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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회 잔치에 701회를 준비하는 <개콘>

 

700회. 연수로 무려 14년. <개그콘서트>는 그 수치만으로도 이미 대단하다. 물론 이 수치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여 년이 넘게 방영된 장수 예능 <전국노래자랑>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국노래자랑>의 1년과 <개그콘서트>의 1년은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개그라는 소재의 특성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며 당대의 현실 또한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대중들과의 공감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14년이 대단할밖에.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런데 이 수치만으로도 대단한 700회 특집에 즈음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지영 PD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고 한다. ‘생활의 발견’, ‘거지의 품격’ 같은 한때 가장 뜨거웠으나 이제는 식어버린 개그를 종영시킨 것처럼, 앞으로도 코너 물갈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 이것은 최근 <개그콘서트>에 제기되고 있는 위기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지영 PD는 “700회보다 701회가 더 중요 하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당한 얘기다.

 

<개그콘서트>가 무려 14년을, 그것도 그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뜨거운 예능의 중심에 서서 버텨낼 수 있었던 저력이 바로 지금까지의 행보에 만족하기보다는 앞으로의 한 걸음을 준비하는 그 자세였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껏 <개그콘서트>의 위기설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그 때마다 새로운 기수들이 등장해 새 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선배들이 앞에서 잘 나갈 때, 그 뒤를 묵묵히 받쳐주면서 다음을 준비해온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또 그 후배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최근 박성호, 김대희, 김준호의 이른바 원로회의(?)에서 멘토-멘티제를 제작진에게 건의한 사실은, <개그콘서트>가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얼마나 개그맨들이 스스로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실 새로운 코너를 짜도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어딘지 비슷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건 결국 그걸 만드는 개그맨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늘 친한 개그맨들끼리 만들다보니 어떤 정체의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작위로 선배와 후배를 뽑아 한 조를 만들어 코너를 짜는 방식은 개그맨들에게는 조금 힘든 길이지만 그렇게 나온 개그는 새로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호평 받고 있는 ‘황해’는 그 대표적 사례다.

 

결국 <개그콘서트>의 힘은 개그 소재나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개그맨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개그맨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의 끊임없는 보완은 <개그콘서트>가 진화할 수 있었던 저력이었던 셈이다. 이번 700회 특집에 특별출연하는 개그맨들의 면면을 보면 그 진화가 꽤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나면서 당대의 스타 개그맨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수다맨 강성범, 미친 존재감 정형돈, ‘생활사투리’에서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기억되는 이재훈, ‘우격다짐’으로 1인 개그를 선보였던 이정수, 설명이 필요 없는 <1박2일>의 이수근과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진짜 사나이>로 최근 대세가 된 샘 해밍턴 등등, 하지만 이번 700회 특집에 출연하는 반가운 얼굴들이 말해주는 건 이것이 단지 <개그콘서트>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네 전체 예능의 수혜로 이어져왔다.

 

<개그콘서트> 밖으로 나온 이들 개그맨들은 KBS의 다른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MBC, SBS에서도 맹활약하며 예능의 지평을 넓혀왔다. 개그맨이라는 젊은 피가 우리네 예능에 끊임없이 <개그콘서트>라는 아카데미(?)를 통해 수혈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같은 예능의 풍성함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KBS 희극인실에 들어가면 한 쪽 벽에 빽빽하게 기수별로 붙여진 개그맨들의 프로필을 볼 수 있다. 그 중 어느 기수는 다른 기수에 비해 많은 스타 개그맨들을 발굴했고, 또 어떤 기수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내기도 했다. 후배 개그맨들이 잘 나갈 때 여전히 주목을 받지 못한 선배 개그맨들도 있다. 누구는 좀 더 사랑받았고 누구는 조금 덜 사랑받았다. 하지만 그 경중을 떠나서 거기 프로필로 붙여진 모든 개그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700회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700회 특집보다도 701회를 준비하는 마음. 개그맨들 스스로 좋은 개그를 만들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 자신은 조금 덜 사랑받아도 코너를 위해 기꺼이 도우미를 자처하는 자세. 그것이 지금의 <개그콘서트>를 만들었고 그 <개그콘서트>가 있어서 지금의 풍성한 예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니 그 모든 개그맨들에게는 이번 700회를 즐길 충분한 자격이 있다. 늘 그러했듯이 한 회 한 회를 지금껏 해온 것처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다 보면 위기설이 다시 상승세로 바뀔 날이 올 것이고 800회, 900회, 천 회를 기록할 날도 올 것이다. 개그맨들의 그 절실한 노력이 있는 한.

Posted by 더키앙

<개콘>, 여전히 시청률은 1위지만

 

<개그콘서트>는 전체 예능 시청률 1위다. 한때 17%까지 시청률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8주째 20% 선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매주 기록하고 있다. 코너들도 그런대로 화제가 되는 것들이 적지 않고, 이 코너들이 쏟아내는 유행어도 꽤 많다. 무엇보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의 위상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제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을 다양한 CF에서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렇게 전체적으로 안정된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실상 <개그콘서트>의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렇게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코너들이 전체적으로 적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고, 이미 만들어진 유행어와 상황의 반복으로 웃음을 주고는 있지만 무언가 새롭다거나 신선하다는 인상은 별로 없다. 어떻게 보면 몇몇 유행어와 개인기 혹은 상황 연기로 이미 뜬 개그맨들이 매주 비슷한 아이디어의 코너들을 그저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대표할만한 이른바 잇(it) 코너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개그콘서트>의 위기상황을 잘 말해준다. <꺾기도>는 이번 주 불방됐지만 이미 너무 맥락 없이 반복되는 바람에 그 기력이 소진된 아이템이기도 하다. <핑크레이디>는 노래와 상황만 제시될 뿐 아이디어가 보이질 않고, <좀도둑들> 역시 유행어의 반복에 머물러 있다. <아빠와 아들>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것이지만 그 ‘뚱뚱하다’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되어 있어 다채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배우들>은 김영희가 새롭게 투입되었지만 박지선이 근근히 코너를 살리고 있는 정도이고, <어르신>도 이른바 소고기 개그를 하는 김대희가 주목될 뿐이다. <갑을컴퍼니>는 그 상황극 자체가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그걸 매주 살려내는 한 방이 부족하게 여겨진다. <생활의 발견>은 좀 더 다양한 상황이 가능하지만 남녀의 이별 상황에만 매몰되다 보니 신보라가 스스로 비판하듯 ‘게스트빨’에 ‘홍보의 발견’이 되어가고 있다. 이승기가 출연한 이번 주 분량은 물론 이승기 본인이 살린 부분이 많았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와 광고를 홍보하는 느낌이 강했다.

 

꽤 주목을 끌었었던 <용감한 녀석들>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박성광과 이승건 PD의 대결구도가 화제가 되었지만 그것은 코너가 가진 본질적인 재미는 아니다. 김준현을 탑으로 끌어올린 <네가지>도 예전처럼 빵빵 터트리는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허경환의 <거지의 품격>과 정태호의 <정여사>가 <개그콘서트>의 얼굴이 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반복적인 유행어에 점점 의지하는 인상이 짙다.

 

새로운 코너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개그콘서트>의 위기 상황이다. 새로 시작한 최효종의 <주부9단>은 검사인 아들과 의사인 딸을 둔 주부가 뭐든 못하는 게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지만 과거 그가 했던 특유의 공감개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코너가 계속 해서 생겨나고 적체된다 싶은 코너는 과감히 사라지던 그간의 방식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어딘지 변화를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이다.

 

신랄한 현실 풍자 같은 날선 느낌과 힘겨운 서민들을 대변하는 듯한 그 헝그리 정신은 모든 코너에서 상당 부분 희석되어 있다. 여장남자 캐릭터가 너무 많은 것도 어떤 시대의 트렌드라기보다는 아이디어 부족을 얘기하는 것만 같다. <좀도둑들>의 김혜수 분장을 하고 나오는 이상훈, <갑을컴퍼니>의 희숙대리 김지호, <생활의 발견>의 김준현, <정여사>의 정태호, 김대성, 그리고 새로 시작한 <주부9단>의 최효종까지 여장남자 캐릭터는 넘쳐난다. 이렇게 많은 여장남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여성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높은 반증이기도 하지만 이들 코너가 그런 느낌을 살리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시청률은 1위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주는 체감은 예전만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것은 코너들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몇몇 톱스타 개그맨들 중심으로 코너들이 유지되는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률 1위와, 배우나 가수 못지않게 잘 나가는 개그맨들(물론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힘든 개그맨들이 대부분이지만)에 도취된 나머지 생겨나고 있는 매너리즘이다. 이를 사전에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개그콘서트>가 계속 예능 전체의 수위를 차지할 것이란 보장을 하기가 어렵다. 위기는 항상 최고 정상에 있을 때 오는 법이다.

Posted by 더키앙


김준현,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

"고뤠?!"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김준현이라는 개그맨을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그는 지금 가장 '핫'한 개그맨이 분명하다. 새로 시작한 코너 '4가지'에서도 단연 그의 존재감은 빛이 난다. 뚱뚱한 몸에 뻘뻘 흘리는 땀, 그리고 조금은 걸쭉한 목소리까지. "누굴 돼지로 아나-" 하고 툴툴대며 시작했다가 "마음만은 홀쭉하다"로 끝나는 그 짧은 멘트지만 그가 연기해내는 이 '뚱뚱한 사람(그래서 오해를 사는)'이라는 캐릭터는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독보적인 느낌이 있다. 도대체 그게 뭘까. 이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연기력이 좋다고 하시는데, 과찬의 말씀입니다. 다만 대본을 보고 그걸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 수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합니다. 예전보다 조금 편해진 건 사실입니다. 그 때는 이걸 해야겠다. 저걸 해봐야겠다. 이런 의욕이 좀 과잉되기도 했었는데 5,6년차가 되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죠. 그러면서 비로소 코너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죠.”

김준현의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가 코너에서 활약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늘 사이드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중심으로 이동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DJ변의 별 볼일 없는 밤에’에서의 광고 패러디맨도 그랬고, ‘9시쯤뉴스’에서의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도 그랬으며, ‘생활의 발견’의 취객, ‘비상대책위원회’의 군당국자 역할로 그랬다. 그것이 모두 캐릭터를 살려내는 그만의 연기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쪽에서도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는데, 만나 본 그는 과연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다.

“연기 고민이 본래 많은데, 관심을 가져주시니 더 고민이 많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해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상한 걸로 한다고 터지는 것도 아니죠. 참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굳이 배우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개그맨이지만 진짜 진한 페이소스를 줄 수 있는 그런 연기를 선보이고 싶죠. 김준호 선배님도 그런 쪽으로 길을 많이 뚫고 있는데, 적어도 개그맨들이 한 명의 코미디 연기자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요즘 하고 있는 ‘4가지’는 ‘이 땅에서 오해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발언대’로 만들어진 개그 코너다. 김준현은 이 코너에서 ‘뚱뚱한 남자’ 역할을 맡아 뚱뚱하다는 이유로 받는 갖은 오해와 설움을 토로한다.

“처음에는 김기열, 이종훈이 코너를 짰는데 허경환이 나도 시켜줘 해서 들어왔습니다. 나한테는 돼지 캐릭터로 하나 할 거냐는 제안이 와서 하기로 했죠. 그런데 처음에 이것은 콩트 형식이었습니다. 뭔가 빵빵 터지는 게 없어서 계속 고치고 바꾸고 했는데, 서수민 PD가 콩트 말고 그냥 자기의 핸디캡을 털어놓고 그게 어떠냐는 식으로 처음부터 치고 가자고 제안해서 방향성이 잡혔죠. 이 코너는 개그맨들은 바뀌어도 코너는 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핸디캡을 내세울 개그맨들은 널려 있으니까요. 김준호 선배도 이 코너를 하고 싶어하시더라구요. ‘오래됐다’는 콘셉트로 “오래된 개그 한번 해줘?”하고 치고 나오면 다들 좋아할 거라는 거죠.”

물론 김준현이 지금처럼 가장 관심을 받는 개그맨이 되기까지는 많은 힘든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서수민 PD는 김준현을 ‘폭소클럽’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친구였다”고 한다. 심지어 녹화도 빵구내고 잠수를 타기도 했다고 한다.

“그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혼자 코너를 짜야 되기 때문에 외롭기도 했구요. 그게 결국 보니 동기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콘’으로 들어오면서 저도 동기들이 생겼죠. 지금 현재 ‘개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22기가 저의 동기들입니다.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의지도 되고 도움도 주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김준현은 열정의 개그맨으로도 불린다. 그가 코너를 할 때면 유독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후배 개그맨인 정태호는 김준현을 이렇게 평가했다. “안녕하세요” 하나 치는 것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생활의 발견’ 같은 코너에서 식당 손님 역할을 할 때도 그는 기다리는 동안 결코 가만 있지 않는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진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연기에 쏟는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찬입니다. 물론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실 체질상 제가 땀을 많이 흘립니다. 냉면 먹으면서도 육수를 뽑아내죠. 그래서 NG도 참 많이 냈습니다. '생활의 발견‘에서 제가 NG 제일 많이 내는 사람이었죠. 오래 기다리는 동안 땀에 마이크가 젖어서 첫 대사가 안 나오기 일쑤였으니까요. 살을 좀 뺄 생각입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너무 많이 찌면 연기하는데도 불편하게 되거든요.”

김준현이라는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이 탄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저 뒷편에 잠깐 지나가는 역할조차 허투루 보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대본의 그 흔한 대사조차 유행어로 살려낼 수 있었던 것.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겸손하게 답하는 김준현에게서 ‘개콘’의 주축인 22기 중에서도 그 중심에 서 있는 그의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감과 그 이면에 놓여진 노력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Posted by 더키앙


김준현의 연기력, '개콘'을 살린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고뢔?!"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금은 과장되게 질러대는 김준현의 이 대사는 대본에 어떻게 적혀 있을까. 대본에는 그저 "그래?"라고만 적혀 있다. 그런데 그 평이한 되물음이 김준현의 입을 거친 후,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발휘된 것일까. 그것은 연기력이다.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김준호 같은)이 있는 반면, 개인기를 장기로 하는 개그맨(이승윤 같은)이 있고, 아이디어가 좋은 개그맨(최효종 같은)이 있는 반면, 얼굴이 무기(?)인 개그맨(박지선 같은)도 있다. 그런데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개그맨은 누구일까.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대본이 있어도 '살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김준현은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그가 지금껏 들어간 코너의 면면을 보면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는 메인을 맡기보다는 메인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의 존재감이 가장 먼저 보였던 'DJ변의 별볼일 없는 밤에' 코너에서 그는 변기수를 보조해 영화광고 패러디 원맨쇼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보조 정도로 생각됐지만 차츰 김준현의 광고 성우 역할이 더 화제가 되는 상황이 되자 분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9시쯤 뉴스' 코너에서도 김준현은 개콘유치원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 역할로 주목받았다. 어린이 같은 얼굴로 어른 세계를 풍자하며 분노하는 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100% 이상 그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생활의 발견'에서 우연히 남녀 간의 대화에 끼어들게 되는 주로 취객 역할로 투입된 건 김병만의 추천이 있어서였다. 현재 '생활의 발견'은 어느덧 초반 송준근 신보라가 이끌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김준현의 끼어들기 개그로 중심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에 군당국자 역할로 그가 들어간 것은 이 코너의 메인인 김원효의 연기를 좀 더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서수민PD의 제안으로 들어간 김준현은 역시 이 코너에서도 확실한 자기 영역을 만들어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하고 '비대위'의 관료주의를 꼬집지만, 정작 자신은 상황 파악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군 당국자의 역할은 긴장감을 만들었다고 일시에 풀어내는 김준현의 연기력이 그만큼 돋보이는 코너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네가지'에서 김준현은 뚱뚱한 사람 역할을 맡았다. '네 가지'는 못생긴 사람, 좀스러운 사람, 뚱뚱한 사람, 잘 생기기만 한 사람이 각각 나와 발언대에 올라 자신들에 대한 오해를 토로하는 코너다. 이 코너에서 김준현은 벌써부터 "누굴 돼지로 아나-"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뚱뚱하고 땀을 줄줄 흘리는 그 모습으로 엉뚱하게 오해받는 역할은 김준현이라는 개그맨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그 연기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김준현이 지금껏 해온 개그 코너에서의 역할을 보면 결코 주인공으로 나선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조 역할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는 주목받는 역할이 된 건 그 특유의 성실성과 연기력 때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즉 이제 김준현은 다른 개그맨들이 코너를 짜도 거기에 '꽂아주고 싶은' 개그맨이라는 얘기다. 그가 코너를 살려주는 '개그콘서트'의 연기담당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Posted by 더키앙


'개콘', 깊어진 공감, 신랄해진 풍자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렇게 후보가 돼서 당선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되요. 선거 유세 때 공약도 어렵지 않아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되요. 이래도 당선이 될까 걱정이라면 상대방 진영의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과연 아내의 이름으로 땅은 투기하지 않았는지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이것만 알아내세요. 아 그래도 끝까지 없다면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세요. 무조건 하나는 걸리게 돼있어요. 이렇게 여러분들 이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요. 여러분들 이렇게 쉽게 국회의원이 돼서 서민을 위한 정책 펼치세요."

'개그콘서트'의 풍자가 더 독하고 신랄해졌다. '사마귀유치원'은 그 정점이다. '어린이 여러분'이 아니라 '어른이 여러분'을 상대로 하는 '사마귀유치원'은 대놓고 정치적인 문제들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풍자한다. 그것도 웃으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어른이들의 소망에 대해 최효종은 천연덕스럽게 "교대에 가면 된다"며, "초봉이 140만 원"인데 "숨만 쉬고 살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 너무 쉽죠?"하고 말한다. 또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1인당 양육비가 2억4천씩 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숨만 쉬고 살았을 때는 217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자질문제에서부터 집 마련은 언감생심인 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까지 풍자의 대상에는 거침이 없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현실풍자가 그 바탕에 늘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이토록 강해진 건 최근의 일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사태를 전제해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료주의와 무능력한 위기대처능력을 사정없이 꼬집는다. 당장 테러가 일어날 상황을 긴박하게 브리핑하지만, 거기에 대해 첫 마디는 "안돼-"인 상황.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음으로써 결국 위기에 대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무능력. '비상대책위원회'나 '사마귀유치원'은 보는 내내 깔깔 웃게 만들지만 그 밑에는 그간 답답하고 억눌려왔던 서민들의 감정들이 꿈틀댄다.

이처럼 독한 풍자가 대중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 풍자가 꼬집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딱히 비판적인 현실 풍자가 아니라고 해도 '애정남'이나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등, 현실을 공감하게 하는 코너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변화다. '애매한 것을 정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 상황에 대한 공감을 동력으로 가져가는 '애정남'이나,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본능적인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생활의 발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슬쩍 끌어들여 그 심리를 파고드는 '불편한 진실' 등은 모두 '현실 공감'이 그 핵심이다. '그래 그래 나도 저랬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

'개그콘서트'는 물론 여전히 '슈퍼스타KBS'나, '감수성', 'N극과 S극'처럼 몸 개그를 기반으로 하는 개그들이 있지만, 최근 그 흐름을 주도하는 건 이 풍자와 현실에 공감하게 되는 말 개그들이다. 이것은 '개그콘서트'가 과거 마빡이나 갈갈이류의 초중등학생들이 좋아했던 몸 개그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풍자를 이해하는 나이든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고무적이다. 일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해피선데이'가 '개그콘서트'에게 왕좌를 내주고 있는 것. 이렇게 된 것은 물론 '개그콘서트'의 깊어진 공감과 신랄해진 풍자 덕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어쩌면 그만큼 더 팍팍해진 대중들의 삶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Posted by 더키앙


'생활의 발견', 생활의 클리쉐를 뒤집다

'생활의 발견'(사진출처:KBS)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헤어지자는 말을 하던 남자가 갑자기 여자에게 불쑥 묻는다. "밥 안 먹었지? 자장면 시켜놨어." "지금 이 상황에 밥이 들어가?"하고 여자가 묻지만 아무리 헤어지는 남녀라도 허기는 어쩔 수 없는 법.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순간 드라마 같은 데서 늘상 나오곤 하던 전형적인 클리쉐 하나가 뒤집어진다. "이렇게 월세도 못내서 쫓겨나는 나 같은 놈 만나서 뭐하려 그래?" 하고 말하면서 남자가 밥상을 펴자, "또 시작이다. 오빠 매번 이럴 때 마다 나 미칠 거 같아."하고 여자가 말하며 행주로 상을 닦는다. 심각한 상황과 그 상황마저 뚫고 들어오는 생활습관의 힘, 혹은 본능. 그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클리쉐 하나가 통쾌하게 깨지며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생활의 발견'은 이른바 '반전개그'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떤 짐작된 상황으로 흘러갈 것 같지만, 그 때마다 예기치 못한 틈입이 빵빵 웃음을 터트리는 개그다. 상황은 늘 지나칠 정도로 전형적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가 있고 어딘지 나아지지 않는 현실 때문에 남자는 헤어지려 하고 여자는 붙잡으려 한다. 그런데 이 공간은 헤어지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삼겹살집이거나 이삿날 중국음식을 시켜놓고 앉아있는 이삿짐이 쌓인 공간이다. 즉 남녀가 헤어지면 전형적으로 떠올리는 카페라던가 바닷가, 호수 같은 공간과는 사뭇 다른 생활의 공간인 셈이다.

그러자 이 생활의 공간 속에 습관처럼 배어있는 행동과 말들이 막 벌어진 상황과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다. 싸우면서도 자장면 배달부가 누른 벨소리에 "문 열렸어요!"하고 말하고, 여자가 선본 사실을 남자가 추궁하자 변명을 하다가 "탕수육은 가운데 놔 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때론 그저 이런 상황과 습관의 불협화음은 절묘하게 어우러지기도 한다. 즉 "사랑? 넌 사랑이 얼마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5년? 10년?" 이렇게 사랑의 가치를 묻다가, 갑자기 자장면 가격을 치르기 위해 "보라야. 백 원짜리 두 개 있어?"하고 물을 때, 10년이라는 대사와 백 원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터지게 만든다.

그런데 왜 하필 생활의 공간 속에서 그것도 음식을 앞에 놓고 있는 상황일까. "오빠 내 맘 알잖아."하고 마음을 전하던 여자가 자장면 배달부에게 "현금영수증 좀 따로 해주세요."라고 묻는 장면은 상황을 전복시키는 생활의 힘을 거꾸로 느끼게 해준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허기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아무리 상황이 심각하고 어려워도 우리 몸에 각인된 생활습관과 욕망은 이겨낼 수 없다는 것.

이것은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다. 즉 우리가 그토록 절절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저 작은 습관과 허기를 이겨낼 수 없다는 '발견'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어떤 비극적인 상황이라도 우리는 생활의 힘으로 살아가게 마련이라는 희망의 전언이다. '생활의 발견', 그 반전개그의 진수 속에는 바로 이 희비극을 절묘하게 넘나들 때 언뜻언뜻 드러나는 우리 삶의 실체에 대한 공감이 깔려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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