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송이 매니저 착한 인성 만든 조부모의 남다른 가르침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마침 박성광의 <정글의 법칙> 촬영 때문에 모처럼만에 휴가를 얻은 송이 매니저가 찾아간 창원 조부모댁.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 훈’이라 적어놓은 문구들이 유독 눈에 띈다. ‘1. 거짓말 안하기 2. 부지런 하며 3. 깨끗이 하기 4. 인사 잘하며 5. 남을 돕고 6. 절약하기’가 그것이다. 


사실 새롭거나 대단한 가훈은 아니지만, 그 평범한 문구들을 굳이 적어 붙여 놓은 데서 어딘지 할아버지의 남다른 교육이 느껴진다. 경쟁적으로 살다보니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라는 말만 자주 하게 되는 게 도시의 흔한 풍경이 아닌가. 하지만 할아버지의 가훈은 삶의 기본이 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살아서 어디 성공할 수 있겠냐 싶은 현실을 말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이런 기본에 충실한 삶이 주목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박성광의 매니저 임송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도 바로 그 할아버지의 가훈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듯 보이는 그의 인성 때문이었다. 초보시절 잘 몰라서 실수도 연발하지만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매니저 일에 익숙해지려 노력해온 임송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늘 단정하고 인사성 밝으며 매니저로서 박성광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려 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역력히 드러났다. 게다가 굳이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박성광에게 “오빠 돈을 함부로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던 송이 매니저였다. 

그 가훈의 문구 하나하나에서 그간 방송에서 송이 매니저가 보였던 어떤 말과 행동들이 떠오른다. 비로소 우리가 어째서 박성광만큼 그 매니저인 송이에 집중하고 있었는가가 새삼 느껴진다. 너무 되바라지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 속에서 송이 매니저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래서 내내 우리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피어날 수 있었다. 

출세해서 고향인 창원에 돌아와 백화점에서 할머니의 빨간 내복을 사는 송이 매니저는 할머니가 자신들이 어렸을 때 입었던 내복을 늘 입으셨다고 말했다. 그게 못내 눈에 밟혀 내복을 두 벌이나 산 송이 매니저는 아끼지 말고 마음껏 입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박성광을 위한 선물도 잊지 않았다. 귀여운 문양의 니트를 산 송이 매니저는 비싼 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일찌감치 길모퉁이에까지 나와 손녀들을 기다리시는 할머니에게서는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미리 챙겨둔 음식들을 잔뜩 차에 싣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는 길, 할머니는 송이 매니저가 준 용돈에 돈을 보태 부엌에 온수기를 단 일을 자랑하셨다. 그게 없어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곤 했었다는 할머니. 용돈으로 마을회관에서 한 턱을 냈다는 할머니의 말에 송이 매니저는 자신이 보탬이 된 것에 뿌듯해 했다. 

사실 송이 매니저가 보여준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동생과 함께 고향을 찾아 선물을 사고 할머니를 만난 게 전부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 어떤 극적인 이야기들보다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평범하지만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것을 지키며 사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또 성공할 수도 있다는 걸 송이 매니저가 보여주고 있어서다.(사진:MBC)


‘전참시’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 광고 촬영도 지지받는 까닭

보통 연예인들이 광고를 찍는 걸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양면성이 있다. 대세 연예인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축하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저들만이 가능한 그 일들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그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가 찍은 광고 촬영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은 한결 같을 게다. 잘 되길 바라며 축하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 

이게 가능해진 건 이제 사회 초년병이라고 할 수 있는 송이 매니저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찾은 송이 매니저가 통장정리를 하고, 거기 찍힌 약 7천 원의 잔고는 사회에 갓 나온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실감나게 했다. 방송에도 출연해 출연료도 받고 있지만 송이 매니저는 “집세, 공과금, 주택청약”에 “엄마와 동생 용돈”까지 주고 나면 잔고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광고를 찍으면 목돈이 생길 것 같아 이를 쓰지 않고 모아두려 은행에서 적금과 예금을 알아보는 송이 매니저에게서 쓸 데는 쓰지만 남다른 미래에 대한 계획성 또한 갖고 있는 이 사회초년병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사를 가야할 것 같아 전세대출을 알아보는 와중에 슬쩍 나온 ‘학자금 대출’ 이야기도 그저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약 7백만 원 가량의 학자금 대출이 있다는 송이 매니저의 이야기에 은행원은 대부분 대학졸업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그렇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지금 갓 사회에 나온 청춘들이 처한 현실이었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짠하게 다가온 건 송이 매니저가 굳이 박성광에게 한 끼를 사겠다며 한우 고깃집을 가서 보여준 모습들이었다. 어머니께서 한 끼 얻어먹으면 한 끼는 꼭 대접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굳이 고기를 사겠다며 간 음식점에서 1인분에 6만원을 하는 생갈비를 별로 놀라지도 않고 시키는 송이 매니저에게서는 박성광에 대한 고마움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갈비탕이 굳이 먹고 싶다며 손사래를 치는 박성광의 고집을 꺾고 먹게 된 생갈비가 “처음 먹어보는 소고기”라는 걸 알려주는 건 먹을 때마다 저절로 입가에 번지는 송이 매니저의 미소였다.

평상 시 음식 앞에서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괜스레 야채 쪽으로만 젓가락이 가는 송이 매니저에게서는 박성광을 대접해야겠다는 마음과 너무 비싸 더 먹기는 부담스러운 소고기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공존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네가 맛있게 먹어야 나도 맛있게 먹는다”고 말하는 박성광은 굳이 더 생갈비를 시키고 매니저 몰래 계산을 했다. 송이 매니저가 가진 마음도 훈훈하지만, 이를 알아주고 배려해주는 박성광의 마음 씀씀이 또한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인지상정일 게다. 사회 초년병이 갖는 현실적인 고충과 그럼에도 해야 할 도리는 다 하려는 모습. 그리고 그걸 묵묵히 지켜봐주면서 모르게 배려하는 모습이 담아내는 따뜻함.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가 광고 촬영을 하는 일조차 지지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사진:MBC)

'전참시' 박성광·임송, 이들의 관계가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까닭

워낙 직장 내 갑을관계니 상하관계니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인지 방송이 보여주는 관계는 그만큼 조심스럽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본질적으로 보면 바로 이 관계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니저가 등장하게 된 건 그래서다. 연예인만을 보던 관찰카메라가,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된 것. 

<전지적 참견 시점>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어찌 보면 막연히 상하관계로만 생각되어온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의외로 가족 같은 훈훈함이 보였고 또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매니저들이 주목됨으로써 살짝 그 관계가 뒤집어지는 전복의 즐거움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유병재의 사인회에서 오히려 자신을 찾아온 팬과 더 사진을 많이 찍는 유규선 매니저나, 이영자와 함께 하면서 주목받게 된 송성호 매니저, 그리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화제가 된 것도 바로 이런 요소들 덕분이다.

특히 임송 매니저는 업계에 그리 많지 않은 여성 매니저라는 점,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도 거의 유일하게 출연한 여성 매니저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주목되었다. 매니저 업계에 여성들의 비율이 적다는 건 임송 매니저가 박성광과 함께 KBS <개그콘서트> 특별 출연 때문에 찾아갔다 만난 개그맨 유민상 매니저(역시 여성 매니저)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여성 매니저들이 적어 같은 여성으로서의 매니저일을 하며 생기는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고 말한 임송 매니저는 “그 날이 가장 힘들다”고 말해 이를 보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놀라움은 마치 매니저라는 직업이 남자들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온 업계의 분위기를 새삼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직장이라는 직업적 공간에서만 그 관계가 한정되는 직업이 아니다. 계속 해서 현장을 함께 다녀야 하고 필요하면 사적인 공간일 수 있는 연예인의 집에도 가야 한다. 일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경계가 그만큼 애매하다. 이런 영역의 중첩 때문에 서로 다른 성별로 이뤄지는 관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영자와 송성호 매니저가 그렇고,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가 그렇다. 

그런데 이 조심스러운 관계를 더더욱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이들이 바로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다. 이들은 처음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부터 그 관계가 어색하다는 점 때문에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생각이 많은 박성광은 뭐 하나를 임송 매니저에게 얘기하더라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찍 주차장에 도착한 임송 매니저에게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올라와서 같이 밥을 먹자고 묻는 대목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박성광의 모습이나, 자신이 먹을 계란 프라이를 자기는 먹었다며 임송 매니저에게 먹으라고 주는 모습에서는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배려하려는 박성광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 <개그콘서트>에서 후배들 코너를 짜다가 어딘가 부족함 임팩트를 메우기 위해 임송 매니저가 함께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러운 후배들의 제안에 난감해하는 박성광의 모습에서도 그 배려가 느껴진다. 임송 매니저 역시 자신이 그 코너를 망칠까봐 걱정하면서도 박성광의 부탁이니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서도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 사이의 관계에서 늘 느껴지는 약간의 어색함은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사람을 하루 종일 함께 움직여야 하는 관계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경계를 그만큼 존중하려 애쓴다. 그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너무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선에서의 관계는 그래서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구석이 있다. 

물론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이러한 ‘경계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만일 그렇다면 최근 뉴스에 그토록 많이 등장하고 있는 갑을 관계의 권력을 유용한 많은 폭력들이 사회적 의제로까지 등장하지는 않았을 게다.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의 그 관계를 통해 보듯이, 우리네 사회에서 가족관계든, 직장 내 상하나 동료 간의 관계든, 나아가 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경계 존중’의 문화가 있다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그 많은 관계의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사진:MBC)

‘전참시’, 동생을 보니 임송 매니저의 진가가 다시 보이네

임송 매니저 같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저절로 바르게 되지 않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는 박성광 매니저 임송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지켜야할 원칙들을 지키려 애쓰고, 자신보다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들여다보려 애쓰는 모습.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을 갖고 상경한 동생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 그 모습 속에서 임송 매니저의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이 어디서 나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성광 앞에서는 늘 수줍은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던 임송이지만, 동생 앞에서는 엄한 언니의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모습에 이를 관찰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동생에게 연거푸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고, “엄마 걱정 끼치게 하지 말라”고 하는 임송 매니저는 지금껏 방송을 통해 보이던 앳된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 잘되라 하는 소리”지만 그 이야기가 동생에게 “잔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임송 매니저 자신도 인정했다.

하지만 엄하면서도 동시에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애정 또한 느껴졌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카페라 아이돌 굿즈에 정신이 팔린 동생에게 맛있는 케이크를 사주고, 맛있다며 먹어보라는 동생의 말에 “난 단거 싫어한다”고 말하는 임송 매니저에게서는 어딘지 자식 먼저 챙기려는 엄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동생을 챙기면서도 자신의 본분인 매니저의 역할을 잊지 않는 임송 매니저의 모습은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피자 뷔페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상사에게 전화해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차도 같이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묻는 대목이 그랬다. 그냥 사용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 차량이 자기 소유가 아니라 회사차량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임송 매니저의 행동에 출연자들은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뷔페로 가는 길 먼저 그날 행사에서 박성광이 입을 옷부터 챙기고, 갑자기 박성광에게 와달라는 전화가 오자 집으로 먼저 달려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굳이 주차장으로 내려오겠다는 박성광의 말에 차 안에서 숨도 쉬지 말고 숨어있으라고 동생에게 당부하는 그 모습에서는 혹여나 박성광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특유의 배려 깊은 마음이 묻어났다. 

결국 동생이 함께 왔고 점심을 먹기 위해 피자 뷔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된 박성광은 자신이 점심을 사겠다고 나서 동생에게 톡톡한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복스럽게도 먹는 자매들 앞에서 입이 짧은 박성광은 흐뭇해했고, 조심스레 꺼내놓은 사인지에 친구들 것까지 정성껏 사인을 해주었다. 물론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 같아 그만 하라며 자꾸만 임송 매니저는 동생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언니가 잘 해주냐”는 박성광의 질문에 동생은 서슴없이 “잘 해준다”며 마치 “엄마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아래서 임송 매니저는 동생의 엄마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매일 밥을 차려주고 돈이 있으면 동생 옷부터 먼저 사주었다는 것. 

사람의 가치는 어쩌면 그런 삶에서 묻어나는 인성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때론 엄하게 때론 자애롭게 동생을 챙기는 임송 매니저와, 그런 언니의 말이면 뭐든 따르는 착한 동생의 관계를 보면 한 사람의 바른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큰 좋은 영향을 주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임송 매니저를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바로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임송 매니저는 각박한 세상이지만 바르게 사는 모습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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