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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리얼리티에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지랄하네... 이 씨.. 선은 니가 넘었어!” 연봉 협상에서 백승수 단장(남궁민)을 오라가라 하고 룸싸롱에 불러 술을 무릎에 부어버리는 무례한 행동을 한 서영주(차엽)에게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은 잔을 던져 깨버리고 그렇게 일갈한다. 그 순간 백승수는 깜짝 놀라지만 나오자마자 이세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선수 다칠만한 행동은 하지 마십쇼.”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어째서 이렇게 펄펄 나는가를 잘 보여준다. 상당한 취재가 들어가 있어 프로야구 세계의 깊은 뒷얘기들이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 빨려 들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적재적소에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요소들을 채워 넣는다.

 

매번 그 역할은 백승수가 해왔지만, 의외로 연봉 협상 이야기에서 사이다를 안겨준 건 그와 함께 다니던 이세영 운영팀장이었다. 지난 회 마지막 장면에 그가 서영주에게 던진 “선은 니가 넘었어!”라는 한 마디는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걸 크러시’ 엔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연봉 협상에 있어서 갑자기 복병으로 등장한 악역은 다름 아닌 스카우트팀에서 비리로 쫓겨난 고세혁(이준혁)이었다. 그는 에이전시를 꾸려 의도적으로 드림즈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대리하겠다고 나선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연봉을 제시해 백승수를 곤란하게 만든 것. 여기에 권경민 상무(오정세)가 갑자기 전체 연봉 예산의 30%를 깎겠다고 하면서 백승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만년 꼴찌팀 드림주의 모기업인 재송그룹에서도 구단을 해체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상황. 연봉 삭감 같은 카드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이러한 프로야구 뒤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오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이야기로만 전개하지는 않는다. 그 위에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사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더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것.

 

백승수 단장은 그 사이다 캐릭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다른 팀 단장들과 의도적으로 만나 트레이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소문이 선수들 귀에도 들어가게 만든다. 결국 고세혁을 연봉협상 대리인으로 내세우던 선수들도 불안해진다. 자신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게 되면 거기서는 주전으로 뛸 수 없을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가족이 이사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환기시킨 후 백승수 단장은 이세영과 한재희(조병규)와 팀 플레이를 통해 각각 선수들을 설득해 연봉협상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백승수 단장은 그게 끝이 아니다.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전체 연봉 예산 30%를 삭감해 선수들을 모두 불편하게 만든 권경민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스스로 연봉을 자진반납하겠다는 기사를 내는 것으로 모기업인 재송그룹에도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만들고 결국 주가 하락까지 벌어지게 만든 것.

 

이처럼 <스토브리그>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사건의 소재로 펼쳐 놓지만 그 해결점은 백승수 단장 같은 판타지 캐릭터에 의해 속 시원한 결말로 이어지게 한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가진 ‘단짠’의 적절한 균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난관을 백승수 앞에 펼쳐놓는다. 그가 스카우트한 길창주(이용우) 선수의 인터뷰가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전략분석팀에 입사하게 된 동생 백영수(윤선우)가 취업 비리로 보도된 것. “단장실로가서 짐 싸 이 새끼야!” 이렇게 외치는 권경민 상무는 또다시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든다.

 

결국 단장직을 내려놔야 될 상황에까지 몰리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지금껏 봐왔던 백승수의 행보들을 통해 또 기대하게 된다.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놀라운 해법을 들고 나타날 것인가를. <스토브리그>의 힘은 현실이 주는 고구마와 이를 훌쩍 넘어서는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사이에서 나온다. 우리가 백승수라는 인물은 물론이고 이세영이나 한재희 같은 인물의 마력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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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새 경향, 진짜 현실을 보는 듯한 리얼리티

 

어떻게 저렇게 자세한 내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몇몇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기간제 교사의 현실을 거의 실제 상황 같은 리얼리티로 다루고 있는 tvN <블랙독>이 그렇고, 우리가 드라마에서 봐왔던 극화된 검사들과는 너무나 다른 실제 검사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JTBC <검사내전>이 그러하며, 프로야구의 세계와 그 이면에서 일하는 프런트들의 치열한 삶을 그리고 있는 SBS <스토브리그>가 그 사례들이다.

 

<블랙독>은 학교판 <미생>이라고 불릴 만큼 기간제 교사로 대치고등학교에 부임한 고하늘(서현진)의 이야기가 리얼하게 다뤄져 있다. 기간제와 정교사로 나뉘어져 차별이 일상화된 현실을 그려내면서, 그런 현실이 교사들이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의욕 자체를 꺾어버리는 상황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이야기는 과장 없이 담담히 흘러가지만 그 실제 상황 같은 현실의 묵직함 때문에 드라마는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작품이 가능해진 건 이 작품을 쓴 박주연 작가의 개인경험이 녹아난 덕분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박주연 작가가 실제로 교사 생활을 했었다는 것. 이런 진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드라마로 극화되기 때문에 작품은 진짜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검사내전>은 극화된 검사가 아닌 실제 검사의 면면을 가져온 독특한 드라마다. 진영지청이라는 다소 소외된 지역에서 그곳 현지인들의 자잘하지만 결코 작다 할 수 없는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다. 우리가 봐왔던 슈퍼히어로형 검사들이나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는 검사를 찾아보긴 어렵다. 대신 때론 갈등하고 때론 후회하며 때론 질투하고 경쟁하는 그런 인간적인 검사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이 이런 실제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게 된 건 동명의 원작 에세이가 있어서다. 현재 베스트셀러가 된 이 <검사내전> 에세이를 쓴 김웅은 현직 부장검사로 18년 간 해온 검사 생활을 에세이에 담았다. 드라마는 이 리얼한 검사들의 삶이 담겨진 에세이를 바탕으로 극화되었다. 그러니 이런 리얼리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스토브리그> 역시 너무나 실제 같은 프로야구와 그들 뒤에서 일하는 프런트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건 야구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이신화 작가가 무려 자문위원만 18명에 달하는 취재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었다. 너무 리얼해서 특정 구단 이야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인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쉽게 빠져들 수 있을 만큼 리얼리티를 담보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사전 취재가 치열해졌다. 그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진데다, 특정 직업군을 다뤘을 때도 그 현실성에 대한 반응들이 곧바로 나와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지나치게 극적인 구성과 이야기에 몰두해오면서 어떤 패턴화된 경향을 보이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읽히게 되면서 이제는 재미있는 사실 자체를 담아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사실 자체가 주는 힘을 시청자들도 점점 더 크게 느끼게 된 것이다.

 

이제는 다큐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드라마도 리얼리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저 황당한 상상력만으로 작가가 글을 쓰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실제 직업을 경험하거나 그 직업을 가진 이들을 오래도록 심층 취재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드라마 작가의 자질 중 하나로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고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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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마트’, 처음엔 낯설어도 익숙해지다 빵빵 터지는

 

이거 도대체 뭐지? 아마도 원작 웹툰을 잘 모르는 시청자라면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보며 당혹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대뜸 대마그룹 회장이란 사람이 자사 주력 상품이라며 가져온 ‘털이 나는 광택제’를 내놓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할 법 하다.

 

그 말도 안되는 상품에 회장 눈치 보며 동조하는 권영구 전무(박호산)에 모든 이사들이 찬성할 때, 반대의사를 들고 나온 정복동(김병철). 회장은 갑자기 이것이 이사들을 시험해보기 위한 일이었다며 충언을 할 줄 아는 정복동을 추켜세우지만, 갑자기 ‘털이 나는 광택제’가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결국 정복동은 이 얼토당토 않은 일로 대마그룹의 유배지나 다름없는 ‘천리마마트’ 사장으로 좌천되게 된다.

 

그런데 황당함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망하기 일보직전인 천리마마트에 직원들을 더 뽑겠다 나선 정복동은 가수 지망생과 은행에서 명퇴 당한 대리기사, 전직 깡패 심지어는 빠야족 족장과 부족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힘겹게 대마그룹의 천리마마트에 점장으로 취직한 문석구(이동휘)는 정복동이 온 후로 놀라운 마트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부족한 카트 대신 카트 역할을 하는 빠야족들이 마트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게 된 전직깡패 오인배(강홍석)는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를 입고 왕좌에 앉아 불만을 갖고 온 손님을 발밑에 무릎 꿇리며 그 불만사항을 들어준다. 심지어 “오늘은 꽃이 되자”는 정복동은 스스로 해바라기 분장을 하고 직원들은 꽃 분장을 한 채 손님들을 맞는다.

 

이 정도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드라마의 리얼리티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도대체 대마그룹 같은 대기업이 어디 있고, 천리마마트나 정복동 같은 사장이 어디 있으며, 그런 곳에 오인배 같은 전직 깡패나 심지어 빠야족 사람들까지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일이 어찌 벌어질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드라마의 정체를 이제 받아들이게 된다. 병맛으로 가득한 웹툰의 세계가 고스란히 드라마로 들어와 있는 것. 그러니 현실성이나 리얼리티를 따질 필요는 없어진다. 대신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 천리마마트의 기상천외한 풍경들을 보며 웃을 준비만 하면 되는 것.

 

그래서 처음엔 기존 드라마들이 갖던 리얼리티와의 부조화로 약간의 낯설음과 당혹감을 느끼다가 조금씩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빠져드는 기이한 병맛의 세계를 시청자들은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의 정반대를 그려내는 마트의 풍경이 의외로 우리네 현실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병맛 뒤에 숨겨진 날카로움 같은 묘미도 감지하게 된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버린 정직원이 되는 길이나, 한 때 잘못된 길로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진 현실, 심지어 외국인노동자로서 살아가면서 대접을 받는 일이 요원한 우리네 현실을 투영해보면, 천리마마트의 병맛 풍경은 의외로 짜릿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라는 이 마트의 상상초월 성장기가 자못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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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따러가세’ 한과 흥 넘나들며 어디든 노래방으로 만드는 송가인

 

“송가인이어라-”라는 말 한 마디에 길거리에선 환호가 터져 나온다. 어디든 송가인이 가는 곳은 순식간에 노래방이 되어버린다. 그 곳이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광안리 해수욕장이든, 아니면 부산의 산토리니처럼 보이는 호천마을의 노래교실이든, 심지어 떠나기 전 서울역 광장이든 아니면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이든 상관없다.

 

이른바 송가인 신드롬을 확인하는 건 TV조선 <뽕따러가세>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미스트롯>으로 이름을 알린 송가인이지만, 트로트의 주 소비층만이 그의 팬층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도 부산 광안리에 나타난 송가인을 확인하고는 반색하고,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기 바쁘다. 아버님 혹은 어머님이 좋아하는 송가인이지만, 그 아이들도 자연스레 송가인을 호감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된 건 송가인이 트로트하면 떠올리는 어떤 경계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한이 잔뜩 묻어나는 ‘한 많은 대동강’과 흥이 한껏 오르는 ‘어머나’나 ‘황진이’를 부르다가 갑작스런 신청곡으로 들어오는 ‘걱정말아요 그대’ 같은 곡들도 그는 특유의 국악 발성으로 구성지게도 풀어낸다.

 

사실 우리네 가요에서 국악 발성을 기반으로 노래하는 가수나, 혹은 이른바 ‘뽕끼’라고 부르는 특유의 정서를 담는 곡들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인기를 끈 바 있다. 송가인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가요들을 부른다. 그것이 모두 송가인이라는 한 가수의 목소리로 합쳐지는 걸 보면서 우리는 트로트가 기성세대들만 소비하는 음악 장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뽕따러가세>를 보면 송가인이 노래만이 아니라 요즘 같은 리얼리티 기반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타고난 인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는 언제 어디서건 어떤 연령대의 인물이건 상관없이 순식간에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귀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때론 진지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먹먹한 상황을 넘나든다. 그게 어떻게 그리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전환될까 싶지만, 한과 흥을 순식간에 넘나드는 국악의 면면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물론 <뽕따러가세>에는 조금은 과한 설정들이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광안리 해수욕장에 가서 우연히(?) 만나게 된 보디빌더 남성들 사이에 둘러싸여 ‘어머나’를 부르는 송가인의 모습이 그렇고, 마침 그 자리에 온 수상모터를 즐기는 동호회와 한 자리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렇다. 물론 송가인의 인기가 워낙 높아 그런 상황들이 딱딱 맞아떨어지게 벌어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게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송가인이기 때문에 이런 과한 설정들도 술술 넘어가는 면은 분명히 있다. 특유의 털털함과 흥 많은 모습이 더해지면서 뭘 해도 좋게 보이는 마법을 송가인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외든 실내든 어디를 가도 노래방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장면이 송가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뽕따러가세>는 로고에서부터 노래가 나올 때 자막까지 의도적으로 노래방의 화면을 그대로 구성해 넣음으로써 송가인과 함께 노래방에서 노래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노래는 노래방에서 듣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러운 가창력이다. 분위기는 노래방처럼 털털하고 넉넉한데 귀호강을 하게 되는 노래의 풍경들.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가 길거리에서 마구 아무하고나 어우러지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송가인 신드롬은 바로 이 위계 없이 노래 하나로 우리 모두를 흡족하게 만드는 송가인 특유의 모습에서 나온다. 함께 어깨춤을 추게 만들고 함께 눈물짓게 만드는.(사진:TV조선)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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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우의 ‘이타카’, 그저 그런 음악예능 이상일 수 있었던 건

tvN 예능 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이 종영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이들이 여정을 통해 남긴 추억들과 음악과 더불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하현우가 그토록 가고파했던 이타카. 그래서 그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윤도현. 록브로스가 터키에서부터 그리스 이타카까지 가며 중간 중간 함께 해주었던 이홍기, 김준현 그리고 소유. 그들의 웃음소리와 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모니를 이뤄 부르던 노래들이 귓가에 잔상으로 남아 지금도 들여오는 것만 같다. 

도착한 이타카는 애초에 예상했던 것처럼 굉장히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사실 그들이 지나왔던 터키의 파묵칼레나 카파도키아, 그리스의 메테오라 같은 곳을 생각해보면 이타카는 조용하고 자그마한 섬마을이었다.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점이 남다른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20일 간이나 비행기와 배와 차를 타고 찾아가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그런 곳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이 여행의 촉발점이 된 하현우가 생각했던 바 그대로였다. 그는 마지막 이타카로 들어가기 직전 “평범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이 그들이 여기까지 온 여정을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목표인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과 그 일상들의 소중함을 보여주겠다는 것. 그것이 하현우가 굳이 이타카로 가는 그 여정을 통해 온몸으로 하려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현우가 자신의 가슴 한 켠에 문신으로 새겨놓은 ‘가슴에 이타카를 품어라’는 문구는 그가 이 여행을 얼마나 꿈꾸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 진정성이 녹아 있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여행하며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예능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 즉석으로 함께 노래하고 여행 중간 중간에 맞닥뜨리는 절경 속에서 노래하는 모습은 음악적으로도 또 영상적으로도 우리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여행의 마무리에서 뒤돌아보면 그 이상의 추억들로 남았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아니냐고 <이타카로 가는 길>은 말해주고 있었고, 또한 결과가 비록 별 것 아니라고 해도 그 과정은 실로 찬란했으며 그러니 우리의 꿈은 우리를 속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나의 음악과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껏 그것을 통해 이토록 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다소 투박한 면은 있었지만, 음악과 여행 예능에서 분명 한 걸음을 더 나간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지만, 한 사람의 진정성이 담겨있어 그 발걸음 하나하나, 노래 하나하나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해준 그런 프로그램. 관찰카메라에서 거기 출연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왜 중요한가를 이 프로그램만큼 잘 보여준 사례가 있을까.

이타카라는 특정한 곳을 향해 가는 여정을 담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건 실로 소중한 경험이다. 저들의 유쾌한 여행을 통해 우리도 누구나 자신만의 이타카가 있고, 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으며,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됐으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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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의 유재석과 대비되는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문제들

이른바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트렌드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 상상해본다. 유재석이 관찰카메라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유재석 스스로도 관찰카메라에는 일절 모습을 내비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아내 나경은이 유재석과 함께 방송에 나오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유재석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는 관찰카메라 앞에는 서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그 캐릭터쇼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유느님’은 그의 캐릭터이고 우리는 유재석을 보며 이제 당연히 그 캐릭터를 본다. 거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적재적소의 진행 능력을 보이고, 도저히 예능이라고 보기 어려울 도전들도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결국은 수행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중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건 방송 외적으로도 귀감이 되는 그의 행보다. 방송을 통해서도 슬쩍 슬쩍 보이지만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배려가 행동에 묻어나고,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미담은 일회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무한도전>을 통해 구축된 그의 캐릭터는 제 아무리 관찰카메라 시대로 바뀌었다 해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또 대중들도 그 캐릭터를 원한다. 

tvN에 첫 출연하며 시도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런 점에서 보면 유재석이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까지를 지켜나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캐릭터를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길거리라고 해도 조세호와 합을 맞춰 캐릭터쇼를 구사한다. 조세호를 구박하기도 하고, 말 많은 그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전혀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스튜디오가 아니라 대중들이 있는 길거리로 나서고, 연예인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겠다고 선언한 건,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그 역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재석은 자신의 예능적인 캐릭터를 유지하고 길거리로 나서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찰카메라 시대의 리얼한 해프닝과 사연들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대에 주인공이란 그 캐릭터를 구사해 웃음을 주는 MC들이었다. 그래서 이른바 ‘스타 MC’들이 탄생했다. 유재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관찰카메라 시대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열쇠가게 노점을 하는 아저씨나 대학가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해 모르는 학생과 교수가 없을 정도라는 슈퍼 아주머니가 그 주인공들이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 이동 간에 캐릭터쇼적인 재미를 만들고, 또 프로그램의 형식이 퀴즈쇼로 되어 있어 일종의 진행을 하게 만들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들은 바로 그 보통의 시민들이다. 

여기서 거꾸로 관찰카메라 형식을 갖고는 있지만 캐릭터쇼 시대에 머물러 연예인들에 집중하는 프로그램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최근 은근히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불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그럴 듯한 명분을 갖고 시작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보여지는 유재석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시대가 만들어냈던 이른바 스타 MC들은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떤 변화들을 추구하고 있을까. 혹 관찰카메라라는 형식 속으로 들어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자기 중심적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이 관찰카메라를 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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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카메라, 무엇을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

어느새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지상파에서 본격적으로 관찰카메라를 시도했던 MBC <나 혼자 산다>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전히 누군가의 사생활을 관찰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전체 가구 수의 4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걸 전면에 내세웠고, 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인 1인가구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 혼자 산다>에 굳이 ‘1인 가구’의 이야기가 내세워지지 않는 걸 보면 달라진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체감을 느낄 수 있다. 어느새 관찰카메라의 관찰이 주는 불편함에 다소 둔감해져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트렌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관찰카메라는 영상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또 게재하기도 하는 시대에 영상의 ‘리얼리티’ 추구는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기획되어 만들어진 영상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사생활을 노출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화되어버렸다. 그 많은 프사들과 음식점 사진들이 그걸 말해준다. 리얼리티 추구와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둔감해진 감각은 그래서 관찰카메라가 트렌드로 설 수 있게 된 이유가 되었다.

중요한 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이 아니라, 거기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다. 과연 지금의 예능들은 제대로 관찰카메라를 활용하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관찰카메라에 대한 만만찮은 불편함들이 호소되고, 심지어 논란으로도 비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김재욱 박세미 부부가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카메라가 무엇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관찰하려고 하는 소재는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네 시댁 문화의 ‘이상함’을 며느리 입장에서 담아보겠다는 취지가 들어 있어서다. 하지만 그것을 담는 방식에 있어서는 여타의 관찰카메라들이 그러하듯이 자극적인 장면들의 편집 나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당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건, 자칫 거기 출연한 이들에 대한 폭로를 통한 공격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관찰하려는 대상의 공감대라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왜 시청자들이 이런 관찰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남긴다. 물론 예능이니 재미를 위해 관찰한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게다. 하지만 때론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이한 행동이나, 여전히 결혼만을 지상과제로 드러내며 출연한 여성들을 모두 며느리감 보듯 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재미보다는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있지만 거기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내는 훈훈한 의미들을 뽑아내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무엇을 어떻게’ 관찰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그 많은 연예인(혹은 가족까지) 출연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불편한 시선들이 있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이 그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 건 여기 등장하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주는 훈훈함을 포착하고 있어서다. 어찌 보면 수직관계일 수 있는 연예인과 매니저이지만, 마치 한 가족 같고 좋은 선후배 같은 그 관계를 보면서 이 프로그램은 우리네 관계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준다. 

<나 혼자 산다>가 가진 호불호는 그 재미와 공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서다. 어느 순간부터 고정 출연자들이 계속 돌아가며 보여주는 그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는 충분히 재미와 웃음을 주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면 ‘저들만의 세상’을 우리가 왜 보고 있어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관찰카메라는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도촬과 관음증의 재미일 수밖에 없어서다. 관찰카메라가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논란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또 어떤 방식으로 관찰하는가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그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당장의 자극적인 재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만찮은 반감 또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고민해야할 시점이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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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유재석의 유쾌 따뜻한 로드쇼, 주인공은 시민들

이제 길거리로 나가는 건 예능 프로그램의 한 트렌드가 되어간다. 스타 MC들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JTBC <한끼줍쇼>에서 전국의 동네를 찾아 그 골목길을 누비고 다닌 것처럼, 이제 유재석도 tvN <유퀴즈온더블럭>을 통해 길거리로 나섰다. 

이처럼 스타 MC들이 길거리로 나온 이유는 거기에 지금 예능의 새로운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만나는 시민들과 즉석에서 이뤄지는 소통이 주는 리얼리티가 있고, 연예인들의 삶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이 거기 녹아 있다. 스타 MC들은 이제 그들의 본거지였던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와 시민들의 삶터로 뛰어 들어간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재석이 조세호와 함께 하는 <유퀴즈온더블럭>은 이경규와 강호동이 하는 <한끼줍쇼>의 ‘로드쇼(?)’와는 색깔이 다르다. 거기에는 유재석 특유의 유쾌한 캐릭터쇼적인 요소와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이뤄지는 리얼리티적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때론 코미디적인 캐릭티쇼를 보여주면서 때론 진짜 현장에서 느껴지는 땀 냄새와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던 유재석이 아닌가. <유퀴즈온더블럭>에는 그 두 요소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섞여져 있다. 

조세호와 함께 하는 유재석은 ‘배려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박 주는 캐릭터’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조세호에게 “좀 조용히 해줄 수 없냐”고 말해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프로그램이라며 조세호는 보조자 역할이라고 선을 긋기도 한다. 반대로 식사를 하러가서는 오히려 계속 말을 걸어 조세호가 밥 한 술을 뜨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즉 유재석과 조세호의 조합에서 우리가 보는 건 일종의 캐릭터가 더해진 특유의 예능적 웃음 코드들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을 만나게 되면 유재석의 화법은 사뭇 달라진다. 조세호에게는 여전히 면박을 주며 웃음을 유발시키지만, 시민들과는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1979년부터 무려 40년 간 한 자리에서 열쇠가게 노점상을 해오신 할아버지가 보여준 옛 사진을 통해 지금과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확인하는 그런 장면에서 느껴지는 어떤 정서 같은 걸 유재석은 특유의 언변으로 끌어낸다. 한 자리에서 수십 년 간을 일해오시면서 여행이란 걸 가본 적 없다는 할아버지. 해외에 나간 게 참전으로 나간 것뿐이라는 할아버지의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에서 유재석은 웃지만 어딘가 짠한 그 느낌을 전한다. 

국민대학교 근처에서 너무 갈증이 나 찾아간 슈퍼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서 듣는 이야기는 이 길거리 토크쇼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한 장소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하며 살아오다보니 학생들이며 교수들까지 다 안다는 아주머니. 종종 다시 찾아온 학생들이 있어 장소를 옮기지 못한다는 그 말씀에 마치 엄마 같은 훈훈한 마음이 느껴진다. 

퀴즈를 내고 다섯 문제를 연달아 다 맞추면 현금 100만원을 드린다는 이 프로그램의 룰은 어쩌면 이 진솔한 토크쇼를 하기 위한 명목처럼 보인다. 100만원을 받으면 어떻게 하시겠냐는 물음에 “원룸에 있는 아이들 밥 사주겠다”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마음이 이 로드쇼가 보여주려는 진짜일 테니 말이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들어가는 유쾌한 길거리 토크쇼지만 그 진짜 주인공들은 바로 이들이 만나는 시민들이고, 길거리에서 벌이는 퀴즈를 맞추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진짜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무한도전>이 시즌을 종영하고 유재석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길을 유재석은 바로 시민들이 늘 지나치는 그 일상의 길에서 찾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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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보다 과정, ‘하트시그널2’가 깨어나게 한 연애세포란

채널A <하트시그널2>는 벌써 10회가 방영됐다. 시즌1은 13회 분량이었지만 시즌2는 이보다 훨씬 길어질 전망이다. 아직 이들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지낼 시간이 10일 정도가 남았기 때문이다. 시즌1과 비교해 꽤 방영이 된 회차이고, 아직 10일이 남았다면 향후의 방영분량도 꽤 있을 걸로 보이지만, 시청자들도 또 출연자들도 벌써부터 남은 날들이 얼마 없다며 아쉬워한다. 김현우와 함께 장을 보러 간 임현주가 계란의 유통기한을 보며 “우리가 함께 지낼 시간이 이 유통기한보다 짧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처럼.

1회 시그널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그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서로가 익숙해지고 또 그 마음속에 들어선 이가 누구인지 조금은 알게 된 지금의 상황이 한 편의 팽팽한 멜로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첫 만남에서 긴장한 듯 말없이 앉아 눈치만 보고 있던 김도균이나 그 어색한 분위기를 환한 웃음과 호응으로 풀어내주던 임현주. 아나운서인 줄 착각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과 달리 우아한 느낌을 줬던 오영주나 뒤늦게 합류해 모든 출연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으로 여성 출연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김현우. 

하지만 이들은 10회 분량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겉보기에는 친한 친구들의 생활처럼 보였어도, 그 안으로는 감정의 격랑을 겪었다. 김현우가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한 공간에서 지내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설레는 감정과 그 감정이 전달되지 않아 느껴야 했던 아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감정이 전달됐을 때 느껴지던 기쁨 같은 것들을 느낀다.

그 과정을 스튜디오에서 바라보며 마치 제 일처럼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또 가슴 설레하는 연예인 패널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들이 그 하우스에 들어가 그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는 것 같은 몰입감을 드러낸다.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앉아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고 누가 누구에게 마음이 가고 있는가를 맞추는 것이 그들의 표면적인 역할이지만, 실제 그들의 역할은 출연자들의 감정을 공감하는 면이 더 커 보인다. 그들이 몰입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그들과 똑같이 이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10회 분량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포착해냈다. 첫 만남에서부터 과거 자신이 일할 때 우연히 봤던 오영주를 기억해냈던 김현우. 하지만 적극적인 임현주의 대시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오영주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던 그가 다시 오영주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그렇다. 첫 번째 봤던 사람에 대한 확고한 마음이 있다고 김현우가 얘기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인 줄 모르고 오해하고 홀로 눈물 흘리는 장면은 드라마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실제 상황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커플이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그로 인해 마음을 줬던 누군가를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김현우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임현주는 그래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그에게 아픈 상처를 갖게 되지만, 그의 옆에는 오래도록 그만을 바라보며 서 있던 인물이 있었다. 김도균이 바로 그 인물이다. 말도 별로 없고 표현도 잘 안하는 그가 데이트에 임현주가 준 이병률 시인의 시집의 ‘사람이 온다’라는 시를 통째로 외워 종이에 적어 건네주는 장면은 그래서 또 하나의 리얼 멜로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아버렸던 김현우와 달리 조금씩 옆에서 노력하며 마음을 주었던 김도균이라는 인물은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이제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지만, <하트시그널2>는 또 어떤 변수가 이들의 관계를 바꿔놓을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김장미가 적극적으로 김도균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와 임현주의 단단해 보이는 관계를 확인하며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그렇게 공고하게 끝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누구와 이뤄지느냐 하는 그 결말만큼, 그 과정이 일깨워준 잊고 있던 그 감정들이 아닐까. <하트시그널2>는 그래서 그 하트가 누구에게 시그널을 보냈는가보다 아직도 시그널에 가슴 설레 하는 하트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해주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연예인도 아니고 멜로드라마도 아닌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이토록 몰입하게 될 줄이야.(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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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거나 멘붕이거나, ‘강식당’의 기묘한 관전 포인트

내놓고 <윤식당>을 패러디했다고 밝혔고 <신서유기>로부터 탄생해 외전을 내세웠지만 tvN<강식당>은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3회가 방영된 지금 <강식당>은 <윤식당>의 그림자를 지웠다. <윤식당>과 비교되기보다는 <강식당>만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어서다. <윤식당>이 윤여정이 가진 푸근한 느낌을 주는 힐링 예능에 가깝다면, <강식당>은 강호동이 가진 다소 거칠지만 웃음만은 빵빵한 리얼리티 예능에 가깝다.

실로 <강식당>이 <윤식당>을 이겨내는 방식은 기발했다고 보인다. 그것은 아예 처음부터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망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물론 그것도 쉽지 않지만), 처음 경험하는 식당 개업에서의 어떤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이를 테면 손님들의 반응 같은) 물밀 듯이 밀려드는 손님들과 다양한 주문 때문에 멘붕에 빠져버리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주는 리얼한 웃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화내지 말아요. 우린 행복한 강식당이니까요.” 이 말이 이토록 웃긴 멘트인지 새삼 놀라게 되는 건 강호동이 그간 갖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 덕분이다. <1박2일> 시절부터 버럭대기 일쑤고 심지어 주먹질(?) 앞서는 모습으로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캐릭터를 세우고, 바로 그 캐릭터가 주는 두려움을 다른 출연자들과의 케미를 통해 웃음으로 만들어오는데 익숙한 그다. 굉장히 세보이지만 은지원 같은 어린이 캐릭터(?)에 쉽게 무너지고, 이수근 같은 은근히 놀려먹는 여우 같은 캐릭터에 당하는 모습이 주는 웃음. 강호동은 자신이 어떻게 소비될 때 빵빵 터지는 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강식당>에 처음 등장한 강호동은 “내가 무슨 요리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도전하는 게 중요한 가치라는 걸 내세우며 백종원 스승에게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특별 레시피를 전수받고 제주도에 강식당을 열게 된다. 첫 날 식당 운용이 만만찮다는 걸 경험하고 둘째 날 준비되지 않았던 포장 손님에 수프가 다 떨어지는 사태를 맞으며 혼이 나가버리는 출연자들이 서서히 감정이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만들더니, 그 순간부터 강호동은 ‘화를 다스리려는’ 모습으로 포복절도의 웃음을 꺼내놓는다.

끝없이 ‘침착’을 외치고 ‘행복’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속에서 강호동은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드러내고, 그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수근은 대놓고 강호동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토를 달며 그의 부아를 끌어올려놓는다. 결국 마음의 안정을 위한 ‘화면 조정 시간’이라며 제주도의 풍광 속에 묘한이가 놓여 있는 장면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그 가려진 장면 뒤에 벌어졌을 강호동의 이수근 응징(?)을 상상하며 웃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그간 이들이 해온 관계를 통한 캐릭터쇼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은 제주도에서 강식당을 연 것이고, 그 곳을 찾은 분들은 실제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 리얼리티 카메라 속에서 그들은 식당 영업이 갖는 ‘어려움’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워낙 예능감이 좋은 이들이라 그 어려움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알고 있을 뿐. 여기서 이들의 캐릭터쇼와 리얼리티 카메라는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결국 <강식당>이 <윤식당>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은 ‘식당 개업의 어려움’이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신서유기>를 통해 단단히 다져진 캐릭터들과 관계 속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망할 걸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그걸 실행하는 모습이나 정신없는 영업의 리얼한 현장 속에서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윤식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아마도 식당 개업이라는 현실은 <윤식당>이 보여주는 것처럼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백종원이 <푸드트럭>을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더 살벌한 세계이고 망해서는 절대 안 되는 그런 간절함과 절실함이 존재하는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식당>은 그런 성공의 강박과는 상관없는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낮은 기대치로 시작한다. 성공보다는 손님과 직원의 ‘행복’을 주장한다. 세상에 이런 식당이 있을까. 그 곳의 현실은 멘붕의 연속이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을 주는 그 곳이 마음에 끌린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강식당>은 그 희비극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누가 봐도 괴로운 멘붕 상황이지만 그것을 슬쩍 틀어 우스운 상황으로 보여준다. 이런 희비극을 틀어 보여주는데 있어서 그 누구보다 확실히 주목되는 건 강호동과 이수근의 존재감이다. 역시 오래도록 해온 코미디 공력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들은 <강식당>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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