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868)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657)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297,446
Today39
Yesterday643

유재석의 '유퀴즈', 강호동의 '한끼줍쇼' 이들이 찾은 해법

 

워낙 오래도록 사랑받아왔던 예능 프로그램이어서인지, 방송을 재개해달라는 목소리가 솔솔 피어오른다. MBC <무한도전>과 KBS <1박2일> 이야기다. 약 10여 년 간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를 이끈 양대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 방영되지 않는다. <무한도전>은 12년 만에 시즌 종영을 선언했고, <1박2일>은 정준영 사태가 터지면서 제작 중단된 상태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지금 방영되지 않게 된 건 저마다의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이상 이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 먹히지 않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연예인 캐릭터쇼는 이제 조금은 구닥다리 예능 트렌드가 됐다. 대신 그 자리에 들어온 건 일반인과 더해지는 관찰카메라다. 가짜가 아닌 진짜를 보고픈 대중들의 욕구가 만들어낸 새로운 예능 트렌드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을 각각 이끌었던 유재석과 강호동의 양대 구도도 막을 내리게 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이들이 해법을 찾은 프로그램은 뭘까? 지금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부활시켜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이 프로그램들은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해법이 되어줄까.

 

김태호 PD가 새로 들고 온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시즌2가 아니라 <놀면 뭐하니?>라는 릴레이 카메라 방식의 예능 실험이었다. 물론 아직 제대로 정착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고 차라리 <무한도전> 시즌2를 부활시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놀면 뭐하니?>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유재석이 그 중심에 서게 됐지만 그 역할은 사뭇 달라졌다. 중심에 있다고 해도 새로운 예능인들을 발굴하고 찾아내는 정도의 역할이라고 해야할까.

 

온전히 유재석이 지금의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또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거리를 다니며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즉석에서 벌어지는 리얼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유재석은 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대전에서 찍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애초 ‘노잼 대전’을 ‘유잼 대전’으로 만들겠다며 사람들을 찾아 나섰는데, 마지막 카페를 운영하는 분에게서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노잼’이지만 ‘노스트레스’가 바로 대전이라는 것. 이런 보통 사람들에게서 만들어지는 발견의 지점들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재미이고 그것은 또한 이 달라진 시대에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어떨까. 물론 <1박2일> 시즌4를 원년 멤버들로 다시 시작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KBS라는 공영방송의 틀에서 우리네 숨은 여행지들과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취지는 <1박2일>이 일반적인 예능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강호동에게도 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해법이 되어줄 거라는 점에는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강호동을 되살린 프로그램은 JTBC <한끼줍쇼>였다. 이경규와 함께 골목골목을 다니며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환대해주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강호동은 그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끄집어내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소통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무한도전> 시즌2나 <1박2일> 시즌4가 만들어지는 일은 물론 반가운 일일 게다. 그래도 한 때의 10여년을 우리와 함께 웃고 울었던 프로그램이 아닌가. 그러니 향수가 있고 여전한 즐거움이 있을 거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로 가는 프로그램보다 좀 더 현재적인 프로그램으로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나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이 훨씬 바람직해 보인다. 그건 아마도 과거 언저리에 머물러 있기보다 앞으로 나가야 하는 유재석과 강호동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놀면 뭐하니?’ 유튜브와 지상파의 결합, 아직은 어정쩡하지만

 

MBC 새 예능 <놀면 뭐하니?>의 프리뷰가 ‘릴레이 카메라’라는 방식으로 유튜브 시대의 방송을 실험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첫 방은 그 유튜브 방송을 지상파와 결합한 형태였다. 조세호의 집에 유재석을 위시해 유노윤호, 딘딘, 태항호, 데프콘 등이 찾아와 릴레이 카메라로 찍어온 방송을 보며 리액션 코멘터리를 다는 방식을 취한 것.

 

그것은 우리가 현재 지상파 관찰카메라의 흔한 형식 중 하나였다. <나 혼자 산다>가 그렇고, <전지적 참견 시점>이 그러하며 <미운 우리 새끼>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다. 다만 다른 건 그 장소가 스튜디오가 아니라 조세호의 집이라는 사실이고, 그 방송 영상을 보는 것도 조세호가 직접 컴퓨터로 TV를 연결해 보는 방식이라는 사실이었다. 중간에 보다가 멈출 수도 있고 다시 돌려 볼 수도 있는 방식이 더해져 유재석의 과거 굴욕영상이 편집된 장면에서는 여러 차례 반복해 보는 것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이런 형식은 우리가 과거 <무한도전>에서도 종종 봤던 지상파에서 익숙한 예능의 풍경이었다. 관찰카메라가 일상에서 찍어온 리얼한 영상들을 보여준다면, 이것을 보며 출연자들이 덧붙이는 코멘트는 일종의 캐릭터쇼를 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재석은 전체 토크를 진두지휘했고, 유노윤호는 딘딘과 마치 콤비처럼 ‘왕과 충신(?)’ 같은 깨알 같은 캐릭터 토크를 더했다. 태항호는 전체 흐름을 관찰해 짚어내는 캐릭터가 돋보였고, 데프콘은 방송 욕심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드러냈으며 조세호는 먹는 것 밝히고 은근히 있는 고집을 드러내는 것으로 웃음을 주었다.

 

한편 김태호 PD에게 두 대의 카메라를 받은 유재석은 한 대를 하하에게 다른 한 대는 유희열에게 전하면서 이 ‘카메라 대장정’의 출발을 알렸다. 하하는 그 카메라를 양세형, 양세찬 형제에게 넘겼고 양세형은 다시 유세윤에게 넘어갔다. 유희열은 그 카메라를 소속 아티스트인 정승환을 통해 정재형에게 넘겼고 정재형은 다시 장윤주에게 카메라를 전해주었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 카메라라는 새로운 예능 실험은 카메라 몇 대로 시작해 계속 확장되어가는 방식으로 펼쳐질 예정이지만 첫 방은 아직 그 한계를 먼저 보여준 면이 크다. 즉 지상파 버전이 결합하면서 유튜브 방식의 참신함은 흔한 관찰카메라 형식과 캐릭터쇼로 되돌아간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 그렇다. 그들이 ‘조의 아파트’에서 보여준 웃음의 방식은 우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무한도전>을 통해 봤던 그런 방식 그대로였다.

 

게다가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히는 건 출연진들이 여전히 <무한도전>의 ‘관계자들(?)’로 채워지면서 늘 봐오던 그 모습들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태항호 같은 경우는 그다지 많이 노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재밌고 신선한 인물로 등장했지만, 딘딘은 너무 예능에서 많이 소비된 인물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데프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릴레이카메라가 아는 지인들을 통해 움직이기 때문에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리 새롭지 않았다는 점은 큰 한계로 지목된다. 이를 테면 하하와 유희열이 그렇고 양세형, 유세윤, 장윤주 같은 인물들이 그렇다. 사실 그들은 광의의 <무한도전> 멤버나 다름없는 인물들이 아닌가.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을 게다. 그렇게 익숙한 인물들로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좀 더 확장되며 새로운 인물군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다만 아쉬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확장된 세계에도 연예인들로 지칭되는 ‘저들의 세계’만이 채워질 거라는 점이다. 요즘처럼 보통 사람들의 방송 참여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는 시대에 ‘저들만의 세계’, 그것도 익숙한 인물들로 채워지는 세계가 얼마나 큰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제작진은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놀면 뭐하니?’의 실험 참신하지만, 복병은 과거와의 싸움

 

프리뷰라고는 하지만 이제 드디어 김태호 PD의 새 프로그램은 그 베일을 벗은 것이나 다름없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토요일 <무한도전>의 시간대에 들어온 것. 이 프리뷰는 이미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그러니 사실상 진짜 시작은 다음 주라고 봐야한다.

 

김태호 PD의 신작이라는 점은 굉장한 부담감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무게를 갖는다. 그래서 왠지 대작을 기대하게 하지만 김태호 PD는 거꾸로 ‘소소함’을 선택했다. 물론 그 ‘소소함’은 시작이다. 그 ‘소소함’이 점점 ‘큰 일’로 번져가는 과정을 우리는 이미 <무한도전>에서 목격한 바 있다.

 

어느 날 유재석을 만나 불쑥 카메라를 건네고 아무 거나 메모리를 채워오라는 그 미션 하나로 그 릴레이 카메라는 ‘여정’을 떠났다. 조세호에서 태항호, 유병재, 딘딘 그리고 유노윤호를 거쳐 한 달여 간을 돌던 카메라는 다시 김태호 PD의 손에 들어왔고, 거기 담겨진 영상들은 제작진의 편집을 거쳐 먼저 유튜브에 선을 보인 후, 프리뷰로 방영됐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고민했던 회의 내용이 눈에 띈다. 무언가 ‘대중성’을 따르기보다는 ‘실험성’과 ‘의미 있는 도전’에 더 방점을 두겠다는 것. 하지만 그 안에도 야심은 엿보인다. 소소함으로 시작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들어와 거대해지는 어떤 ‘사건’을 이들은 꿈꾸고 있었다.

 

아마도 첫 번째 간단한 실험으로 무언가 가능할 거라는 걸 보게 된 김태호 PD가 카메라 두 대를 돌림으로써 가져올 영상은 더 거대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존 <무한도전>을 찍던 방식과 완전히 달라진 릴레이 카메라의 촬영 방식이다. <무한도전>은 출연자 주변에 카메라들이 그들을 찍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그 모습은 진짜 리얼한 실제라기보다는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이 보여주는 ‘쇼’에 더 가깝다.

 

하지만 제작진이 사라지고 카메라를 통째로 건네서 그들 스스로 찍어온 영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제작진의 개입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리얼한 일상이 담긴다. 실제로 이 프리뷰에서 의외로 재밌게 다가온 건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태항호와 친구들이 찍어온 영상이었다. 낮부터 대학로에서 만나 잡담을 하며 술을 마시는 그들의 모습에서 제모나 탈모 이야기 같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토크는 흥미진진했다.

 

만일 이렇게 카메라 몇 대를 누군가에게 건네는 ‘소소한’ 일이 향후 점점 많은 이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그것이 겹쳐지거나 혹은 거기 등장한 인물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일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이 ‘릴레이 카메라’를 통해 좀더 저들의 세계 깊숙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게다. 그리고 이것은 유튜브 세대들이 익숙하게 봐온 영상들이기도 하다. 별 의도 없이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거기서 발견되는 어떤 일들을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더 리얼한 재미가 만들어지는 그런 영상.

 

여기서 맞닥뜨리게 되는 건,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과거 <무한도전> 시절의 캐릭터쇼가 아니라 지금 유튜브 세대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실험을 시도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향수와 현재 사이의 부딪침이다. 다시 김태호 PD가 유재석과 함께 돌아온다고 했을 때 아마도 <무한도전>의 팬들은 그 연장선의 어떤 프로그램을 더 기대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시즌2로 돌아온 게 아니었다. 대신 <놀면 뭐하니?>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온 것이고, <무한도전>과는 다른 어떤 실험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실험은 어쩌면 <무한도전> 시절의 얼굴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즉 새로움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놀면 뭐하니?>의 실험이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에 대한 여전한 향수를 가진 시청자들이 그 연장선에서 <놀면 뭐하니?>를 보게 되면 어째서 다른 제목으로 이런 실험을 했을까 의아해질 수 있다. <무한도전> 시즌2의 한 실험으로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건 프리뷰 다음에 이어질 본방을 보고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만일 <놀면 뭐하니?>의 본방이 <무한도전>과는 다른 또 다른 확장된 세계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실험이라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어쨌든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과거의 향수에 머물기 보다는 지금 현재를 선택한 것만은 분명하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선녀들’, 최희서 울린 일본 시민단체 봉선화 그 먹먹함의 실체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의 군대와 경찰, 유언비어를 믿은 민중들에 의해 많은 조선인이 살해당했다. 이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인권의 회복과 양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며 이 비를 건립한다.” 어느 조용한 주택가에서 찾은 추도비의 문구를 읽어나가던 최희서는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목소리가 떨리더니 결국은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을 터였다.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의 역할을 연기하며 당시 관동대지진 때 벌어졌던 조선인 학살과 이에 항거했던 청년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던 그였기에 이 자그마한 공간에 마련된 추도비의 의미는 남달랐을 거였다. 게다가 그건 우리가 아닌 ‘봉선화’라 불리는 뜻이 있는 일본 시민단체가 사유지를 사서 마련한 추도비였다.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부의 행보를 볼 때마다 느꼈던 분노와 답답함이, 모든 일본인들이 다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말해주는 추도비를 통해 발견되는 순간,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을 터다.

MBC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이 ‘한반도편’을 하면서 일본까지 날아간 이유는 결국 거기서 다시 발견하게 되는 우리네 역사 때문이었다. 결국 문근영을 뜨겁게 눈물 흘리게 만든 제주 4.3사건의 이야기에 이어 일본으로 간 <선을 넘는 녀석들>은 이른바 ‘의거로드’를 걸으며 일본의 심장부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던졌던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영친왕의 저택이었던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을 찾아가 그 안내판에 단 한 줄도 남아있지 않은 영친왕에 대한 이야기에 분노하고, 히비야 공원에서 벌어졌던 3.1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조선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 이야기에 먹먹해졌다. 설민석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해주는 김원봉과 김지섭 의사, 이봉창 의사의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벗어나 실제 되살아난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역사란 결국 현재 다시 들여다보고 기억해내는 것으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가.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재해지역이나 전쟁 철거지 등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을 대상으로 한 관광)’을 표방하며 우리네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 삶을 느껴보는 <선을 넘는 녀석들>이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다. 물론 <무한도전>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어찌 보면 <선을 넘는 녀석들>의 이러한 역사 소재 예능은 <무한도전>이 해왔던 그 계보를 잇는 느낌이다.
설민석이 출연해 우리네 역사를 되돌아봤던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특집이나 ‘배달의 무도’편에서 유재석과 하하가 찾아갔던 하시마섬 이야기의 감동이 <선을 넘는 녀석들>을 통해 다시금 이어지는 듯하다. <무한도전> 이후 토요일 저녁에 볼 예능 프로그램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그나마 그 계보를 잇는 듯한 <선을 넘는 녀석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
반드시 기억해야할 아픈 역사를 직접 찾아가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선을 넘는 녀석들>은 확실한 명분과 의미 그리고 여정이 갖는 재미까지 담아내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성취는 그래서 그간 <무한도전>이 만들어냈던 수많은 아이템들과 기획들이 MBC 예능에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팬들은 여전히 <무한도전>이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그 계보를 잇는 프로그램들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선을 넘는 녀석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나 혼자 산다', 소소한 이들의 일상에 왜 빠져들게 될까

한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축구경기가 방영되고 있는 와중에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1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결방했지만, 대신 편성된 JTBC의 축구중계가 23% 시청률을 낸 걸 생각해보면 <나 혼자 산다>는 이러한 외적인 요인에 의해 그다지 큰 시청률 변동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지난주 12% 시청률보다 오른 걸 보면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에 축구중계에 별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까지 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청률이 그리 중요한 지표가 되지 못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굳이 이 수치를 거론하는 이유는 적어도 그것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충성도 높은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를 챙겨본다. 마치 과거 시즌 종영하기 전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이 날 방영된 내용이 그리 대단히 새롭거나 특별했던 것도 아니다. <나 혼자 산다>는 이시언이 정들었던 상도하우스를 떠나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렇게나 물건들이 쌓여 있어 발 디딜 틈조차 없던 그 집에서 물건들이 하나둘 정리되고, 나중에 텅 비어버린 집에서 괜스레 울컥해진 이시언이 두꺼비집을 내리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짠하게 다가왔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좀더 주목받게 된 그는 그 집이 복덩이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 집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과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뉴얼(새 얼간이) 캐릭터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성훈이 평소 어색한 관계였던 기안84를 찾아가 함께 밥을 먹고 갑자기 떠난 여행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것 역시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라고 할 순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조금씩 친숙해져가는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성훈이 어딘가 무식함을 드러내는 대목에서 기안84가 점점 마음 편해하는 모습이 웃음을 줬다.

사실 이런 정도의 에피소드를 갖고 시청률 14%를 낸다는 건 대단히 가성비 높은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비교해서 금요일 밤에 방영되는 SBS <정글의 법칙> 같은 경우 그 힘든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훨씬 높은 노동 강도를 보여주지만 9%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그건 출연자들에 대한 친밀감에서 생겨난다. 언제부턴가 <나 혼자 산다>는 전현무를 중심으로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기안84, 헨리 같은 보기만 해도 반가운 느낌을 주는 출연자들과의 친밀감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들이 그저 동네에서 함께 만나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도 남다른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된 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특별한 구성방식과 편집, 자막의 공이 크다.

관찰카메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할 때 등장한 프로그램이 <나 혼자 산다>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직까지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이 어딘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던 그 시절, 이 프로그램은 ‘1인 라이프’라는 취지를 앞세워 관찰카메라를 찍었다. 그러다 점점 관찰카메라가 익숙해지면서 1인 라이프 같은 취지는 그리 중요한 일이 되지 않게 됐다. 이제는 자주 보다보니 남다른 케미들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마치 우리들의 일인 양 친밀해진 상황이 만들어진 것.

이것은 마치 <무한도전>이 출연자들을 시청자들에게 마치 가족처럼 느끼게 해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건, <나 혼자 산다>는 그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캐릭터가 아닌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정도다. 친숙해진 그들은 이제 어떤 조합으로 만나도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이시언과 기안84 그리고 헨리가 ‘세 얼간이’라는 조합으로 묶이고, 박나래와 기안84 그리고 충재씨가 묘한 관계로 얽히는 과정만으로도 흥미롭게 된 것.

게다가 <무한도전>이 가끔씩 무한뉴스를 통해 보여줬던 저들의 실제 생활을 <나 혼자 산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 이시언이 상도하우스를 떠나 새로운 아파트로 이주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이 남다른 감흥으로 느껴지는 건 그 과정 하나하나를 봐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 혼자 산다>는 메인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만나는 이들까지 패밀리로 묶어내는 놀라운 확장성까지 갖고 있다. <무한도전>이 가끔씩 ‘친구들’을 불러 오디션을 벌이거나 축제를 벌이는 방식을 통해 했던 ‘외연 넓히기’처럼, <나 혼자 산다>는 화사나 승리, 김충재 같은 주변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끊임없이 패밀리를 늘려간다. 이러니 이야기는 더더욱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예능 트렌드는 관찰카메라 시대로 넘어왔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건 출연자들과의 ‘친밀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들은 어느새 시청자들이 마치 그들과 오래도록 함께 해온 이들 같은 친밀감을 주고 있다. 마치 혼자 사는 이들이라면 느끼고픈 유대감을 대신 만들어주는 것처럼.(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런닝맨’ 톰 크루즈 출연, ‘무도’ 잭 블랙과 비교된 까닭

과연 <무한도전>이었다면 어땠을까. SBS 예능 <런닝맨>에 톰 크루즈, 헨리 카빌 그리고 사이먼 페그가 출연한 것을 보고 든 생각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6>의 홍보 차 방송에 출연한 것이지만, 애초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소소한 게임으로만 채워져 시청자들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애초 <런닝맨>에 톰 크루즈가 출연한다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워낙 국내에 많은 팬들을 갖고 있는 톰 크루즈가 아닌가. 유재석과 톰 크루즈가 서로 악수를 나누는 장면만으로도 화제가 되었고, 특히 스틸컷으로 올라온 톰 크루즈 등에 이름표가 붙어 있는 장면은 설마 <미션 임파서블> 출연자들과의 ‘이름표 떼기’ 추격전 같은 걸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런닝맨>에서 이 세계적인 스타들을 세워두고 한 게임은 철가방 퀴즈(빠르게 열고 닫는 철가방 안에 든 물건을 알아맞히는 게임), 미스터리 박스(박스 안에 손을 넣어 그 안에 있는 물건 알아맞히는 게임) 그리고 통아저씨 게임이었다. 바쁜 영화 홍보일정 때문에 1시간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실 더 스케일이 있는 게임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래도 애초 예고가 준 기대감과는 사뭇 거리가 먼 게임들이었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반응을 내보인 건 그래서다. 사실 이러한 유명한 외국인들의 출연은 <무한도전>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잭 블랙 같은 경우 <무한도전>에 출연함으로서 진짜 ‘잭 형’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친근한 배우가 되었다. <무한도전> 특유의 흥 많은 시간들 속으로 너무나 적극적으로 빠져든 잭 블랙은 온 몸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그 후에도 <무한도전>과 인연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 <무한도전>이 지금도 방영되고 있었다면 과연 톰 크루즈는 <런닝맨>을 선택했을까.

물론 <런닝맨>은 톰 크루즈의 출연으로 톡톡한 시청률 효과를 봤다. 1부에서는 그들이 출연한다는 전제를 계속 깔면서 미션을 수행함으로써 기대감을 높여 6.8%(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고 결국 그들이 출연한 2부는 시청률은 9.5%(닐슨 코리아)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시청률이 치솟은 만큼 <런닝맨>을 통해 기대한 톰 크루즈와의 게임은 너무 소소하게 느껴졌다. 

<런닝맨>이 보여준 내용들은 소소했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역시 월드클래스 스타다운 톰 크루즈와 헨리 카빌 그리고 사이먼 페그의 매너였다. 그 소소한 게임조차 열정을 다해 임하는 승부욕을 보여줬고, 사이먼 페그는 그 캐릭터만큼 재미있는 예능감을 선사했다. 헨리 카빌은 그를 좋아한다는 전소민과 눈빛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이 시즌을 종영한 아쉬움이 커서인지 아니면 그 프로그램이 남긴 족적이 워낙 커서인지,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다보면 자꾸 ‘<무한도전>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tvN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무한도전>이 추진했었던 우주 특집을 생각하게 되는 식이다. <런닝맨>과 톰 크루즈의 만남이 갖게 한 기대감과 남는 아쉬움이 그렇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리얼 버라이어티 그 후, 언리얼과 탐험 예능

도대체 이 낯선 예능 프로그램들은 뭘까. 지상파 예능들 속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두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 <두니아>와 KBS <거기가 어딘데>다. 이게 과연 지상파 예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두 프로그램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다. 물론 그 낯설음 때문에 지상파 시청률로는 낮은 3%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하고 있지만, 화제성과 반응은 뜨겁다. 그 도전이 현재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의 연출자들이 각각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을 풍미한 MBC <무한도전>과 KBS <1박2일>에서 잔뼈가 굵은 PD들이라는 점이다. <두니아>의 박진경, 이재석 PD는 우리에게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유전자의 뿌리는 <무한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물들이다. <거기가 어딘데>의 유호진 PD는 <1박2일>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 PD이기도 하다.

이들을 뿌리를 들여다보면 지금 이들이 실험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도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두니아>는 아예 대놓고 ‘언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새로운 프로그램 형식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건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 새로운 대안으로서 ‘언리얼’의 세계를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가 게임의 세계로 익숙한 ‘가상현실’ 세계다. 게임의 공간 같은 두니아라는 ‘언리얼’ 세계를 던져놓았기 때문에(그 곳은 그래서 공룡이 출몰하는 곳이다) 출연자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애매한 지대에 놓이게 된다. 일정 부분은 대본을 통한 가상 연기를 보여주지만 다른 부분은 진짜 이 낯선 섬에서의 생존과정을 담아낸다. 그래서 한강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유노윤호가 순간 두니아라는 섬으로 워프하면서 그 곳에서는 별 쓸모없어 보이는 자전거가 그와 같이 정글에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지만,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그 자전거의 바퀴를 불 위에 올려놓고 조리판처럼 쓰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던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새로운 경험들이 두니아라는 세계에서는 가능해진다.

<거기가 어딘데>를 통해 유호진 PD가 하필이면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을 찾아가게 된 건 그 곳이 아직까지 예능 프로그램이 가지 않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박2일>이 국내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어 시도하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난 사이에 너무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외 곳곳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은 사막 탐험을 시도하게 됐다는 것.

사막이라는 낯선 공간을 선택한다는 건 다만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 텅 빈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니만큼 새로운 예능 문법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는 독특한 자막과 편집을 통해 웃음은 물론이고 의미까지도 잡아내는 색다른 예능의 방식을 끌어낸다. 이것은 <두니아>가 언리얼이라는 가상현실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적인 편집과 자막을 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는 물론 지상파로서는 성공했다 말하기 어려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 시도가 포스트 <무한도전>과 <1박2일>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도전으로 다가온다. 당장의 시청률보다는 이제는 지나가버린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 그 후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토요일 저녁, 도전은 없고 안전함만 남은 예능프로그램들

지난 3월 31일 MBC 예능 <무한도전>은 563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그리고 두 달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 토요일의 TV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KBS <불후의 명곡>과 SBS <백년손님>이다. 시청률로만 보면 <불후의 명곡>이 9%(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거의 비슷한 <백년손님>이 8.9%로 뒤쫓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무한도전>의 자리에 들어온 MBC <뜻밖의 Q>는 3%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에 빠져있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시청자들의 관심 자체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요령부득의 상황이다. <무한도전>의 후속인지라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지만, 그걸 차치하고라도 예능으로서의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부정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불후의 명곡>이나 <백년손님>은 어떨까. 사실 두 프로그램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능동적인 시청이라 보기는 어렵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오래된 형식이고, 매번 비슷한 틀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찾아서 보기보다는 틀어 놓다 보니 보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들일 수밖에 없다.

<불후의 명곡>은 <나는 가수다>가 한참 화제가 되던 시절, 그 여파로 만들어졌던 프로그램이다. 파괴력은 <나는 가수다>에 떨어졌지만, KBS 특유의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지향하면서 지금껏 살아남았다. 정훈희 같은 가수가 전설로 추대되어 그의 노래를 박기영, 양동근, 케이윌 같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그 방식은 KBS에 걸맞는 보수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마치 월화드라마보다 <가요무대>가 더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처럼, 이 시간대에 수위를 차지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백년손님>은 애초에 남편들의 강제처가살이를 콘셉트로 삼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이만기와 제리 장모의 ‘톰과 제리’ 같은 툭탁대는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지금은 그 콘셉트에 그리 천착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후포리 남서방네 집에 샘 오취리와 강남이 찾아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처가살이’라기보다는 시골 체험에 더 가깝다. 하일 같은 원조 스타 외국인을 캐스팅하고 장모와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대목은 아무래도 외국인 예능 트렌드를 접목시킨 느낌이 강하다. 

<불후의 명곡>도 <백년손님>도 나름 저 마다의 재미가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어떤 도전적인 새로움을 보여주기보다는 늘 있던 것을 반복하고 있어 찾아서 보게 되지는 않는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자꾸만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무한도전>의 빈자리다. 현재의 안전하게만 보이는 토요일 저녁 TV풍경이 매주 새로운 도전들을 실험적으로까지 보여주며 기대감을 갖게 했던 <무한도전>의 공백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무한도전>이 없는 토요일 저녁 시간대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무한도전>이 매회 보여줬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나마 작은 새로움이라도 찾아보고 싶을 따름이다. 점점 그 시간대 자체의 기대감이 사라져가는 토요일 저녁을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슈가맨2’, 솔리드 대미 장식에 담긴 취지와 재미 사이

JTBC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2>가 종영했다. 그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 솔리드였다. 21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솔리드. 그들이 무대에서 부르는 ‘이 밤의 끝을 잡고’는 정말 이 마지막 <슈가맨>의 끝을 잡고픈 시청자들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또 전주만으로도 100불을 달성한 ‘천생연분’은 <슈가맨2>의 무대를 콘서트장처럼 만들어버렸다. 

솔리드의 노래는 방청석은 물론이고 안방극장 시청자들까지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노래의 가장 큰 힘은 역시 듣는 순간 그 시절로 우리를 되돌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솔리드의 감미롭고 때론 강렬한 목소리를 들으며 반가움에 눈물까지 흘리는 방청객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하지만 <슈가맨2>의 대미를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장식한 인물이 솔리드라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취지와 재미 사이의 고민을 실감하게 한다. 사실 취지를 굳이 따지자면 솔리드를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게다. 많은 히트곡을 냈으며 지금도 대표적인 R&B 그룹이 아닌가. 게다가 김조한은 <나는 가수다> 같은 무대나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지금도 ‘R&B 대디’라고 불리는 가수다. 

굳이 세대를 나눠 불을 켜는 것으로 추억을 소환시키는 장면을 비주얼화한 건 다름 아닌 이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이 ‘원 히트 원더’이기 때문이다. 강렬하게 하나의 히트곡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그들을 과연 지금 기억해내는 관객이 얼마나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고, 그래서 켜진 불 하나 하나는 더 소중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솔리드가 달성한 100불은 놀랍고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룹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슈가맨>이 가진 고민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프로그램이 잘 되기 위해서는 그 날 무대에 오르는 가수가 너무 몰라도 또 너무 알려져도 곤란한 게 이 <슈가맨>이 스스로 지운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넘어서기 위해 <슈가맨>은 시즌1과는 달리 시즌2에서는 그 취지에 대해 엄밀한 잣대를 세우지는 않았다. 솔리드를 포함해 쥬얼리나 양동근 같은 가수들이 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렇게 엄밀한 취지에서 살짝 유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슈가맨2>는 꽤 괜찮은 시청률과 호응을 얻어냈다. 그것은 ‘원 히트 원더’라는 그 취지 자체에 얽매이기보다는 추억을 소환해낸다는 재미를 시청자들이 더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때 굉장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무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한 가수들을 소환해 노래도 듣고 당시의 이야기도 나누는 그 대목에 이끌렸던 것.

만일 <슈가맨>이 시즌3로 돌아오게 된다면 먼저 그 엄밀한 취지보다는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으로서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좀 더 취지에서 유연해질 수만 있다면, 주말 밤 ‘이 밤의 끝을 잡고’픈 시청자들의 추억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뜻밖의 Q’의 안이함, 제 아무리 웃음의 강도를 높인들

시청률 4.2%(닐슨 코리아). 뜻밖의 시청률이다. 물론 MBC 예능 <무한도전>이 떠난 자리를 채운다는 게 부담이 됐을 <뜻밖의 Q>지만 이건 안이해도 너무 안이한 기획이다. 음악예능, 퀴즈프로그램, 스튜디오물. 뭐 하나 지금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게 없다. <무한도전>이 있던 자리인 노른자위 프라임타임에 들어올 프로그램으로는 함량 부족이다. 차라리 시청자들이 <전지적 참견 시점>을 그 시간대에 채우라는 이야기가 더 합리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물론 SNS 스타들을 활용해 시청자가 참여하는 특이한 음악 퀴즈를 낸다는 새로움은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대변하는 출연자들이 결국은 퀴즈를 맞추는 형식일뿐이다. 음악예능도 식상한 버전이고, 퀴즈프로그램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카메라가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이런 스튜디오 예능은 너무 올드하게 느껴진다. 

본래 방송 분량이 워낙 재미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자막과 편집은 더 인위적이고 과도해진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패러디해 웃음을 터트리지 못한 강타의 멘트에 시간을 되돌리는 식의 자막, 편집이 그렇다. 물론 그런 방식이 최근 유튜브 같은 인터넷 방송의 재미 포인트이긴 하지만, 그 많은 연예인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놓고 거의 편집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려 애쓰고 있다는 건 근본적인 프로그램의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출연자들도 그래서 리액션이나 멘트가 과도해진다. 어떻게든 거기 앉아있는 자기 증명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요즘 다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노사연은 역시 거침없는 멘트로 그나마 웃음을 챙겨주지만, 뜬금없는 ‘돌고 돌아가는 길’을 불러대며 애쓰는 모습은 즐겁기 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크다. 

여기에 진행자로 선 이수근과 전현무의 역할도 애매하기 그지없다. 전현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느낌이 별로 없고, 이수근은 괜스레 출연자들을 콕콕 찔러대며 질문을 던지는데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수근과 전현무를 떠올리면 생각되는 그런 멘트들이 그저 반복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굳이 이 어려운 자리에 이런 쉬운 선택을 했는지가 의문이다.

<뜻밖의 Q>의 최행호 PD도 그 ‘폭망의 느낌’을 읽어냈는지 마지막에 사족을 붙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패러디해 시간을 되돌리고는 “가수들을 섭외한 게” 실패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재미의 포인트가 약했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2회에는 웃음을 더 줄 수 있는 예능인들을 채워 넣었다는 걸 예고 영상으로 보여주며 진짜 시작은 다음회부터라는 뉘앙스를 남겼다. 

그런데 과연 재미와 웃음의 강도를 더하면 <뜻밖의 Q>는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웃음의 강도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형식이 가진 안이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디 웃기만 하려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인가. <무한도전>이 그간 해왔던 재미의 다양한 포인트들과 그 확장을 떠올려 보면 <뜻밖의 Q>는 엉뚱한 퇴행처럼 보인다. 기획의 원점에서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