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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열광, 이미 준비된 것들이었다

 

잘 영글었다. 한 번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는 목소리. 하지만 볼빨간 사춘기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우리의 귀를 부드럽게 긁어주었던 건 아니다. 이 소녀들이 <슈퍼스타K>의 오디션 무대에 나왔을 때만 해도 그 목소리는 제대로 영글지 않아 심지어 음정이 불안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도 이미 볼빨간 사춘기의 시대는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독특한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에 군살을 쪽 뺀 어쿠스틱한 사운드, 그리고 대단하다기보다는 귀엽게까지 다가오는 랩까지 어우러져 미처 영글지도 않았던 그녀들은 오디션 탈락 후에도 오래도록 귓가에 잔상으로 남아있었다.

 

'볼빨간 사춘기(사진출처:쇼파르뮤직)'

그리고 지난 4월 발표한 하프앨범 레드 이클(RED ICKLE)’에서 볼빨간 사춘기는 드디어 제대로 익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거기 수록됐던 초콜릿이란 곡은 이 예사롭지 않은 신예 듀오의 색깔을 왠지 쌉쌀해 근데 또 달콤해라는 가사로 들려줬다. 안지영의 목소리는 초콜릿처럼 쌉쌀한 상큼함이 묻어나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순수하고 밝은 사춘기의 이미지이면서도 때때로 목소리의 깊은 맛은 재즈싱어의 농익음을 담고 있었다.

 

당시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인 느낌을 주는 곡은 싸운날이란 곡이다. 포크록의 느낌이 물씬 배어있는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를 연상케 하는 이 곡은 경쾌하게 시작해 강렬한 사운드로까지 이어지며 볼빨간 사춘기의 다채로운 음악적 매력을 드러내줬다. 경북 영주의 시골밴드로 소개됐던 볼빨간 사춘기는 그 이미지 그대로 소박하면서도 소녀들 특유의 발랄함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몇 년 사이 여기에 그들이 갖고 있던 음악적 가능성들이 좋은 곡들과 어우러져 얹어졌다. 그러니 이들이 우주를 줄게라는 곡으로 역주행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일은 그저 기적이 아니다. 이미 이 소녀들의 음악은 우주를 줄 만큼 깊어져 있었으니.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열광은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 좋은 음악, 공감 가는 가사 같은 온전히 음악적인 것들로 인해 생겨난 것들이다. 이 소녀들의 발랄한 이미지 역시 시각적인 것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먼저 이들의 음악적 특성들이 그걸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치장하는 것 하나 없이 온전히 무대에 올라 소박한 기타 반주와 목소리 하나로 어필한 무대. 그것이 볼빨간 사춘기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다.

 

그녀들의 노래가 SNS를 통해 입에서 입으로 돌고 돌며 조금씩 대중들을 팬층으로 이끌었다는 건 그래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요란한 쇼케이스와 현란한 볼거리로 가득 채워지는 뮤직비디오들, 그리고 발매 즉시 차트 정상에 떡 하니 올라가는 그런 음악과는 다른 가치. 단번에 차트 정상에 오른 곡들이 그만큼의 속도로 사라져가는 것과는 달리, 볼빨간 사춘기의 곡들은 그래서 천천히 귀에 적셔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과거 10센치가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것도 그저 홍대의 한 카페에서 조촐하게 들려주는 노래들이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부터였다. 그 때도 권정열의 보컬과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윤철종의 기타 반주는 소리 소문 없이 대중들의 귀에서 귀로 전달되었다.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역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들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음악. 가을에 걸맞게 잘도 영글었다.

Posted by 더키앙

그래도 <달의 연인>에는 이준기와 강하늘이 있다

 

SBS 수목드라마 <달의 연인>에서 이준기의 존재감은 갈수록 무게감을 더해간다. 그가 연기하는 왕소라는 캐릭터는 이 황궁에서 살아가는 다른 황자들과는 이질적이다. 얼굴에 난 상처와 그 상처를 가린 가면은 그의 이질적인 캐릭터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어린 나이 어머니 황후 유씨(박지영)에 의해 상처를 입고 버려진 이 비극적인 인물은 스스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 ‘늑대개로 자신을 세운다.

 

'달의 연인(사진출처:SBS)'

그가 정윤 왕무(김산호)를 대신해 살수들을 뒤쫓아 그 본거지를 찾아낸 후, 그들이 황후 유씨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이라는 걸 알고는 모조리 도륙하고 불을 질러버리는 대목은 그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그는 황후 유씨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하다. 자신을 버리고 사지로 내모는 것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지만, 그들을 모두 도륙한 후 유씨를 찾아온 그는 그녀가 연루된 걸 모두 숨기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어머니 황후 유씨의 관심을 갈구한다.

 

상처 입은 짐승 같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지지 않고 토를 다는 해수(이지은)는 그래서 바로 그것 때문에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는 해수에게 묻는다. “내가 무섭지 않냐. 왕소는 상처 입은 자신의 얼굴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똑바로 쳐다봐 주는 해수를 통해 조금씩 닫혔던 마음을 허문다. 왕소의 존재감은 이렇듯 강렬한 상처 입은 짐승이 해수라는 한 여인을 만나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는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이준기는 눈빛 하나로 이 왕소의 심경변화를 연기한다. 얼굴 가득 피칠갑을 한 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통해 그의 내면 가득한 분노를 표현해낸다면, 그런 그가 해수 앞에서 살짝 풀어진 웃음기 머금은 눈빛으로 변할 때는 마음에 피어나는 변화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다. 얼굴 한 쪽을 거의 가린 채, 눈빛 하나로 이런 감정의 교차를 표현해내는 건 역시 이준기의 진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해수를 사이에 두고 대척점에 서 있는 왕욱을 연기하는 강하늘 역시 감정을 억누르는 인물이다. 그는 본처인 해씨부인(박시은)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만 마음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왕욱은 타인에 상처를 주지 못하고 차라리 자신이 상처를 입으려는 책임감 강한 선한 인물이다. 그는 끝까지 해씨부인의 옆을 지키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이 해수를 향해 있다는 걸 알고는 죽음 직전 그에게 해수를 부탁한다.

 

강하늘 역시 그 반쯤 풀린 듯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이 그 억눌린 캐릭터를 잘 설명한다. 하지만 강하늘의 왕욱 연기에서 주목할 만한 건 그 목소리다. 그는 이 사극에서 가장목소리를 낮춰 작게 말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낮고 작은 목소리가 어찌된 일인지 더 진중하고 깊게 시청자들의 귀에 박힌다. 목소리 자체는 낮고 작지만 그것이 억누르고 있는 깊은 감정 같은 것들이 거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달의 연인>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시청률은 난항이고, 연기력 논란은 그칠 줄 모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사극에 어떤 변화와 희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이준기와 강하늘이 보여주는 연기와 그 캐릭터들의 힘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준기의 눈빛 연기와 강하늘의 목소리. 이 사극의 많은 단점들을 충분히 채워줄 만큼 그 매력이 충분하다

Posted by 더키앙

<힐링캠프> 김상중, 그가 <그알>을 연기로 소화하는 까닭

 

세상에 이렇게 일관되게 진지한 톤으로 때론 웃기고 때론 진짜 진지하게 얘기했던 게스트가 있을까.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이제는 유행어가 된 김상중의 말투에는 이 진지함과 웃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가 잘 나타나 있다. 이제 1000회를 맞게 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상중은 그런데 말입니다를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은 그 말이 만들어내는 궁금증에 채널을 돌릴 수 없는 마법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그 진지한 한 마디는 이제 말해지기만 하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김상중만의 유행어가 되었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김상중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신뢰감이 있는 중저음이다. 그의 말대로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이 그 신뢰감을 더욱 공고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본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발성연습을 통해 생긴 목소리라고 했다. 연기자로서의 연극적인 톤이 살아있는 그 목소리가 사실은 신뢰감 있는 김상중의 이미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힐링캠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그는 좀체 그 목소리 톤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나는 이제 1000회를 맞게 된 <그것이 알고 싶다>MC라는 자리가 그에게 섣불리 일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피하게 했을 거라는 점이다. 그 스스로도 너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가 어떤 멘트를 던질 때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그것은 그의 신뢰감 있는 목소리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진지한 몰입감을 주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유행어처럼 웃음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말입니다는 대표적이다. 그래서 김상중은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도 시종일관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목소리톤과 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그런 모습 그대로 그가 EXID 하니와 함께 위 아래의 춤을 추거나, “기싱꿍꼬또를 하는 모습 자체가 더 큰 웃음을 다가올 수 있었다. 물론 그 끝에는 다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목소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잊지 않았지만.

 

자신을 스마트하지 않고 스위트하다고 말하면서도 진지한 톤을 유지하고, ‘뻐카충이나 낄끼빠빠같은 신조어의 뜻을 마치 사건 추리하듯이 맞추는 모습 속에서 진지함이 웃음으로 전달되었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며 알려만 주고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해 늘 미안함을 느낀다거나 반복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얘기할 때는 그 진지함이 더욱 진지한 이야기로 전해진다.

 

이것은 아마도 김상중이라는 연기자가 가진 대체불가 매력의 비밀일 것이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MC를 하나의 연기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배역을 선택할 때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의식해 지나친 악역이나 우스운 캐릭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그 단서다. 그는 좀 더 진지하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그것이 알고 싶다>MC를 소화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힐링캠프>가 끝날 때쯤이 되자, 김상중이 뜬금없이 던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자주 보시나요?”라는 진지한 질문은 어느새 웃음이 터지는 질문이 되어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훅 들어오는 질문이 웃음을 준 것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그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갖고 있는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애정은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이기도 했다.

 

그는 두 번에 걸쳐서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는 주지만 해결해주진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하지만 하니가 고마움을 전하며 말한 것처럼 그저 덮여지고 묻혀지는 진실에 대해 질문을 던져 알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세상을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해줘야 한다고 김상중은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 공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상중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나의 연기로 받아들여 많은 이들을 몰입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osted by 더키앙

<세결여>, 시청자 목소리 담은 임실댁의 촌철살인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확실히 초반부와는 다른 드라마의 색깔을 보이고 있다. 초반에는 이혼 후 결혼하면서 아이와는 떨어져 지내는 은수(이지아)를 보여주면서도 그 자극적인 설정보다는 오히려 결혼생활을 탐구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시청률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제 아무리 김수현 작가라도 일단 시청자들이 봐야 그 안에 결혼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도 보이기 마련이니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사진출처:SBS)'

그래서 생겨난 강한 캐릭터가 바로 채린(손여은)과 다미(장희진). 다미는 은수의 남편 준구(하석진)와의 불륜을 끝내지 못하는 캐릭터로 은수의 불행에 관여한다. 물론 다미보다 더 나쁜 캐릭터는 준구다. 그는 거의 부부강간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는 인물인데다, 이제 아빠가 될 인물이면서 여전히 불륜 행각을 저지르는 인물이고, 게다가 불륜의 대상인 다미에게조차 좋은 남자가 아니다. 그는 극도로 자기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인물로 어느 정도의 자기희생을 담보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틀에는 좀체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채린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하기에는 너무도 미성숙한 인물. 그녀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그런 그녀가 계모로서 의붓딸까지 거둔다는 것은 애초부터 글러먹었다. 채린이 그녀의 의붓딸 슬기(김지영)에게 독설을 퍼붓고 함께 우는 장면은 채린의 정신연령이 슬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잘 보여준다.

 

잘못한 게 뭐예요. 내가 뭘 잘못했어요. 도대체 이집에서 나를 제대로 대접하는 사람이 누구에요. 어른들이 나를 우습게 아니까 애까지 나를 깔보는데. 깔보다 못해 깜찍하고 앙큼하게 나를 속이기까지 하는데. 분에 피가 거꾸로 도는데 그까짓 녹음기가 뭐라고. 상속 날아갔다니까 그 순간 얼굴 바꾸신 시어머니. 바로 몇 시간 전 자기가 한 말 뒤집고 여우같은 시누이 불러내 나를 부채질 아이까지 나를 조롱하는데 어떻게 참아.”

 

그녀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 아이에게 게임만 하다가 바보 될래? 너 바보 돼. 바보 될 거야.”라고 말한다거나 내가 니 엄마야 잊어버리지 마 너도 나도 팔자니까 어쩔 수 없어. 또 한 번만 싹수없는 짓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발가벗겨 내쫓을 거야.” 같은 말은 단순히 계모 본색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심한 그녀의 무개념을 보여준다. 그녀는 거의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에 가깝다.

 

친엄마가 녹음해준 동화를 몰래 듣는다고 그걸 빼앗아 아이가 보는 앞에서 발로 밟아 부숴버리는 그런 행동을 하는 채린은 그래서 조금 밋밋했던 이 드라마에 강한 조미료 역할을 해준다. 마치 아침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캐릭터. 하지만 이런 자극이 들어가면서도 이 드라마가 어떤 균형을 맞춰주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그녀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임실댁(허진)이다.

 

아이가 울면서 채린이 저지른 일들을 토로하자 채린은 거짓말이라며 극구부인하지만 그 옆에서 감초처럼 한 마디를 집어넣는 인물이 바로 임실댁. “야가 없는 말을 하는 아이는 아녀 응?” 이런 대사는 다분히 이 모든 채린의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시청자의 답답한 마음이 임실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속 시원히 터지고 있는 것.

 

남편 정태원(송창의)조차 질책을 당하고 집을 나가버린 채린을 찾아나서는 임실댁에게 최여사(김용림)찾아 나설 것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임실댁의 대사가 기가 막히다. “그래도 한 솥밥 먹고사는 디 그러면 인심 어디 쓰겄쓰라우... 이웃에서 알고 지들끼리 소곤거리면 뭣이 좋겄소. 저 집 며느리 또 내쫓을라구 그러는갑다 그럴 거 아니요.” 이것은 채린의 행동에 덧붙여 최여사가 그간 은수에게 했던 행동들을 꼬집는 말이다.

 

지금 인터넷에는 임실댁 어록이 흘러나올 정도다. “사람 무시하지 마소잉. 내가 나이를 갑절은 더 먹은 사람이요.”하고 가사도우미로 있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하며, “새 사람 들어와두 줄어드는 일은 없구...나도 염색 장갑끼구 안 태났소.”하며 은근히 채린을 다그치기도 하고, 때로는 밥이 체한 게 아니라 욕심이 체했지잉. 욕심이 욕심. 그란디 김치국물이 욕심도 삭힐랑가는 모르겄네잉.”하며 바른 소리를 해대는 인물.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달라지고 있는 결혼 세태에 대해 탐구하듯 접근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드라마다. 이제 남편의 불륜행각을 사진으로 확인하고 두 번째 이혼을 생각하기 시작한 은수가 그렇고, 두 번째 결혼을 했지만 자기 생각밖에 못하는 미성숙한 채린 때문에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는 태원이 그렇다. 그렇다고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이기 싫다며 동거를 선언한 은수의 언니 현수(엄지원)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니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깨치고 나오는 인물이 다름 아닌 임실댁이다. 그녀는 특유의 혼자 중얼거리는 짧은 논평(?)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고 있다. 물론 많이 배우지는 못한 인물로 또 가사도우미로 살아가는 서민적인 인물이지만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많이 배웠다는 인물들과 그럴 듯한 화려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부자들보다 그녀는 훨씬 인간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드라마가 어떤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최고 캐릭터로 등극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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