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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가족>이 보여준 박명수의 예능 적응력

 

격변기는 누군가를 영웅을 만들기도 하지만 또한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기도 한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한때 예능을 이끄는 2강 체제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리얼 버라이어티와 리얼 토크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부터였다. 지금은 이 트렌드가 고개를 숙이고 대신 리얼리티쇼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용감한 가족(사진출처:KBS)'

이 변화에서 강호동은 적응하지 못했다. 리얼리티쇼 형식에서 진행형 MC는 불필요하다. MC 같은 비일상적 존재는 리얼리티쇼의 핵심일 수 있는 일상의 진정성을 보여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재석 역시 리얼리티쇼에는 적응하지 못한 존재다. 그는 여전히 MBC <무한도전>SBS <런닝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캐릭터 쇼를 진두지휘한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그의 실제 삶이 주는 진정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재석의 리얼리티쇼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성실한 일상이 진짜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굳이 리얼리티쇼가 필요 없는 존재다.

 

격변기를 두고 볼 때 유재석이나 강호동보다 더 잘 적응하고 있는 인물은 유재석에 가려 만년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박명수다. 박명수는 과거 콩트 코미디 시절부터 자기만의 캐릭터를 갖고 있었고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가 되자 유재석과 함께 <무한도전>을 통해 그 중심에 섰다. 가수가 예능을 하고 예능인이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하는 연예인의 멀티 플레이어화가 진행됐을 때도 박명수는 자신의 장기인 노래를 잘 살려 가수는 물론이고 프로듀서, 작곡자의 입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박명수가 이제는 리얼리티쇼에도 뛰어들었다. KBS <용감한 가족>에서 귀차니스트 삼촌으로 등장한 박명수는 라오스 콕싸앗 소금마을에서는 박주미와 가상 부부 역할을 하면서 점점 그만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의 리얼리티쇼 적응기가 결코 호락호락했던 건 아니다. 계란을 실수로 떨어뜨린 설현의 머리를 밀쳤다는 논란을 통해 박명수는 리얼리티쇼의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렀다.

 

처음에는 그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늘 보이던 상황극 설정을 보이는 듯 했으나 차츰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쁜 남자 이미지로만 있던 그가 때로는 상남자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고, 때로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박주미와의 가상 부부 설정도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용감한 가족>의 콘셉트는 이문화 체험과 적응이 갖는 힘겨움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가족 간의 관계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당연히 가족관계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갈등도 있고 또 화해의 순간들도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유사가족의 화학작용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 리얼리티쇼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박명수는 이 관계의 화학작용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물이 되고 있다. 부적응자처럼 보였던 초창기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가상 아내 박주미를 향한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격변기에서의 적응력이나 생존력은 박명수가 유재석이나 강호동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제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리얼리티쇼에도 완벽 적응한 모습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는 만년 2인자였던 박명수. 하지만 지금은 자기만의 나쁜(?) 매력을 대중들에게 여지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예능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중국판 <런닝맨>의 승승장구와 유재석의 아우라

 

최근 만난 중국 관련 방송 콘텐츠 사업을 하는 한 예능작가는 중국 내 <런닝맨>의 승승장구를 얘기하면서 유재석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에 불고 있는 예능 한류 속에 유재석의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을 수위에 올려놓고, 중국판 <런닝맨>에도 직접 참여한 조효진 PD는 애초에 <런닝맨>의 리메이크 제안이 중국쪽에서 한참 들어올 때 난색을 표했던 가장 큰 이유로 중국에는 유재석이 없다는 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만큼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걸 조효진 PD는 실감하고 있었다.

 

이것은 중국 내에서 <런닝맨>의 리메이크를 두고 반대했던 중국인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제 아무리 비슷하게 판을 짜고 <런닝맨>을 중국판으로 만든다고 해도 원작이 가진 재미를 따라오기 힘들 거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런닝맨>이 실상은 캐릭터 게임에 가깝고 따라서 그 캐릭터들을 대체할만한 중국측 인물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재석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본인도 그 안에서 뛰면서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잡아주기도 하는 그런 역할을 과연 중국판 <런닝맨>에서는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역할을 맡은 인물이 중국판 <런닝맨>의 리더인 덩차오다. 덩차오는 중국 내에서 톱클래스 배우이자 영화감독. 잘 생긴 외모와 달리 평상시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줘 친근함을 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효진 PD에 의하면 덩차오는 유재석에 대한 존경심을 자주 드러냈고 또 이런 상황이면 유재석은 어떻게 행동했을까하고 수시로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유재석에 대한 인기는 <X> 시절부터 알려져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를 거쳐 <런닝맨>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판 <런닝맨>에 유재석이 참여하면서 그 관심도가 급상승한 것은 그에 대한 중국 내 인기를 잘 보여준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유재석에 이런 호감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국내에서 유재석이 인기 있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가 가진 재치나 입담,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카메라 안과 밖이 똑같은 그 성실하고 반듯한 인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캐릭터와 실제 출연자의 모습을 오버랩시켜 인성조차 프로그램의 재미로 이끌어낸 이후로,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의 진짜 모습에 주목해왔다. 가식이 아닌 진심이 드러나는 이른바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던 것. 최근 관찰 카메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런 진정성의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리얼 예능의 특징 때문에 예능 한류는 재능보다는 출연자의 인성에 더 주목하는 면이 생겨났다. 중국내 유재석의 인기는 바로 이런 진짜 모습을 담아내려는 우리네 예능 트렌드와 유재석이라는 성실의 아이콘이 만나 생겨난 일이다. 그런 면으로 보면 유재석은 인성까지도 한류로 만든 인물이 아닐까 싶다.

 

Posted by 더키앙

예능프로그램, 시즌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MBC <아빠 어디가>는 중국의 리메이크판 <빠빠취날>로 말 그대로 열풍을 만들었다. 1% 시청률만 해도 대박이라는 중국 방송가에서 이 프로그램은 무려 4%의 평균 시청률을 냈다. 중국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빠빠취날>을 화제로 올릴 만큼 이 프로그램의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정작 원본인 우리의 <아빠 어디가>는 어떨까. 13%까지 나가던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5%대까지 떨어졌다. 위기론이 불거졌고 심지어 폐지론까지 나왔다. MBC측은 출연자를 교체하고 포맷을 대폭 바꿔 시즌3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이의 연령대를 낮추고 일상의 육아를 다룸으로써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을 다분히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SBS <런닝맨>은 중국판 <달려라 형제>가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5주 연속 주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이 가공할 프로그램은 중국 50개 도시 기준 평균시청률 2%, 분당 최고 시청률은 무려 7%를 기록했다. 현재 중국 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한 <달려라 형제>는 한 달 간 벌어들인 수익만 무려 5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런닝맨>은 어떨까. 9% 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정적이지 않고 들쭉날쭉하기 일쑤인데다, 화제성면에서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힘이 빠진 모양새다. 물론 이런 본격 게임 예능이 꾸준히 이렇게 오랜 시간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매주 반복되면서 비슷비슷해진 게임 형식은 시청자들에게 매번 참신함을 선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에서는 펄펄 날고 있는데 왜 정작 여기서는 점점 힘이 빠지고 있을까. 이것은 <아빠 어디가><런닝맨>만의 사정이 아니다. 최근 부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는 MBC <나는 가수다> 역시 중국에서는 매 시즌 화제와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지만 우리는 심지어 폐지됐었던 프로그램이다. 어째서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제작방식에서 비롯된다. 우리네 포맷을 가져가 리메이크한 중국 예능들은 모두가 시즌제로 제작된다는 것이 우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는 실로 거대한 차이를 보인다. 최근 MBC<나는 가수다>를 부활시키면서 시즌제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여러모로 중국판 <나는 가수다>로부터 오히려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은 시즌제로 끊어가지 않으면 무한반복의 패턴에 묶여 점차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일정 기간의 휴지기를 두고 새로운 인물을 구성해야 그 효과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빠 어디가><런닝맨>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매 주말 저녁마다 지속적으로 달려온 이들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제작방식과 형식 때문에 지쳐버린 면이 있다. 이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나영석 PDKBS를 나오게 됐던 이유를 밝히면서 쉼 없이 무한반복되는 제작방식의 문제점을 거론한 바 있다. 방송사는 이익을 위해 그렇게 매주 방송되기를 원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PD들은 그렇게 하면 소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영석 PDCJ로 이적해 승승장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래서 그의 프로그램들이 시즌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가 <꽃보다>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킨 힘 중 하나는 시즌제라는 구성 덕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제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화제가 될 만큼 창의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런 창의적인 포맷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은 방송가에 전혀 갖춰지지 않고 있다. 그저 잘 나갈 때 모든 걸 빼먹는지금 같은 제작 방식은 제작자들의 소모 속도만 빠르게 할 뿐이다. 그것은 당장은 수익이 되도 미래에는 오히려 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안으로서 시즌제가 요구되는 건 그 휴지기가 바로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간 중간의 휴식은 제작자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Posted by 더키앙

이승철 입국거부, 왜 일본의 자충수일까

 

저도 송일국씨의 귀여운 세쌍둥이 이름을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 이승철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지난 9일 아내와 함께 일본 지인의 초대로 하네다 공항에 내렸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출국사무소에 4시간 가량 억류된 후 국내로 돌아온 후의 심경이었다.

 

'이승철의 독도공연(사진출처: 진앤원뮤직웍스)

소속사측이 말하는 것처럼 독도 이슈 후 첫 일본 방문이었던 이승철의 이번 일은 표적 및 보복성 입국 거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승철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참여를 통한 독도 지킴이 행사 같은 건 좀 열심히 적극 나서야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 연예인들의 입국 거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비스트와 씨엔블루가 비자 문제를 빌미삼아 공항에 8시간가량 억류됐던 적이 있었고, 송일국은 2012년 독도 수영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일본 외무성 야마구치 츠요시 차관으로부터 송일국은 일본에 입국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송일국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그냥 제 아들 이름이나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라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한일 관계는 늘 민감한 부분이 있어왔지만 일본이라는 시장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류만 하더라도 배용준 열풍으로 시작해 K팝 열풍과 장근석 열풍으로 이어지는 일본이 거의 독보적인 시장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집권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일본의 한류도 차츰 식어가는 모양새다. 한류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5.9%에서 지난해에는 4.5%까지 줄어들었다.

 

즉 이승철의 입국 거부 사건은 이미 이러한 한일 관계에 의해 틀어지기 시작한 문화 교류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 때문에 우리에게도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네 대중문화계는 일본인들의 출연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비정상회담>의 타쿠야, <학교 다녀왔습니다>의 강남, <헬로 이방인>의 후지이 미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야노시호 등이 그들이다. 정치적으로는 민감하더라도 문화적으로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철의 입국 거부 같은 노골적인 사건은 우리의 시선을 일본에서 중국으로 자꾸만 옮겨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별에서 온 그대><아빠 어디가>, <런닝맨> 등이 중국 내에서 한류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고, 우리의 배우들이 중국 드라마에 진출하는 것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되었다. 지난 10일 체결된 한 중 FTA 타결은 이러한 한중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화 교류의 시기에 최근 일본 정부가 보여주는 행보는 시대에 반하는 것이 분명하다. 마치 시대를 과거 6,70년대로 되돌리려는 듯한 이런 행태가 가져올 결과는 뻔하다. 그것은 고립이다. 최소한의 물꼬로서 문화의 교류는 보다 복잡한 사안들의 해결을 위해서도 허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행태를 보면 하나는 알아도 둘은 모르는 유치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일본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능력 잃은 <런닝맨>, 게스트 없으니 펄펄 나네

 

간만에 느껴보는 <런닝맨>만의 묘미. 아마도 SBS <런닝맨> 히어로 특집을 접한 시청자라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마치 슈퍼히어로 만화에 들어간 듯한 설정은 <런닝맨>이 반짝반짝 빛나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런닝맨>이 그저 단순한 게임 버라이어티가 되지 않았던 것은 적극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기존 콘텐츠들을 끌어와 게임으로 패러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그 과정에서 <런닝맨>유임스본드같은 캐릭터를 얻을 수 있었고, ‘배신자 클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초능력자 특집에서는 예능 사상 초능력을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획기적인 기획을 보여주었고, ‘셜록 홈즈 특집에서는 추리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차용해 흥미진진한 추리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게 게임이야 아니면 한편의 영화야 하고 묻는 그 지점(물론 패러디의 웃음으로 만들어진)에서 <런닝맨>만의 독특한 재미가 만들어졌다.

 

히어로 특집은 정말 오랜만에 이러한 캐릭터 플레이와 콘텐츠 패러디가 어우러져 스토리도 미션도 흥미로울 수 있었다. 100년 간 냉동상태로 있다가 깨어나 능력을 잃어버린 히어로들이라는 설정 자체가 기발했다. 유퍼맨(슈퍼맨 유재석), 지트맨(배트맨 지석진), 꾹버린(울버린 김종국), 원더우멍(원더우먼 송지효), 하길동(홍길동 하하), 개오공(손오공 개리), 광바타(아바타 광수). 이 능력을 잃어버린 캐릭터는 그래서 슈퍼히어로에 걸맞지 않은 미션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다.

 

자판기 밑에 굴러 들어간 기념주화를 꺼내달라는 시민의 요청을 받고 동전을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광바타나, 마치 주차 게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차들 속에서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들의 차를 꺼내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꾹버린, 지나는 행인의 근육을 풀어주는 유퍼맨, 60층짜리 호텔을 지으려 하는데 밭에 숨겨둔 땅문서를 찾아달라는 미션을 부여받고 삽질을 하는 워더우멍, 어린이집에서 동화 읽어주고 화장실 가고 싶다는 아이 챙겨주는 지트맨, 생크림 케이크 만드는 개오공 등등.

 

슈퍼히어로 설정이지만 현실은 능력 없어 이상한 복장이나 하고 다니는 이들은 마치 벌칙 수행을 하는 듯한 우스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 미션 상황을 통해 <런닝맨>은 자연스럽게 일반인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함께 참여한 시민들은 의외로 열심히 이 어딘지 어수룩한 히어로들을 도와주기도 했고, 돌발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두 번째 미션인 담력 테스트는 제작진의 영민함이 돋보인 미션이었다. 하늘을 날던 슈퍼히어로들이 눈에 안대를 하고 건물 옥상에 연결된 사다리 하나를 건너지 못해 벌벌 떠는 모습은 반전 웃음을 주었고, 그들이 건넌 사다리가 건물과 건물 사이가 아니라 그냥 옥상에 있는 것이란 사실은 또 한 번의 반전웃음을 만들었다. 게다가 당한 만큼 다른 히어로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듯 속이기 위해 열연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몰래카메라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진 버스와 벌인 이어달리기 대결은 이제는 향수로 느껴지는 <무모한 도전>의 한 대목을 보는 듯 했다. 도심을 달리는 이상한 분장의 히어로들은 이름표 떼기라는 늘 해오던 게임이 아니라도 충분히 긴박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무엇보다 게스트 없이 이런 충분한 재미가 가능하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새로운 드라마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게스트들과의 마치 야외에서 벌이는 <명랑운동회> 같은 단순한 게임으로는 이런 <런닝맨>만의 묘미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

 

이번 히어로 특집은 <런닝맨>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고, 또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도 보여준 한 회였다. <런닝맨>이 그동안 대중들을 열광하게 했던 그 좋은 능력들은 왜 점점 사라지게 되었을까. ‘100년 간의 냉동상태란 그래서 특별한 아이디어 없이 무감하게 기획되어 방영된 그간의 게스트 초청 단순 게임을 해온 <런닝맨>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도대체 왜 이 좋은 웃음의 능력들을 그들은 봉인한 채 보여주지 않았던 걸까.

 

히어로 특집은 그런 점에서 그간 봉인되어 왔던 <런닝맨> 본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보다 적극적인 스토리텔링과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기획. 이것이 아니라면 <런닝맨>은 다시 ‘100년 간의 냉동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간만에 부활한 <런닝맨>이 누워있지 말고 앞으로도 이렇게 달려 나가기를.

 

Posted by 더키앙

예능 트렌드의 변화, 스타 MC 모두의 문제

 

MBC <별바라기>가 조기종영을 결정하면서 강호동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복귀한 후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는 거의 바닥이다. MBC <무릎팍도사>가 폐지됐고, KBS <달빛프린스>SBS <맨발의 친구들>도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종영됐다. 그나마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그의 주특기인 운동을 살려 버텨내고 있지만 계속되는 프로그램의 종영은 그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별바라기(사진출처:MBC)'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건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의 변화는 한 때 스타로서 정상에 군림하던 MC 파워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최정상의 스타MC인 유재석도 이 흐름에서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그가 새롭게 이끌고 있는 KBS <나는 남자다>는 겨우겨우 5%대의 시청률을 버텨낼 뿐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재석 스스로도 이런 식으로는 시즌2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SBS <런닝맨>도 위기다. 그래도 10%대를 유지했던 <런닝맨>은 최근 6%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반면 동시간대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낸 것을 염두에 둔다면,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의 추락은 현재 스타MC 파워가 과거에 비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잘 말해준다. 걸스데이 혜리의 3초 앙탈 하나가, 또 저질 체력의 여전사(?) 김소연의 악바리 정신 하나가 그 어떤 스타 MC들의 팬덤보다 더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신동엽이나 김구라 같은 진행형 MC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 두 MC는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트렌드에 동승함으로서 타 스타 MC들보다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할 뿐이다. 하지만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김구라가 출연하지만 3%에 머물고 있는 SBS <매직아이>는 대표적이다.

 

즉 강호동의 위기는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 MC들 전체가 겪는 문제라는 점이다. 다만 그가 더 위기처럼 도드라져 보이는 건 잠정은퇴 선언을 하면서 과거 그가 했던 프로그램과 단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했지만 마침 그 시기는 스타 MC 파워가 점점 사라지는 시점이었다. 일반인들이 점점 예능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외국인도 그 범주의 하나다), 연예인들도 하나의 리더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각개전투 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러니 하나의 꼭지점으로서 전체를 리드하던 스타 MC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타 MC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최근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한 관찰카메라가 가진 특징을 통해서도 쉽게 드러난다. 즉 관찰카메라는 그 자체로 중심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전후좌우 도처에 숨겨져 각각의 인물들의 행동을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구도에서는 도드라진 스타 MC들이 불필요해진다. 다만 각자 가진 자신들의 진짜 매력을 숨겨진 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토크쇼 같은 스튜디오 예능이 점점 힘이 빠지는 건 이런 관찰카메라의 시선이 만들어낸 수평적인 느낌과 진정성의 강도를 이들 스튜디오 예능에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예능은 그 구조상 카메라가 중심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걸 깨기 위해 JTBC <비정상회담> 같은 경우에는 아예 탁자를 부채꼴로 놓지 않고 과감하게 일렬로 세우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중심을 세우기보다는 토론이 갖는 양대 구도를 세우기 위한 포진이다.

 

또한 스튜디오 예능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인위성(스튜디오라는 공간 자체가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은 최근 시청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정성의 강도를 떨어뜨린다. 이것은 때로는 <런닝맨> 같은 야외형 예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런닝맨>처럼 야외로 나간다고 해도 스튜디오와 다를 바 없는 어떤 일정한 틀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최소한 <12>처럼 여행이라면 일상이 되겠지만 <런닝맨>은 여행이 아니라 게임이다) 그 리얼리티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강호동이 표징하는 것처럼, 지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 변화는 스타 MC들 모두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기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답이 없는 건 아니다. 그나마 강호동이 잘 버티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처럼,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일상처럼 맞는 예능이면서 동시에 중심에 서기보다는 많은 출연자들(일반인 포함) 중 하나로 설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제 스타 MC들이 찾아내야할 새로운 위치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타 MC가 사라져가는 왕좌 없는 예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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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캐릭터에서 개성파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이광수

 

요즘 이광수가 달리 보인다. <런닝맨>을 통해 대중들과 익숙해진 캐릭터다. 베트남 등지에서 갑자기 확인한 인기에 아시아 프린스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광수는 거기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예능으로 먼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그의 발길은 늘 배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괜찮아 사랑이야(사진출처:SBS)'

<착한 남자>에 출연했을 때도 이광수를 만나면 <런닝맨>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송중기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것이 다반사였다. 늘 어눌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기린 캐릭터로 웃음을 주지만 그 누구보다 적지 않은 배우에 대한 열정을 속내 깊숙이 숨기고 있던 그였다. 그런 그이니만큼 최근 영화 <좋은 친구들>에 이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그런 연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좋은 친구들>에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광수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는 편이다. 지성과 주지훈이라는 배우가 전면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적 영화를 보고 나면 지성과 주지훈만큼 이광수의 존재감이 확실히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좋은 친구들>에서 지성이 건실한 이미지라면 주지훈은 욕망의 화신이다. 어찌 보면 이 세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들을 친구라는 고리로 묶어내는 역할은 이광수가 오롯이 한 면이 있다.

 

<좋은 친구들>의 이광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게 된 이들의 반응은 놀랍다는 것이지만, 사실 코믹 캐릭터가 진지한 정극으로 들어왔을 때 제대로 된 몰입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더 큰 감동을 안겨주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즉 웃음의 바탕이 비극에서 나온다면, 그 웃음을 살짝 지워낸 자의 맨 얼굴은 더 슬플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좋은 친구들>은 이광수의 우는 얼굴을 끄집어내준 작품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는 틱 장애를 가진 투렛증후군 환자 역할을 선보였다. 갑자기 이유 없이 몸을 떨고 킁킁 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해대는 모습으로 첫 얼굴을 드러낸 이광수는 성동일 같은 묵직한 배우와 함께 서도 이제 편안한 모습이다. 새롭게 홈메이트로 들어온 장재열(조인성)과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그는 이 드라마가 보여줄 다채로운 사랑의 면들 중 하나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예능과 연기를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광수는 예전 필자와 한 인터뷰를 통해 예능에서의 몰입과 연기에서의 몰입이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본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런닝맨>은 대본이 없어 사실 뭘 해야 할 지 이런 게 없다. 신뢰가 없이는 하기 힘든 몰입이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는 대본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를 해간다.” 이광수가 하는 연기의 밑바탕에는 철저한 캐릭터 분석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코믹 캐릭터는 유쾌하지만 그것만으로 배우의 갈증을 채울 수는 없다. 따라서 코믹 캐릭터가 개성파 배우로 넘어가는 과정은 실로 중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함께 출연하는 성동일처럼 때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있는 진중함과 진지함을 놓치지 않는 그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광수는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작품을 통해 개성 넘치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광수의 눈빛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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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토크쇼와 교양예능의 추락, 해법은 없나

 

 

'심장이 뛴다(사진출처:SBS)'

교양과 예능을 결합하는 획기적인 조직 운용을 통해 SBS 예능 프로그램은 한 때 확고한 자기 색깔을 만들어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대표상품이었던 <정글의 법칙><>이 승승장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SBS 예능 프로그램의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반적인 시청률 추락은 물론이고 화제성면에서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이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전만도 불투명한 상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됐고 그 해법은 없는 걸까.

 

폐지된 <>, <심장이 뛴다>, 힘 빠진 <도시의 법칙>

교양과 예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SBS 예능의 대표상품으로 <>은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폐지되게 되었다. <정글의 법칙>은 그나마 현재 유일하게 남은 SBS 예능의 자존심이다. 많이 추락한 시청률이지만 그래도 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은 뉴질랜드편 이후 생겨난 리얼리티 논란의 여파는 여전히 커서 예전만큼의 화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게임적인 스토리텔링을 넣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의 어떤 전기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김병만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김병만이 지금껏 보여주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김병만은 이미 정글 생존의 전문가처럼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상태다. 여기서 인위적인 변화를 갖게 된다면 자칫 진정성이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 때 참신한 시도로 여겨졌던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이제는 조금 식상해진 트렌드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정글의 법칙>의 연장선으로 <도시의 법칙>이 만들어졌지만 무언가 탐구하는 듯한 그 다큐적인 접근방식은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예능도 다큐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심장이 뛴다>의 폐지는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어디서부터 문제를 발생시키는가를 잘 보여준다. 즉 취지와 의미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예능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교양과 예능을 결합했다고 해도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예능으로서 다가오는 면이 있게 마련이다. 좋은 취지만큼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양의 무언가를 가르치는 듯한 캠페인적인 느낌이 강조될 때 예능은 상당부분 재미를 잃을 위험성이 있다.

 

<룸메이트><런닝맨>, 고개 숙인 주말 예능

<일요일의 좋다>의 시청률은 6.5%로 지상파 방송 3사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는 분위기다. 20132월만 해도 16%를 넘긴 적이 있었고, 2014년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 시청률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5월 들어 7%로 떨어진 시청률은 이제 6%까지 급락하고 있다. 이 시점은 <K팝스타3>가 끝나고 <룸메이트>가 시작하는 지점이다. <런닝맨>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한 데다 <룸메이트>가 그다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홈 쉐어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기치로 내걸고 나온 <룸메이트>는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들의 연애 프로그램 같은 분위기로 변질되기도 했고, 지나친 제작진의 개입으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게 되면서 관찰카메라인지 아니면 한 집에서 벌어지는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인지 분간이 가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홈 쉐어라는 신개념 주거문화에 대한 기획의도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재미를 만들려는 과욕이 부른 결과다.

 

<런닝맨>의 추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이 예능은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게임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률과 별개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서서히 시청률을 의식하게 된 <런닝맨>이 새로운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도전하지 않고 게스트를 바꿔가며 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화제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아예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요일이 좋다>의 시청률 하락은 지상파 3사의 예능 경쟁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SBS로서는 더욱 아프다. 사실 주말 예능에서만이라도 어떤 승기를 잡고 있으면 전체 예능에 대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아예 주말 경쟁에서 배제된 느낌은 SBS 예능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룸메이트><런닝맨>이든 본래 갖고 있던 기획의도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시청률에 목매다보면 시청률도 잃고 자칫 SBS 주말예능의 이미지 자체가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 앞으로 돌아올 <K팝스타4>가 기대주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간 주말 예능의 명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힐링캠프><매직아이>, 토크쇼의 추락

<힐링캠프>는 간신히 6%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브라질 월드컵 특집 때는 무려 3.7%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경규가 MC로 있다고 해도 <이경규가 간다>를 자꾸만 고집해서 굳이 브라질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힐링이라는 트렌드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특히 <힐링캠프>힐링이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출연자(특히 논란 연예인)를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로 그 기획의도에 이미 흠결이 생긴 바 있다. 게다가 이경규라는 MC의 주목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프로그램을 존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새로 시작한 <매직아이> 역시 이효리가 출연하는 신개념 토크쇼로 기치를 내걸었지만 그저 기 센 여자들의 수다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청률은 고작 3.9%. 신규 예능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해도 너무 낮은 시청률이다. 이런 문제는 사실 기 센 여자들의 수다라는 기획에서부터 예상된 부분이기도 하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사실상 그다지 챙겨 보고픈 내용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제 진짜 예능이다. 이것은 단지 스튜디오를 나와 카페 같은 공간에서 토크쇼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저들의 수다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몸으로 체득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감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토크쇼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밖에도 SBS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노후되어 거의 화제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를테면 <붕어빵>이나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이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은 설혹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온다고 해도 광고에 있어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SBS 예능은 전체적인 새로운 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예능과 교양을 과감히 섞는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그만한 변화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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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예능의 동거, 그만한 성과 있었나

 

예능과 월드컵.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더욱 그렇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성주가 보여준 학습효과와, 방송3사의 중계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 전장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 MBC<아빠 어디가><무한도전>, KBS<우리동네 예체능>, SBS<힐링캠프>가 브라질 현지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러한 월드컵을 두고 벌어지는 예능의 경쟁이 그만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예능들이 월드컵에 줄을 대면서 이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만만찮다. 강력한 팬덤을 소유하고 있는 <무한도전>조차 굳이 월드컵을 위해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건 그런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까지 갔다면 그만한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취재나 응원전의 모습이 과거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 형식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것은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이경규가 진행하는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같은 경기에 비슷비슷한 응원전이 이 방송사 저 방송사에서 반복되다 보니 각각의 예능 프로그램들의 변별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경기장의 한국 응원석을 보면 심심찮게 연예인들이 발견되는 건 이번 월드컵의 예능 경쟁을 그대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히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해주길 바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월드컵을 맞아 브라질까지 날아가 현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은 때로는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위화감은 월드컵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 특별한 기획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 브라질 원정을 가는 것이 그다지 좋은 기획이 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자들이 아이들의 부모처럼 반응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동일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을 보러 브라질까지 날아가는 아이가 서민들에게 몇 프로나 될까. 1%도 되지 않는 이 경험은 그간 시골 민박집에서 보던 아이가 사실은 자신의 처지와는 너무 다른 삶에 놓여있다는 걸 확인하게 만든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이유 중에는 방송3사가 벌이는 월드컵 중계전쟁을 지원하는 측면도 크다. 그렇다면 예능 경쟁이 중계전쟁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는 있는 걸까. 초반에는 그런 것 같았다. 안정환, 김성주, 송종국, <아빠 어디가> 3인방이 이끄는 월드컵 중계에 시선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중계 전쟁에 돌입하자 갓영표라 불리는 이영표의 출현으로 KBS가 중계를 압도하고 나섰다.

 

예능적인 이미지와 만담 같은 해설을 앞세운 MBC는 그 차별화 요소 때문에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지만 결국 본격 해설의 묘미를 보여준 이영표의 KBS 중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SBS<정글의 법칙><런닝맨> 등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박지성 등을 홍보했지만 방송3사 중계 전쟁에서는 아예 소외되는 인상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예능 경쟁이 중계 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독보적인 이영표의 존재감은 예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계를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알제리전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예능과 월드컵은 난감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예능이 월드컵 경기를 다시 보여주는 건 좋은 경기를 치렀을 때 그것이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제리전을 다시 보고픈 시청자들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이 경기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것은 월드컵 중계도 마찬가지다. 농담도 경기가 잘 풀릴 때나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불러온 침울한 분위기는 현지로 간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을 업은 월드컵 중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예능 프로그램에 상처만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경기결과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사 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차별성 없이 반복되는 월드컵 특집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식상함과 반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대중들이 힘든 사건들을 연거푸 겪고 있는 시점에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별다른 소득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은 정서적인 불편함만 가중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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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업은 MBC 월드컵 중계, 승승장구하는 까닭

 

지상파 3사의 월드컵 중계 경쟁은 어느덧 예능경쟁이 되어버렸다. 과거 <이경규가 간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과 접목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지만 최근의 양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경규가 간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주목을 받던 것과는 정반대로,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주목이 월드컵 중계방송의 관심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MBC 월드컵 중계(사진출처:MBC)'

MBC <아빠 어디가>는 그런 점에서 월드컵 중계 경쟁의 신호탄을 올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민국이 아빠 김성주가 보인 성과는 방송사들에게는 일종의 교육효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 중계 경쟁에서 방송3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예능 프로그램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MBC<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고 있는 김성주와 안정환을 전면에 내세웠고, 여기에 시즌1에 참여했던 송종국을 참여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스포츠 중계와 예능을 연계시켰다. <라디오스타>에 나란히 출연한 이들은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이며 보다 친근하고 재밌는 스포츠 중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BS<정글의 법칙>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해설위원을 선보이고, <런닝맨>을 통해 차범근과 박지성 해설위원을 띄운 것도 같은 맥락이며, KBS<우리동네 예체능>에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캐스터를 참여시킨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월드컵을 지원하는 예능 경쟁에서 단연 MBC가 우위를 보이게 된 것은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주말 예능의 선두를 이끄는 프로그램인데다 단지 이번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 방송사들의 월드컵 지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미 작년에 런칭하면서 김성주와 송종국을 투입시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2년 가까이 월드컵 중계전을 준비해온 셈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이 브라질편을 기획하고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시킨다거나, <런닝맨>이 특집으로 차범근과 박지성을 게스트로 초대하는 것, 또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축구편을 만들어 이영표와 조우종을 출연시킨 것은 홍보를 통한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 이들의 친근한 이미지도 자연스러운 방송 흐름 속에서 만들어져야 더 효과를 발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빠 어디가>MBC 월드컵 중계의 신의 한수임에 틀림없다.

 

물론 예능의 이미지나 예능감이 스포츠 중계를 보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스포츠 중계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전문적인 해설위원들이 투입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이 하는 MBC 월드컵 중계에 대해 만담 중계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안정환 특유의 톡톡 쏘는 멘트와 김성주의 노련한 진행 그리고 안정적인 송종국의 합은 잘 맞아떨어지며 재미를 주지만, 스포츠 중계가 예능 같다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하지만 월드컵 중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많이 달라진 것이 현실이다. 중계방송의 정확한 정보 전달은 이제 방송3사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좀 더 특징 있는 개성을 가진 중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시청자들로서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을 통한 관록의 해설이 안정환이나 이영표 같은 재미를 주는 해설에 어딘지 밀리고 있는 인상은 전체적으로 예능화 되어가는 방송경향이 이제는 스포츠 영역에도 밀어닥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분명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월드컵 중계방송과 월드컵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바로 그래서인지 정작 월드컵 경기는 소외되는 인상이다. 월드컵 예능이 월드컵 자체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어쩌랴. 방송의 흐름이 이제는 정보에서 재미로 바뀌고 있는 것을.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MBC 월드컵 중계의 승승장구는 그래서 지금 달라지고 있는 스포테인먼트의 징후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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