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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을의 연대로 슈퍼갑 유재명 무너뜨릴까

 

“사실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직접 와서 먹어보니 하는 말이네만 장가를 상대로 뭘 생각하든 자네한텐 무리야. 다행인 줄 알게. 내가 자넬 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걸.” 박새로이(박서준)가 운영하는 단밤 포차를 찾아와 음식을 먹어본 장가의 회장 장대희(유재명)는 그렇게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게다. 박새로이가 장가의 2대 주주인 강민정(김혜은)을 찾아가 함께 손을 잡자고 얘기했을 때, 그가 “여긴 판이 달라”라고 말한 건 그가 하려는 복수와 그가 서 있는 현실 사이에 너무나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강민정이 말한 것처럼 단밤을 통째로 팔아도 장가 주식의 소수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니.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가 꿈꾸는 성공과 복수는 현실과는 너무나 멀다. 장가의 주식은 대략 잡아도 2,000억 원 상당. 박새로이는 겨우 단밤 포차 하나를 열기 위해 무려 7년을 원양어선에서 일하며 돈을 모았다. 게다가 장대희는 아예 단밤 포차가 있는 건물을 사들여 단밤의 임대계약을 뒤흔들 수 있는 건물주가 된다. 이런 와중에 박새로이는 그 성공과 복수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듯한 이 박새로이의 무모한 도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어떤 일들을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그럴 듯한 개연성은 있어야 하는 법. <이태원 클라쓰>가 그 개연성으로 가져온 건 다름 아닌 ‘연대’였다. 비슷한 처지나 목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연대.

 

먼저 <이태원 클라쓰>가 박새로이의 단밤 포차를 지지하는 인물로 끌어들인 건 매니저로 등장하게 된 조이서(김다미)였다. 못하는 게 없는 브레인인 조이서는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 이루는 소시오패스 성향까지 가진 인물로 손님 하나 없던 단밤을 손님들이 줄서는 가게로 변모시킨다. 조이서와 단밤 식구들이라는 청춘들의 연대는 그래서 한걸음 더 박새로이의 꿈을 향해 내딛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슈퍼갑인 장대희 회장과 대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태원 클라쓰>는 새로운 인물로서 과거 장근원(안보현)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던 이호진(이다윗)을 박새로이의 또 다른 연대로 채워 넣는다. 와신상담을 통해 한국대에 들어간 그는 박새로이가 감옥에 있을 때 찾아와 그의 편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된 그는 박새로이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장가주식에 투자함으로써 박새로이를 19억 장가 주주로 만든다.

 

그리고 이호진은 박새로이가 강민정을 만나게 해주고, 이 자리에서 박새로이와 강민정은 공통의 목표를 확인한다. 장가의 새 주인으로 장근원을 세울 수는 없다는 것. 박새로이는 강민정에게 장가의 새 주인이 되라고 했고, 강민정이 내놓은 일종의 시험을 거쳐 두 사람은 손을 잡는다.

 

그런데 <이태원 클라쓰>가 박새로이의 성공과 복수를 위해 취하고 있는 여러 인물들과의 연대는 그저 스토리의 재미만을 위해 설정된 것일까. 물론 그런 면이 있지만, 실제 슈퍼갑과 대적하는 방식으로서 제시되곤 하는 ‘을들의 연대’가 이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떠오르는 면이 있다. 결국 그 거대한 권력과 부딪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것.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이태원 클라쓰>는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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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지키는 김다미 못하는 게 없다

 

“넌 나한테 항상 지나치게 빛나.”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오수아(권나라)는 박새로이(박서준) 앞에 무너졌다. 그는 어떻게든 박새로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거리를 두려했고 못되게 굴려 했다. 그것이 장가에서 자신이 버틸 수 있는 길이고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오수아 앞에 박새로이는 끄덕도 없었다. “왜 그렇게 힘들어해. 그러지 마. 니가 뭘 하든 난 끄떡없으니까. 넌 네 삶에 최선을 다한 거고 넌 아무 것도 잘못 없어.” 그 말이 자신의 성공과 박새로이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오수아를 무너지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절절하고 달달한 멜로로 흘러갈 것 같았던 분위기는 조이서(김다미)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유쾌한 해프닝이자 삼각관계의 선전포고로 바뀐다. 박새로이에게 키스하려던 오수미의 입을 조이서가 손으로 막아버린 것. 그건 마치 박새로이와 단밤포차를 지키는 매니저(?)로서 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나아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행동이기도 했다. 오수아는 결국 단밤이 대결을 벌여야 하는 장가 포차의 매니저가 아닌가.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조이서라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건, 이 드라마의 대결구도가 그런 괴물(?) 같고 다소 엉뚱한 캐릭터를 요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이 드라마의 동력은 끝없이 추락하는 박새로이와 그를 추락시킨 장가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저 소박한 행복을 꿈꾸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한 순간에 속절없이 꺾여버리는 현실은 시청자들이 박새로이라는 인물의 재기와 성공을 꿈꾸게 만든 이유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감방을 다녀오고 외항선원으로 7년 간이나 해외를 떠돌며 모은 돈으로 이태원에 차린 단밤이라는 포차는 소신과 패기만 뚜렷했지 현실적으로는 허점 투성이였다. 조이서가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된 건 이 박새로이와 단밤 포차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조이서는 단밤의 매니저가 되면서 마치 ‘골목식당’을 찾아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백종원처럼 문제들을 줄줄이 고쳐나갔다. 칙칙하고 특색 없는 인테리어를 뜯어고치고 많기만 한 메뉴를 정리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로서 SNS를 통해 단밤을 홍보함으로써 손님들이 줄을 서는 가게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그의 성공을 위해서는 뭐든 선택하는 그 성향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인물은 다름아닌 박새로이였다. 즉 모든 게 다 준비되었지만 음식 맛이 없다는 이유로 주방을 맡고 있는 마현이(이주영)를 해고시켜야 한다고 조이서는 주장했지만 박새로이는 오히려 봉급의 두 배를 주면서 두 배 노력하라고 했던 것. 결국 음식 맛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마현이는 노력했고 그 음식 맛을 봐준 조이서로부터 결국 “맛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조이서는 물론이고 단밤 사람들을 모두 끌어안는 박새로이가 마치 <삼국지>의 유비 같은 덕장이라면 조이서는 제갈량 같은 지략가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상대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조조 같은 인물로서의 장대희(유재명)가 있어 이들의 대결구도는 팽팽해진다. 여기에 오수아 같은 박새로이와 장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과 각을 세우는 인물 역시 조이서다. 그래서 <이태원 클라쓰>에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조이서라는 인물에 박새로이만큼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드라마는 박새로이의 성공기이자 성장기면서 복수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새로이는 아직도 저 장대희가 말했던 것처럼 현실성이 결여된 ‘소신과 패기’에 머물러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아직 ‘고집과 객기’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이 부분을 넘어설 수 있게 보조해주고 동력이 되어주는 이가 바로 조이서다. 다소 괴물 같은 소시오패스라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성공을 위한 묘수나 방정식처럼 신뢰를 주는 이유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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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라쓰’, 박서준의 소신과 패기에 점점 빠져든다는 건

 

“소신, 패기. 없는 것들이 자존심 지키자고 쓰는 단어. 이득이 없다면 고집이고 객기일 뿐이야.” 장가의 회장 장대희(유재명)는 자신의 아들 장근원(안보현)을 폭행한 죄로 감옥에 들어간 박새로이(박서준)를 면회와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화두나 다름없다. 과연 소신과 패기로 이 부당한 세상에 맞설 수 있을까.

 

박새로이가 바로 그 소신과 패기를 화두로 던지는 캐릭터다. 부당한 일에 소신과 패기로 나서서 굽히지 않은 이유로 퇴학당하고 아버지마저 장근원의 뺑소니로 사망한다. 격분해 장근원을 죽이려 하지만 그 일로 전과자가 되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던 박새로이에게 어떤 길이 되어준 건 면회온 오수아(권나라)가 말한 ‘복수’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그는 어떻게 장대희외 장근원에게 복수할 것인가.

 

소신과 패기로 살아가야할 청춘들이 돈과 힘 앞에 고개 숙여야 버텨낼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박새로이 같은 인물에 대한 몰입감은 더더욱 커진다. 대단한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며 그저 평범하고 소소해도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집 밖을 나서면 세상은 돈과 권력으로 서열을 나누고 고개 숙이라 한다. 무릎 꿇으라 한다. 심지어 범법 행위를 해도 피해자가 무릎 꿇어야 하는 그런 참담한 현실.

 

그런데 박새로이의 복수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이름처럼 새롭다. 그는 그 흔한 복수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가까운 주먹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감방에서부터 장대희의 자서전을 외우다시피 읽어가며 자신도 성공하겠다 마음먹는다. 부정한 방법이 아니라 소신과 패기를 지켜가며 성공하는 일. 그래서 힘을 갖고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는 것. 결국 소신과 패기를 지키는 것이 옳다는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는 것이 그의 복수방법이다.

 

무려 7년 동안 배를 탄 돈으로 이태원에 낸 단밤 포차는 그러나 얼마 되지도 않아 영업정지를 먹는다. 고등학생인 조이서(김다미)가 장근수(김동희)와 함께 그 가게를 찾았고 직원인 최승권(류경수)은 주민증 검사를 하면서 미심쩍어 했지만 워낙 장사가 안 되는지라 그냥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걸 신고한 이는 박새로이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오수아(권나라)였다. 오수아는 박새로이를 좋아하고 있지만 그보다 성공에 대한 야망이 더 크다.

 

장근수의 형으로 나타난 장근원은 경찰서에서도 고개를 숙이는 인물. 놀리듯 봐줄 수도 있지 않냐는 장근원의 말에 경찰도 그럴 수 있다 말하자, 박새로이의 자신의 소신과 패기를 다시금 드러낸다. 경찰이 본래 자신의 꿈이었지만 전과자는 경찰이 될 수 없다며 범법 행위를 하려는 경찰을 오히려 훈계한 것. 그건 자신에게 벌을 주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 조이서라는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다재다능한 천재 캐릭터는 박새로이를 새롭게 보게 된다. 조이서가 본 세상은 소신과 패기와는 거리가 먼 비굴하고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고, 그는 영악하게도 그런 세상을 제대로 이용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세상은 피곤하고 의미 없다 여기는 그에게 박새로이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다가온다.

 

“나 때문에 감방가고 나 때문에 퇴학당하고 나 때문에 너희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 아 근데 말야.. 네 생각이 맞아. 중졸에 전과자에 고아 나 때문에 인생 엿된 불쌍한 박새로이.” 하지만 이렇게 도발하며 쥐똥만한 가게로 먹고 살려면 더러워도 참아야 한다는 장근원에게 박새로이는 주먹이 아닌 선전포고를 한다. “9년. 지금껏 잘 참았어. 앞으로 6년은 더 참을 거야. 네 놈 공소시효. 내 계획은 15년짜리니까.”

 

박새로이의 선전포고는 옆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조이서는 물론이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소신과 패기만으로는 도저히 버텨내기 힘든 현실이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 속에서나마 박새로이라는 인물이 그걸 통쾌하게 해내는 모습이 못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껏 세상은 원래 그렇다며 포기하듯 이용하며 살아왔던 조이서 같은 청춘 또한 박새로이의 그런 도전을 든든히 지원해줄 인물이 될 테니.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 원작이지만 그 자체가 드라마틱한 극적 구조를 압축적으로 잘 갖고 있는 작품이다. 서서히 쌓아올렸다 폭발시키는 극적 구성이 굉장한 에너지를 가진 이 작품은 청춘들의 현실을 투영시킴으로써 몰입감을 더더욱 높이고 있다. 3회 만에 8.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서 같은 방송사의 빅히트작 <스카이 캐슬>과 같은 고공행진을 기대하게 만든다. 과연 <이태원 클라쓰>는 클래스가 다른 몰입감을 통해 그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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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복수극이지만 청춘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그 친구는 또라이인가 싶으면서 바른생활 사나이였고 3년 간 친구 하나 없었지만 이상하게 외로워보이지는 않았어요.”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박새로이(박서준)를 짝사랑하는 한 여학생의 목소리를 빌려 그렇게 설명한다. 또라이처럼 보이지만 바른생활 사나이이고 외톨이처럼 보이지만 외롭지 않다는 그 설명에는 박새로이가 타인의 기준이나 시선 따위에는 휘둘리지 않는 소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청춘이라는 의미가 담긴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 소신을 지켜줄 수 있을까.

 

장대희 회장(유재명) 아들이라고 반 친구를 괴롭히고, 선생님조차 그걸 보고도 뭐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참지 않았던 그 소신으로 인해 박새로이는 전학 간 그 날 퇴학당하고, 공교롭게도 그 회장 밑에서 일하던 아버지 박성열(손현주)은 그 일 때문에 퇴사하게 된다. 무마하는 대가로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장회장의 요구에 소신 있게 박새로이는 거부하고 그 아버지 역시 소신을 지킨 아들에게 “멋지다”고 말해줬던 것.

 

같은 날 소신을 꺾지 않은 대가로 아버지와 아들이 퇴사와 퇴학을 당하는 현실은 이 드라마가 저격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드러낸다. 그 지점은 돈이 있다는 이유로 그 권력의 힘에 의해 부당한 일들도 당연하다는 듯 휘두르는 현실이고 그런 현실 속에서 그럭저럭 고개 숙이고 살아가는 비굴한 삶이다. 박새로이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소신을 지켜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 삶이 쉬울 리 없다. 아버지가 장회장의 아들 장근원(안보현)의 차에 치여 사망하자 박새로이는 결국 사고를 친다.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대단한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아버지와 함께 뜻하는 대로 소박한 삶을 살기를 원했던 것이지만,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박새로이라는 인물에게서 가진 것 없다는 이유로 갑질 당하는 우리네 현실이 투영된다.

 

원작 웹툰이 워낙 큰 인기를 끈 작품이라 과연 드라마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첫 방은 그런 우려를 단박에 지워냈다. 원작 캐릭터들이 실사로 나온 듯한 싱크로율과 웹툰의 다소 극화된 이야기를 드라마적 개연성으로 적절히 끌어와 몰입도를 높인 부분들이 충분히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박새로이가 장회장과 그 아들이 경영하는 장가라는 회사와 대결하고 그걸 엎어버리는 복수극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지만, 이런 틀보다 중요한 건 여기 등장하는 박새로이나 조이서(김다미), 오수아(권나라) 같은 청춘들의 면면이다.

 

장대희 같은 인물이나 그가 있는 장가 같은 회사의 수직적인 구조는 지금의 청춘들에게는 청산해야 할 적폐 같은 과거의 유물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다. 여기에 박새로이가 말하는 소신 있는 삶은 지금의 청춘들이 꿈꾸는 삶이다. 대단한 걸 욕망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그 소신. 첫 장면에 등장해 상담을 봐주는 이에게 세상이 건네는 위로 따위보다 “죽어버려”라고 말하는 박새로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조이서라는 청춘 또한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이 투영되어 있다.

 

박새로이라는 인물이 하필이면 이태원에서 새로운 희망과 꿈을 갖게 된다는 이 드라마의 설정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태원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 아닌가. 드라마는 그래서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저마다의 소신에 따른 ‘다양한 삶’을 표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곳에서 박새로이와 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청춘들이 어떻게 과거적 유물이자 적폐인 장가라는 장대희가 이끄는 회사와 대결할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박새로이라는 청춘 캐릭터에 박서준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도 없는 것 같다. 앞뒤 재지 않고 직진하는 청춘의 초상 같은 캐릭터를 줄곧 연기해온 박서준이 아닌가. 대표적으로 박서준이 출연했던 드라마 <쌈, 마이웨이> 같은 작품은 <이태원 클라쓰>와 그 결이 맞닿는 작품이기도 하다. 쌈마이라도 마이웨이를 가겠다던 고동만이란 청춘을 연기한 박서준은 이제 이태원에서 ‘클라쓰’가 다른 청춘의 맛을 선보이려 한다. 벌써부터 또 다른 인생 캐릭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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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사제복 입은 슈퍼히어로 과한 건 득일까 실일까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사자>는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을 겨냥한 텐트폴 영화로서 그렇다고 많은 수치도 아니다. 같은 날 개봉한 <엑시트>는 벌써 290만 관객을 넘기고 300만 관객을 앞두고 있다.

 

<사자>가 <엑시트>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장르적 색깔이 뒤로 갈수록 애매한 지점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엑시트>도 재난에 가족드라마, 코미디가 뒤섞여 있지만 그 균형이 꽤 괜찮다. 하지만 <사자>는 오컬트 장르와 슈퍼히어로물을 섞어 높았지만 어딘지 과한 느낌이 있다.

 

아마도 <사자>를 보려는 관객들은 이 작품이 <검은사제들> 같은 오컬트 장르일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라는 캐릭터가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와 함께 구마의식을 하는 장면에 이르면 이 영화는 순간 <아이언 피스트> 같은 슈퍼히어로물이라는 실체를 드러낸다.

 

<검은사제들>의 구마의식이 액션이 아니라 오컬트 장르가 주는 오싹한 악령들과의 영적인 대결이었던 걸 떠올려보면, <사자>는 오히려 액션이 전면에 등장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장르 구분을 보면 미스터리, 액션, 판타지, 공포가 혼재되어 있다. 그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영화가 어느 순간 톤을 넘어 과한 판타지로 넘어가는 지점이 되면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생겨난다.

 

용후가 점점 자신의 특별한 힘을 알아가고 키워가는 동안, 안신부가 잡으려 하는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의 힘도 덩달아 커져간다. 그래서 결국은 이 거대한 두 힘이 맞붙게 되는데, 그 장면은 영락없는 ‘철권’ 같은 액션으로 채워진다. 인간의 모습을 뛰어넘는 괴물로 변신한 지신과 완벽한 슈퍼히어로의 한 판 액션.

 

영화의 과한 설정을 그나마 누그러뜨리고 끝까지 이어가는 힘은 배우들에게서 나온다. 김주환 감독의 전작에서도 함께 했던 박서준은 그 바르고 조금은 둔감한 모습으로 이 영화가 오컬트의 공포로 빠져드는 걸 막아준다. 보기에도 섬뜩한 악령들의 모습 앞에서도 “그게 뭐?”라고 할 법한 무감한 반응은 관객을 충분히 안심시켜주는 면이 있다. 그래서 영화가 오컬트에서 액션으로 넘어가게 해주는 건 전적으로 박서준의 안정적인 그 표정연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너무 과해 현실성을 넘어서는 상황과 설정들을 끝내 끌어당겨 땅바닥에 붙여 놓는 안성기의 안정적인 연기가 더해졌다. 실로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툭툭 농담을 던지는 생활연기(?)를 선보이는 안성기의 존재는 <사자>가 가진 약점들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린 중요한 요인이 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퇴마사와 격투기 선수를 붙인 캐릭터는 흥미로울 수 있었지만, 어째서 반전이 있는 이야기에 공을 들이기보다 액션 볼거리로 나갔을까. <사자>는 엔딩에 사제로 돌아올 용후의 이야기가 또 이어질 거라는 여운을 남겨 놨다. 혹여나 후편으로 올 것이라면 좀 더 이야기를 치밀하게 꾸려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화려한 볼거리는 물론 여름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것이긴 하지만.(사진:영화'사자')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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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배려를 더한 ‘김비서’의 신데렐라 판타지

엔딩까지 완벽한 판타지다. 그 흔한 결혼 반대하는 재벌가 엄마도 없다. 또 재벌가와의 화려한 결혼에 대한 노골적인 신데렐라도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본 것은 재벌가의 아들이지만 가진 것을 권력 삼지 않고, 서민들과도 잘 어우러지며, 무엇보다 배려심이 많은 새로운 왕자님이었고, 남자를 누구보다 잘 챙겨주고 예쁘고 귀여우면서도 똑부러지게 자기주장은 하는 새로운 신데렐라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새로운 왕자님과 신데렐라의 로맨틱 코미디. 도대체 뻔하고 위험해보이기까지 했던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무엇이 이토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이영준 부회장(박서준)의 엄마인 최여사(김혜옥)는 저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결혼 반대하던 속물 엄마 김미연(길혜연)과 너무나 비교된다. 좀 더 나은 집안과 결혼시키기 위해 모진 짓까지 서슴지 않던 속물 엄마. 너무 지나쳐서 세상에 저런 엄마들이 요즘 어디 있냐는 비판까지 나왔던 캐릭터지만, 아마도 현실의 엄마들을 상당부분 반영한 부분이 있을 게다. 그 엄마와 비교하면 최여사와 그 재벌집안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김미소(박민영)네 가족들을 챙기고 배려한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판타지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보고픈 판타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간에서부터 혼수까지 모두를 최여사가 하겠다고 하자 김미소는 갑자기 “이런 식으로는 결혼 못하겠다”고 말한다. 지나친 배려와 선물이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자 최여사는 오히려 김미소에게 사과한다. 자신이 김미소를 아끼는 마음이 커 마음이 앞서갔다는 것. 혼수까지 다 챙겨주는 시어머니와 그럼에도 자존심을 챙기는 며느리. 물질적 욕망은 물론 정신적 자존감까지 채워주는 판타지다.

최여사가 김미소와 옷을 사러가는 장면에서도 이런 물질적 욕망과 정신적 자존감을 동시에 채워주는 판타지가 등장한다. 옷과 신발과 가방을 사주겠다며 고르라는 재벌가 시어머니가 거기 있는 걸 다 싸달라고 말하는 대목은 물질적 욕망에 대한 판타지를 담고 있고, 그것이 못내 부담스러워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김미소에게서는 자존감에 대한 판타지가 들어 있다. 결국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그토록 선전한 건, 단순한 물질적 욕망만을 담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정신적 자존감까지 채워 당당한 모습으로 사랑까지 쟁취하는 지금의 대중들이 가진 판타지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그 두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이영준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서다. 그는 재벌가의 부회장으로서 일에 있어서 완벽한 일처리를 보여주는 사업가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오랜 시간동안 김미소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숙맥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배려심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완벽한 자신에 빠지는 자아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게 위화감을 주기보다는 우습게 다가온다. 웹툰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지만, 시청자들이 막연히 상상하고픈 그런 인물. 배려심 깊은 왕자님.

또한 김미소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비서로서 부회장을 완벽하게 보필하며 일적으로 성취를 이루면서도 동시에 부회장과의 로맨스까지 쟁취하는 인물이다. 자존감 강한 신데렐라.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래서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가져와 전형적인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러면서도 지키고 싶은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더했다. 현실에 부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커진 그 완벽한 판타지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 수밖에 없었다. 권위와 추종이 쏙 빠진 새로운 신데렐라 판타지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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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감수성, 멜로의 구도, 스킨십도 달리 보인다

어째서 한편으로는 설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해지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다 보면 느껴지는 두 가지 감정이다. 이영준 부회장(박서준)이라는 키다리아저씨에 가까운 현대판 왕자님이 비서인 김미소(박민영)에게 서툴러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그 모습이 그렇다. 그 모습에서는 한때 폭력적인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던 벽에 여성을 밀어붙이고 억지로 키스를 퍼붓는 남자 주인공의 장면이 슬쩍 겹쳐진다.

물론 두 장면에 담긴 함의는 사뭇 다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미 김미소에 대한 이영준 부회장의 사랑이 아주 어린 시절 그들이 함께 겪었던 유괴 사건 속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그러니 건강한 사랑하는 남녀가 한밤 중에 문을 두드려 “같이 자자”고 말하는 게 잘못됐다 볼 순 없다. 다만 그간 우리가 멜로드라마에서 아무 비판의식 없이 바라봤던 그런 장면들이 이제는 한번쯤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상황을 우리가 맞이하게 됐다는 거다. 

사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 드라마의 구도에서부터 아슬아슬한 면이 존재했다. 비서와 부회장의 로맨스. 거기서 위계나 권력 구도를 읽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권력 구도에서 벌어진 부적절한 관계들이 신문 사회면에 오르는 현실이 아닌가.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아슬아슬한 위계가 갖는 불안감을 몇 가지 장치들로 넘어섰다. 

그 첫 번째는 공적 관계를 깨면서 본격화하는 멜로다. 김미소가 사표를 던지는 순간 시작되는 멜로는 부회장과 비서 간의 관계가 아니라 사적인 이영준과 김미소의 관계로 그려지게 만들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과거 유괴사건을 두 사람이 함께 겪음으로써 이 관계가 이미 공적 관계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시작된 이영준의 순애보에서 비롯됐다는 걸 보여준 대목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치는 이영준이라는 캐릭터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회장이나 재벌2세 캐릭터와는 완전히 상반된 ‘배려의 아이콘’으로 이영준을 세웠다. 

이런 장치들이 있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대로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는 아슬아슬함은 여전하다. 두 사람이 연인관계를 선언한 상태지만 두 사람이 사적인 자리에서도 나누는 대화의 모습이 여전히 부회장과 비서의 어투를 사용한다는 점 같은 게 그렇다. 두 사람은 사적 관계임에 틀림없지만, 그 공적인 어투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공적 관계로 착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마치 부회장-비서 캐릭터 코스프레를 통한 관계의 새로움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어투가 중첩된 부분은 여전히 아슬아슬함을 만든다. 

다행스러운 건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고 그 정체들이 다 밝혀진 이후, 꽁냥꽁냥하게만 흘러가던 멜로가 김미소의 ‘자신의 삶 찾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부회장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가 아니라 김비서가 아닌 김미소로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모색했다는 것. 그래서 자신은 몰랐던 비서라는 직능으로서의 성취감이 분명 있다는 걸 그는 발견해낸다. 이제 김미소로서 김비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미투 운동 이후로 우리의 남녀 관계를 바라보는 감수성은 많이 달라졌다. 저것이 연애인가 아니면 부적절하거나 불평등한 관계인가를 조금씩 들여다보게 됐다는 것. 그래서 멜로드라마 속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이제 그 변화를 예고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서 그저 그 꽁냥꽁냥한 멜로에 빠져들면서도 한편으로 저런 관계는 적절할까를 생각하게 된 건 여러모로 건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슬아슬함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감수성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달라진 감수성은 거기에 맞는 새로운 멜로의 구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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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 배려 깊어 더 뭉클한 박서준의 사랑법

“왕자님 같아.” 어린 시절 함께 유괴됐다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어린 미소는 그 오빠에게 그렇게 말하며 “결혼하자”고 말한다. 어린 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겠지만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이 오빠가 했던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진짜 ‘왕자님’처럼 보일 법하다. 무서워하는 어린 미소를 달래주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유괴범을 보지 않게 하려 애쓰던 그 모습.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이영준(박서준)은 바로 그 오빠 ‘왕자님’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백마 탄 왕자님’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재벌가의 부회장이고 그래서 뭐든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미소(박민영)가 비서직을 그만 두겠다고 하자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 즐거운 한 때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왕자님. 

그런데 이 왕자님, 어딘가 다르다. 물론 “뭐가 필요해”하며 뭐든 척척 사주고 해주는 그 허세나 나르시시즘은 비슷하지만, 이영준의 사랑법은 그걸 과시하기만 하는 그런 건 아니다. 그가 그 어린 나이에도 끔찍한 상황 속에서 미소의 눈을 가려주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그의 사랑에는 깊은 배려가 깔려 있다.

유괴된 경험이 주는 트라우마 때문에 꽤 큰 고통을 겪었던 영준은 그래서 어느 날 김미소를 다시 보게 되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그것이 자칫 김미소로 하여금 잊고 지내던 과거 그 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까 저어해서다. 대신 그는 가까이는 두되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미소를 바라보며 남모르게 챙겨주는 방식을 택한다.

외국어가 능숙하지 못해 직장 내에서 어려움을 겪자 영준은 직접 김미소에게 일본어에서부터 중국어까지 공부할 수 있게 과제를 내준다. 직장 상사로서의 명령처럼 내려진 과제지만 사실은 김미소를 위한 배려에서 나온 이영준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영준의 그런 행동이 그저 배려의 차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김미소가 어느 날 그만두겠다고 말하면서 새삼 깨달은 자신의 마음 때문이었다. ‘난 절대 널 놓을 수 없다는 걸 그 때 깨달았어. 난 처음부터 너 아니면 안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과거의 기억이 되돌아오며 얻게 된 충격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김미소에게 하루 더 쉬라고 하지만 그것이 ‘특혜’라며 거부하는 그에게 이영준은 부서 전체가 마사지 체험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것이 김미소 혼자 받는 것이 아니고 전체가 받는 것이니 특혜가 아니라고 했다. 이영준의 배려 넘치는 사랑의 방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왕자님 이야기가 구시대적인 스토리가 되어버린 이유는 당연히 따라 나오는 신데렐라 서사 때문이다. 왕자님이기만 하면 신데렐라가 되게 해주는 그 능력으로 뭐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일방통행적 사랑이 주는 불편함이다. 그런데 이 이영준이라는 왕자님은 어딘가 다르다. 일방통행적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 되는 그런 사랑. 

이런 점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작품이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지 않고,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배려 깊은 남자의 사랑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심지어 남녀 관계 사이에서도 권력구도가 읽히던 시절의 사랑이 아닌, 아픈 경험을 함께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배려가 묻어나는 그런 사랑이야기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는 읽혀진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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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의 정체로 바뀐 '김비서'의 절묘한 멜로 변화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참 절묘한 구석이 있다. 사실 부회장과 비서의 사랑은 보는 눈에 따라 로맨스일 수도 있고 스캔들일 수도 있다. 그만큼 아슬아슬한 경계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 그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의 중첩 때문이다. 그 관계를 사적으로 보면 로맨스일 수 있지만, 공적으로 보면 상하관계 사이에서 벌어진 스캔들로 보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런 문제를 김미소(박민영)가 사표를 내는 걸로 시작하면서 손쉽게 뒤집었다. 즉 더 이상 부회장과 비서라는 공적인 관계를 끝내려는 지점에서부터 멜로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순간에 사적 관계로 바뀌어버릴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관계도 역전된다. 부회장과 비서의 관계가 아니라,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쑥맥 이영준(박서준)과 상대적으로 연애 고수의 느낌이 묻어나는 김미소로 서게 되는 것. 이 사적 관계 속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건 김미소다.

그런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멜로 구도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물론 이런 역전된 갑을 멜로가 주는 재미는 충분하지만, 이것만으로 16부작 드라마를 이어간다는 건 너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김미소와 이영준 그리고 그의 형인 이성연(이태환) 사이에 벌어졌던 과거사다. 과거 유괴되었던 경험이 있는 김미소는 그 때 함께 유괴됐던 오빠가 자신을 챙겨줬던 걸 기억한다. 마치 왕자님처럼 보여 그 어린 나이에 “결혼하자”고까지 했던 오빠.

김미소는 그 오빠가 어딘지 이영준처럼 느껴지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오빠의 이름은 영준이 아니라 성현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돌아온 이성연은 자신이 바로 그 유괴됐을 때 함께 했던 오빠라고 말한다. 이성연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김미소는 이영준의 행동과 말에서 그가 과거 자신과 함께 있었던 오빠라는 걸 점점 알아채간다. 그가 입었던 옷도 그렇고 추위를 타는 체질, 자신이 거미를 무서워하는 걸 알고 서둘러 치워줬던 행동까지.

그리고 결국 이영준이 그 진짜 오빠였다는 게 밝혀진다. 잠을 자면서도 답변을 하는 이영준의 습관을 알고 있는 김미소가 슬쩍 “성현”이라는 이름을 부르자 자연스럽게 이영준이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김미소도 놀라고 그렇게 답변을 했던 이영준도 당황하는 그 순간은 다시 이 멜로의 방향이 바뀌는 기점이 될 법하다.

이영준은 그 어렸을 때 김미소가 “결혼하자”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연애 시작한 지 몇 시간 만에 프러포즈냐”고 묻는 김미소에게 자기는 더 빨랐다는 걸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이 이야기는 이영준과 김미소의 사랑이 김미소의 사직서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훨씬 이전부터 이영준이 김미소를 알아채고 가까이 두고 있었고, 마음 속에 사랑을 키워왔다는 것. 그러니 연애 시작하자마자 프러포즈를 한 게 아니고, 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이영준이 용기를 낸 게 된다.

물론 여전히 부회장과 비서라는 공적 관계가 겹쳐져 있어 생겨나는 해프닝도 이 드라마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너무 공적으로 대하는 게 습관화되다 보니 ‘거리감’이 느껴지고 진짜 연인 같지 않아 사적관계를 시작하려는 이영준과 그 공적 관계가 어쩌면 일에 있어서 김미소의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는 점이 부딪치는 지점은 흥미롭다. 이런 지점 하나로 이영준이 직접 복사를 하거나 다과를 준비해 먹는 에피소드 하나로도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해프닝이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만큼, 저 뒤편에 놓여 있는 이영준의 정체와 관련된 묵직한 사랑이 궁금해진다. 그는 왜 성현이 아닌 영준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왜 자신이 그 때의 오빠였는데 그걸 굳이 김미소에게 부인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숨기면서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김미소를 옆에서 바라보며 혼자 사랑을 키워왔던 걸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이런 요소들은 작은 장치들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멜로의 구도 변화가 실로 절묘하게 느껴진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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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 로맨틱 코미디보다 궁금해진 미스터리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영준(박서준)에게 캬라멜 선물을 받은 김미소(박민영)는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 캬라멜은 이영준이 그날 회사에서 김미소에게 하나 남은 걸 빼앗아 먹은 것 때문에 그가 사온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건 김미소에게는 과거 자신이 유괴되었을 때 함께 있었던 오빠에게 받은 것과 같은 것이었다.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점점 김미소의 행동보다 이영준의 행동이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은 본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살짝 감춰두는 일종의 트릭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지금은 ‘이부회장이 왜 그럴까’라고 제목을 붙여도 될 법한 전개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영준과 김미소 그리고 이영준의 형인 이성연(이태환) 사이에 벌어졌던 어린 시절 유괴사건의 미스터리가 점점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명 작가인 이성연이 그 때 유괴됐던 김미소를 챙겨줬던 오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째 심증은 그 오빠가 이영준이라는 쪽으로 기운다. 이영준의 발목에 끈에 묶여 생긴 흉터가 중요한 증거다. 정작 당시 유괴되었다 주장하는 이성연의 발목은 아무런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주변인물들의 주장들은 이성연이 바로 그 때 유괴되었던 당사자라고 말하고 있다. 김미소가 기억하는 이름이 ‘성연’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모친이 당시 실종된 아이가 이영준이 아닌 이성연이라는 걸 증언하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다른 증거들은 이영준이 그 때 김미소를 챙겨줬던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만 감으면 귀신같은 환영이 나타나 키스를 하지 못하는 이영준의 트라우마나, 거미를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그가 잘 알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아마도 이 심증은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주인공인 이영준이 김미소와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그 운명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이영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그 때 유괴 사건을 함께 겪은 인물이 이영준이었다면, 그가 김미소를 자신의 비서로 9년 간이나 곁에 두었다는 사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그저 우연적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어쩌면 이영준이 김미소를 알아보고 했던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미소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한 대목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영준이 그 때의 그 오빠라면 그저 비서로서만이 아니라 9년 간이나 그의 옆에서 남모르게 그를 챙기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제 이 즈음에서는 이영준이라는 부회장이 왜 저렇게 김비서에게 목을 맬까 하는 질문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조금 이상하다 여겨졌고, 같이 동고동락해왔던 비서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편함 정도일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오래도록 쌓여온 그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기 시작한다. 

트라우마에 갇혀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오히려 깨고 들어오는 건 김미소다. 눈을 감지 못해 키스를 못하는 이영준에게 오히려 다가가 먼저 키스를 해주는 김미소는 결국 그의 트라우마를 깨준다. 그래서 이 키스는 멜로드라마에서 흔하디흔한 남녀 사이의 진전을 보여주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힘겨웠던 과거와 마주서게 해주는 계기이며 나아가 오래도록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진실과 진심을 드러내게 될 시작점이 될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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