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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을 비웃는 에이스 이시영 판타지의 정체

 

아마도 <진짜사나이> 제작진은 이시영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게다. 사실 패턴화되어 버려 이제는 회생이 불가능할 거라고 여겼던 <진짜사나이>가 아니었던가. 어찌 된 것이 제목은 <진짜사나이>인데 여군 특집이 오히려 프로그램을 살렸던 게 사실이고, 그나마 여군 특집도 비슷한 틀에 박힌 상황들을 연출하며 힘이 빠지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침몰하는 <진짜사나이>에는 이시영이라는 에이스가 타고 있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물론 해군 부사관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다뤘고 거기에 남녀 동반 입대라는 카드까지 겹쳐져 기존 <진짜사나이>와는 다른 풍경, 다른 그림들이 가능했던 게 사실이다. 문무대왕함의 내부를 보여주는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은 일반인들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작은 마을을 옮겨놓은 듯 없는 게 없고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게 뻗어나가 있는 선내에서 생활하는 해군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새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배경만으로는 이처럼 관심이 급상승한 <진짜사나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그 곳에 들어간 출연자들의 독특한 개성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면이 있다. ‘로마공주라는 닉네임이 붙어 엉뚱하기 이를 데 없는 긍정녀 솔비와, 실제 갑판장처럼 진두지휘하는 본능을 장착한 열정의 박찬호, 어딘지 동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서지수, 구멍병사로 등극한 박재정 그리고 그 박재정과 비교되며 최고 에이스로 <진짜사나이>에 매력을 끌어올린 이시영이 그들이다.

 

이시영은 이들 중 거의 독보적이다. 그것은 단지 진짜 군인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의 체력이면 체력, 암기력이면 암기력 같은 뛰어난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능력들을 보여주면서도 평온한 얼굴이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걸 크러시 하고는 조금 다르다. 아마도 걸 크러시를 우리가 센 언니정도로 오인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굳이 내놓고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능력과 매력이 진정한 걸 크러시라고 보여주는 인물이다. 센 언니 캐릭터를 갖고 있던 서인영이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그걸 잘 말해준다.

 

특히 이시영은 방송적으로도 다채로운 면면들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박재정과 비교되며 무거운 탄두를 척척 들고 옮기는 모습이나 그 복잡한 암기사항들을 척척 외우고, 통신 전달에 있어서도 물 흐르듯 술술 소통하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는 물론이고 남성 시청자들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12닭을 하고 식판에 밥 세 그릇 정도는 뚝딱 해치우는 놀라운 먹방을 보여준다. 그리고 새로 만난 선임들의 개인기 요구에 이번에는 관절을 꺾는 차력쇼까지 보여주니 <진짜사나이>로서는 이시영이라는 존재가 예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시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광이 이렇게 생겨난 건 지금의 대중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어려운 현실 앞에서도 평온한 얼굴로 척척 임무를 해내며 어떤 면에서는 그 현실 자체를 즐기는 듯한 모습에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껏 <진짜사나이>의 스토리텔링은 힘겨운 군 생활에서 개고생하는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시영은 그 힘겨운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잘 적응하는 모습으로 정 반대의 스토리를 그려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이시영 판타지가 생겨나는 지점이다.

Posted by 더키앙

<슈스케5>, 어쩌다 이들은 무표정이 되었을까

 

<슈퍼스타K5>의 탑3는 송희진, 박재정, 박시환에게 돌아갔다. 김민지는 결국 탑4에서 하차하게 됐다. <슈퍼스타K5>의 출연자들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송희진과 김민지가 함께 부른 브르노 마스의 ‘원 모어 나잇(One more night)’은 실로 압권이었다. 음정이 불안하다는 평을 자주 듣고 또 발라드에만 장르적으로 머물러 있던 박시환의 록커 변신은 무난하게 여겨졌고, 복고적이면서도 늘 세련된 느낌을 주는 박재정의 무대도 나쁘지 않았다.

 

'슈퍼스타K5(사진출처:mnet)'

실로 심사위원들의 혹평이 유독 많았던 <슈퍼스타K5>였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하늘의 심사는 대부분이 혹평에 가까웠고 점수도 90점 이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출연자들의 역량 부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렇게 혹평을 받은 출연자들의 의기소침은 무대에서의 실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탑4 무대 정도가 된다면 출연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렇질 못했다.

 

아마도 시즌5를 지나오면서 점점 높아진 기대감이 주는 착시현상도 있을 게다. 노래실력이 아직 아마추어에 머물고 있다고 평을 받지만 탑4까지 온 출연자들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 여겨진다. 프로로서의 실력과 끼를 보여준다면 그것은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순수한 맛을 상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송희진이 가진 시원시원한 고음과 박재정이 가진 안정적이고 세련된 느낌, 박시환의 듣는 이를 슬프게 만드는 음색이나 김민지의 어쿠스틱하고 아티스트적인 면모는 저마다 괜찮은 가능성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이들을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들게 만드는 점이 있다. 그것은 흔히들 끼 혹은 스타성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간 박시환과 박재정이 샤이니를 만나 선보인 춤을 보라. 생방송 무대에서도 ‘매너 부족’ 혹평을 들을 만큼 이들의 몸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실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것은 송희진도 마찬가지고 김민지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녀들은 각각 파워보컬과 포크라는 특색을 갖고 있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무대에서의 액션이 약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단지 액션만이 아니고 그들의 표정에서도 묻어난다. 노래 역시 감정을 실어 관객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면, 노래 그 자체만큼 중요한 게 얼굴의 감정연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약간의 허세 섞인 표정의 매력을 가진 박재정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세 사람의 표정은 사실상 데드 마스크에 가깝다. 박시환은 늘 똑같은 표정이고 심지어 웃을 때조차 어색한 느낌이다. 송희진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처럼 노래하고, 김민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표정이 자연스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가창력이 가진 힘이 100%라면 여기에 얹어진 표정과 감정은 노래를 200%로 만들어줄 것이다. 결국 제 아무리 고음을 잘 지르고, 슬픈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니 말이다. 과거 출연자였던 허각이나 존박,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나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 그리고 로이킴, 정준영 같은 인물들을 떠올려 보라. 그들은 얼마나 자신의 끼와 스타성을 마음껏 보여주었던가.

 

어째서 이번 출연자들은 무표정한 느낌을 주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심사위원이나 제작진들이 이들 출연자들을 충분히 북돋워주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고, 그 감정과 표현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출연자들 스스로 자신의 무표정으로 일관해온 틀을 벗어던지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무표정하게 만들었을까.

 

이번 출연자들은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은 흔적이 역력하다.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중장비 이동 정비사를 하며 노래방에서 노래의 꿈을 키워왔다는 박시환이나, 가정형편이 안 좋아 아빠랑 떨어져 그룹 홈에서 지낸다는 송희진은 대표적이다. 이들의 무표정은 어쩌면 상처받은 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거의 습관화되면서 생겨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이제 겨우 스물여섯의 나이에 일자리를 전전하고, 열아홉에 집이 없어 그룹 홈에 지내는 청춘이 취할 수 있는 자기 보호 본능 같은 것일 게다.

 

이들에게 오디션이라는 현실의 또 다른 재연은 누구보다 혹독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이번 오디션에서 무엇보다 바라게 되는 것은 누가 우승하고 누가 떨어지는가가 아니다. 이들이 오래도록 숨겨왔던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내고 웃는 모습. 더 이상 부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그동안 유예되어왔던 그 나이의 밝은 표정을 갖게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은 우리 시대의 한 어두운 구석에서 잉여라 치부되며 힘겨운 현실을 무표정으로 버텨내고 있는 청춘들에 대해서도 어떤 희망이 될 수 있을 게다.

Posted by 더키앙

아마추어리즘이 예능의 새 트렌드가 된 사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이 유행어만큼 작금의 예능 트렌드를 보여주는 게 있을까. ‘개그콘서트’의 종료된 코너 ‘많이 컸네 황회장’에서 황현희가 히트시켰던 이 유행어에는 “알 거 다 아는 사람들끼리 왜 이러냐”는 핀잔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말이 웃음을 주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실상은 아마추어 같은 유치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황현희는 조직의 회장이지만 체신머리 없이 일개 실장과 사소한 말싸움을 하면서 이 말을 내뱉는다. 프로라면 보여주지 않을 속내가 살짝 드러났을 때 터져 나오는 웃음. 아마추어리즘은 이렇게 리얼리티 시대에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너는 내 운명’에서 발연기 논란을 빚었던 박재정이 ‘상상플러스’의 MC로 자리한 사연은 이 드라마에서 비난받았던 아마추어리즘이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빛을 발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박재정이 보여준 어색한 연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그 자체로 리얼이 된다. ‘상상플러스’에서 그가 보여주는 특유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는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친 MC들이 보여주었던 틀에 박힌 모습을 순간적으로 깨버린다. 이처럼 리얼리티 시대에 연기되지 않는 리얼함은 어색함을 어떤 진면목으로 평가절상시키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박명수는 콩트 개그 시대에도 활동해온 개그맨이다. 즉 설정에 맞는 연기를 기본적으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라디오 DJ로서의 박명수는 겉으로 보기엔 어수룩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것이 하나의 설정이며 진행자체는 꽤 매끄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이나 ‘해피투게더’에 출연하는 박명수는 MC의 자질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멘트는 앞뒤가 맞지 않고, 단어 사용은 부적절하며, 발음 또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진행본능을 갖고 있는 유재석과 대비되면서 그 상황을 형식적인 것이 아닌 리얼한 것으로 전환시키기도 한다. 유재석은 박명수의 그런 면들을 잘 포착해 전체 분위기를 리얼하게 이끌어나간다. 이렇게 보면 박명수는 어색함을 캐릭터로 활용해 리얼함을 만들어낼 줄 아는 흔치 않은 개그맨으로 볼 수 있다. 아마추어처럼 하는 것이 오히려 그의 프로 정신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이 리얼하게 그려진 것은 그들이 거의 방송 부적합자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으로 불린 정형돈, 사고만 저지르는 바보 정준하, 정신을 쏙 빼놓는 돌+아이 노홍철 같은 캐릭터들은 그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어색함으로 오히려 리얼 버라이어티를 살렸다. 이것은 이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에서 이른바 뜬 캐릭터들의 면면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1박2일’의 초딩 은지원, 버라이어티에서 다큐를 찍는다 핀잔 받는 김C가 그렇고, ‘패밀리가 떴다’에서 주목을 받았던 엉성 캐릭터 이천희가 그렇다. 이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유재석과 강호동이 확고한 메인 MC로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넘나드는(진행에 있어서는 프로이면서도 설정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처럼 행동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거꾸로 예능 프로그램이 점점 웃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개그맨들보다는 그것이 비전문인 가수나 배우들을 더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웃기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그 다른 형식 속에서의 부적응을 통해 엉성함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리얼한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 차츰 그 형식에 적응되는 그 상황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트렌드로 제시하는 도전과제들이 점점 독해지고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그 적응상태를 깨기 위한 것이다.

리얼리티에 대한 프로그램의 이 같은 집착은 때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까지 아마추어로 포장하게 만든다. ‘무한도전’에서 실패했던 미션, 좀비 특집이나 ‘1박2일’에서 기상악화로 가려던 제주도를 포기하고 보낸 영종도에서의 하루 같은 실패담은 과거라면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 어떤 것이었을 것이다. 밤새워 새로 찍던가 아니면 방영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얼리티 시대에 이 실패한 미션들은 가감 없이 방영되고, PD들은 자막으로 시청자에게 사죄를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하지만 이 성의 없어 보이는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한 영상들은 오히려 그 리얼리티를 보장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다.

리얼리티 시대, 예능 프로그램은 프로로서의 매끄러운 진행보다는 아마추어처럼 거칠지만 생생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인들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러 어색하게 행동하고, 상황은 어색함을 드러낼 수 있게 조장되며, 연출은 그 어색함을 극대화해서 포착해낸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아마추어같이 행동한다고 해서 진짜 아마추어일까. 지금은 가장 자연스럽게 아마추어같이 행동하는 이가 프로인 세상이다. 그런 면에서 농담처럼 던지는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라는 말은 이들에게는 핀잔이 아닌 칭찬인 셈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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