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의 색깔이 된 우아하고 지적인 폭로 드라마

 

부유하게 산다고 과연 잘 살까. JTBC 드라마에는 유독 부유층의 속물적인 속살을 폭로하는 드라마들이 많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이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건 파격적인 불륜 소재를 굉장한 속도감으로 다루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거의 저택이라 불러도 좋을 그런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며, 마을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여는 그런 부유층들이 결코 잘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그 속으로 문드러진 삶을 들여다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이혼했지만 영화로 성공해 새 가정을 꾸려 돌아온 이태오(박해준)와 여다경(한소희) 부부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관계가 그렇고,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는 고예림(박선영)과 손제혁(김영민) 부부도 그렇다. 물론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삶도 성공한 의사라는 사회적 위치와는 사뭇 다른 고행길의 연속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파국이 가진 것만큼 갖지 못한 삶의 품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들여다보며 때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지점은 이 작품을 연출한 모완일 PD의 전작이었던 <미스티>에서도 슬쩍 담겨진 바 있다. 고혜란(김남주)은 잘 나가는 앵커로 보였지만 그의 삶은 살인사건과 불륜으로 얼룩져 있다. 물론 고혜란이라는 강인한 여성의 성공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재미요소지만, 저 반듯하게만 보이던 부유하고 명망 있는 이들의 세계가 맞이하는 파국 역시 그 재미요소에서 빼놓을 수 없다.

 

무려 23.7%(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던 <스카이 캐슬>은 부유층의 속물적인 허위의식을 들여다보는 관점으로 사교육의 문제를 가져왔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정보와 돈으로 무장한 이 캐슬에 살고 있는 부모들은 결국 그 엇나간 욕망 때문에 심지어 아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엄청난 비극을 겪게 된다.

 

명작으로 남은 <밀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상류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갖가지 부정한 일들까지 해온 오혜원(김희애)이 이선재(유아인)라는 청춘을 만나면서 그 세계의 허위를 폭로하는 드라마로 이 작품은 시청자들의 폭넓은 호응과 공감을 얻어낸 바 있다.

 

<품위 있는 그녀> 역시 우아해 보이기만 하는 부유층의 삶에 들어간 박복자(김선아)가 겪는 비극적인 최후를 통해 그 세계의 민낯을 폭로한 작품이었다. 품위는커녕 엇나간 욕망으로 얼룩진 저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동시에 그 세계에 결코 편입하지 못하는 서민이 느끼는 애잔함이 이 작품을 통해 그려졌다.

 

<밀회>에서 <품위 있는 그녀>, <미스티> 그리고 <스카이 캐슬>을 거쳐 <부부의 세계>까지. 어쩌다 보니 부유층의 위선을 폭로하는 이야기는 JTBC 드라마의 일관된 색깔이 되었다. 그리고 이 소재들은 모두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부유한 삶을 구가하는 저들의 파국을 들여다보고, 그 파국이 결국은 부유함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삶의 진정성 부재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은 지금의 서민들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발견하고픈 이야기가 되고 있다.(사진:JTBC)

'미스티', 보다 멋진 김남주의 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역대급 충격엔딩이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새드엔딩을 담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마지막 회에 이렇게 많은 반전과 파국으로 그 결말을 낸 드라마가 있었을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그 마무리가 엉뚱하게 끝나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든 걸까.

드라마 내내 케빈 리(고준)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고혜란(김남주)의 남편 강태욱(지진희)에 의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사실도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작가가 그리려는 <미스티>라는 드라마의 방향과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한 방향이 엇나가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들은 마치 안개처럼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고혜란이 끝내 버텨내며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는 행복한 결말을 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남편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결론은 어떤 식으로도 고혜란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없게 했다. 그건 결국 고혜란이라는 인물로 인해 만들어진 비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고혜란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집착이 강태욱과 하명우(임태경) 두 남자를 모두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청자들은 그래도 고혜란의 삶을 지지하고 싶어 했다. 그를 둘러싼 비극들이 존재했지만 그것이 고혜란이 성공하기 위해 달려온 잘못된 삶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 아니고, 그저 커리어우먼으로서 일터에서도 또 가정에서도 쉽지 않은 삶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미스티>는 그 충격적인 새드엔딩을 통해 고혜란의 성공을 위한 질주가 결국 이 모든 파국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하명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성취를 위한 선택들을 해온 것이 이런 파국을 만들었다는 것.

마지막 회에서는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와 고혜란의 남편 강태욱이 일제히 “그래서 행복하니?”라고 묻는다. 고혜란은 행복할 수가 없다. 어쨌든 강태욱은 살인을 저질렀고, 자수하러 가지만 하명우가 먼저 자수를 해버리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써버리자 안개 낀 도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고혜란으로 인해 세 남자의 인생이 끝을 맺었다. 한 사람은 살해됐고 다른 한 사람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다시 들어갔으며 다른 한 사람은 자살을 선택했다.

면회를 온 서은주에게 하명우는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고혜란이 아니라 서은주로부터였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하명우가 고혜란이 찾아갔다는 금은방 아저씨에게 달려가 살인을 저지른 그 시발점이 서은주가 그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었다는 것. 하지만 하명우는 그것이 서은주 탓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그저 각자의 선택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 결국 우리의 삶은 안개 속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하명우는 말하고 있었다.

<미스티>가 하려 했던 이야기는 욕망의 질주가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안개 속이라는 것이었다. 그 주제의식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원했던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좀 더 주체적인 선택으로 힘겨운 현실과 부딪쳐 자신의 성취와 행복을 찾아가는 한 당찬 여성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런 ‘욕망의 질주’가 결국은 파국을 낳는다는 결말은 자칫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모든 걸 파괴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고혜란이라는 진화된 여성 캐릭터가 마지막에 이르러 퇴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충격과 반전은 역대급이지만, 그것이 신선한 결말이 아닌 그저 충격으로만 남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고혜란 같은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멋진 여성상을 세워두고 끝내 주저앉힌 듯한 느낌은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사진:JTBC)

‘미스티’, 만일 김남주가 범인이 아니라면 어째서 우리는

과연 강태욱(지진희)이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일까.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강태욱이 케빈 리의 차를 뒤쫓아 가다가 신호위반으로 교통카메라에 찍혀 날아온 고지서를 우연히 발견한 고혜란(김남주)는 놀라워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강태욱이 범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그 눈물은 어쩌면 당일 케빈 리와 고혜란이 함께 있는 장면을 남편 강태욱이 봤으면서도 눈감아주려 했었기 때문에 흘리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진 것을 그가 봤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많은 정황들은 강태욱이 케빈 리를 죽인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건 하명우(임태경)가 강태욱에게 한 말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명우는 강태욱이 고혜란을 사랑하는 건 알겠지만 보호해줄 수 있는 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건 하명우가 강태욱에게 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 역시 고혜란과 얽힌 어떤 사건 때문에 살인죄로 감방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마치 하명우와 강태욱은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다.

게다가 강태욱이 드라마 초반 그처럼 고혜란에게 냉담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가 갑자기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인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건 케빈 리가 나타나면서 생긴 질투로 인해 촉발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됨으로써 고혜란을 변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건 물론 가정이지만, 형사가 의심하고 서은주(전혜진)가 거의 확신하는 범인이 고혜란이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즉 고혜란은 커리어우먼으로서 버텨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사력을 다해 고군분투한 것이고, 그래서 다소 술수를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실 보도’라는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뿐일 수 있다. 제 아무리 성공해 어떤 위치에 올라가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시아버지의 끝없는 욕망이 더해져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 안간힘을 쓴 것일 수 있다. 

우리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현실의 압박을 깨치고 나오는 통쾌한 인물로 받아들이면서도 어떤 악녀가 아닐까 의심한다. 그가 법 정의까지 무너뜨리고 언론을 탄압하는 세력과 맞서 싸울 때 어떤 통쾌함을 느끼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가 성공하기 위해 남편의 사랑보다 일을 더 우선시 하는 모습이 어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심지어 그가 진범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의심을 하게 되는 걸까. 혹 거기에는 여성들이 가정이 아닌 일을 선택하고, 사회에서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하는 편견과 선입견이 들어 있는 건 아닐까.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남성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들을 드러내는 것에, 심지어 그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시도되었다고 해도 지지해왔던 것과 어쩌면 이렇게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되었던 걸까. 고혜란이 진범이든 아니든 이 커리어우먼이 보여주는 욕망의 질주를 어딘가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 그 비뚤어진 시선이 어쩌면 <미스티>가 궁극적으로 꼬집으려는 우리 사회의 편견은 아니었을까.(사진:JTBC)

‘미스티’ 김남주에게 드리워진 두 얼굴의 의미

도대체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정말 고혜란(김남주)이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괴로워하면서도 고혜란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나선 남편 강태욱(지진희)일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고혜란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방까지 갔다온 하명우(임태경)일까. 그도 아니라면 케빈 리의 외도에 가장 큰 상처를 입었던 그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일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추측들은 드라마 제목처럼 ‘안개 속’이다. 여기서 특히 궁금해지는 건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남편에게 하명우의 존재를 설명하며 고교시절 금은방 사장을 살해한 이가 바로 하명우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의 이 고백은 진실일까. 초반에 슬쩍 나왔던 당시 상황 속에서 하명우가 고혜란에게 “넌 앞만 보고 달려가라”고 했던 말은 마치 고혜란의 살인을 하명우가 뒤집어쓴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고혜란이 강태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결혼까지 한 이유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고혜란은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만 기다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고 한다. 그가 강태욱과 결혼한 건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강태욱의 희생이 점점 고혜란의 눈에 들어오고, 그것이 못내 아프게 느껴지며 사랑을 느끼게 되자 고혜란은 강태욱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자신의 결혼 이유가 깨졌기 때문이다. 

고혜란의 이런 모습은 자신의 욕망과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걸 이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만일 고혜란이 과거 살인을 직접 저질렀던 인물이라면, 그래서 자신의 성공가도를 막아서는 케빈 리까지 제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그는 희대의 악녀가 맞을 것이다. 목적을 위해 사랑마저도 이용하는 인물이니.

하지만 드라마는 동시에 고혜란을 공고한 남성권력의 피해자이고, 그들 권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보여준다.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수한 편견과 유리천장을 깨야 했던 그는 이제 국장 자리를 놓고 장규석(이경영)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 국장 자리를 제안하는 방송국 대표와 손을 잡게 된 건 자신에게 날아온 검찰의 기소 때문이었다. 케빈 리 살인죄로 기소된 그는 대표에게 강율 로펌이 자신의 사건을 맡아 무조건 이겨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대표와 강율이 고혜란을 과연 도와줄 것인가는 미지수다. 고혜란에 의해 한방을 먹은 그들은 그 권력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혜란을 궁지로 몰아넣을 궁리를 하고 있다. 진실보도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갖고 있고 그것을 행동을 옮기는 것이 자신의 일라고 생각하는 고혜란은 그래서 공고한 남성 권력 시스템과 대결구도를 갖게 된다. 시청자들이 고혜란이 어쩌면 희대의 악녀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남성 권력과 싸우는 피해자로서 그 심경을 공감하게 되는 건 이런 양면이 이 캐릭터에 투영되어 있어서다.

과연 고혜란은 살인까지 저지른 희대의 악녀일까. 아니면 공고한 남성 권력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피해자일까. 그 안개처럼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고혜란이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커리어우먼들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게 되는 양면적인 심경이 아닐까. 물론 극화된 이야기지만 <미스티>는 사랑도 성공도 쉽지 않은 커리어우먼들의 현실을 에둘러 담아내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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