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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를 위해 <꽃할배>가 깔아 논 밑밥

 

희한한 일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끝날 때만 해도 차승원이라는 발군의 출연자가 만들어낸 만재도 만찬으로 앞으로 돌아올 이서진의 강원도편이 시들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웬걸?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을 보고 나니 이제 이서진이 보여줄 <삼시세끼> 강원도편이 그리워진다. 도대체 나영석 PD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것은 과거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 끝났을 때 느꼈던 소회와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또 한 번의 <꽃보다 할배>가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삼시세끼> 강원도편과 어촌편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그것은 강원도편에 게스트로 참여했던 최지우가 그리스편에 합류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영석 PD<삼시세끼><꽃보다> 시리즈를 운용하는 방식은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어느 한 프로그램에서 주목된 인물이 생겨나면 그 인물을 자연스럽게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결시켜 힘을 이어간다. 여행에서 돌아와 한 그리스 식당에서 최지우가 후일담을 나누며 방송 나간 후 태희, 혜교에게 연락이 왔다. 보고 있다고 한다고 말하자 나영석 PD가 재빠르게 그들 데리고 김치 담그러 오라고 슬쩍 섭외 욕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래서 그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런 밑밥은 시청자들로서는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밑밥은 이서진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는 새로운 짐꾼으로서 최지우가 단연 돋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서진이라는 존재가 왜 나영석 PD의 페르소나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나영석 PD가 그에게 용돈을 왜 최지우에게 주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지자, 역시 이서진 다운 답변이 흘러나왔다. “맡길 사람한테 맡겨야 한다는 것. 즉 두바이에서 아이스크림으로 과소비(?)’를 목격한 이서진이 돈 관리는 자신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건 나영석 PD나 시청자들이나 딱 듣고 싶었던 얘기였을 것이다.

 

이처럼 이서진은 가까워진 사이일수록 더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 매력이다. 이서진은 마치 농담을 하듯 어느 날 할아버지 두 분이 다가와 이서진씨는 우리들의 로망이라고 하시더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여자들의 로망도 아닌 어르신들의 로망’.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어르신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어르신들에게는 마치 자식 같은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보면 이번 그리스 여행을 통해 이서진은 연인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최지우와 마치 오누이처럼 친근하게 지내면서 때로는 툭탁거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연인 같은 설렘을 갖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으로 세워진 이서진의 면면들은 고스란히 앞으로 이어질 <삼시세끼> 강원도편에 대한 기대감이 될 수밖에 없다.

 

<꽃보다 할배><삼시세끼>는 공간적인 차이에 있어서도 기막힌 짝패다. 해외 배낭여행이라는 설렘이 있다면 <삼시세끼>처럼 어딘가에 콕 박혀 소꿉놀이하듯 내밀하게 즐기고 싶은 로망도 있기 마련이다. 해외를 보다보면 강원도 오지가 그립게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이런 그리움을 마치 작업이라도 걸 듯 나영석 PD<꽃보다 할배> 속에 슬쩍 슬쩍 끼워 넣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꽃보다 할배>의 배낭여행이라는 정서와 <삼시세끼> 같은 시골 살이의 정서가 이렇게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영석 PD의 예능을 밀어주고 끌어주게 된 걸까. 그것은 이 프로그램들이 나영석 PD의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으로 어르신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이렇게 먼 여행과 일을 하고난 후에는 시골에 콕 박혀 쉬고 싶어한다. 그 진심에 공감하는 한 시청자들도 똑같은 정서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꽃보다 할배>에서 <삼시세끼>로 또 <삼시세끼>에서 <꽃보다> 시리즈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서의 흐름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이서진이 하게 될 대충대충 어리숙하면서도 잘 하는 척 생색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특유의 넉살을 보여주는 이 매력적인 아마추어 농부 요리사가 보여줄 <삼시세끼>가 자못 궁금하다. 그것은 <삼시세끼> 어촌편의 차승원이 보여준 만찬과는 또 다른 맛이고,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이 보여준 페이소스 짙은 여행의 맛과도 다른 맛이다.

 

Posted by 더키앙

완전체 3인방, <꽃보다 청춘>의 완성형을 만들다

 

tvN <꽃보다 할배>에서 나영석 PD는 여행 내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파리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는 줄곧 짐꾼 이서진과 각을 세우면서 프로그램에 재미를 만들었다. 짐꾼이라는 이서진의 단단한 캐릭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서진의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심성과 타고난 적응력은 나영석 PD의 짓궂은 밀당을 통해 훨씬 잘 부각됐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나영석 PD는 시작부터 이순재를 대장으로 세워 고생길을 만들었다. 용돈을 슬쩍 감축하고 짐꾼 이서진을 하루 늦게 출발시켜 이순재가 숙소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한 것. 그러자 순대장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카메라 앞에 자주 등장하던 나영석 PD가 웬일인지 <꽃보다 청춘>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 자유로 근처 한 음식점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놓고 유희열과 윤상, 이적에게 당일 출발을 알리는 장면에서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물론 페루에서도 제작진이 모두 야반도주를 하는 장면에서 편지를 남기는 모습과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백배 사죄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었고, 가끔씩 이렇게 현지 길거리 음식 잘 먹는 사람들 처음 봤다는 식으로 이들의 여행에 끼어들기는 하지만 그 빈도수나 존재감이 과거만큼 크지는 않다. 왜 이번 여행에서는 나영석 PD의 모습이 과거만큼 자주 등장하지 않는 걸까.

 

그것은 당연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나영석 PD의 역할이 그다지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가 전면에 나오지 않아도 <꽃보다 청춘>3인방이 온전히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넘쳐나게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나영석 PD가 굳이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게 됐다. 윤상, 유희열 그리고 이적의 조합은 그만큼 여행으로서도 방송으로서도 최적의 조합이 되었다.

 

유희열이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는 여행의 리더 역할을 해준다면 이적은 언어능력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지와 소통하는 역할을 해준다. 이들은 세상 어디에 갖다 놔도 잘 살 것 같은 열린 마음과 여유로움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여기에 알코올 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육체적으로도 힘겨운 윤상은 늘 편안하기만 굴러가면 밋밋해졌을 여행에 자극제가 된다. 그가 화장실을 못가는 것이나 고산병으로 몸져눕는 일들은 그대로 여행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윤상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쏟아내는 이적의 이야기나, 아이들 앞에 떳떳한 아빠로 서기 위해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듯한 윤상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듣고 보며 든든한 지지를 자처한 유희열의 내세우지 않는 자상함은 <꽃보다 청춘>이라는 배낭여행이 드디어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완전체로 탄생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어느새 방송이라는 것을 훌쩍 잊어버리고 그들 자신들의 여행에 깊이 몰입하게 된 삼인방은 그래서 굳이 나영석 PD가 개입하지 않아도 충분한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의 이야기를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흐뭇해지고 마음 따뜻해지며 때로는 청춘의 설렘까지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래서 즐거운 일이다. 아마도 나영석 PD가 똑같이 느꼈을 것처.

 

Posted by 더키앙

여행과 잃어버린 청춘, 감회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영석 PD가 새롭게 들고온 tvN <꽃보다 청춘><꽃보다 누나>의 남자편 같은 성격으로 어찌 보면 <꽃보다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마치 <남자의 자격>의 아저씨들이 보여줬던 나이 들어감과 그럼에도 여전한 청춘에 대한 욕망이 공존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이것을 <꽃보다 청춘>이라고 지칭하고 그들 속에 숨겨진 소년을 여행을 통해 깨어내는 이야기로 풀어낸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꽃보다> 시리즈 3부작이 본래 배낭여행 프로젝트라는 부제로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들이 결국은 모두 청춘에 닿아있다는 걸 말해준다. ‘배낭여행은 마치 청춘들의 전유물처럼 불리워진 여행의 한 종류다. 그러니 그 틀 안에서 어르신을 넣어보고 또 누나들을 넣어보고 그리고 여전히 청춘의 소년을 갖고 있는 아저씨들을 넣어보는 여행 실험이 나영석 PD가 본래 하려던 그림이었던 셈이다.

 

<꽃보다 청춘>에서 윤상은 우리가 그의 음악을 통해 생각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아왔던 자신을 드러내주었다. 술 없이는 지낼 수 없었던 나날들을 조용히 고백하고 지금은 우울증 치료제로 대신하며 술을 끊어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여행을 통해 술도 우울증 치료제도 떨궈내고 싶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술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청춘을 찾아가는 여행일 것이다.

 

이적은 그런 윤상의 이야기를 듣고는 조용히 눈물을 떨궈냈다. 같은 음악인으로서 살아왔던 그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고 또 같이 나이 들어감을 공감 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지만 그런 배려를 받아주지 않을 때는 마치 아이처럼 화를 내는 이적은 감정에 솔직하다. 유희열은 늘 밝고 어떤 환경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며 스스럼없는 행동을 하는 소년처럼 보이지만 그 나이라면 익숙해질 만도 한 심각함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이다.

 

윤상은 담담하고 이적은 솔직하며 유희열은 리더십이 강하다. 이처럼 잘 맞는 조합이 있을까. 유희열이 길을 찾고 계획을 세우면 이적은 그 길 위에서 행동하고 윤상은 옆에서 그들이 놓칠지도 모르는 것들을 조용히 지켜낸다. 그들에게 짐꾼이 없는 이유는 당연하다. 그들 스스로 재미와 의미 모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툭탁대고 셀프 카메라를 들고 그 나이에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기면서도 짠한 느낌을 준다.

 

이런 여행의 특징은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가 3연타 홈런을 날린 가장 큰 이유다. 그의 여행은 특별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기대감과 그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이것이 재미에 끝나지 않고 대중정서를 자극하는 의미망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폭발력이 있다. <꽃보다 할배>도 그랬고 <꽃보다 누나>도 그랬던 것처럼 왜 하필 청춘이라는 키워드일까.

 

우리에게 여행이란 한때는 계속되는 일 속에서 잠시 떠나는 것이었고 멈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젊어서 일만 하다 나이 들어버린 이들에게는 여행이란 마치 잃어버린 청춘과 비견되는 어떤 것일 게다. 그러니 여행을 통해서 그 청춘을 확인하는 건 즐겁고 설레는 일이면서도 동시에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는 일이다. <꽃보다> 시리즈가 지금껏 배낭여행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준 것이 그것이다.

 

휴가시즌, 이제 맘만 먹으면 해외로 나가는 일이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닌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더 팍팍해졌다. 무리해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그 한 자락의 추억을 가슴에 부여안고 한 해의 힘겨움을 버텨내는 건 이제 우리 사회의 한 삶의 패턴이 되었다. 우리 삶의 꽃 같은 시간들은 그렇게 빠르게도 지나가고 시들어간다. 하지만 시간은 지나도 기억은 남는 것. 나영석 PD의 여행은 그 청춘의 기억을 되살려내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저들처럼 한번쯤 청춘의 시간 속으로 떠나보기를.

 

Posted by 더키앙

<무도> 뻔뻔 유쾌 방콕 여행, 왜 특별했을까

 

꼭 해외까지 나가야 웃길 수 있나. <무한도전>방콕 특집을 통해 하려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필이면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에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그것이 방에 콕이라는 의미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라는 걸 알게된 후에도 놀라운 건 이 방콕 특집이 그 어떤 해외로 날아간 예능보다 웃기고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방콕 특집을 흥미롭게 만든 것은 제작진 특유의 뻔뻔함이다. 일반 승합차에 장식을 대충 해놓고 방콕의 이동수단인 툭툭이라고 우기고, 까치산길을 카오산 로드라고 천연덕스럽게 소개한다. 연립주택에 데려다 놓고 5성급 리조트라고 말하고 황당해 하는 출연자들이 감격했다는 자막을 붙인다.

 

현지인 가이드 마이크는 시침 뚝 떼고 코끼리쇼를 보여준다며 코끼리코로 열 바퀴를 돈 후 과자를 따 먹는 게임을 제안하고 라텍스를 밟으면 사야 된다는 룰로 쇼핑(?)을 시킨다. 마사지 체험이 아니라 고통을 참는 체험을 하게 하고 워터파크라며 소개한 곳에는 아이들용 물놀이 세트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다. 소개된 여행의 실상과 상반된 뻔뻔한 자막은 이번 여행(?)이 빵빵 터지게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중요한 건 이 뻔뻔한 상황 속에서도 그걸 웃음으로 살려내는 멤버들의 순발력이었다. 태국식 수끼요리를 제공하겠다며 다만 해산물은 직접 스쿠버를 통해 잡아먹어야 한다며 가져온 수족관. 직접 얼굴을 집어넣어 입으로 해산물을 잡아야 한다는 황당한 미션에도 멤버들은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하하의 선전과 유재석, 정준하의 도움으로 힘이 엄청난 문어까지 입으로 잡아낸 그들은 이 작은 수족관 하나로도 블록버스터를 연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무한도전> 김윤의 작가가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보여준 막춤의 가공할 위력에서 폭발했다. <무한도전>은 작가들도 <무한도전>급이라는 걸 새삼 확인시켜준 그 막춤은 웃음을 참으려는 멤버들을 초토화시켰다. 특히 샤이니의 셜록에 맞춰 무릎을 쭉쭉 올리는 기괴한 바운스를 보여준 춤에는 이 웃음이 대가들마저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특집은 김태호 PD가 시작 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스피드 레이서특집을 마치고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기획된 것이 맞다. 김태호 PD<무한도전>의 쉬는 방법이 이렇게 가끔씩 큰 목적 없이 저들끼리 놀면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특집을 하는 것이라고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방콕 특집은 보여주었다.

 

요즘은 마치 예능에서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고 있다. <아빠 어디가>가 초저가 배낭여행을 떠났고 브라질 월드컵에 맞춰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갔다. <7인의 식객>은 중국에 이어 에디오피아까지 날아가 음식 기행을 선보였다. 심지어 <진짜 사나이> 같은 군 체험 리얼리티쇼가 필리핀으로 날아갈 정도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흉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나가서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무한도전>의 뻔뻔하지만 유쾌한 방콕 특집이 특별하게 여겨졌던 건 그 역발상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굳이 해외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또 몇 평 공간 안되는 방 안에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은 그것을 증명했다.

 

Posted by 더키앙

<아빠 어디가> 배낭여행, 뉴질랜드와는 다른 까닭

 

상하이의 한 시장에서 중국소녀 쩡쯔린은 왜 빈이를 따라왔을까. 그리고 쩡쯔린과 빈이가 같이 손을 잡고 친해진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아이들 특유의 친화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어른들이라면 그렇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의심부터하고 봤을 테니 말이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하지만 여기에는 또한 <아빠 어디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들이 있다. 성동일과 빈이는 중국에서도 낯선 얼굴이 아닐 것이다. 이미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중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우리의 <아빠 어디가> 역시 인터넷 등을 통해 중국에 충분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성동일은 시즌1에서부터 계속 출연했기 때문에 더더욱 중국인들에게 익숙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여행하는 아빠의 모습이 흔하지 않은데다 그것을 카메라로 찍고 있으니 중국인들의 시선에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은 그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카메라에 포착된 중국인들은 이들 부녀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성동일과 빈이가 함께 공항에서 시내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장면이 우리에게는 그저 재미로 다가왔을지 모르지만 중국인들이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졸린 빈이가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기대서 조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게 다가갈 것이다. 거기에는 국가 간의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홍콩에 간 김성주와 민율이가 규정을 잘 몰라 지하철에서 빵을 사서 먹으려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장면도 홍콩인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거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가져오는 웃음이 자연스럽게 묻어있고 또한 아빠와 아이가 낯선 해외에 뚝 떨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국가를 초월한 공감대가 들어 있다.

 

한편 자신이 예약한 호텔 직원들에게 환대를 받는 모습도 <아빠 어디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직원들에게 영어로 더듬더듬 <아빠 어디가>를 찍고 있다고 알려주자 팬이라며 반색하는 모습이 그렇다. 규정상 어린 아이가 여러 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에서 잘 수 없다며 같은 가격으로 2인실을 제공해주는 호텔 직원들의 모습에서는 팬심이 느껴졌다.

 

뒤늦게 홍콩행에 합류한 윤민수와 윤후가 공항으로 가며 서로 중국어를 뽐내는 모습은 아마도 중국에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면 꽤 흥미로운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발음하기가 쉽지 않은 중국어를 곧잘 발음하는 윤후가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에게 중국말을 해보는 장면은 중국인들에게 윤후의 매력을 십분 보여줄 것이다.

 

홍콩에서도 김성주와 달리 척척 일사천리로 유쾌한 여행을 하는 윤민수의 모습 역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윤민수 부자와 김성주 부자의 홍콩에서의 만남과 그렇게 이어질 함께하는 홍콩 여행은 그 서로 다른 두 부자의 모습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여러모로 <아빠 어디가>의 이번 배낭여행은 지난 뉴질랜드 여행과는 사뭇 다른 목적과 느낌을 갖고 있다. 뉴질랜드 여행이 그간 수고한 출연자들에 대한 방송사 차원에서의 포상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배낭여행은 이미 <아빠 어디가>의 인기로 실감하고 있는 아시아권 예능 한류에 대한 교감의 차원이 더 크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들만큼 국가를 초월해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존재들도 없을 게다. 상하이에서 빈이가 우연히 만난 중국소녀 쩡쯔린의 그 짧은 출연에도 우리네 시청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컸다. 물론 <아빠 어디가>가 갖는 특유의 소박함을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닫아버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행복이고, 그것이 방송에 담겨졌을 때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다. <아빠 어디가> 배낭여행은 그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나영석 PD는 왜 <꽃보다 할배>를 선택했을까

 

왜 하필 할배(?)들이었을까. 나영석 PD가 새롭게 시작하는 <꽃보다 할배>의 평균연령은 76세. 막내 나이가 무려 70세다. <1박2일>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나영석 PD가 CJ로 이적해 만든 첫 작품인데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국민배우들이 뭉쳤기 때문인지 <꽃보다 할배>는 시작 전부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일섭다방’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까지 떠올랐던 공원에서 커피를 타 마시는 티저 영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꽃보다 할배>가 가진 특별한 재미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영상 속에서 백일섭은 막내라는 이유로 투덜대며 커피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나이 다 들어 같이 늙어가는 처지의 칠순 할배들이지만 그 안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위계질서가 큰 웃음을 주었던 것.

 

이 장면은 <꽃보다 할배>가 어르신들이 주인공들이지만 그 소구대상은 젊은이들을 포괄할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즉 이 예능 프로그램은 ‘할배’가 아니라 ‘꽃보다’에 더 방점이 찍힌다는 것. 할배들이지만 여전히 ‘꽃보다’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의 존재들이기도 한 그들의 새로운 면모가 이 프로그램의 진면목이라는 점이다.

 

tvN <택시>를 통해 살짝 공개된 <꽃보다 할배>의 장면들은 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이 젊은이들의 <1박2일>보다 훨씬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굉장히 적극적인 직진순재, 엉뚱한 매력의 시크신구, 로맨티스트 박근형, 좌충우돌 웃음담당 막내 백일섭 같은 캐릭터가 이미 만들어질 정도.

 

할배와 배낭여행이라는 새로운 조합 속에는 그간 나영석 PD가 해온 리얼 예능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 있다. 나영석 PD는 예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이 가진 재미’를 꼽고는 했다. 즉 기획단계에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이 떠오르는 예능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그림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 체험자가 할배들이라면 도무지 어떤 그림이 나올 지 상상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지점은 작금의 <1박2일>이 난항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영석 PD가 이끌던 <1박2일>이 예측 불가능한 과정들을 담았다면, 지금의 <1박2일>은 시작과 함께 대충의 과정과 결과까지를 예측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오래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대중들의 뒤통수를 치는 새로움에 대한 노력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한 나영석 PD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그렇다고 해도 그 낯설음이 기대감마저 없는 미지수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 조합이 낯설면서도 막연하게나마 할배들의 배낭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아니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어르신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그렇고, 70년 이상을 살아온 경험치에서 묻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할배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우리네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네 근대사를 통과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여가나 여행에 대해 그만큼 소홀했을 어르신들이 경험하는 배낭여행이란 그분들에게도 똑같은 여운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즉 ‘할배들의 배낭여행’이라는 단순명쾌한 콘셉트 안에 상당히 많은 기획 포인트들이 자연스럽게 들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야동순재를 통해, 또 “니들이 게맛을 알어?”하고 묻던 신구 선생을 통해, “아 글씨”하고 추임새를 붙여가며 부르던 백일섭 선생의 ‘홍도야 울지 마라’를 통해, 그리고 칠순에도 여전히 빛나는 박근형 선생의 로맨틱한 풍모를 통해서 그네들에 대한 팬덤이 젊은 층들에게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어르신이 순간 권위를 무너뜨리고 아이 같은 천진함을 드러낼 때, 나이와 세대의 장벽은 허물어져버린다.

 

게다가 제 아무리 자기 세계에만 매몰되어 있던 자라도 그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히기 마련인 여행이 아닌가. 그 속에서 우리는 지금껏 가족의 한 언저리로 밀어놓고 구태여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우리네 어르신들의 ‘여전한 청춘’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예측불가능성’과 ‘기대감’. 이것이 나영석 PD가 보여줄 <꽃보다 할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이유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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