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몰래카메라 (19)
주간 정덕현
예능의 카메라는 어떻게 변해왔나 초창기 ‘몰래카메라’가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것은 당대 이른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이미지라는 옷을 잔뜩 끼어 입은 스타들의 옷을 벗겨낸다는 쾌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체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 가끔씩 얼굴을 보이면서 강화해온 ‘신비한 이미지’는 연예계에 넘쳐났고, 따라서 이것은 ‘몰래카메라’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몰래카메라가 잡아낼 수 있는 신비화된 연예인들은 부지기수였고, 그 연예인들은 무너진 자신의 진솔한 얼굴을 시청자에게 여지없이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절, 우리에게 몰래카메라란 흥신소를 떠올리게 하는 도착적인 기구를 연상케 했다. 그것은 어두컴컴한 곳에 숨겨져 누군가를 훔쳐보기 위해 사용되는 음성적인 도구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후 다시 ..
리얼리티의 늪에 빠진 TV 늦은 시각까지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사무실. 한 워킹맘이 아픈 아이의 화상전화를 받는다. 아이는 물수건을 이마에 대고 누운 채, “엄마 언제 와”하고 애처롭게 묻는다. 아이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이는 엄마가 “금방 갈 게”하고 말한다. 제 일처럼 걱정해주는 동료들에게 “많이 아픈가봐요”하며 회의실을 나선 워킹맘. 갑자기 표정이 180도 달라진다. 아이가 영상통화를 통해 말한다. “엄마 나 잘했지?” 아이와 엄마가 만세를 부르고 이어 “쇼를 하면 엄마의 퇴근이 빨라진다”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케이티에프 ‘대한민국 보고서 - 육아문제 편’의 장면이다. 최근 새로운 영상시대를 예고하는 듯한 이 캠페인성 광고는 현재의 TV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주창하기 시작한 ‘리얼리티’의 실상을 보여준..
‘무릎팍 도사’, ‘일밤’ 왜 비판받나 이영자의 ‘가짜 반지 소동’은 리얼리티쇼 시대에 과다한 시청률 추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페이크 쇼(가짜를 진짜인 척 하는 쇼)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혹자들은 이 사소한 일처럼 보이는 소동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 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른바 쇼는 쇼일 뿐인데, 왜 거기서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따지냐는 것이다. 일견 이러한 의견은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락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리얼리티쇼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 문제의 핵심이 보인다. 우리는 이영자가 ‘경제야 놀자’란 쇼에서 과장되게 얘기한 사실이 엉뚱하게도 쇼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소라에게 악플로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영자가 쇼의 재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