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가 또 뒤집은 반전, 사이코패스는 이승기였나

 

반전에 또 다시 반전이라니. 맞은 자리를 또 맞은 것 마냥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런데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범죄스릴러는 역시 반전의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tvN 월화드라마 <마우스>는 정바름(이승기)이 본래 자신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는 반전을 선사했다.

 

첫 번째 반전은 정바름이 뇌 이식 수술을 받은 후 깨어나 새장 속의 새의 목을 잔인하게 꺾어 창밖으로 던져 버리는 장면에서 생겨났다. 길거리에서 약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바른 순경이 바로 정바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살인 충동을 점점 느끼게 되는 정바름은 그 이유가 사이코패스 살인자인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믿게 만든 건 살해된 줄 알았지만 살아있었던 대니얼 리(조재윤)였다. 그는 성요한의 뇌가 이식되어 정바름의 뇌를 잠식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 살인본능을 억제하려면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럴 바에는 '죽어 마땅한 이들'을 살해하라고 했던 것. 하지만 거기에는 누군가의 지시가 존재했다. 다음 살인 대상을 알려주는 누군가의.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이 숨어 있었다. 정바름은 자신이 성요한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뇌와 싸우고 있다고 여겨왔지만, 사실은 정바름이 진짜 사이코패스였고 성요한은 그걸 막으려 했던 인물이라는 게 그의 집에서 나온 여러 증거들에 의해 드러났다. 오봉이(박주현)에게 줬던 목걸이에 달린 팬던트가 고양이 이빨로 만든 것이었고(아마도 정바름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것), 고무치의 형 고무원(김영재)의 팬던트와 봉이 할머니의 브로치도 자신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결정적인 건, 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느꼈던 이상한 기분의 실체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 뒷마당 화분 아래에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고, 그 안에는 실종됐던 아이 김한국의 시신과 여러 살인사건들의 사진들이 벽 한 가득 붙어 있었다. 정바름은 그 살인을 벌인 자가 성요한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충격에 빠졌다.

 

그러고 보면 수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이재식을 갈대숲에서 잔인하게 죽이고 숨어 있던 정바름에게 고무치(이희준)가 던진 말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지? 사람 죽이고 싶어서 콘셉트를 그렇게 잡았냐? 그래봤자 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야 이 새꺄!" 이 대사는 마치 '다크 히어로'나 된 것처럼 여겨지던 정바름의 실체를 말하는 대목이니 말이다. 게다가 정바름을 키웠던 이모(강말금)가 아들과 함께 그의 눈치를 보며 도망치듯 마을을 떠난 이유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모는 아마도 정바름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거라는 것.

 

<마우스>가 보여준 이중 트릭은 이 작품이 연쇄살인마 같은 가해자들이 별다른 고통 없이 살아가는데 비해 피해자들은 평생을 상처 속에 사는 그 현실을 가져와 어떻게든 저들을 처단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것이 결국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다를 바 없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욕망과 현실 인식이 부딪치는 것. 시청자들은 잠시간 정바름이 다크히어로처럼 '죽어 마땅한 이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지만, 그가 다름 아닌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걸 드러냄으로써 그것 역시 잔인한 살인에 불과하다는 걸 충격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정바름의 친구였지만 마술을 돕다가 상자 속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된 치국(이서준)이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깨어났다는 소식은 이제 각성한 정바름에게는 충격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의 실체가 공개될 수 있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중 트릭으로 반전에 반전을 더함으로써 20부작 드라마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후반부 스토리가 다시금 쫀쫀해졌다.

 

첫 번째 반전에서도 이승기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주효한 면이 있었다. 워낙 바른 이미지를 갖고 있던 터라 그가 사이코패스가 되어간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인물에 대한 바른 이미지의 기대감은 여전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라는 상황에서 이승기의 바른 이미지는 법이 집행하지 못하는 걸 해주는 '정의의 사도'처럼 그려진 면이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으로 그가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게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또 다시 충격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얼얼한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바로 이런 과감한 반전으로 드라마가 긴장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도 더 깊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적 복수의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그것이 결국 살인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두 번의 반전을 통해 메시지 속에 녹아들었으니 말이다.(사진:tvN)

'마우스'의 질문,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희대의 범죄자가 심신장애를 주장하고 그래서 감형 받아 만기 출소한 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은 체포된 후에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후회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가슴을 치고, 그 후유증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조두순의 만기 출소를 두고 벌어진 대중들의 공분을 보라.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 등장한 성범죄자 강덕수(정은표)는 그 현실의 인물을 드라마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만기 출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피해자였던 오봉이(박주현)는 공포에 질려버린다. 오래도록 갖가지 무술을 익힌 건, 그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건 어쩌면 피해 후유증으로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안간힘이었을 게다.

 

법이 잡아넣어도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고, 심지어 다시 풀어주어 또 다른 잠재적 범죄를 야기하게 만드는 현실. <마우스>는 아마도 이런 현실에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듯하다. 사이코패스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고 점점 사이코패스의 본능이 살아나는 정바름(이승기)이라는 문제적 인물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의 탄생.

 

이 설정은 마치 연쇄살인마를 사냥하는 소시오패스 덱스트 모건을 다룬 미국드라마 <덱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마우스>는 <덱스터>처럼 다소 경쾌하게(?) 이 사안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무겁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 죽어 마땅한 이를 살해하는 건 과연 잘못인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정바름이 강덕수를 추격해 그가 범행했던 대로 똑같이 그를 처단하는 이야기는 이런 질문들을 통해 탄생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그의 살인을 감춰주거나 덮어주려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덕수에게 끌려갔던 아이는 다리 밑 버려진 캐비넷 속에 자신을 숨겨주고 그를 살해한 인물이 정바름이라는 걸 알면서도 묵인한다.

 

강덕수와 사투를 벌였던 오봉이는 그의 사체 옆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발견하고 그를 죽인 인물이 고무치(이희준)라 생각하며 그래서 자신이 범인으로 몰려도 입을 다문다. 한 피해자 아이가 고무치에게 그 지폐를 주면서 가해자를 죽여 달라고 의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지폐는 정바름이 증거보관소에서 꺼내 갔다가 현장에서 흘린 것이었다.

 

현장 근처에서 피투성이가 된 오봉이를 발견했던 최홍주(경수진)는 그를 차안에 옮겨놓은 후 그가 강덕수를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다리 밑에서 강덕수가 죽어가고 있는 걸 확인한 최홍주는 그러나 오봉이의 부탁대로 앰블런스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최홍주의 칼과 피묻은 옷을 숨겨 놓는다. 그 역시 강덕수의 죽음이 정당하다 여긴 것.

 

<마우스>가 정바름을 사이코패스 뇌에 잠식당해 점점 사이코패스화 되어가는 인물로 세운 건, 법이 처결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고 있다. 정바름은 과연 잔인한 사이코패스인가, 아니면 법이 행하지 못하는 정의를 비로소 수행하는 인물인가. 최란 작가는 정바름이라는 문제적 인물과 그의 살인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에둘러 말하고 있다.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충분히 헤아릴 정도로.

 

애초 먹구렁이가 들어있는 상자 속에 쥐가 들어가, 오히려 쥐가 먹구렁이를 공격하는 장면은 그래서 정바름의 변신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면, 우리의 불안한 사회를 은유한 것이라 보인다. 먹구렁이가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 쥐들은 그저 두려움과 공포를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선량한 이들을 상징한다. <마우스>는 그 쥐의 반격을 통해 우리네 사법 정의의 현실을 묻고 있다.(사진:tvN)

'마우스' 이승기가 던지는 질문, 범죄자는 탄생하는가 만들어지는가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돌연변이 유전자입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감정을 콘트롤하는 MAOA 유전자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연쇄살인마가 되는 상위 1%의 사이코패스는 MAOA 유전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죠.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것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미래의 사이코패스 미래의 전쟁광, 미래의 연쇄살인마를 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첫 회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되돌려 보게 만든다. 유전학 박사이자 범죄학자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는 연구를 성공시킨 대니얼 리(조재윤)가 내한해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대목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새삼 가늠하게 한다. 연쇄살인마 '헤드헌터' 사건으로 사회가 들썩거리고, 심지어 정치 쟁점화되면서 사이코패스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 대니얼 리의 연구가 말해주는 건,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사회가 만든 것이 아닌 탄생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

 

바로 이 대니얼 리의 전제는 <마우스>라는 드라마가 희대의 살인마 헤드헌터 한서준(안재욱)을 검거한 후에도 계속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아내였던 성지은(김정난)은 바로 그 한서준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 범죄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해 살인을 저지르던 성요한(권화운) 역시 정바름(이승기)과 고무치(이희준)에 의해 붙잡혀 사망하게 됐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요한에게 맞아 함몰된 채 사경을 헤매던 정바름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점점 이상한 장면들이 떠오르고, 범죄자들의 생각을 읽게 되는 등의 변화를 갖게 된 것. 바른 생활 청년의 대명사처럼 살아왔던 정바름이 그렇게 변화한 건, 놀랍게도 성요한의 뇌 일부분이 그의 뇌에 이식되면서였다. 그 뇌수술은 대통령 비서실장 최영신(정애리)의 간곡한 부탁으로 교도소에 있던 한서준에 의해 이뤄졌다.

 

여기서 <마우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 바른 생활 청년이던 정바름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후,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런 변화를 이겨내고 자신의 본 모습을 지켜낼 것인가. 드라마 첫 장면에 등장했던 먹구렁이를 오히려 공격하는 마우스(쥐)라는 시퀀스는 다름 아닌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마우스의 의미였다. 그건 현재 정바름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정바름을.

 

정바름은 한서준이 자신의 뇌에 성요한의 뇌를 이식한 사실을 알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런 살의와 감정들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도소에 자청해 들어가 한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고무치가 정바름에게 왜 그랬냐고 다그치자, 갑자기 돌변하는 정바름의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만일 정바름이 자기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뇌 이식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다면 그건 그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런 이식을 결정한 자와 행한 자의 잘못일까. 사이코패스가 유전자로 인해 탄생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논쟁적이다. 범죄 역시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 대니얼 리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래서 그런 유전자를 가진 태아를 낙태시키는 방식으로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을 만드는 것처럼, 죽을 위기에 처한 정바름을 살려내기 위해(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논리 또한 개입되어 있지만)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했다는 사실은 정반대로 생명을 위해 '잠재적 범죄자'를 탄생시킨다는 논쟁적 지점을 끄집어낸다. 정바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그는 과연 진짜 사이코패스가 될까, 아니면 그걸 이겨낼 것인가.(사진:tvN)

'마우스' 작가와 시청자들의 두뇌게임, 누가 프레데터인가

 

도대체 프레데터는 누구일까.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 최란 작가가 펼쳐놓은 시청자들과의 두뇌게임이 흥미진진하다. 단연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진짜 프레데터(살인마)일까 하는 점이다. 이제 6회까지 진행됐을 뿐이지만, <마우스>는 초반부터 성요한(권화운)이 프레데터일 거라는 정황들을 너무 대놓고 보여준 바 있다.

 

연쇄살인마였던 아버지 한서준(안재욱)처럼 의사인데다, 수술을 하는 데 있어서 전혀 감정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나, 그 집에 어쩌다 가사도우미로 가게 된 봉이 할머니(김영옥)가 지하에서 벽 한 가득 붙어 있는 살인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고는 급하게 도주하고, 그 뒤를 따라왔던 성요한의 모습 등이 그렇다. 결국 봉이 할머니는 살해당했고, 드라마는 그 살인자가 성요한일 거라는 걸 노골적으로 암시했다.

 

하지만 스릴러 장르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이제 드라마 초반에 그렇게 쉽게 살인마의 정체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워진다. 성요한이 프레데터일 거라고 자꾸만 드라마가 몰아갈수록 시청자들은 그가 아닐 거라고 불신하게 된다. 마치 그걸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4회에서는 엔딩에 염소가면을 쓰고 납치된 아이 앞에 정바름(이승기)이 나타나는 장면을 보여줘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정바름이 살인마일 거라 추측하게 만든 그 소름 엔딩을 보여준 일주일 후 5회 방영분에서는 그것이 진짜 살인마를 자극하고 끌어내기 위해 정바름과 고무치(이희준) 그리고 셜록홍주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홍주(경수진) PD의 가짜영상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그렇게 한 번 꼬아놓자 정바름은 진짜 살인마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바른 순경처럼 보이게 됐다. 결국 다시 시청자들의 의심은 성요한이 프레데터일 거라는 쪽으로 움직이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성요한과 정바름이 대결하게 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성요한이라는 프레데터를 잡기 위한 정바름의 헌신처럼 보였다. 성요한의 집에서 자신이 찍힌 사진들이 지하 밀실 벽에 붙어 있는 걸 보고는 급히 집으로 달려가 그 집에 있던 오봉이(박주현)를 도망치게 하는 장면이나 일방적으로 성요한이 정바름을 둔기로 내리칠 때 마침 오봉이 전화를 받고 찾아온 고무치가 총을 쏴 성요한을 쓰러뜨리는 장면이 그렇다.

 

이 모든 장면은 결국 성요한이라는 프레데터를 정바름의 헌신과 고무치의 총격으로 붙잡게 되는 상황처럼 보였지만, 작가는 이것 역시 일종의 트릭이었다는 걸 엔딩에 보여준다. 병실에서 깨어난 정바름이 새장 속의 새를 꺼내 목을 비틀어 죽여 버리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 결국 진짜 프레데터는 정바름이었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 벌어졌던 성요한이 했던 행동들과 말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목해야 할 건 성요한이 프레데터일까 의심되던 순간에 항상 정바름도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도소에서 나치국(이서준)이 상자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등장했을 때, 성요한이 그 교도소에 찾아온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 자리에는 정바름도 있었다. 또 봉이 할머니를 추적한 인물은 성요한이 맞지만, 그 살해 현장에는 정바름도 있었다. 자신이 범인을 추적했다 말했지만 그건 정바름의 증언일 뿐이었다.

 

만일 정바름이 프레데터라면 성요한은 오히려 그를 추적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집 지하 밀실에 정바름의 사진이 있던 것도 그렇고, 유전자 검사를 한 사실이나 어머니인 성지은(김정난)을 찾아와 "알고 계셨죠? 아들이 살인마라는 걸."이라고 한 말에 오히려 단서가 있다는 것. 성요한이 말한 '아들'은 자신이 아닌 성지은의 또 다른 아들(한서준과 갖게 된 아들) 즉 정바름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추정대로 생각해보면 성요한이 정바름을 추적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어린 시절 한서준의 아들(김강운)은 성지은이 재혼해 꾸리게 된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지은이 재혼해 낳은 아들(아마도 성요한일 수 있는)을 죽이려고도 했고, 결국 새 아빠를 살해했던 인물이니 말이다.

 

물론 아직 모든 걸 완전히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바름이 새를 죽여 버리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모든 사실들을 뒤집어 생각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추론일 뿐이다. 하지만 만일 이 추론대로 정바름이 프레데터라면 그 역할 캐스팅으로 이승기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늘 바른 이미지의 이승기가 아닌가(게다가 극중 이름까지 정바름이다). 그러니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이 인물을 통해 매회 예상을 뒤엎는 소름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또 한 주를 어떻게 기다려야 하냐는 볼멘 목소리들이 나올 만큼 소름 돋는.(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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