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음식, 장사까지 섭렵한 백종원의 저력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독특한 쿡방을 선보일 때만 해도 백종원이 이 정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할 것인가를 예상하긴 어려웠다. 독특한 레시피를 선보이긴 했지만 ‘슈가보이’ 같은 과장된 CG에서 엿보였듯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특성상 요리 그 자체보다는 재미적인 요소가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아쉬운 시즌 종영을 알리는 시점에 되돌아보면 백종원에게는 확고한 자기만의 로드맵이 있었다고 여겨지며, 무엇보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그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집밥 백선생>을 통해 요리무식자들도 쉽게 요리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통해서는 세계 곳곳에 서민들이 즐기는 무수히 많은 음식들을 소개했다. 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자신의 음식점 장사 노하우를 전파하기도 했다. 

같은 먹방이나 쿡방이라도 백종원이 하면 다르게 느껴진 건, 그가 가진 나름의 음식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집밥 백선생>의 요리가 남달랐던 건 그가 생각하는 ‘집밥’의 개념이 달라서였다. 집에서 간편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가 바로 ‘집밥’이라고 설파하는 그의 요리는 그래서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며 심지어 아저씨들조차 주방에 서게 만들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해외 음식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주었다. 사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음식은 도전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그 맛에 대한 낯설음과 두려움을 독특함과 새로움으로 바꾸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심지어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나라에 가보고픈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자국음식의 우수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다양성’ 사회로 가는 문화적 지반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골목을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되살린다는 것. 하지만 최근 뚝섬편에서 백종원은 찾아간 음식점에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음식점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라는 그의 생각이 기본조차 되지 않은 음식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백종원은 자신이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에 확실한 자기만의 아우라를 남겼다. 프로그램들도 성적이 좋았고 무엇보다 화제성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높았다. 이건 백종원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생각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종영에 벌써부터 시즌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그래서다. 이쯤 되면 예능 블루칩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사진:tvN)

백종원의 분노, ‘골목식당’ 아닌 ‘먹거리 X파일’ 보는 줄

어쩌다 보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먹거리 X파일>이 되어버렸다. 새로 시작한 뚝섬의 골목식당 네 군데를 찾은 백종원은 음식은 차치하고 음식 관리나 조리에 있어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음식점을 둘러보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족발집에서 파는 점심메뉴 볶음밥은 삼겹살이 제대로 익지 않아 고기에서 냄새가 났고, 족발 육수는 양파망을 사용해 우려내고 있었다. 경양식집 역시 겉치레를 번지르르했지만 요리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걸 지적했지만 주인은 “엊그제 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직접 냉장고에서 고기들을 꺼내놓고 “절대 엊그제 산 고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샐러드식당은 가격 대비 새로움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소스들조차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사서 쓰고 있었다. 역시 제대로 보관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어에서는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장어집은 문제가 아닌 게 없을 정도였다. 8천원에 한 마리라고 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여겼지만 알고 보니 그 장어는 수입산 바닷장어였고 그래서 가시가 세서 먹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또 수입산 바닷장어로 따지면 한 마리에 8천원은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다른 곳은 같은 장어 두 마리에 1만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준다는 미역국은 고기가 잔뜩 들어있었지만 맛이 없었다. 알고 보니 실제 미역국에는 고기가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 시식을 한다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 했다. 또 생선이나 장어를 주문을 받아 그 때 그 때 조리를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초벌한 걸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전자렌지에 돌려서 내놓는다는 걸 알게 된 백종원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며 “가게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실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줬던 건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에 걸맞는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음식을 잘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후미진 ‘골목’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게 되는 그런 곳에, 백종원이 경험으로 얻은 음식점의 노하우를 전수해 그 골목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뚝섬편에서 ‘골목’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들어가 버렸다. 그것보다는 기본 자체가 되지 않은 음식점들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가 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백종원이 분노하며 말하는 기본은 식재료 관리 같은 ‘위생’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똑같이 공분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적인 전국 식당의 위생 점검과 불시 점검 시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건 그래서다. 자신들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방송만 타면 잘 될 거라 믿는 것일까.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굳이 이렇게 기본기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소재로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심지어 위생 점검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먹거리 X파일> 같은 프로그램의 고발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그 뚝섬 소재의 음식점들이 사연을 보내 이뤄진 방송이지만.

음식점들의 기본을 점검하며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의미는 충분히 있을 게다. 하지만 자칫 우려되는 건 본래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려던 바와는 사뭇 다르게 고발에 가까운 자극을 의도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이런 기본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방송을 담보로 굳이 도와줘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사진:SBS)

‘집밥 백선생’과는 다른 ‘수미네 반찬’이 지향해야할 것들

사실 스튜디오의 풍경만 보면 tvN 새 예능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이전에 시즌3까지 방영된 <집밥 백선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백종원이 있던 자리에 김수미가 서 있고, 요리무식자들이 서 있던 자리에 최현석, 여경래, 미카엘 같은 스타 요리사들이 서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 정경 자체가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중심에 선 김수미가 자신이 수십 년 간 쌓아온 요리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이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형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용도 같을까. 그렇지 않다. 그건 백종원이라는 인물과 김수미라는 인물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요리연구가’라고 불린다면 김수미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오랜 요리 경험을 축적해온 ‘엄마’에 가깝다.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은 그래서 요리무식자들에게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엄마의 손맛을 전면에 내건 김수미는 간편해지는 식문화에 의해 사라져가는 우리네 밥상을 되살리는 요리에 가깝다. 그래서 이미 요리에 정통한 스타요리사들이 ‘자격증 없는’ 이 엄마의 제자를 자처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가능해진다. 

물론 <집밥 백선생>에서도 일품요리가 아닌 반찬을 만드는 노하우가 공개되긴 했지만 <수미네 반찬>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본격적인 ‘반찬 요리’에 집중한다. 사실 우리들의 식단을 보면 예전처럼 여러 반찬과 국 그리고 밥을 먹는 방식에서, 좀 더 간편한 일품요리를 해먹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다 보니 일일이 반찬을 여러 개 만들어 준비하는 밥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수미네 반찬>이 지향하는 바는 기획의도에도 들어가 있듯이 ‘조연으로 물러났던 반찬을 우리의 밥상으로 옮겨오자’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집밥 백선생>이 보여줬던 ‘집밥’과 <수미네 반찬>이 보여주려는 ‘집밥’의 개념이 달라진다. <집밥 백선생>은 ‘집밥’하면 괜스레 신격화해버린 ‘엄마의 밥상’ 같은 무게감을 덜어내고 ‘집에서 누구나 간편히 해먹을 수 있는 밥’으로서의 ‘집밥’을 전면에 내건 바 있다. 반면 <수미네 반찬>은 거꾸로다. 사라져가는 ‘엄마의 밥상’과 그 ‘손맛’을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미네 반찬>이 끄집어낸 ‘엄마의 밥상’이라는 소재가 요리라는 세계를 다시금 ‘엄마들의 의무’로 퇴행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건 이 프로그램의 풍경으로 제시되어 있듯이, 김수미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엄마들이 아니라 최현석, 여경래, 미카엘 같은 남성 요리사들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요리는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엄마들이 그간 쌓아놓았던 그 손맛의 노하우가 사라지지 않고 복원해보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속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미네 반찬>이 처음 선보인 고사리 굴비조림이나 연근전 같은 레시피는 생각보다 훨씬 쉬워 보였다. 우리가 막연히 ‘엄마의 손맛’이나 ‘엄마의 밥상’ 하면 떠올리던 그 어마어마한 ‘정성’의 무게 때문에 요리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그 생각을 간단히 깨줬기 때문이다. 특히 연근의 그 구멍에 갈아서 양념을 한 고기나 명란젓을 채워 넣어 만드는 연근전은 간편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영양과 맛도 기대되는 레시피였다. ‘엄마의 손맛’이란 그 요리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오랜 세월동안 누적된 노하우가 있어 간단히 해도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김수미가 보여주는 찰진 멘트들과 설렁설렁 하는 듯 보이지만 공력이 있어 보이는 요리 실력은 <수미네 반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사실 엄마들에게만 부과되어 오던 집밥의 의무를 이제는 모두가 분담하는 것에 누구나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아깝게 느껴지는 건 그 의무 속에서 엄마들이 축적해온 노하우마저 사라지는 일이 아닐까. 쉽지만 확실한 효과를 내는 그 노하우를 이제 엄마든 아빠든 혹은 자녀들이든 상관없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 이것이 <수미네 반찬>이 지향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사진:tvN)

'스푸파', 식욕유발자 백종원 특유의 감탄사에 담긴 진정성

도쿄의 우에노역 근처 아메요커 시장의 어느 고깃집. 우리에게 ‘야끼니꾸’로 알려진 양념고기를 백종원은 앞뒤로 잘 익혀 밥 위에 얹어 먹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음식 먹는 법을 이야기한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기 위해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건 겨우 150년 정도라며 그 음식에 깔린 역사적 배경이 밑반찬처럼 올라온다.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가 백종원을 통해 보여주는 일본 도쿄의 미식 기행 풍경이다.

쓰키지역의 시장에 들어선 백종원의 얼굴은 벌써부터 상기되어 있다. 그는 그 곳을 찾을 때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단골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가를 걱정하고, 여전히 2대째 영업하는 그 음식점을 발견하고는 반색한다. 소 내장을 일본식 된장에 넣고 푹 끓여낸 걸 덮밥으로 내놓는 그 곳. 사실 낯선 곳에서 그런 음식은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어 꺼리게 되지만,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푸드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미 그가 맛보고 빠져버린 음식이라며 그 음식의 맛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낯설어 도전하기 힘들어 보이는 음식이 백종원이 맛나게 맛보고 그 맛이 어떤 맛인가를 설명해주는 걸 듣게 되면서 한번쯤 저 곳에 가게 되면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으로 변모한다. 늘 익숙한 음식에만 길들여져 있는 게 우리네 입맛이지만, 백종원의 도전적인 음식에 대한 만끽은 보는 이들의 식욕까지 이끌어낸다.

초밥집에서 고추냉이를 더 얹어 참치 초밥을 먹으며 고추냉이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인들 특유의 참치사랑 이야기가 더해지고, 무려 110년 된 음식점에서 맛보는 오야코동이라는 닭고기 달걀덮밥을 먹으며 자신이 여태 먹은 닭고기덮밥 중 1등이라고 감탄한다. 갈아나온 닭고기가 마치 밥을 죽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설명이다. 

봄비 내리는 도교에서 찾아간 150년 전통의 소바집에서 백종원은 오리 소스에 찍어먹는 메밀국수를 시킨다. 음식을 기다리며 메밀이 일본에서 이렇게 국수로 만들어진 역사를 이야기하고, 음식이 나오자 메밀의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3단계 방식을 소개한다. 아직까지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지만, 아무 것도 찍지 않은 메밀을 그대로 먹어보는 백종원의 모습에서 그 맛은 어떨까가 궁금해진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가 아닌 ‘행복한 미식가’를 보는 듯한 프로그램이다.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행을 할 때면 맛집들을 중심으로 다닌다는 이야기를 했던 그답게, 그가 떠난 미식기행에서는 음식을 대하는 그의 진심어린 행복감이 드러난다. 그 진정성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공기를 만들어내고, 그 위에 맛을 더 맛나게 하는 음식에 대한 지식이 곁들여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백종원이 음식을 먹을 때 보여주는 진심어린 리액션이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맛볼 때 특유의 “아-”하는 목소리를 낸다. 그 감탄사 하나가 그 맛에 대한 어떤 설명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하필이면 월요일 밤 11시에 이런 식욕유발자 백종원이 보여주는 미식기행이라니. 다이어트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너무한 것 아닌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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