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솔루션 줘도 안 받는 돈가스집 도대체 왜?

 

도대체 돈가스집은 백종원에게 뭘 원했던 걸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평택역 뒷골목편에서 돈가스집은 애초 맛에서도 또 손님 응대에서도 낙제점이었다. 요식업 경력이 14년이라고 했지만 치즈돈가스를 먹어본 백종원은 양념치킨맛이 난다며 소스의 문제를 지적했고, 김치볶음밥도 조리법이 틀려 볶음밥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기준 없이 사장님 마음대로 손님을 응대했다. 혼자 장사하면서 점심시간에 바쁘게 손님이 몰리자 조리시간이 많이 걸리는 치즈돈가스를 안된다고 했다가 다른 손님이 와서 주문하자 된다고 했다. 단골손님이기 때문에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했지만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쾌할 수도 있는 응대가 아닐 수 없었다.

 

응대 부분은 정인선이 관찰카메라 영상을 가져가 직접 보여주면서 그 문제점을 파악해 고쳐나갔지만, 요리 레시피 개선은 난항이었다. 백종원은 돈가스를 좀 더 바삭하게 튀기는 법과 기존 소스의 문제를 파악하고 제대로 된 소스 만드는 법을 알려줬고, 또 김치볶음밥도 제대로 볶는 조리법을 알려줬지만, 사장님은 갑자기 자신이 만든 소스를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요식업 경력이 14년이니 백종원도 이해했다. 그 정도로 자신이 만든 소스에 대한 소신이 있다고 판단한 백종원은 소스에 대한 자신의 솔루션을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준 김치볶음밥 조리법도 사장님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 기름을 충분히 넣어 마치 튀기듯이 볶아져야 수분이 빠져 씹는 맛이 생기는데, 기름을 적게 넣어 볶음밥이 아니라 비빔밥처럼 만들고 있었던 것. 또한 자신이 고집하겠다던 소스도 본래 돈가스 소스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바꿔 이도저도 아닌 소스를 만들었다.

 

문제는 사장님이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백종원이 얘기한대로 사장님은 조리했고 소스도 그 방식 그대로였다고 했지만, 100% 그대로 하지 않고 자신이 조금씩 변형시킨 것이 결과적으로 맛에는 얼마나 큰 변화를 주는 지 사장님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름을 적게 넣어도 된다 생각했지만 그것이 볶음밥에는 관건이었고, 똑같은 소스에 우유만 넣은 거라고 했지만 그 우유가 완전히 다른 맛을 만들었다.

 

백종원으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음식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질타했다. 사장님의 가장 큰 문제는 도와주겠다고 온 사람의 솔루션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그 소통 부재에 있었다. 백 마디 좋은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결국 평택역 뒷골목편 마지막 방송분에서도 돈가스집은 이렇다 할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이 나버렸다. 이럴 거면 돈가스집은 왜 이 프로그램에 나오기로 자청했던 걸까.

 

애초 평택역 뒷골목편에 등장했던 세 식당은 모두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떡볶이집은 무려 23년 경력이었지만 이상한 양념장을 만들어 맛이 없었고, 할매국숫집은 경력 28년차로 음식 솜씨는 있었지만 음식 맛이 매번 균일하지 않았고 모녀가 식당에서 다투는 일이 잦았으며 그것이 손님 응대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식당은 백종원의 솔루션을 선선히 받아들임으로써 완전히 다른 식당으로 변모했다. 떡볶이집은 드디어 맛있는 소스의 레시피를 전수받았고 여기에 이 집만의 쌀튀김을 더해 벌써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는 맛집이 되었고, 할매 국숫집 역시 균일한 맛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이해한 모녀가 보기 좋은 집으로 변모했다. 돈가스집과 이런 확연한 차이가 생겨난 건 결국 오랜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자신의 가게를 인정한 것이고, 그래서 선선히 솔루션을 받아 제대로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소통이 결과를 좌우했던 것.

 

솔루션을 줘도 받지 않는 돈가스집은 도대체 백종원에게 무엇을 원했던 걸까. 바꾸지 않으면서 방송에 나온다는 건 다른 이야기로 하면 자신이 하는 음식이 백종원에게 인정받는 정도를 원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돈가스집은 어째서 그간 장사가 잘 안됐던 걸까.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엉뚱한 고집으로 나아지기를 기대했던 걸까.(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이 장사는 노하우가 아닌 사람이라 한 건

 

결국 장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둔촌동편은 특히 그렇다. 옛날돈가스집의 가장 큰 문제는 돈가스가 느끼하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부부가 전혀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백종원은 그 사실을 지적하면서 가게의 좋은 분위기가 손님에게도 또 음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조언해줬다.

 

실제로 일주일 만에 옛날돈가스집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아내가 뭐라 물어봐도 대꾸조차 없고, 도와주려 손을 내밀어도 “치우라”고 매몰차게 말하던 남편은 자신이 그간 잘못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부부는 스스로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고 엇나간 관계를 되찾으려 하고 있었다.

 

사실 남편이 그렇게 대꾸조차 하지 않았던 건, 가족이 함께 하는 가게들이 가진 또 다른 문제 중 하나였다. 어머님이 음식점을 한다는 정인선은 가족 같은 가게 동료는 좋지만, 가족이 동료인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건 가족이라 더 함부로 하기도 해서 오히려 갈등이 만들어진다는 것 때문이었다. 남편은 아내와 트러블을 만들지 않기 위해 대꾸조차 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갈등의 골을 키웠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일을 분담하고 때때로 애정 표현도 하면서 옛날돈가스집은 확연히 달라졌다. 백종원이 말한 것처럼 좋은 기운이 가게를 더 잘 되게 할 거라는 예감이 들게 만들었다. 장사의 성패에 있어 제 아무리 레시피나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었다.

 

결국 장사는 사람이 하는 거라는 걸 더 극명하게 보여준 건 지난주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모두 분노하게 만들었던 튀김덮밥집이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이 초보 음식점의 가장 큰 문제는 사장님의 잘못된 마인드였다. 사장이라면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그는 남자친구를 찾거나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지난주 백종원의 지청구를 듣고 변화했을 거라 여겨졌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튀김덮밥 대신 카레를 하기로 하면서 카레에만 집중했고 대신 그간 장사로 내놓는 튀김덮밥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백종원은 식당에 중요한 것이 두 가지라며 하나는 장사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알맞은 메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집은 메뉴에만 신경 쓰고 장사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 아무리 메뉴를 바꾸기로 했다고 해도 진짜로 바뀌기 전까지는 그간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해 자신이 내놓은 음식에 대해 반응을 살피고 고민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조언을 듣고도 튀김덮밥집 사장은 여전히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내린 비로 가게에 다시 물이 새는 그 광경은 마치 이 도돌이표가 되어버린 상황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결국 백종원은 다시 ‘사장의 무게’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제 아무리 가족이고 엄마이고 남자친구지만 이 가게에서는 사장이 어려도 제일 어른이어야 한다는 것.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면 가게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18년 1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시작한 지도 어언 1년 반이 훌쩍 넘었다. 실제로 이 방송이 나간 후 화제가 되어 크게 성공한 식당들도 생겨났다. 그래서인지 이제 출연자들 중에는 너무 쉽게 자신들이 얻고픈 레시피에만 집착하는 이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솔루션을 포기한 닭갈빗집 사장님 역시 닭갈비 레시피는 바꾸고 싶지 않다면서 본인이 원한 건 거기에 어울리는 국물 레시피를 받는 것이었다. 튀김덮밥집의 문제도 레시피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장사는 제 아무리 좋은 레시피를 해줘도 기본을 지켜나가는 사람에게 있다는 걸 백종원은 거듭 얘기하고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가게에 레시피만 덜컥 주는 건 장사만이 아닌 인생의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향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겠다 마음 먹는 가게라면 이 점을 먼저 상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방송 효과와 레시피만 쉽게 얻으려 하지 말고.(사진:SBS)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골목식당’은 득이 아닌 독이 된다

 

‘총체적 난국’을 예고하듯 갑자기 쏟아져 내린 폭우 때문에 주방으로 물이 줄줄 흘러내릴 때 튀김덮밥집 사장님은 “어떡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비를 흠뻑 맞아가며 가게 밖 환풍구를 살핀 건 사장님이 아니라 그 어머니였고, 옥상까지 올라가 문제를 해결한 것도 사장님의 남자친구였다. 이 장면은 이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둔촌동편 튀김덮밥집에서 백종원의 분노 섞인 조언의 전조가 되었다.

 

폭우로 인해 물이 새던 주방의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되었지만 총체적 난국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날 점심 장사로 단체 손님이 왔는데, 갑자기 튀김기가 작동을 하지 않은 것. 주문을 잔뜩 받아놨지만 켜지지 않는 튀김기 때문에 사장님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 건 자신이 아니라 남자친구였다. 문제는 음식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손님들에게 양해를 미리 구하지 않았다는 것. 11시 45분에 찾아온 손님들은 12시 반이 다 돼서야 겨우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늦어질 거라며 사과를 했지만, 그건 양해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그 장면을 보면서 백종원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장님이 전혀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점심 장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었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후 거기에 대한 고민이나 죄책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자친구와 다시금 주방에서 시시덕거리는 모습은 백종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종원은 “혼 좀 나야 된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아가 백종원이 그 날의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낼 때도 사장님은 침묵하고 있었다. 대신 어머니가 나서서 애써 딸을 변명해주는 모습이었다. 사장님은 늘 뒤편으로 물러나 있는 모습이었다. 점심 때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도 자신이 아닌 남자친구였다. “오빠가 가서 얘기하고 와”라고 시켰던 것.

 

“뭔가 하고 싶은 거 내가 하고 뒤처리는 남이 하는 거면 뭐 하러 일을 해요? 모든 거에 대한 책임이 따라야지. 내 힘 들여가면서 즐겨야지 진정한 거지.” 백종원은 책임을 회피하는 사장님에게 일갈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장님이 자신을 도와주는 어머니나 남자친구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였다.

 

적자가 나지 않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애써 적자는 아니라면서 “제 수입이 없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 말 속에는 사장님이 아예 어머니나 남자친구가 도와주는 일에 대한 보상이나 급여 개념은 빠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머니에게는 남는 돈에서 반씩 나눠가지기로 했다는 사장님의 말에 백종원은 일갈했다. “엄마는 죄졌나? 급여는 안주고? 아니 그럼 동업이예요? 엄마랑? 그럼?”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의 급여를 묻는 질문에 사장님은 “오빠는 줘야 되는데 이번 달은...”이라며 말을 흐렸다. 최저임금으로 잡아도 한 달에 170만 원 정도를 한 사람당 줘야 하는 게 정당한 상황. 심지어 남자친구는 전 회사에서 월급으로 37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어머니와 남자친구에 대한 급여를 170만원씩 총 340만원이 나간다고 치면 백종원 말대로 적자인 게 분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그간 이것저것 소리치며 시키고 통제하려 했던 사장님의 모습을 편집해 보여줬다. 정작 월급은 주지 않으면서 일을 시키기만 했던 사장님의 면면이 고스란히 비춰졌다. 아마도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장이라는 위치가 어떤 것인가를 잘 몰랐을 게다.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모든 걸 책임지는 위치가 바로 사장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 아닐까.

 

“가게 분위기를 위해서 으쌰 으쌰 할려구 웃어가는 거라면 내가 이 얘기를 안 해. 그게 아니니까 지금 내가 막 뭐라고 하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있고 막 아무 준비 없이 그러는 게 보이니까.. 정말로 나와서 무릎 꿇고라도 해야지. 어떻게 온 손님인데. 그게 있어야만 마음에 있는 말이 나가고 마음에 있는 서비스가 나가고, 어떻게든 이 손님을 잡겠다는 그게 안 보이니까 지금 내가 이러는 거야.”

 

사장님의 책임감 부재는 고스란히 음식에도 손님들에게도 전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백종원은 준비 안 된 자에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로또가 아닌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게 없는 사람한테 이런 골목식당에서 로또를 줬을 것 같아서 배 아파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줘도 못 먹을 거 같고 준 게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이건 독이 된다니까. 사장님 인생에 독이 돼요.”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준비 안 된 식당들이 나올 때마다 어째서 저런 집을 선정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터져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열심히 일하는 다른 식당들에게는 그 자체로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종원은 그 이야기를 꺼냈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남의 밑에서 남의 가게에서 십 몇 년 이십 몇 년 준비를 하고 정말 없는 돈을 긁어모아서 남보란 듯 좋은 가게 번듯한 가게보다도 골목 안에 들어와서 준비한 사람 많아요. 그래도 빛을 못보고 망한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에 비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아요? 준비 하나도 안하고 들어왔잖아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준비해도 지금 될까 말까인데..”

 

백종원이 말한 것처럼 방송에 나간다고 해도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사장님이 모든 걸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책임감 없는 상황에서 덜컥 방송 덕분에 장사가 잘 된다고 해도 그건 결코 자신의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울 게다. 결국은 그 일시적인 성과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독으로 돌아올 거라는 것.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골목식당’ 닭칼국숫집, 백종원은 나아질 거라 했지만 과연

 

지금까지 이런 적이 있었던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전국의 가게들을 찾아가 솔루션을 무수히 줬지만, 이렇게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거의 원 상태로 되돌아간 가게가 있을까 싶다. 부천 대학로 마지막편에서 중화떡볶이집과 롱피자집은 저마다의 해법을 찾아 손님들을 제대로 맞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금껏 답답한 면만 보여줬던 닭칼국숫집은 끝끝내 변화하지 못했다.

 

물론 백종원은 칼국숫집 사장님이 한 달간 굉장히 변화한 것이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했다. 또 한 달 만에 그간 해온 습관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마지막 방송에 즈음한 덕담에 가까웠다. 어떤 면에서는 솔루션을 더 줘도 해법이 당장은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지금은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배워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닭칼숫집의 문제는 맛이 없다는 것. 그런데 그 맛조차 일정하지 않고 매번 다르다는 건 더 큰 문제였다. 그건 레시피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요리를 하는 과정 또한 일관되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백종원이 내린 처방은 얼큰 닭칼국수의 양념장을 개발하라는 것. 그걸 만들면 넣는 양을 일정하게 해서 맛도 일정하게 만들 수 있고 또 요리 속도로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매번 요리를 할 때마다 여러 차례 맛을 보는 습관은 닭칼국숫집 사장님이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맛의 일관성을 깨는 나쁜 습관이기도 했다. 먹다 보면 입맛이 달라지고, 손님에게 맞춘 음식이 아닌 사장님의 그 때 그 때의 입맛에 맞춘 음식들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솔루션에 의해 양념장을 개발했지만, 사장님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손님들에게 물어봐 자신이 만든 양념장을 넣은 얼큰 닭칼국수의 맛에 자신이 있다는 말에서부터 백종원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손님에게 물어보면 제대로 얘기해줄 사람은 없다는 것. 먹고 남은 잔반만 보면 그 맛이 어떤가가 바로 드러난다고 했지만, 막상 장사를 하면서 사장님이 그걸 주의 깊게 보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메뉴도 얼큰 닭칼국수 하나를 하라는 백종원과 달리 일반 닭칼국수까지 두 종류를 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장사에 들어가 보니 그게 역부족이라는 게 바로 드러났다. 한꺼번에 온 손님들에 의해 정신없이 요리를 하다 보니 자신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어머니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님이 빠지자 사장님은 양념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옛날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다. 양념장의 정량을 넣고도 추가하고 또 물을 넣으며 끊임없이 맛을 보는 모습을 보였던 것.

 

그 모습을 모니터로 보던 백종원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장사가 끝나고 닭칼국숫집을 찾은 백종원은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나아질 것’이라고 얘기했고 후일담처럼 들어간 인터뷰를 통해 사장님은 ‘음식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가게 역시 끝날 때는 대부분 해피엔딩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거짓말을 한 가게 같은 경우는 예외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준 집은 ‘개과천선’하는 결말로 끝나곤 했다. 생각해보라.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사장님이 보여준 드라마틱한 변화를. 장사는 기초도 없던 그는 그 몇 주 동안 완벽한 변화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닭칼국숫집을 통해 알게 된 건, 백종원이 백약을 처방해도 그걸 실천하는 이가 제대로 따르고 체득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시청자들은 내내 답답함을 느꼈지만 닭칼국숫집에 이렇다 할 해피엔딩은 보이지 않았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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