다. 또한 윤자유가 사업설명을 하는 연회장 바깥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시위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든 피켓에는 ‘살인기업 BF 각성하라’라는 글귀와 더불어 ‘축산 다음 타깃은 어디?’라는 문구도 보인다. ‘식량을 위한 피’를 보지 않겠다고 주창하는 인공 배양육을 내놓은 생명공학기업에게 ‘살인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공 배양육의 탄생은 축산업자들의 도산으로 이어질거라는 것. 이처럼 세상을 바꾸려하는 일에는 만만찮은 반발과 도전이 이어진다는 걸 ‘지배종’은 보여준다.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고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뒤져 그 출처를 밝히고 그 불법적인 일들을 폭로하는 16살 소녀 니나의 외침은 너무나 합당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지만, 그 맞은 편에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전 세계의 기업들이 서 있다. 그들은 소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변화를 원하지 않고 그래서 심지어 이를 막기 위한 일들도 서슴지 않는다.
변화에는 반발이 따른다. 이건 ‘지배종’을 쓴 이수연 작가가 지금껏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일관되게 그려온 세계의 역학이다. ‘비밀의 숲’이 검찰의 부패를 척결하고 그 조직을 개혁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세력과의 대결을 그렸다면, ‘라이프’는 병원에 대한 두 관점, 즉 생명을 다루는 곳이면서 자본의 논리에서 경영되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두 관점을 대변하는 세력의 대결을 그렸다. ‘지배종’ 역시 인공 배양육이라는 근미래에 화두로 대두될 수 있는 문제를 가져와 생명윤리와 환경문제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 이면에 놓여진 기득권자와 새로운 세력 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사실 정치가 요구되는 건 바로 이러한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분쟁들을 대화와 타협으로 이끌어내는 일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보수와 진보는 그래서 잘 들여다보면 변화를 요구하는 자들과 이를 원치 않는 자들 사이의 대결구도로 등장한다. 물론 보수든 진보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어떤 타협점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라, 편가르기를 통해 상대를 무시하고 무너뜨리려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렵고 또 그 과정은 당연히 어려워야 한다. 정쟁이 아닌 진짜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다. 총선이 끝나고 민심이 드러난 현재,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자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이것이다. (글:이데일리, 사진:디즈니+)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은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가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로 문을 연다. 화면 속에서 튀어나온 소들이 설명회장 속으로 뛰어들어오는 듯한 입체적인 영상이 펼쳐지자 사람들은 신기해 하지만, 곧바로 그 소를 도축하는 끔찍한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그건 어찌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고기를 먹고 있지만, 굳이 알고 싶지는 않은 불편한 진실이다.
그걸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입체적인 영상으로 보여주는 건, 윤자유가 소개할 인공 배양육이 얼마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인공으로 배양한 고기이니 피를 볼 필요가 없다. 도축할 소들을 키워내면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이 발생시키는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실제 고기와 다를 바 없는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이 기업의 이름 BF는 ‘비프’ 즉 고기를 뜻하는 단어처럼 읽히지만 그 의미는 ‘Blood Free’다. 피(희생)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게다. 이 기업은 인공 배양육으로 물고기까지 성공시켰다며 그 고기를 맛보게 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인다.
‘지배종’이 보여주는 이 첫 도입부는 이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질 드라마가 가진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것이다. 드라마는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인공 배양육이라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그것이 바꿀 세상을 먼저 펼쳐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솔루션이 있다고 해서 세상이 진짜 바뀔까. ‘지배종’은 질문한다. 바로 거기서부터 수많은 도전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일은 이전의 세상을 바꾸거나 닫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공 배양육을 상용화해 그것이 고기를 대체하게 만들면, 지금껏 그걸 생계로 삼아온 축산업자들은 모두 도산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물고기까지 인공 배양육으로 바꾸면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 모두가 위기를 맞는다. 오래도록 이어져온 하나의 산업이(그것도 거의 원시사회부터 이어져온) 하루 아침이 사라지게 된다. 어찌 반발이 없을 수 있을까.
그래서 BF와 이를 이끄는 윤자유는 저들의 ‘표적’이 된다. 인공 배양육이 세균덩어리라는 루머가 퍼지고 연구소의 컴퓨터를 랜섬웨어로 해킹한 후 800억을 요구하는 사건도 벌어진다. 즉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진 자와 이를 막으려는 모종의 세력들과의 대결이 펼쳐진다. 하지만 위협하는 세력의 실체가 누구인지가 밝혀지지 않음으로써 드라마는 그 실체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을 작정이다.
이수연 작가는 특히 어떤 조직 내부에서 생겨난 변화에 직면해, 저마다의 욕망을 가진 이들이 그것 때문에 그려내는 ‘관계의 화학작용’을 잘 그려내는 작가다. ‘비밀의 숲’이 검찰 개혁을 소재로 그걸 그려냈다면, ‘라이프’는 병원에 다른 신념을 가진 사장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렸다. 이번에는 인공 배양육으로 상징되는 미래에 대한 어떤 선택이 그 갈등의 소재가 된 셈이다.
폭탄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후 하야할 수밖에 없었던 전직 대통령 이문규(전국환), 그 테러가 있었던 부대에서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를 가진 채 이문규의 지시에 의해 의도적으로 윤자유의 전담 경호원이 된 우채운(주지훈)은 물론이고, 랜섬웨어 해킹 사건의 범인이 내부 직원일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옴으로써 용의선상에 오른 연구소 직원들인 온산(이무생), 김신구(김상호), 서희(전석호), 전해든(박지연), 홍잎새(이서), 랜섬웨어로 BF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이익을 얻어내려는 국무총리 선우재(이희준) 등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내며 보여줄 관계의 화학작용을 기대하게 만든다.
결국 ‘지배종’은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인간의 다른 표현일 수 있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그래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선택이 마주하게 되는 도전 속에서 과연 모든 것이 통제되는(인간에 의해 지배되는) 완벽한 삶이 가능할 것인가를 되묻지 않을까. (사진: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