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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펄철 나는 김영희 PD에 대한 오해와 편견

 

지난 23일 중국에서 첫 방영된 김영희 PD<폭풍효자>1.59%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중국판으로 제작되어 돌풍을 일으켰던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런닝맨>의 첫 회 시청률이 1.4-5%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괜찮은 성적이다. 웨이보에 올라온 댓글들도 반응이 꽤 뜨겁다. 댓글 중에는 제작진들의 프로정신이 존경스럽다는 내용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거나 따뜻한 혈육의 정이 느껴져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영희 PD (사진출처:미가미디어)

이제 첫 회 방영된 프로그램을 갖고 벌써부터 섣불리 성공을 운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후배들에게 창피한 프로그램은 안하고 싶다던 김영희 PD의 얘기에는 어느 정도 만족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 흐름으로 2회에 2%를 넘기면 <폭풍효자>는 중국 내에서 대박 콘텐츠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김영희 PD의 이런 중국행과 거기서 이루고 있는 일련의 성과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은 우려가 겹쳐져있다. 사실상 중국에 가서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말 그대로 중국에서 자리를 잡은 연예인들은 이미 꽤 많이 있다. 추자현이 그렇고 박해진도 그렇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찍은 드라마로 중국에서 주목받는 게 아니다. 중국 드라마에서 맹활약함으로써 주목받은 우리 연예인들이다. 그들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김영희 PD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똑같이 중국에 가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것인데 왜 이렇게 시각차가 존재할까.

 

그것은 김영희 PD의 중국 진출이 기술력 유출 혹은 인력 유출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시각은 온당한 일일까. 기술력 유출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의 제작 노하우는 이미 포맷 수출과 함께 지속적으로 중국에 전파되어 왔다.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 그리고 <런닝맨>도 모두 리메이크 권리만 중국 측에 준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른바 플라잉 PD라는 우리네 연출자가 현지에서 제작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김영희 PDMBC 재직 시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의 플라잉PD로서 중국 후난 위성TV에 파견되어 일한 바 있다. 그는 어차피 기술력이나 제작 노하우가 전해지고 그것이 중국과 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김영희 PD가 생각한 것은 창의력이다. 기술력은 평준화되어도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창의력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인력 유출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인력은 물론 중국에서 활동하지만 그렇다고 국내를 완전히 떠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추자현이나 박해진 같은 중국 활동 연예인들이 그렇듯이 언제든 국내에서 기회가 되면 또 일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김영희 PD가 왜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활동을 하려하는 것이고, 그것이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것인가의 문제다.

 

김영희 PD는 중국 제작여건과 국내의 제작여건이 너무나 다르다고 말한다. 중국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사들의 위상이 방송사와 거의 대등하다. 어떤 면에서는 저작권자가 가장 대우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는 외주 프로덕션이 방송사에서 편당 얼마의 돈을 받아 프로그램을 납품하고 방송사가 광고 수익을 전부 가져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지만, 중국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제작사가 심지어 광고까지 수주해 그 수익을 방송사와 나누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네 프로덕션들이 방송사의 횡포에 의해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구조다. 제작자로서 김영희 PD가 중국이라는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는 건 바로 이런 다른 환경이 그 첫 번째다.

 

또한 중국시장은 우리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들어와 저마다의 글로벌 콘텐츠를 실험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성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희 PD도 마찬가지다. 그가 이번에 제작한 <폭풍효자>의 저작권은 고스란히 김영희 PD에게 있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성공하면 오는 4월에 칸느에 가져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희 PD가 꿈꾸고 있는 건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다. 그는 중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꿈꾸고 있었다.

 

워낙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PD였던 탓에 그가 중국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에는 그만큼의 오해와 편견들이 있다. 마치 한류를 국가 대항전처럼 여기는 시각이 거기에는 깔려 있다. 우리 것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우리가 이러다가 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관점이 들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국가를 드러내는 건 지난 번 쯔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김영희 PD는 바로 그 글로벌 시대를 위해서라도 중국이라는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로 이런 변화 속에서 국가주의에 발 묶여 수구적인 자세는 오히려 우리네 콘텐츠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런닝맨> 부활의 실마리, 게임 상황에 현실을 가미하면

 

SBS <런닝맨>상속자 게임은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해왔던 게임과는 사뭇 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었다. 룰은 간단하다. 3층으로 된 대저택 더 하우스에 장판으로 구획된 땅을 게임을 통해 뺏고 빼앗는 것. 어린 시절 운동장 한 켠에서 땅따먹기게임을 해본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것을 한 저택으로 옮겨왔다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단순한 게임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하지만 게임이 단순하다고 해서 그 재미 또한 단선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런닝맨>은 이 게임에 자신들만의 특기인 일종의 상황극적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집안에 구획된 공간에 색색의 장판으로 자기 땅(?)을 표시한 멤버들은 그 땅을 타인이 지나갈 때마다 런닝맨 머니를 요구했다. 처음 이름표 떼기 달리기로 땅의 넓이가 정해져 버린 멤버들은 땅 부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어져 누군가는 가만 앉아서도 통행료를 벌어가는 반면, 누군가는 부엌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도 통행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유행하기도 했던 금수저 흙수저 게임처럼 상속자 게임에는 그저 게임일 뿐이지만 그 룰과 보상에 의해 현실적인 뉘앙스를 갖는 면들이 생겨났다. 만일 모두가 함께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자유롭게 왕래하며 멤버들이 공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상속자를 뽑는 승자 독식의 룰 구조는 서로 뺏고 뺏기는 게임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집문서를 뺏긴 자들은 빼앗은 자들의 노예가 되기도 했다.

 

상속자 게임이 특이했던 건 지금까지 <런닝맨>이 해온 무의미해 보이는 게임과는 사뭇 다른 무언가 현실을 닮아있는 게임 자체의 룰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그 안에서 멤버들은 서로 돕기도 하고 배신을 하기도 하며 한때는 누군가의 종처럼 지내다가 곧 그가 모든 걸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다른 주인에 따라 붙는 모습으로 <런닝맨> 특유의 상황극적인 웃음을 만들어냈다.

 

게임과 상황극이 주는 재미. 이것은 그간 <런닝맨>이 줄곧 추구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거기 붙어 있는 어딘가 현실을 환기시키는 풍자의 뉘앙스는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 부분은 지금 현재 <런닝맨>이 오래도록 여러 게임들을 거듭해오면서 잃고 있던 것들이다. 즉 게임이 그저 게임으로 끝날 때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 놀이 같은 단순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저 즐기면서도 한 번 정도는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둑이나 장기 같은 게임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시공간에서도 계속 사람들을 빠져들게 했던 건 그것이 단순한 게임 이상의 우리네 인생이나 인간사를 축소해놓은 듯한 뉘앙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게임을 고안해 보여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네 현실을 살짝 입히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게임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이번 상속자 게임은 보여주었다.

 

많은 이들이 <런닝맨>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초창기 <런닝맨>은 게임 예능의 진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이름표 떼기나 스파이 콘셉트 같은 우리가 현실에서 목도하던 생존과 배신의 문제 같은 것들을 게임의 룰로서 포착해내고, 때로는 패러디를 통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런닝맨>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의미 없는 단순한 게임의 반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결국 너무 아이들 게임 같은 느낌으로 가벼워진 것이 <런닝맨>이 어려워진 이유였다면, 이제 상속자 게임이 보여준 것처럼 게임 상황에 현실적인 뉘앙스를 살짝 가미해보는 건 어떨까. 의외로 이것은 <런닝맨> 부활의 실마리가 되어 줄 지도 모른다



Posted by 더키앙

유재석과 <런닝맨>, 상 받고도 절치부심한 까닭

 

“2016년 동시간대 1위 꼭 해내겠다.” <SBS 연예대상>에서 김병만과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이례적으로 이런 각오를 내보였다. 연말 연예대상에서 늘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대상을 받아서 기쁘기는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는 내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어서인지 거기서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SBS 연예대상(사진출처:SBS)'

유재석의 대상에 앞서 <런닝맨>시청자가 뽑은 최고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임형택 PD는 기뻐했지만 역시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내년에 대한 각오를 털어놨다.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고, 상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SBS 연예대상><런닝맨>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지석진이 우수상을 받았고, 송지효과 개리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중국 소후TV에서 생중계됐던 만큼 <런닝맨>에 대한 관심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석진은 중국노래를 불러 팬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관심도 지대했고 최고의 상도 받았으나 정작 임형택 PD나 유재석이 절치부심하는 모습은 보인 건 왜였을까. 중국판 <런닝맨>이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예능 한류의 새로운 길을 트고 있는 반면, 국내의 <런닝맨>은 과거의 영광에 비해 소소해진 까닭이다. 유재석이 동시간대 1의 각오를 다질 만큼 시청률도 뚝 떨어졌고 화제성 역시 많지 않은 편이다.

 

<런닝맨>이 이렇게 된 건 초창기 시도했던 다양한 게임 도전이 어느 순간부터 게스트를 초대해 벌이는 단순한 게임의 반복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셜록>을 끌어와 시도했던 추리 게임이나, 초능력자 콘셉트로 의외의 재미들을 만들었던 초능력 게임들은 굉장한 화제를 만들었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낯설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마니아적인 느낌을 벗어나려 했던 것이 <런닝맨>이 평이해진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는 사이 <런닝맨>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무한도전>의 한 지류라고 할 수 있는 추격전 콘셉트를 가져와 무한 게임 도전이 될 것 같았던 <런닝맨>은 야외에서 벌이는 그저 그런 소소한 게임 예능으로 전락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중국에서 <런닝맨>이 화제가 되지 않았다면 폐지될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인기는 국내의 <런닝맨>을 되살려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되었다. 최근 들어 <런닝맨>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00 vs 100’ 특집처럼 인해전술을 써보기도 하고, <무한도전>에서 실패했던 좀비특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추억의 <X>을 소환해와 <런닝맨>과 콜라보레이션하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의 <SBS 연예대상>의 유재석, 김병만 공동수상은 초유의 결과라는 점에서 당사자들도 또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둘 다 받을만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둘 다 준 건 무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공동수상은 상을 받아도 찜찜해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SBS 입장에서 보면 공동수상에 그만한 노림수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MBCKBS에서 모두 대상을 받지 못한 유재석이 SBS에서 대상을 받았고, 그가 내년의 각오로써 화답했다는 건 의미가 깊다. 또한 김병만은 그간 <정글의 법칙>으로 해온 독보적 행보는 물론이고 <주먹 쥐고 소림사>에 이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격려로서 대상의 의미는 충분했다 여겨진다. 결국 SBS 연예대상의 공동수상은 무리를 하면서도 이 두 사람을 전면에 포진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건 지금껏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던 유재석의 절치부심이 과연 내년에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는 과연 각오를 다진 대로 동시간대 1위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 또 주춤해진 관심을 다시 새로운 시도들로 끌어 모을 수 있을까. 내년의 <런닝맨>과 유재석의 행보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Posted by 더키앙

<무도>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던 <런닝맨> 좀비특집

 

SBS <런닝맨>좀비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의 레전드로 남은 망작 좀비특집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런닝맨> 측은 아예 이 <무한도전>이 실패했던 좀비특집<런닝맨>이 다시 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비교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런닝맨> 좀비특집은 <무한도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시기와 지금은 그 예능의 환경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고, <런닝맨><런닝맨> 나름의 특성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당시만 해도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좀비가 출몰한다는 그 자체는 상황극일 수 있지만 그 안에 투입된 출연자들의 행동은 전혀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니라 리얼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예능이 지켜야할 룰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참을 달려와 이제 한편에서는 리얼리티쇼가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콩트적인 상황극이 재미로 만들어지는 지금, 이런 리얼과 가상의 경계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졌다. 그것이 상황극이든 아니면 리얼 그 자체이든 목표만 분명하면 된다. 즉 웃음이든 긴박감이든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100% 리얼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런닝맨> 좀비특집이 흥미로웠던 지점은 바로 이 상황극과 리얼 사이에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끌어안을 수 있는 그 여유였다. 건물 안에 감염된 좀비들과 그들 속에 숨어있는 시민들을 구출하는 런닝맨들의 활약은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그려진다. 게임은 가상이지만 그 게임을 하는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의해 결론이 달라지는 건 리얼이다.

 

처음에는 좀비들이 득시글대는 그 곳이 마치 귀신의 집체험을 하듯 그 무시무시함과 그로인해 벌어지는 호들갑으로 웃음을 주지만, 차츰 좀비들과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긴박감이 생겨난다. 그러다 역시 게임스타터인 지석진이 좀비가 되면서 좀비들 사이에 왕코를 연호하게 만드는 장면이나 그 지석진의 좀비 분장과 연기를 웃으며 스마트폰에 담는 광수의 모습은 하나의 상황극 코미디에 가깝다.

 

즉 적당한 선에서 <런닝맨>은 상황극의 가상으로 빠져나와 웃음을 주다가, 또 게임에 집중하면서 리얼한 리액션의 재미를 선사한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방식은 쉬워보여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즉 상황극을 하려고 했는데 리얼 반응을 하게 되면 웃음은 사라지게 된다. 과거 <무한도전> 좀비특집이 그 거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만에 망하게 된 까닭은 박명수가 어떤 상황극이 아니라 극도로 리얼한 반응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런닝맨>이나 <무한도전>처럼 꽤 오래도록 서로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좀비특집같은 상황극과 리얼을 넘나드는 형식은 소화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쉬지 않고 5년 넘게 달려오면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가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출연자들의 리액션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좀비특집 같은 특유한 게임이 가능해진다. 그간 배신의 아이콘이었던 광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좀비가 되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능력자 김종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비들조차 그를 피하려 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만들어진다.

 

물론 <런닝맨> 좀비특집은 거창한 시작에 비해 조금은 평이한 결말로 감으로써 아쉬움을 남겼지만 또한 그 시도가 어떤 가능성을 찾아낸 것만은 분명하다. 즉 그간 게스트를 초대해 비슷비슷한 게임만 반복하는 방식은 <런닝맨>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좀비특집처럼 가상과 리얼을 넘나드는 게임은 <런닝맨>이 아니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런닝맨>이 어떤 정체된 모습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유의 독자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런닝맨> 좀비특집은 따라서 더 정교해져야 하는 숙제를 남겼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만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PD시대로 바뀐 예능, 그래도 유재석이다

 

9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연말을 맞아 조사한 올해를 빛낸 개그맨’ 1위에 유재석이 올랐다. 올해만이 아니라 4년 연속 1위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3%가 유재석을 꼽았다고 한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물론 개그맨을 뽑는 것이니 그 중에서 유재석을 넘어설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유재석은 매년 해왔던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단 두 차례(2010년 강호동 2011년 김병만)를 제외하고 전부 1위를 차지해왔다. 심지어 2010, 2011년에도 유재석이 단 몇 프로 차이로 2위에 랭크되어 있으니 사실상 거의 매년 부침없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유일한 개그맨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띠는 건 2위에 이국주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4위에 김준현(SNL코리아), 6위에 정형돈(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 7위에 박나래(코미디빅리그), 9위에 신동엽(SNL코리아, 마녀사냥, 수요미식회)이 나란히 들어 있어 예능에서 지상파보다 비지상파(tvNJTBC)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된 건 다분히 과거 스타 MC 파워에서 이제는 스타 PD 파워로 예능의 지분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상당부분 드러내는 일이다. 비지상파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대거 비지상파로 거처를 옮긴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유재석도 강호동도 어떤 PD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있다. 그들이 최근 나란히 JTBC 예능의 문을 두드린 건 이런 변화를 잘 말해준다.

 

중요한 건 이처럼 스타 MC 시대가 저불고 대신 스타 PD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의 존재감이 그 어떤 개그맨들보다 강렬한 한 해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았던 <무한도전>에서도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든 <런닝맨>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스타MC들의 새로운 위치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통해 이제 지상파와 다름없는 비지상파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게 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유재석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졌던 장면들은 <런닝맨><무한도전>에서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출연자들을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하나하나 배려해가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그 놀라운 진행 능력이었다. <런닝맨> ‘100 vs 100’ 특집은 무려 200명이나 되는 출연자들이 체육관에 모여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는데, 자칫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템을 유재석은 발군의 진행능력으로 살려냈다. 또 방송국 PD들을 잔뜩 모아놓고 했던 <무한도전> ‘무도드림자선 경매쇼에서도 이런 유재석의 진행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확실히 스타 MC의 파워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재석은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10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20을 보여주는 격이다. 그를 유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저 허명만이 아니라는 걸 그의 올해 남다른 도전이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런닝맨>,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라면

 

<런닝맨>이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확인되려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100 vs 100’ 콘셉트로 시도된 지지난 번 아이템은 실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그 새로운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배우, 씨름선수, 프로레슬러, 유도선수, 태권도단으로 꾸려진 100명의 적수들과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모은 친구들과 100명이 대결을 벌인다는 시도는 금세 그것이 엄청난 혼돈을 가져온다는 걸 보여줬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지 않았다면 자칫 어려운 손님들을 모셔놓고 병풍들만 잔뜩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유재석은 역시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하지만 이 ‘100 vs 100’ 콘셉트는 확실히 지금껏 <런닝맨>이 해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들어있었던 게 사실이다. 늘 해왔던 패턴들인 게스트가 출연하고 그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모이게 되자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런닝맨> 패턴 안에서 점점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가장 큰 건 게스트 홍보성 프로그램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이런 시각 안에서 이들이 벌이는 놀이 한 판은 저들만의 놀이가 되어버린다.

 

물론 이미 중국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온 <런닝맨>이 게스트를 데려왔을 때 홍보는 어쩔 수 없는 따라붙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홍보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대상에게 이뤄지는 것과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초빙해 그 후광효과를 가져가려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타들 역시 방송을 통해 홍보효과가 있으니 윈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방송사 좋고 스타들 좋은 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웃찾사> 팀과의 개그 레이스 미션은 그 게스트가 알게 모르게 고생하는 개그맨들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100 vs 100’처럼 이번 콘셉트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웃찾사>의 개그맨들의 면면들을 한바탕 함께 어우러지는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나아가 그들의 고충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 <런닝맨>이 그저 그 패턴의 반복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갖게 된 위치만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놀이와 웃음보다 먼저 <런닝맨>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런닝맨>이 초창기에 보였던 많은 모습들은 일과 놀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일터로만 여겨지는 공간에서 이름표 떼기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틀을 어느 정도 깨버리고 제 위상을 세운 <런닝맨>이 해야 될 일은 놀이가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들이 아닐까.

 

힘겨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웃음을 잃고 감히 놀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이 실로 많을 것이다. <런닝맨>은 이제 그런 사람들과 그런 공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잘 나가는 스타 연예인들을 데려와 그들끼리의 놀이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참 멀리도 달려왔지만 <런닝맨>은 아직도 달리지 않은 곳이 더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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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이토록 놀라운 유재석의 게스트 대응이라니

 

만일 유재석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런닝맨> ‘100100 레이스는 액션배우, 프로레슬러, 씨름선수, 유도선수, 태권도단 이렇게 다섯 부류 각 20명씩 총 100명과 <런닝맨>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93명을 섭외해 구성한 총 100명이 대결을 벌이는 아이템을 시도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기획은 실로 창대했다. 각 인물군들이 20명씩 등장해 저마다 강력한 액션을 선보이고 그걸 본 <런닝맨> 출연자들이 잔뜩 긴장하고 심지어 경악하는 모습은 이 날의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곧 이 아이템이 가진 무리한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런닝맨> 출연자들이 스스로 섭외해 속속 모여드는 그 많은 게스트들을 콘트롤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 것. 당연한 일이지만 게스트는 한 명만 나와도 그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 스무 명이 차례차례 모이고 그 후에 계속 게스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50명 가까운 인원이 채워지자 <런닝맨> 출연자들은 한없이 미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사적인 친분으로 찾아오긴 했지만 방송에 나오는 시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어떤 인물은 잠깐 얼굴을 비춘 후 병풍이 되어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느님이 있었다. 유재석은 재차 모여 준 게스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짧아도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단 몇 초 몇 분에 불과한 대화지만 그 속에서도 게스트들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유재석이 살려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배가 있는 장정구 같은 전 챔피언을 살뜰히 챙기는 건 물론이고 힙합 느낌이지만 의외로 트로트를 부르는 마아성 같은 예능 새얼굴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하하가 초대한 홍대 피플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김광규에게는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웃음을 주었다.

 

물론 난점은 계속 생겼다. 새로 온 게스트들을 소개하고 있자면 처음에 일찍 왔던 게스트들이 잊혀지게 됐던 것. 유재석은 그 부분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처음에 왔던 유이가 뒤쪽 구석에 앉아 있는 걸 굳이 거론하고, 새로 온 게스트들이 웃음을 줄 때면 뒤쪽에 앉은 게스트들 역시 즐거워하신다며 그 분위기에 동참시켰다.

 

그러면서도 유재석은 게스트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단속하는 모습으로도 웃음을 주었다. 중간에 게스트가 화장실에 가 자리가 빠져있는 걸 발견하고는 <런닝맨> 출연자들에게 감시를 시켰던 것. 물론 그건 웃음을 주기 위한 멘트였지만 아마도 게스트들은 거기 담긴 유재석의 양해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무리한 아이템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재석이 있어 그 무리한 아이템이 지금껏 보지 못한 놀라운 진풍경을 연출할 수 있었다. 이미 토크쇼 등에서 출연한 게스트들을 살뜰히 배려하고 캐릭터를 잡아내는 능력을 발휘해왔던 유재석이었지만 그가 이 정도의 능력자라는 걸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러니 모두가 기꺼이 유재석의 게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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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배워야할 <12> 게스트의 정석

 

게스트의 정석이 있다면 아마도 이번 <12>에 출연한 추성훈과 김동현이 아닐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간 김준호의 빈 자리를 채우러 온 추성훈과 다리를 다친 김주혁의 대타로 온 김동현은 게스트라는 느낌 없이 <12>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아니면 두 사람의 타고난 예능감 때문일까. 두 사람의 출연은 잠시 자리를 비운 김준호를 긴장시킬 만큼 빈 구석이 전혀 없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추성훈의 장점은 그저 표정 하나, 근육 하나를 통해서도 느껴지는 위압감에서부터 나온다. 본래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는 건 손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추성훈이 하면 그건 거의 힘으로 해내는 일이 된다. 실제로 숟가락을 휘어버리는 괴력을 보여주고, 뚜껑을 따다가 잘 안되자 그냥 힘으로 뜯어내는 듯한 그 장면은 그 단순한 병뚜껑 따기를 대단한 볼거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유호진 PD가 복불복 미션의 룰을 설명하면 그러려니 하는 게 아니라 ?”하고 반문함으로서 제작진을 후덜덜하게 만드는 이 남자. 의외로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다. 부엌에서 오믈렛을 만드는 모습에서 그게 여지없이 느껴진다. 그러니 그 터질 듯한 근육으로 짐승 한 마리쯤은 때려잡을 것 같은 손이 프라이팬을 돌릴 때는 여지없는 미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추성훈과 함께 후배 격투기 선수인 스턴건 김동현이 자리한 것 역시 신의 한수가 아닐 수 없다. 추성훈의 명령이면 뭐든 다 할 것 같은 김동현은 역시 격투기 선수답게 날랜 순발력과 힘을 갖고 있지만 하는 행동은 어딘지 어리버리한 김종민과 동격이다. 역시 여러 차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김동현은 웬만한 예능인들 이상의 감을 보여준다. 김종민과 함께 가마솥에 쌀도 넣지 않고 열심히 불을 때는 모습은 의외로 빈 구석 많은 이 예능 파이터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사실 게스트는 잘 쓰면 득이지만 잘 못쓰면 독이다. 득이 되는 게스트란 늘 고정적인 멤버들 사이에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을 말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득이 되는 게스트도 반복적으로 투입되다보면 그것 역시 하나의 상투적인 일이 되어버린다. 최근 <런닝맨>이 빠진 늪이 이것이다. <런닝맨>의 게스트 투입은 게스트들이 제아무리 잘 해도 이제 그들의 홍보성 출연 같은 상투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추성훈과 김동현의 출연은 그런 점에서 보면 전혀 게스트 같지 않았고, 또한 김준호의 빈 자리를 채우고 김주혁의 깍두기 역할을 해준다는 명분도 확실했다. 그러니 사실상 게스트라고 해도 시청자들에게는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오지로 들어간 <12>의 선택은 이 두 격투기 선수들이 갖고 있는 야생적인 이미지(게다가 허당의 웃음까지)와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뭐든 상투성을 갖게 되거나 혹은 매너리즘을 보이게 되는 건 예능에서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게스트 활용은 프로그램의 이야기에 변수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자극제지만 그것이 너무 반복적으로 비슷비슷한 패턴을 갖게 되면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현재 게스트 출연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런닝맨>은 여러모로 <12>의 게스트 활용법을 한번쯤 참조할 필요가 있다. 고정이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준호를 위협하는 게스트라니.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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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샤킬 오닐, 이 비현실적 조합의 성취

 

저거 합성 아냐? 아마도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보던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학교, 그것도 우리네 고등학교에 거구의 샤킬 오닐이 학생복을 입고 등교하고 있는 풍경이라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사진출처:JTBC)'

학교는 단박에 난리가 났다. 시청자들에게도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보이는 거구의 사나이가 성큼성큼 교문을 지나 들어오고 있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에게 샤킬 오닐은 낯선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를 느끼는 데는 아무런 시간적 장벽도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거구의 사내는 자신을 보고 환호해주는 학생들을 향해 하이파이브 주먹을 내밀며 자신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거구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조금 떨어져 따라오던 학생들은 그에게 달려나와 서로 그 주먹을 툭툭 건드리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실 샤킬 오닐이라는 존재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나오는 장면은 중년들에게 특히 각별한 느낌을 줬을 것이다. 샤킬 오닐이 누군가. 과거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과 함께 NBA 붐이 국내에 한참 불었을 때 엄청난 존재감으로 나타났던 닉네임 그대로 샤크가 그가 아닌가. 우악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그의 덩크슛에 농구대가 종잇장처럼 찢어져 나가는 장면을 보며 환호했던 그들이다.

 

아마도 당시 고등학생이었을 중년들의 눈에, 샤킬 오닐이 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풍경은 순식간에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았다. 이제 그 샤킬 오닐이 우리네 고등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도무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열광의 존재가 우리 옆에 앉아 말을 건네는 듯한 장면은 자꾸만 생각해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샤킬 오닐을 가까이에서 보자 의외로 귀여운 모습이다. 잠깐 보여진 모두들 안녕 나는 샤크야라고 인사하는 장면 속에서 샤킬 오닐은 마치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한 얼굴이었다. 물론 언어의 벽이 있지만 흥 많기로 소문난 그의 노래와 녹슬지 않은 농구실력은 그 벽을 쉽게 허물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샤킬 오닐의 조합은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판타지를 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그를 기억하는 중년들에게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주는 복고적인 감성에 더욱 빠져들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기획의 승리다. 샤킬 오닐이 만일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 나왔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이미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다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프로그램 속으로 성큼 성큼 들어오는 샤킬 오닐의 모습은 바로 그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시선과 감성을 잡아끈다. 특히 그에 대한 기억이 남다를 중년들에게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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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놀라운 김종국과 예능의 인연

 

이 정도면 연기를 해도 괜찮을 듯싶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김홍순 PD로 출연하고 있는 김종국 얘기다. 사실 그간 예능에서 활약해온 그지만 연기 도전은 거의 없었다. 권칠인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 까메오로 출연했던 것이 유일한 연기 도전이라면 도전이었으니 말이다.

 

'프로듀사(사진출처:KBS)'

그랬던 그가 <프로듀사>에서는 의외의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김홍순 PD는 프로그램 보다는 윗사람 눈치 보기와 의전으로 승부를 보려는 PD. 운동회 축구대회에서 국장이 몰고 가는 길을 터주기 위해 상대편이면서도 자기편 사람들을 밀어내는 적극성(?)을 보이는 인물. 그 큰 덩치와 걸맞지 않게 소심한 모습은 이 캐릭터가 가진 웃음 포인트다.

 

연기력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전혀 이 김홍순 역할에서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김종국이 꽤 괜찮은 몰입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것은 김종국에게 딱 맞춤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박지은 작가의 마법이기도 하다. 김종국 하면 떠오르는 게 덩치지만 그의 창법은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김홍순이란 캐릭터의 대부분은 김종국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에서 상당부분 구축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국은 김태호 PD를 연기하는 박혁권과 짝을 이뤄 <프로듀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송국 서열의 이야기를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것이 웃음을 주는 것은 어딘지 프로듀서라고 하면 다른 직업과는 다를 것이라 여기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은 여느 직장인들과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보다는 인간관계에 치중하고, 도전하기보다는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모습.

 

김종국이 <프로듀사>에 출연한 것은 기획적으로 보면 중국을 염두에 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중국에서 반응이 열광적인 건 이 드라마에 중국 한류스타 서열 1,2위가 모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1위가 김수현이고 2위가 김종국이다. <런닝맨> 중국판이 만들어지면서 초반에 거기에서 함께 뛰었던 김종국에 중국 팬들은 열광했다고 한다. 그의 든든한 능력자 이미지는 그가 유재석보다 중국에서 더 어필되는 이유다.

 

하지만 <프로듀사>의 김종국은 단지 기획적으로 들어가 있는 구색이 아니다. 그는 이 드라마의 한 부분을 분명히 잘 소화해내고 있고, 그것은 어찌 보면 이 드라마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왜 프로듀서가 아니라 프로듀사인가. 박사, 의사 같은 권력적인 직업처럼 여겨지지만 그 프로듀서들은 사실 신입부터 관리자들까지 보통의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 직업에 대한 강박과 편견을 깨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래서 김홍순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김종국은 예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인기가수로서 맹활약했지만 그 후로 김종국은 줄곧 예능에서 그 근육을 키워왔다. <X> 시절 윤은혜와의 미묘한 캐릭터 관계로 주목받더니 <패밀리가 떴다>에서 확고한 자기 캐릭터를 세웠고 이어 <런닝맨> 능력자로 중국 한류스타로까지 등극했다. <프로듀사> 역시 예능국 PD 이야기를 다루는 예능 드라마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김종국과 예능의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김종국은 이번에도 <프로듀사>를 통해서도 확실한 자기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미 어느 정도는 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웬만한 연기자들만큼 충분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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