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손님 생각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대전의 청년구단. 처음엔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장소가 안 좋다는 것 때문 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대전 청년구단 사장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장사가 안 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 발견됐다. 식당을 열고는 있지만 손님 생각은 전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있을까.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식당이 바로 막걸리 집이었다. 오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막걸리를 개발했다는 이 집 사장님은 처음부터 솔루션을 요청하면서 “막걸리는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막걸리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고, 백종원이 그만큼 알까싶어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막걸리를 즐긴다는 백종원은 그만큼 기대하는 얼굴이었지만 막상 막걸리를 맛보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생각했던 막걸리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어떤 물을 쓰냐며 물맛에 따라 막걸리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지만 막걸리 집 사장은 수긍하지 않았다. 수돗물을 쓰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고, 맛은 물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서였다.

다시 만나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백종원은 물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다시 했지만 사장은 “물맛보다는 누룩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이야기에 산까지 올라가 약수를 길어와 막걸리를 만들어 내놓은 사장은 일반 생수를 쓴 막걸리와 약수 막걸리를 비교해본 결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약수 막걸리가 더 맛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막걸리를 맛본 백종원은 여전히 갸우뚱한 얼굴이었다. 

결국 백종원은 시중에 나와 있는 유명한 지역 막걸리들을 가져와 사장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막걸리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는 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12개의 막걸리 중 2개만 겨우 맞혔을 뿐이었다. 그것도 하나는 자신이 만든 막걸리였다. 백종원은 사장이 만든 막걸리가 다른 막걸리들과 비교해 먹어보면 맛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사장은 막걸리가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며 모두가 통일된 맛을 낸다면 소규모 양조장들은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사장의 말대로 본래 가양주(집에서 담그는 술)였던 막걸리를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막걸리 맛이 다른 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고 개성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럴 거면 굳이 식당을 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담가 혼자 마시는 술이 어떤 맛이 있건 그건 말 그대로 그 집의 개성일 수 있지만, 손님을 상대하는 막걸리집이라면 손님들의 입맛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닐까. 

12개의 막걸리 중 사장이 좋다고 한 막걸리 3개(자신의 막걸리 포함)을 꺼내 청년구단의 다른 식당 사장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투표를 한 결과 사장이 만든 막걸리는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손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하고 대중적인 건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사람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솔루션은 왜 신청했을까.

손님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태도는 딱히 막걸리 집 사장만이 아니라 이 청년구단 사장들 모두가 가진 문제였다. 덮밥집의 ‘김치스지카츠나베’는 그 이름 자체가 어려워 그 지역의 주 고객층인 40대 이상의 손님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할 수밖에 없었고, 양식집의 순두부 파스타는 그때 그 때 간을 해 균일화된 맛을 내지 못해 짜다는 손님들의 평가를 받았다. 햄버거집은 언양식 불고기 흉내를 냈지만 불맛을 내는 게 아니라 그을음을 얹은 패티를 내놓고 있었고, 초밥집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심지어 청년구단 사장들이 한 테스트에서 바뀐 초밥과 고등어조림은 둘 다 ‘내놓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지목되었다. 

장소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손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사장들의 마인드였다. 자기들끼리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손님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이들은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이라면 그래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손님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내놓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라면 그런 마인드로는 백전백패일 수 있었다. 먼저 그 잘못된 마인드를 깨는 것. 백종원이 혹독한 평가와 독설을 날리는 건, 그 잘못된 마인드가 깨지지 않으면 솔루션이 제아무리 많아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의 분노만큼 화나게 만드는 전시행정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은 대전시 중앙시장에 위치한 청년몰. 그 곳의 음식을 맛본 백종원은 또 분노했다. 유명 햄버거집보다 낫다고 자처하는 햄버거는 패티에서 소고기 냄새가 확 났다. 이유는 냉동된 간 소고기를 받아 패티로 만들어 내놓기 때문이었다. 언제 나온 건지도 모르는 그 소고기로 만든 패티가 신선할 리 없고 그러니 냄새가 안날 턱이 없었다. 게다가 빵도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었다. 냉동실에 넣어뒀던 걸 꺼내 쓴다고 햄버거집 사장은 말했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 

같은 집에서 나온 프라이드치킨은 조금 큰 닭을 쓴데다 튀기는 시간을 잘 못 맞춰 살이 덜 익어 있었다. 닭다리의 힘줄을 꺼내 눌러 보여주는 백종원은 그 색깔이 붉은 색이 나오면 덜 익은 것이라고 했다. 닭다리가 그 정도니 더 두꺼운 가슴살이 제대로 익었을 리 없었다. 안을 열어보니 역시나 덜 익어 있었다.

초밥대통령을 자처하는 경력 17년 초밥집은 그 문제가 더 심각했다. 17년 장사를 해서인지 잘못된 습관이 배어있었다. 알탕을 끓이기 위해 냉동된 알을 녹이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 물에 손을 닦고, 알탕 양념장을 그 때 그 때 맞춰 한다고 했지만 간을 본 숟가락을 다시 넣어 간을 봄으로써 자신의 타액이 그 속에 들어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알탕은 국물을 우려낸 것이 아니라 수돗물을 받아서 끓였고, 초밥을 만들 때 살짝 찍어 쓰는 물은 손가락을 닦는 물로 변질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고춧가루를 뜨는 숟가락은 닦은 지 한 달이나 되어 정체모를 검은 때가 빡빡 닦아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붙어 있었다. 백종원이 ‘초밥대통령’이라는 말 쓰지 말라며 지적한 건 당연해 보이는 처사였다. 

막걸리를 제대로 연구했다는 막걸리집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젊은 입맛에 맞춘다며 맑게 나온 막걸리는, 막걸리 특유의 걸쭉한 맛이 없었고 곁들여진 안주들은 전혀 특색이 없었다. 그냥 수돗물로 막걸리를 직접 담근다는 점주에게 백종원은 물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하면 수질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같은 막걸리에 백종원이 정수기물을 타자 그제야 술 같은 맛이 난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물 하나를 바꿔도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그 막걸리집도 막걸리를 보존하는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 보존 냉장고에 얼음이 붙어 있었던 것. 그걸 ‘얼음막걸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놔두면 얼음이 녹아 막걸리가 점점 밍밍해진다고 백종원은 지적했다. 당연한 지적이고 당연한 분노지만 이번 대전 청년몰의 상황을 보니 거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였다. 그건 애초부터 손님들이 찾기 힘든 곳에 세워진 청년몰이라 기획부터 뒤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음식을 더 철저히 준비해서 손님을 끌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애초 손님들이 찾지 않아서 관리 자체도 어렵게 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이 청년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냉동 소고기를 받아 패티로 만들어 썼을까. 손님들을 속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버리지 않고 놔뒀을까. 초밥집 사장님도 혼자가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조금은 더 신경 써서 주방관리며 음식의 질에 대한 부분을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만일 손님이 많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순환이 되는 정도였다면 굳이 막걸리 보관을 하는데 있어 얼음이 얼 정도로 보관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장사가 잘 안 되는 집들의 ‘변명’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잘 되는 집만 잘 되고 안 되는 집은 계속 안 되는 이유도 들어있다. 결국은 여유가 있어 그만큼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더 오래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집들만이 성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비싼 입지를 가진 음식점이 더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년몰을 활성화한다는 정책은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충분히 공감할만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들이 쓰이지만 그것이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이 사업에서 최우선으로 지정되는 장소는 ‘고용 산업 위기 지역 내에 소재한 전통시장 및 상점가’다. 그러니 청년실업과 지역 활성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취지를 앞세우고 있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애초에 잘 안 되는 곳에 미숙한 청년들이 들어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도 보인다.

대전 청년몰을 보면 그 위치 자체가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적한 중고책 타운을 지나서 한복-원단 시장 옆에 붙어 있으니 청년몰 특유의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백종원은 애초에 이 장소를 보고는 “전국에 청년몰이 있지만 최악의 입지”라며, “정말 생뚱맞은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딱 한 테이블 손님이 찾는 청년몰에서 음식과 주방관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일까. 물론 그만한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한 청년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전시행정의 문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사진:SBS)

‘골목식당’, 덴돈집 고민 토로에 응원 이어진 까닭

이젠 손님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신포시장 청년몰 마지막편에는 지금껏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점주들의 새로운 고민이 등장했다. 그건 프로그램과 백종원의 솔루션으로 가게들이 성업을 하게 되면서 생겨난 고민이다. 너무 많은 손님들이 전국에서부터 몰려오자 땡볕에 기다리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미안해 부담감이 커졌고, 그래서 빨리 만들다보니 본래의 맛도 잃어가는 상황을 맞이한 것. 

첫 방송부터 ‘제2의 백종원’이라고 지칭되며 별다른 솔루션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모범생’의 면모를 보이던 덴돈집 사장은 왜 방송에 나와 찾아갔지만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평상시가 100%라면 지금은 60% 정도밖에 음식 맛을 내지 못한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덴돈집 사장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SNS를 통해 올라온 댓글들을 통해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반응에 스스로도 그 문제가 어디에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이런 문제가 사실 그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성업을 맞게 된 많은 점주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였다고 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서 맞이한 문제들이 그것이라는 것. 다만 워낙 처음부터 모범적인 음식점이었던 덴돈집은 그 문제를 일찍 맞닥뜨린 것뿐이었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간단했다. 손님이 왜 기다리는가를 사장에게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손님은 눈앞에 보이는 음식을 빨리 먹으려고 온 게 아니다”라는 게 그의 답이었다. 방송에서 백종원이 맛있게 먹던 그대로 그 맛을 느끼고 싶어 왔다는 것. 그러니 조급하게 할 일이 아니고 하던 대로 천천히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사가 잘되게 됐다고 평소 “60인분 하던 사람이 100인분을 하는 건” 무리가 될 수 있다며 “한계치 이상의 음식을 팔지 말라”고도 했다. 양이 아니라 음식의 질이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며 장사는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 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사실 덴돈집 사장의 이런 고민은 마치 ‘배부른 고민’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외려 덴돈집 사장의 고민에 응원의 목소리들을 더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건 거기서 요식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되는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를 발견할 수 있어서다. 그의 고민은 ‘당장의 장사’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일 수 있었다. 그것보다 그는 손님들의 만족을 원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오래 지금의 만족을 지속적으로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이다. 

음식을 소재로 하는 방송들이 늘어나고, 굳이 방송이 아니라도 SNS시대에 입소문으로 유명해지는 음식점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렇게 유명해져 찾아간 음식점의 음식이 의외로 별로인 경우가 적지 않다. 거기에는 덴돈집 사장이 마주한 양이 질을 잡아먹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어디 그 많은 유명해진 음식점들이 덴돈집 사장처럼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을 하던가. 그래서 홍보의 맛을 본 음식점들은 또 다른 홍보를 통해 수익만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덴돈집 사장의 고민에 시청자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 건 이런 집이야말로 음식점을 할 자격이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많이 팔려 하기보다는 단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으려 고민하는 자세. 그것이 진정한 맛집을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이 보여주는 식당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애초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시작된 건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실제로 이대, 필동 등 그의 솔루션으로 환골탈태한 골목식당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치 요식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처럼 경험에서 우러나는 멘토링은 잘 하는 집은 더 성장하게 해줬고, 잘 안 되는 집은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함으로써 재기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뚝섬편으로 오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와 방향성을 보여줬다. 상권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가게들이 더 문제였기 때문이다. 김성주가 농담 반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프로그램은 백종원의 솔루션을 얻기 위한 가게들의 노력과 경합으로 채워졌다. 

처음 가게들을 찾았을 때는 백종원의 분노가 폭발했다. 족발집에서 파는 점심메뉴 볶음밥은 삼겹살이 제대로 익지 않아 고기에서 냄새가 났고, 족발 육수는 양파망을 사용해 우려내고 있었다. 경양식집 역시 겉치레는 번지르르했지만 요리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고 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걸 지적했지만 주인은 “엊그제 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직접 냉장고에서 고기들을 꺼내놓고 “절대 엊그제 산 고기가 아니다”라며 그 거짓말을 질타했다. 

샐러드식당은 가격 대비 새로움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소스들조차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사서 쓰고 있었다. 역시 제대로 보관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어에서는 냄새가 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장어집은 문제가 아닌 게 없을 정도였다. 8천 원에 한 마리라고 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여겼지만 알고 보니 그 장어는 수입산 바닷장어였고 그래서 가시가 세서 먹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또 생선이나 장어를 주문을 받아 그 때 그 때 조리하는 게 아니라 미리 초벌한 걸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전자렌지에 돌려서 내놓는다는 걸 알게 된 백종원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며 “가게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백종원은 가게 주인들을 모아 놓고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솔루션을 두고 벌어지는 음식점 간의 오디션에서 일주일 간 해야 할 미션처럼 보였다.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고 저마다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변화는 장어집이었다. 장어집이라 이름 붙여져 있지만 장어를 과감히 포기했고, 서브 메뉴였던 고등어구이를 메인으로 삼아 직화로 구워내는 노력을 보여줬다. 

결국 백종원은 그 장어집에 솔루션을 주기로 결정했고, 또 족발집을 추가로 선택했다. 나머지 두 집은 더 이상의 솔루션도 방송도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 백종원은 또 마음을 고쳐먹었다. 두 집에 다시 기회를 준 것. 사실 어찌 보면 애초부터 네 집 모두 솔루션을 주려 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냄으로써 요식업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그 기본을 알게 해줬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흥미로워진 건 그러나 단지 오디션 같은 경합적인 요소를 넣어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처음에는 기본도 되어 있지 않던 집들이 차츰 노력하고 고민을 거듭해가면서 진짜 요식업이 무엇인가를 하나둘 깨쳐나가는 그 성장과정을 보여줘서다. 사실상 식당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만일 요식업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이 쉽지 않은 과정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장어집에서 장어를 포기한 점주가 이제 고등어구이를 기점으로 해서 다른 생선구이로 조금씩 확장해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도 흐뭇하게 만든다. 새벽시장에 나와 어떤 생선들이 있는가를 살피는 모습에서 백종원이 비전으로 제시한 전국 각지의 산지에서 바로 바로 올라온 싱싱한 생선을 현지 가격으로 파는 점주의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쉽게 주어지는 솔루션이 아니라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애초 취지와 함께 이제는 요식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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