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성동일 (31)
주간 정덕현
‘미스 함무라비’, 우리가 보던 흔한 법정물과 다른 지점억울한 피해자와 공분을 일으키는 가해자. 증거를 찾아 가해자를 검거하려는 검사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변호사. 혹은 공명정대한 사이다 판결로 정의를 구현하거나, 아니면 권력과 결탁해 약한 자들을 짓밟는 판사. 대체로 우리가 법정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봐왔던 캐릭터들이 아닐까. 그래서 제목부터 대놓고 법정물을 기대하게 하는 JTBC 월화드라마 를 그 장르 중 하나로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는 이들 법정물들이 그려내는 그런 장르적 이야기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지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것이 그런 법정 사건들 자체가 가진 이야기성에만 기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함무라비’ 김명수와 고아라, 그 냉정과 온정 사이판사라면 어떠해야 할까. 모든 사건들을 냉정하게 다루고, 오로지 법의 틀 안에서만 바라봐야 할까. 아니면 그 사건들 이면에 존재하는 사람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야 할까. JTBC 새 월화드라마 첫 회는 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판사 임바른(김명수)과 박차오름(고아라)이 한 사무실에서 부딪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임바른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판사로서의 바른 길을 고집하는 인물. 하지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암울하다. 고야의 그림을 좋아하는 그에게 사람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판사라는 직업이 좋은 세상을 꿈꾸기보다는 세상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여긴다. 그는 월급을 기다리는 샐러리맨과 판사라는 직업이 ..
‘라이브’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경찰을 담은 까닭우리는 흔한 형사물에서 사건현장에 끔찍하게 살해된 사체를 아무런 감흥도 없이 들여다보고 심지어는 손을 넣어 만져보기까지 하는 베테랑 형사와 그걸 보는 신참 형사가 막 도망치듯 달려가 토를 하는 장면을 흔한 클리셰로 볼 수 있다.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장면이지만 그건 현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게 tvN 토일드라마 다. 바로 눈앞에서 사제총에 맞고 쓰러져 죽은 동료와, 계속해서 총을 쏴대는 범인과 대치하며 벌벌 떠는 경찰들. 그리고 가까스로 범인을 제압했지만 그 죽음을 목격한 충격 때문에 지구대 전체가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를 보이는 그런 모습이 진짜다. 사람의 죽음은 익숙해질 수가 없다. 베테랑 경찰인 오양촌(배성우) 같은 인물조차 그렇..
‘라이브’ 배성우·배종옥, 최고의 경찰부부가 중징계라는 건“짜증나 진짜. 앞으로 나보고 열심히 살란 소리 하지마. 맞잖아. 엄마 아빠처럼 열심히 살면 뭐하냐? 결과가 고작 이건데. 솔직히 말해서 엄마 같은 정직한 경찰이 어딨냐? 근데 그런 사람들한테 조직이라는 게 상은 못줄망정 중징계나 주고.”tvN 토일드라마 에서 오양촌(배성우)의 딸 오송이(고민시)의 볼멘소리에는 잘못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부모에 대한 존경이 들어있다. 표현은 제 아버지를 닮아 퉁퉁거리지만 그 말 속에는 열심히 살았고 정직하게 살아온 경찰로서의 아빠,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는 것. 동네에 출몰한 연쇄강간범을 힘겹게 잡았지만, 너무 늑장수사를 했다는 여론에 경찰이 질타를 받자, 수뇌부는 비겁하게도 이 사건을 해결한..
‘감빵생활’, 박해수에게 배우는 슬기로운 위기대처법주인공인데 이토록 무뚝뚝하기도 참 어려울 듯하다. tvN 수목드라마 의 주인공 김제혁(박해수)은 말보다는 행동을 더 많이 보여준다. 그래서 침묵 속에서 표정조차 잘 변하지 않는 이 인물은 평상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무뚝뚝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뎌 보이는 인물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김제혁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어쩌다 감옥까지 오게 됐지만 그는 마치 바보처럼 무덤덤해 하고 그다지 아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그가 무감해서가 아니다. 다만 그런 아픔들이 있어도 그걸 버텨낼 만큼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라서다. 자신보다 ..
‘반드시 잡는다’, 스릴러도 따뜻하게 바꾼 백윤식의 아우라스릴러가 어떻게 이리도 따뜻할 수 있을까. 영화 는 그 예고편만 보고 나면 “또 연쇄살인이야?”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나면 그 선입견이 틀렸다는 걸 확인하게 되게 나아가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서도 이토록 따뜻한 이야기와 사회적 함의를 던져줄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배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심덕수 역할을 연기한 백윤식이다. 가 색다른 스릴러가 될 수 있었던 건 출연자들의 특별함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백윤식을 비롯해, 성동일, 천호진, 배종옥, 손종학 같은 중견 배우들이 대부분의 역할을 채우고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어른’에 대한 남다른 시선 덕분이다. 하루 벌어 하루..
‘감빵생활’, 힘겨운 상황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왜 하필이면 감방생활이었을까. 그리고 거기에 ‘슬기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놓은 건 무슨 뜻이었을까. 시리즈로 우리에게 익숙한 신원호 PD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보면 tvN 수목드라마 은 이례적이다. 감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어딘지 비일상적이고,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이 먼저 느껴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이질감을 신원호 PD는 단 첫 회만에 지워버렸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 제혁(박해수)이 동생을 성폭행하려는 괴한과 격투를 벌이다 중상을 입혀 구치소에 수감되고, 그 곳에서 보내는 며칠간의 이야기가 의외로 일상적이고 심지어 따뜻한 느낌마저 줬기 때문이다. 물론 교도소와 구치소는 다를 수 있겠지만 구치소라고 해도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그런 곳은 아니라는 걸 보..
‘청년경찰’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공권력수사의 세 가지 방법을 묻는 시험에서 공부 잘 하는 카이스트 출신 희열(강하늘)은 정답인 ‘피해자 중심 수사, 물품 중심 수사, 현장 중심 수사’라고 적어 넣는다. 반면 공부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는 성격의 기준(박서준)은 고민 끝에 엉뚱하게도 ‘열정, 집념 그리고 진심’이라고 답을 적어낸다. 아마도 영화 이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시험이 원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기준이 적은 열정과 집념 그리고 진심이야말로 진정한 공권력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덕목이라는 것.경찰대생이 실제 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주 오래 전 봤던 할리우드 코미디영화 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은 그 영화와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